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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은 소리를 듣지 못한다.고막은커녕 귓구멍도 없다.대신에 땅의 진동을 아래턱과 내이로 듣는다.소리가 아니라 진동으로 듣는다 이거다.우리도 그럴 때가 있지.손잡은 그이가 떨고 있을 때,그이는 내게 말을 건네는 거야."
얼마전 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었다. 문득,겨울내내 숨도 쉬지 않고 어떻게 뱀은 잘 수 있는 걸까? 인간의 눈으로 동물을 바라 본다는 것은 이렇게 일차원적이고,자기 중심적일 수 밖에 없는 건가 싶어 얼굴이 화끈거렸다.땅의 진동을 느낀다니..뱀에게 땅속은 어둠의 공간만은 아니였던 거다. 책장을 열면서 부터,시인의 동물감성사전은 나를 유혹해 버렸다. 매일 조금씩 읽어보려 한 생각은 여지없이 날아가고,앉은자리에서 그만 다 읽어 버리고 말았다. 동물의 영혼에 대해 이야기하는 듯 한데,결국 인간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온다는 사실이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 같다. 예전에는 지금처럼 환경문제가 이슈화 되지 않았기 때문에,인간이 동물에게 얼마나 잔인하고 무서운 행동을 많이 하는 지 몰랐다.그런데 '꼬리 치는 당신'에서 다시 한 번,인간의 수많은 부끄러운 짓을 만나게 된다.그럼에도 시인의 시선이 고마웠던 것은,인간의 잘못을 직설적인 어투가 아닌,바람처럼 가볍게 흔들어 주었다는 것.
참 많은 동물들이 등장한다.시인은 위트로,풍자로,혹은 지혜로 동물들의 모습에서 인간의 모습을 담아내고 표현해 낸다.최근 읽은 모비 딕 영향 탓에 '고래'에 관한 이야기가 유독 눈에 더 들어 오는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꼬리에 관한 이야기가 단연 백미라 말하고 싶다. '꼬리'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꼬리'가 제목으로 붙은 까닭이 충분이 공감간다.꼬리가 그저 장식처럼 뒤에 붙어 누군가를 흔들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 다는 것을 몸소(?)실천하는 동물들에 관한 기록을 옮겨 보면 이렇다.
꼬리 치는 방법 "몸의 절반이 꼬리인 상어가 있다.진환도상어는 몸길이가 6미터인데,이 중에 꼬리가 3미터다.꼬리로 먹이가 되는 고기 떼나 새를 때려서 기절시킨다.꼬리를 친다는 게 늘 유혹은 아니지.봐,꼬리로 치는 방법도 있잖아? " /237
꼬리가 길면...... 사랑한다 "쥐는 몸보다 꼬리가 더 긴 경우가 많다.천적이 침입해 오면 어미는 굼뜬 새끼들한테 다급하게 외친다.물어! 눈도 못 뜬 새끼들이 어미의 꼬리를 물면 잽싸게 달아나는 거다.꼬리가 긴 건 밟히기 위한 게 아니다. 모성애의 표현인 거지." /266
보여지는 대로 판단하면 안되는 것이 어디 동물의 세계 뿐일까? 인간들의 세상도 다르지 않다.하긴 인간 역시 동물이니까.결국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일터. 동물에 관한 실제의 이야기 자체로도 흥미로웠지만(세상에 이렇게 많은 동물들이 있었구나 싶다..어쩌면 소개 되지 않은 동물들이 더 많으려나...) 동물을 통해 인간의 모습을 바라보게 해 준것에 대한 고마움이 더 크다. 600여 페이지에 달하는 글 모두가 내게는 아포리즘 같았다.
미로와 과녁 "제 몸에 미로를 새겨둔 말이 얼룩말이다.포식자의 눈을 어지럽히기 위한 안간힘이라 한다.하지만 어떻게 보면 그 무늬는 과녁 같기도 하다.무늬가 요란하다고 해서 포식자가 점찍어둔 먹이를 놓치지는 않는다.자기 안에서 길을 잃으면 그토록 무서운 운명과 만나게 된다는 뜻이다."/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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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 치는 당신』권혁웅 / 마음산책 시인의 눈으로 담은 각양각색 동물감성사전
불현듯 『꼬리 치는 당신』의 북트레일러를 처음 마주했을 때였다. 아무런 정보도 없었고, 그저 항상 하던 대로 인터넷 서점에 좋은 책들이 있나 뒤져보고 있다가 이 책을 무언가에 홀린 듯 클릭했던 것 같다. 수많은 동물이 모두 다 선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표지와 그림들이 감성 어린 음악과 함께 흘러나오는 것이 무척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꼬리 치는 당신이라, 아마도 사랑에 관한 시답잖은 이야기가 흘러나올 것 같은 이 제목에, 약간은 지루해 보이는 '동물'과 '사전'이라는 말이 붙었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을 집어 들었다. 한 손에 들면 몇 분이 지나 손목이 뻐근해져 오는 묵직한 사전 같은 시집. 그렇게 이 예쁜 책은 내게로 왔다.
