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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도시를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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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물병 하나, 먼지 낀 카메라, 때 묻은 지도, 가방 안에 넣고서 언덕을 넘어 숲길을 헤치고 가벼운 발걸음 닿는대로 끝없이 이어진 길을 천천히 걸어 가네. ...김동률 <출발>     내게 여행이란 이런 것이다. 가볍게, 더 가볍게, 익숙함의 속박에서 벗어나 하나씩 하나씩 더 많은 것에 대한 미련을 내려놓는 작업. 그래서 그 장소는 언제나 자연과 가까웠고, 나는 그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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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물병 하나, 먼지 낀 카메라, 때 묻은 지도, 가방 안에 넣고서

언덕을 넘어 숲길을 헤치고 가벼운 발걸음 닿는대로

끝없이 이어진 길을 천천히 걸어 가네.

...김동률 <출발>

 

 

내게 여행이란 이런 것이다. 가볍게, 더 가볍게, 익숙함의 속박에서 벗어나 하나씩 하나씩 더 많은 것에 대한 미련을 내려놓는 작업. 그래서 그 장소는 언제나 자연과 가까웠고, 나는 그 안에서 내가 자연의 일부임을 느끼며 내 안의 짐들을 원래 있어야 할 자리인 그 곳에 미련없이 내려놓고 올 수 있었다. 그런 내게, 이 책의 제목과 컨셉은 마냥 어색하기만 하다.

 

"도시탐독 - 유혹하는 홍콩, 낭만적인 마카오의 내밀한 풍경 읽기"

 

도시탐독... 산도 들도 바다도 아닌, 도시를 여행한 여행기라니. 처음 그 제목을 읽는 순간부터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았다.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 지나치게 화려한 불빛과 지나치게 많은 간판과 지나치게 많은 사람들과... 지나치게 많은, 넘치도록 지나치게 많은 그 모든 것들 속으로 나는 다시 들어가야만 하는 것인가? 게다가 지구상의 그 어떤 도시보다도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도시, 홍콩과 마카오라니.

 

 

일찍이 동양에선 노자가, 서양에선 루소가 도시 문명을 비판한 바 있다. 자연상태에선 모두가 자유롭고 행복했으나 문명사회 속에서 인간이 불행한 노예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독일의 실존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 역시도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도시문명을 비난했다. "나는 숲을 사랑한다. 그러나 도시에 살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그곳엔 욕정에 눈 먼 자들이 너무 많다. 음란한 여자의 꿈 속에 빠지는 것보다 살인자의 수중에 떨어지는 것이 낫지 않은가?" 칸트, 헤겔, 마르크스... 셀 수도 없이 많은 지식인과 철학자들의 온갖 비방의 장소인 그 어두운 도시 한 가운데로, 어째서 이 저자는 스스로 외롭게 뚜벅뚜벅 걸어 들어간 것일까?

 

책 속 여행기가 궁금해서가 아니라, 저자의 바로 그 생각이 궁금해서 이 책을 읽었다. 묵직한 수필 형식의 글이 되리라는 예상은 어쩔 수 없는 선입견이 되어 내 머릿속에 자리 잡았고, 나는 한 장씩 무거운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이 복잡한 도시 서울 안에서 더 복잡한 도시 홍콩과 마카오의 이야기를 읽어야 한다니!

 

책 내용이 답답하고 지루할 것만 같았던 나의 우려는, 이 책을 모두 읽고 난 뒤에는 오직 절반의 현실이 되었다. 답답했지만 지루하지 않았고, 어두웠지만 매혹적이었다. 이 책 내용 중에 종종 등장하는 영화 <중경삼림>과 <화양연화>, 그 두 편의 영화가 주었던 느낌을 떠올릴 수 있다면, 아마도 이 책이 가진 느낌을 대강은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들은 저자에게 가장 큰 감명을 준 홍콩 영화이면서 그의 홍콩 여행기가 뿜어 내는 분위기가 온통 녹아 있는 영화들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여행하고 그에 대한 여행기를 써서 먹고 사는 이 책의 저자를 부럽게 바라볼지도 모르지만, 그의 여행기에서 묻어나는 감흥은 마냥 자유롭지만은 않다. 오히려 무겁고 어두우며 때로는 답답하기까지 하다. 젊은 시절 그가 떠난 여행은 도피였고, 시간이 지난 지금도 그의 여행에서 여행의 상쾌함과 순수한 설레임의 흔적은 찾기 힘들다.

 

아마도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저마다 서로 다른 감상을 쏟아내겠지만, 내게 이 복잡한 두 도시의 여행기는 저자의 상처이자 위안이며, 휴식인 동시에 피로함으로 느껴졌다. 수많은 문장 속의 설명들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가 왜 이 도시들로 그토록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여행을 떠났는지 다 이해하지 못했다.

