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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근 교수의 신저 '시민의 탄생'을 읽었다! 기뻤다! 머릿 속에 그동안 추상적으로만 생각하던 한국사와 사회사의 한 꼭지에 대한 답을 찾는 순간이었다.ㅋㅋㅋ 사회과학을 공부하다 보면 늘 고민되는 것 중 하나가 한국사에서 '근대'의 형성과정을 어떻게 이해할까 하는 것이다. 이미 숱하게 많은 연구자들이 한국사에서의 '근대'를 가지고 고민을 해왔다. 특히 이 문제는 일제시대 한국의 성장과 관련해 식민지근대화론과 내재적발전론을 둘러싼 논쟁과도 연관되기 때문에 역사학과 사회학에서 큰 고민거리였었다. 그런데 송호근 교수가 이를 한번에 정리한 나름 과감한 책을 출판간 것이다. 저자는 코젤렉의 개념사를 기반으로 두고 하버마스의 공론장 이론을 분석틀로 사용하여 서구의 시민사회 연구에 관한 연구들을 바탕으로 한국의 근대 형성과정과 그 속에서 필연적으로 형성된 시민과 사회의 개념을 논한다. 역사학에서는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사회학적으로 특히 코젤랙의 개념사를 바탕으로 한 연구들에서 한국의 근대 형성을 위한 '말안장 시대(근대 이전과 근대 이후를 나눌 수 있는 단절이 일어난 시기)'를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으로 보는 것 같다. 뭐 이 책게서는 '1860년에서 1894년'이라 좀 더 좁혀서 보고 박명규 교수의 '국민인민시민'에서는 이를 더욱 확장해서 20세기 초까지로 보기도 하지만 송호근 교수 역시 '1895년부터 1910년'까지를 근대 이행기라고 부르는 까닭에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에 한국사에 봉건시대가 막을 내리고 근대가 시작되었다고 보는 것은 적절한 논의일 것이다. 이를 위해 저자가 사용한 하버마스의 공론장 이론은 한국사의 '말안장 시대'를 논하는데 무엇보다 적합했고 할 수 있었다. 조선 말기 양반 공론장의 쇠퇴와 평민 공론장의 확산과 이를 명확히 알려주는 동학의 등장. 동학의 쇠퇴 이후 세속적 평민 공론장의 등장과 지식인 공론장의 등장 및 이 둘의 상호연대와 공명은 18세기 후반부터 급속히 변화하는 조선말의 국내외 정치상황에 한국사에서 처음으로 '개인'이라는 시민의식의 맹아를 가져온 것이다. 한국사를 공부하며 늘 궁금한 부분이 갑오개혁으로 하루아침에 신분제가 철폐되었다고 해서 과연 그것이 조선민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졌기에 그 이후 10년 사이에 수천년간 지속되었던 모든 구체제가 변화될 수 있었는가였는데 이 책을 통해 그 경과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저자의 연구에 따르면 이미 갑오개혁 이전부터 조선 인민은 무너지는 봉건질서 속에서 나름의 시대 변화를 모색하고 있었고 이것이 동학을 통해 조선 전체의 인민들에게 퍼진 것이다. 그리고 갑오개혁과 더불어 시작된 변화의 시대에 이들은 개명인민으로 자연스럽게 변동되었고 당대 여론 주도층이던 지식인 공론장과의 교류 속에 일제의 침탈야욕에 맞서는 국가 만들기의 책임 주체로 국민으로 호명되어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개인은 태어났고 자연스럽게 사회가 형성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 태생이 가진 정치사회경제적 시대 상황으로 인해 자율성이 결핍된 개인과 국가와 이해관계를 다툴 수 없는 사회로 인해 시민성이 결핍된 결과를 나았던 것이다. 결국 이것이 근대이행기 한국의 시민사회 형성이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근대적 개인과 사회가 성숙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이들은 국문 공론장과 문학의 힘을 빌려 근대로 나아가는 길을 만들어 간 것이다. 그 시대의 '상상적 시민'은 작품 속에 있었고 문학의 힘을 빌려 이들은 그 시대의 개인에게 시민과 시민사회의 형성을 주문한 것이다. 그렇게 이 책은 끝을 맺는다. 결국 오늘날의 민주적 시민사회 형성은 후속 연구로 넘어간 것이다. 전작 '인민의 탄생'에서도 동학의 탄생으로 인한 자각인민의 형성에 대해 맛만 보여주고 끝내시더니 이번에도 이렇게 후속 책에 대한 갈증만 남긴채 끝을 내신다. ㅋㅋㅋ 이 책의 주장처럼 조선 시대 말기 '문해인민'의 등장이 '자각인민'을 이끌고 이들이 '계몽인민'을 거쳐 국민과 시민으로 나아갔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할 것이다. 하버마스의 공론장 이론에서 브루조아들의 계급 성장을 위해 출판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뭐 굳이 칼뱅의 종교개혁에서 인쇄술이 차지한 비중이 얼마나 큰지 거론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는 나카미네 시게토시가 쓴 '독서국민의 탄생'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근대 일본이 책 읽는 국민 만들기를 통해 어떻게 국민의식을 형성할 수가 있었는가를 연구한 이 책에서 근대국가 형성에 국가적 독서 체계 확립이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한국사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마 저자의 후속 연구에서 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참 재미있는 연구가 가득한 책이다. 책을 덮으면서 한중일 삼국간 '근대 시민의 형성 과정'에 대한 비교 연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중일의 민족주의를 연구한 논문은 본 적이 있는데 반해 아직까지 이 정도의 방대한 사료와 이론적 체계를 바탕으로 시민과 시민사회 형성을 논한 연구는 보지 못하였다. 이 연구가 이루어진다면 동아시아에서 일본의 제국주의 형성에 대한 새로운 비판적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지 않을까 막연하게나마 생각해 본다. 지난번 '인민의 탄생' 서문에서 1997년 IMF 위기 이후 사회과학의 무능력을 절실히 깨닭았는 송호근 교수의 한탄이 이 책을 통해 한국에서 사회학의 확장 가능성을 충분히 열어줄 것 같은 기대로 바뀌었음을 알 수 있었다. 한국의 민주시민 형성과정을 논할 후속 연구를 기대한다!ㅎ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