세상에 어떤 동물들이 뭘 하고 살아가는지, 어떤 다양한 출산 방법이 있는지, 뭘 먹고 살아가는지, 이전에는 별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그냥, 마주치면 귀엽기도 하고 신기한 거고, 때로는 그 겉모습에 질겁하고 거의 증오에 가까운 마음을 가지며 생각하던 동물들도 있었다. 어릴 때 가끔 사진과 그림이 수록된 학습용 책으로, 혹은 동생이 공부하던 동물이나 곤충 이야기를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는 식으로 접했던 기억이 났다. 역시나 관심이 없었으니까 잘 기억은 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책을 펼치면서, 세상 각양각색의, 별난 모습과 이름을 가진 동물들에 대한 마음도 조금씩 열린 것 같다.
간혹, 인간은 동물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기도 하지만 은연중에 그 생각은 아주 얇고 희미하게 남아있는 것 같다. 대신, 그보다 더 깊게 우리에게 남아있는 건 다른 수많은 동물들보다 우리가 가장 우월하다는 자긍심이 아닐까. 우리는 그 자긍심을 이용해서, 아무것도 모른 채 자신만을 방어하고 생존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그들을 혐오하고 괴롭힌다. 이 책에 등장한 그들은, 단 한 가지라도 우리와 비슷한 점들을 가지고 있는데 - 물론 시인의 감성이 조금 보태진 탓도 있겠지만 - 사람보다도 더욱 각별한 모성애를 보이는 '쥐'부터, 엄청난 지식을 갖고 있어 탈출에 도가 튼 '양'과, 산란을 위해 폭포를 거슬러 오른다는 '망둑어'이야기를 들으면 그들에게 연민과 놀라움이 느껴지기도 하다. 또한, 우리가 가장 무서워하는 '상어'도, 결국 우리 욕심으로 "바깥세상에서 개입하는 신"처럼 고작 먹을 것 욕심으로 그들을 사망케 한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대략 5백 종의 동물 상식을 수집하고 그것을 자신만의 체에 걸러 이 예쁘고 재미난 글들을 만들어내는 것도 만만치 않은 수고이지 않았을까 생각도 든다. 그러니 그 오랜 수고를 염두에 두고 천천히 읽어보자. 하루에 몇 편씩,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그들의 삶을 상상하면서. 재밌는 이야기들은 주위 사람들에게 잘난척하며 들려주면서. 그렇다면 곧 미워하고 무관심하던 동물들이 살살 꼬리를 치며 텍스트 밖의 우리를 유혹하고 있는 것을 발견할 것이다.
▒ 담아둔 문장
▒ 퀸즐랜드에 사는 위주머니보란개구리는 알을 낳으면 암컷이 삼켜서 위에서 부화를 시킨다. 새끼 개구리가 밖으로 나오는 6-7주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위가 자궁 역할을 하는 셈. 오바이트 하는 줄 알았더니 출산이었어. 토사물이 자식이었어. (51p, 어머니의 마음 3)
▒ 대략 1만 3000년 전, 인도네시아의 플로레스 섬에는 키가 1미터, 뇌 용량이 400세제곱센티미터밖에 안 되는 미니 인류가 살았다. 호모 플로레시엔시스라 명명된 이 꼬마 인류는 능숙한 사냥꾼이자 모험가들이었다. 이들이 살아 있다면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대했을까? (242p, 그들은 어디로 갔을까? 2)
▒ 때로는 인간이 바로 그 다른 운명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상어는 1제곱센티미터당 3톤의 힘으로 문다. 엄지손톱 위에 자동차 세 대를 올려놓는 힘이다. 그러면 뭐하냐, 샥스핀 먹겠다고 지느러미만 잘라서 바다에 버리는 통에 헤엄을 못 쳐 죽는걸. 상어에게 인간은 저 바깥세상에서 느닷없이 개입하는 잔인한 신이다. (274p, 때로는 인간이 운명이다)
▒ 장수거북의 목구멍에는 안쪽으로 돋은 열두 개의 가시가 있어서 먹이로 삼킨 해파리가 빠져나오지 못하게 한다. 문제는 바다에 버린 플라스틱병을 해파리로 알고 자꾸 삼킨다는 것. 가시 때문에 병이 목에 걸려 죽어간다. 썩지도 않고 소화도 안되는 가짜 해파리 때문에 (392p, 먹은 밥이 소화가 안 된다면)
▒ 흑곰은 죽은 동물을 먹는 청소부다. 곰을 만나면 죽은 척하라는 말이 있지만, 흑곰 앞에선 그러면 안 된다. 당신이 시체놀이를 하면 곰은 그냥 당신을 먹는다. 어이구, 쿨럭. (418p, 곰과 나그네 1)