 

독일의 의사이자 코미디언인 에카르트 폰 히르슈하우젠의 저서 <행복은 혼자 오지 않는다>에는, 사람들이 우울한 이유는 스스로 우울한 상태를 원하기 때문이라는 말이 등장한다. 어린 시절 답답한 도시에서 태어나 서울을 떠나고 싶었다는 이 책의 저자 이지상씨는 도시의 매력을 재발견했다는 설명과 함께 복잡한 도시 여행을 하면서도 끝내 그 화려한 도시 안에서 복잡하고 무거운 생각들을 늘어 놓고 있다. 이 책 속에 수없이 등장하는 '외로움'이라는 단어는, 어쩌면 그가 바로 그 외로움을 찾아 타인의 도시 한 가운데로 떠났던 것은 아닐까하는 의심마저 들게 한다.

 

 

볼 거리 들을 거리가 많은 책이다. 그러나 발랄한 2-30대의 유쾌한 유럽 배낭여행기처럼 쉽고 가볍게 읽어 내려가기엔 다소 무거운 분위기를 저변에 깔고 있는 책이기도 하다. 다양하고 오랜 여행 경험을 가진 여행자들이나 연륜이 있는 이들이라면 아마도 이 책에서 내가 느낀 것보다 훨씬 더 깊은 공감을 얻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이 여행기가 주는 느낌을 가장 잘 표현해 주는 저자 아내의 일기장 내용을 짧게 옮긴다.

 

정말 홍콩엔 없는 게 없다. 그러나 화려한 빌딩 사이의 골목과 그 뒤에는 칙칙하고 초라한 홍콩인들도 많이 보인다...... 홍콩에서는 공기처럼 돈이 필요해. 그러나 남의 정신으로 살지 말고 나의 정신으로 살아야지. 마음이 더 중요해. 이것 느끼고 가는 것만 해도 어딘가.

(P. 68)

YES마니아 : 로얄 z********o 2013.12.27. 신고 공감 10 댓글 22
리뷰 총점 종이책
홍콩과 마카오를 탐독하며 인생의 화양연화를 떠올려 본다.
"홍콩과 마카오를 탐독하며 인생의 화양연화를 떠올려 본다." 내용보기
화려한 조명으로 불야성을 이루는 도시 홍콩은 휘황찬란함으로 여행자들을 반긴다. 자본주의의 논리가 깊숙이 침투해 있어 소비 욕망을 충족하려는 이들의 쇼핑 천국으로 환락을 주는 도시 홍콩은 한 번쯤은 그곳을 찾고 싶은 욕망을 돋우는 도시다. 자연적 정취가 묻어나는 시골에서 나고 자라서인지 단순하게 움직이며 살아가는 일상에 익숙하지만 때로는 익명의 공간에서 분주히 움
"홍콩과 마카오를 탐독하며 인생의 화양연화를 떠올려 본다." 내용보기

   화려한 조명으로 불야성을 이루는 도시 홍콩은 휘황찬란함으로 여행자들을 반긴다. 자본주의의 논리가 깊숙이 침투해 있어 소비 욕망을 충족하려는 이들의 쇼핑 천국으로 환락을 주는 도시 홍콩은 한 번쯤은 그곳을 찾고 싶은 욕망을 돋우는 도시다. 자연적 정취가 묻어나는 시골에서 나고 자라서인지 단순하게 움직이며 살아가는 일상에 익숙하지만 때로는 익명의 공간에서 분주히 움직이며 활기를 찾는 도시에서의 생활을 꿈꿀 때가 있다.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전통사회의 불편함에서 벗어나 근대화의 산물인 도시에서 간섭 받지 않고 자유롭게 살고 싶은 마음이 일 때 도시 생활은 또 다른 환상으로 다가온다.

 

   수많은 섬으로 이뤄진 홍콩은 영국의 식민지였다가 현재는 중국에 반환되어 홍콩 사람들은 중국에 속하지만 자기들만의 문화를 이루며 살아가느라 내·외적 갈등 상황은 지속되고 있다. 중국의 경제적인 혜택으로 홍콩의 번영은 지속되고 있지만 홍콩의 미래는 장밋빛으로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는 현실적 진단이 나와 여러모로 불투명하다. 구룡반도의 침사추이는 서민들의 욕망과 환락이 교차하는 곳으로 적나라하게 펼쳐지는 욕망과 이미지를 따라 꿈틀거리는 곳을 시작으로 홍콩 여행기는 펼쳐진다. 일상적 무게가 덧칠하듯 인생을 도배하고 음울함이 삶을 짓누를 때 우연히 봤던 한 편의 영화는 지친 영혼을 위로하여 줄 때가 있다. 가슴 속에 남아 위로가 필요할 때 떠오른 홍콩 영화들은 홍콩이라는 도시의 이미지를 떠올리고 그곳으로 가보고 싶은 열망을 부추겼는지도 모른다.