▒ 어머니가 식칼로 토막 내버린 생선 대가리가 혼자 헤엄치고 있다면 그게 개복치다. 무게 2~3톤, 길이 2~3미터짜리 초대형 머리다. 네가 잘랐지? 내 몸통 내놔. 악몽 같겠지만, 표정은 어찌 또 그리 천진한지. 멀뚱멀뚱한 눈으로 혹시 내 몸통 봤어? 이렇게 물을 것 같다. 어두육미라고, 어머니는 생선 대가리가 맛있다고 하셨지. 지금에야 알았어. 개복치야, 미안해. 네 몸통은 다 내 몫이었어. (439p, 도마 위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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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라는, 짐승의 범주에 넣기에는 고귀하여 고등동물 중의 고등동물이라 불러 마땅할, 직립보행하는 예민한 포유동물이 보는, 다른 동물들은 어떤 모습일까. 시인은 감성과 재치와 유머로 주로 동물들을 낚았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날짐승, 길짐승, 곤충류, 어패류에다 골로미양카, 마사란두바 따위의 낯선 동식물까지 등재된 이 사전은 참 재미나다. 이 책을 읽고 시인의 시선으로 동식물세계를 본다. 린네의 분류법처럼, 동식물세계의 감정 영역에 새로운 분류법을 적용하는 상상을 한다. 등장하는 모든 동물들을 엮는 하나의 동물은 바로 인간. 생김도 생식도 생태도 다르지만 “우리는 하나다”라고 말하고야 마는 까닭은 바로 시인의 글솜씨 덕분에. 시인의 공력을 존중한다면 ‘인간’을 진화의 우두머리에 두지 말고, 가장 하위체계로 두자. 단순해지는 것이 가장 큰 진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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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치는 당신
꼬리치는 당신이라는 야릇한 제목과 수십종의 동물 스케치가 표지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생물학을 전공한 저로서는 흥미롭지 않을 수 없는 책이였고, 읽고 나서 모르는 정보도 굉장히 많이 알게 된 책입니다.
무려 600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내용과 달리 매일 매일 쑥쑥 읽어가는 재미가 솔솔했습니다. 사랑스런 동물, 우스꽝스런 동물, 안타까운 동물의 이야기를 지은이는 시적으로 표현하려고 애를 썼습니다. 너무 시적인 표현이 과해서 가끔씩 논리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문장들도 있어서 단점이기는 했지만. 여러 가지 동물의 특징적인 삶을 알수있어서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너를 잡는다는 것
곰은 엄지가 없는데 유독 자이언트 판다만 엄지가 있다. 죽순을 벗기기 위해서는 먼저 잡아야 했기 때문. 무언가를 잡아야한다는 필요가 손목뼈에게도 손가락을 돋게 했다. 누군가에 대한 우리의 간절함이 그렇게 그대에게 손을 뻗게 할 수 있을까
상어가 부레가 없어서 수영을 안하면 물에 가라앉고 만다는 사실은 다들 알고 있을 것 입니다. 그러니까 상어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헤엄을 쳐야합니다. 부레가 없는대신 아주 기름기가 많은 간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 그 덕이라도 좀 보지 않을 까 해서 다행이기도 합니다. 인간들은 쉴새없이 헤엄쳐야 하는 상어의 지느러민만 자르고 바다에 풍덩 넣어버리는 만행을 저지릅니다. 제발 중국사람들은 샥스핀 그만 먹어요! 상어의 씨를 말리겠어요.
사람의 인지능력은 1초에 24장, 파리는 200~300장이랍니다. 그러니 사람이 파리를 손으로 잡을 수 있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지요. 눈먼 파리나 집중력 없는 파리가 아닌 이상 절대로 사람에게 잡히지는 않을 꺼에요. 그런 절대 스피드의 파리가 초당 5장만 인지하는 슬로우 대장인 개구리에게 잡아먹히는 현실은 아니러니할 수 밖에 없습니다. 세상은 요지경~~ 요지경속이야~
범고래가 아기 흑등고래를 잡아먹는 이야기는 좀 슬프고 잔인했습니다. 범고래야. 다른 물고기 많쟎니? 포유류는 안먹어도 될텐데 니 생각은 어떠니? 코끼리가 평생 6번이나 이를 간답니다. 얼마나 거친 나무잎과 풀을 먹길래 6번도 부족할까요. 6번째 이가 다 닳으면 코끼리는 굷어죽을 수 밖에 없대요. ㅜㅜ 아. 그리고 전복이 달팽이류였다니 참으로 놀라운 사실이였어요.
이외에도 정말 많은 동물들의 이야기가 지은이의 느낌을 담아 가득한 책입니다. 동물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