 

   광고와 이미지로 눈길을 끄는 홍콩은 관광객들의 욕망을 부추기며 잉여를 챙긴다. 구룡반도 남단에 있는 스타의 거리에 새겨진 동판들의 주인공은 세계적인 유명세를 띠는 배우, 감독들의 열정이 전해진 만큼 저자의 힘든 시절을 함께 한 홍콩 영화들의 추억을 불러 모아 그 시절을 위로하는 순간 개인의 역사는 또 다른 이야기를 남기게 된다. 전통과 자본이 결합된 흥미로운 축제인 춘절 퍼레이드를 구경하며 하늘에서 터지는 불꽃놀이를 보면서 현지인들과 함께 소리를 지르며 눈물짓던 부부의 모습에서는 두터운 인간미를 느낄 수 있었다. ‘중경삼림영화가 만들어진 지 꽤 많은 시간이 흘렀어도 영화 촬영지인 란콰이퐁을 찾는 관광객이 많은 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뒤섞여 욕망의 끈을 풀어헤쳐 쾌락이 넘쳐흐르지만 무질서가 판을 치는 혼잡스런 공간으로 양면성을 띤다. 빠르게 이동하며 분주히 움직이던 일상에 제동을 걸고 싶을 때는 트램을 타고 천천히 움직이며 멍에처럼 자리하는 삶의 짐을 잠깐 내려두는 것도 정신 건강에 이로워 보인다. 섹오 마을 근처 산 능선이 용의 등뼈 같아 드래곤 백이란 이름이 붙은 산길을 걸으며 풍광에 반하는 트레킹 상상만 해도 가슴이 뛴다.

 

   마카오의 산바 호텔에서 머무르며 불편함이 주는 과거로의 회귀는 편리함만 좇아 사느라 떠올리며 살지 못했던 추억 속 인물들을 불러 모으는 순간이기도 했다. 칸막이로 나뉘어져 있지만 그 틈새로 소리가 넘나들어 숙면을 취하기 힘들었지만 공동 화장실과 세면장을 이용하던 시절의 불편함 이면의 두터운 정은 타인과 단절된 고독을 상쇄하여 준다. 낯선 공간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의미를 몰라도 그 소리에서 편안함이 전해진다니 때로는 무의미가 주는 평안이 곳곳에 자리하는 모양이다. 마카오 광장의 중심인 세나도 광장(싼마로우)은 관광객들로 붐비고 성 바울 성당과 나차 사원을 천천히 돌아보는 즐거움이 커보인다. 성당에서 돌아가신 어머님을 떠올리며 생전에 효를 다하지 못하였음이 회한으로 남아 슬픔을 더한다. 다양한 먹을거리가 있어 여행자의 입이 즐겁고 현지 음식으로 피로를 풀 수 있다면 여행은 활기를 띨 수 있다. 우유 푸딩과 에그타르트를 맛보며 천천히 돌아보는 여행 생각만 해도 설렌다.

 

   서양과 중국을 이어주는 무역의 중심지인 마카오는 불평등 조약으로 포르투갈의 식민지가 되어 가톨릭 선교의 전진기지로 작용했고, 1999년 중국에 반환되어 홍콩과 같은 운명에 놓였다. 다양한 층으로 축적된 마카오는 골목 곳곳에 전통적 삶이 숨어 있고, 소박한 현지인이 관광객을 상대로 상업적 이윤을 남기며 일상적 삶을 잇는다. 서비스 요금을 받는 음식점과 쇼핑센터, 외국 자본의 세계화를 확인할 수 있는 카지노와 리조트 등이 혼재하는 곳이다. 마거릿 카페의 문이 열리는 시간에 맞춰 줄을 서서 갓 구워 나온 빵을 기다리는 행렬 속에 끼어 속이 알차고 단맛이 강한 에그타르트를 한 입 베어 물었을 때의 행복은 여행의 피로를 가시게 하는 묘약일 것이다.

 

   낯선 공간을 찾아 떠나는 여행은 관성의 법칙대로 움직이며 살아왔던 현실적 삶을 돌아보고 열심히 살아야 할 당위성을 부여해준다. 진정한 여행은 현실 너머의 세상을 새로운 눈으로 발견하는 것이라는 저자의 말대로 홍콩은 외양의 화려함 이면에 그림자처럼 달라붙어 있는 오랜 식민지 생활을 감내해 온 사람들의 열기가 일상에서 꿈틀거린다. 크리스털 케이블카를 타고 오를 때의 공포는 옹핑 빌리지에서 만난 대불 상이 불식시켜 줬다. 생각지도 않은 깜짝 선물로 묘미를 느낄 수 있는 여행은 또 다른 공간을 찾아 가게 하는 동기로 작용한다.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때를 뜻하는 화양연화의 촬영지였던 카페를 찾아 추억을 반추하며 긍정의 힘을 얻는 것처럼 부침이 심한 인생에 자기만의 방식대로 화양연화를 만들어갈 때 살아 꿈틀거리는 인생을 살아갈 수 있으리라.

 

* 이 리뷰는 예스 24리뷰어 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n*****9 2013.12.26. 신고 공감 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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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매력 퐁당入水 [도시탐독]
"홍콩매력 퐁당入水 [도시탐독]" 내용보기
90년대 초반 우리나라에 홍콩 영화붐이 일었다. 그땐 영화관보다 비디오를 빌려 영화를 탐닉했다. 홍콩영화붐은 90년대를 휩쓸다시피 했고 2000년대 즈음 한국 영화가 우리 영화관을 장악하기 시작한 것 같다. 홍콩영화가 인기 있었던만큼 홍콩배우들 인기도 치솟았다. 포스터, 사진은 팬시점 가면 쉽게 구할 수 있었다. 방벽에 덕지덕지 붙여놓는 건 기본이었다. 나는 중고등학생때였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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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초반 우리나라에 홍콩 영화붐이 일었다. 그땐 영화관보다 비디오를 빌려 영화를 탐닉했다. 홍콩영화붐은 90년대를 휩쓸다시피 했고 2000년대 즈음 한국 영화가 우리 영화관을 장악하기 시작한 것 같다. 홍콩영화가 인기 있었던만큼 홍콩배우들 인기도 치솟았다. 포스터, 사진은 팬시점 가면 쉽게 구할 수 있었다. 방벽에 덕지덕지 붙여놓는 건 기본이었다. 나는 중고등학생때였으니 우리 세대에 인기있었던 배우는 장국영, 양조위, 이연걸, 유덕화, 왕조현, 장만옥, 임청하 정도였던 것 같다. 친구들에 비해 나는 그렇게까지 홍콩 영화에 빠져있진 않았다. 그러나 보고 나면 몽환적인 뒷느낌이 야릇했다. 도시의 뒷골목의 로맨스가 훗날 나도 저런 로맨스를 경험하게 될 것 같다는 착각이 일곤 했다. 당시 홍콩 영화 제목들은 죄다 네 글자였다. [첨밀밀]이 특별한 경우로 보일 정도로. [영웅본색], [동방불패], [중경삼림], [아비정전], [화양연화] 같은 영화제목이 강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나는 10대였기 때문에 감독이 이런 영화를 만든 의미보단 스토리와 배우들에 더 주목했었다. 그 중 중경삼림과 화양연화는 나도 정말 좋아하는 영화다. 오랜만에 홍콩 영화를 떠올리게 만든 책을 읽었다. 홍콩 영화 네 글자 제목을 흉내낸 것처럼 여행에세이 제목도 [도시탐독都市耽讀]. 그 유명한 여행에세이스트 이지상씨의 글이다.

 

 

 

 



YES마니아 : 로얄 g********s 2013.12.31. 신고 공감 5 댓글 8
리뷰 총점 종이책
이미 도시를 사랑하고 있는지도....
"이미 도시를 사랑하고 있는지도...." 내용보기
도시...를 떠나 살 수 있을까? 내 대답은 '아니'이다. 누군가는 시골처럼 고즈넉한 곳에서 살고 싶다고 말하곤 한다. 나도 고즈넉한 것 좋아하긴 하다... 그런데 가끔일뿐 난 아주 바쁜 일상으로 모두들 바쁘게 움직여서...활력이 넘치다 못해 살짝 지쳐보이기도 하는 도시가 좋다. 물론 바쁘다 못해 지쳐보이는 도시안에도...그 바쁜안에 느낄 수 있는 여유가 있으니...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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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떠나 살 수 있을까?

내 대답은 '아니'이다.

누군가는 시골처럼 고즈넉한 곳에서 살고 싶다고 말하곤 한다.

나도 고즈넉한 것 좋아하긴 하다...

그런데 가끔일뿐 난 아주 바쁜 일상으로 모두들 바쁘게 움직여서...활력이 넘치다 못해 살짝 지쳐보이기도 하는 도시가 좋다.

물론 바쁘다 못해 지쳐보이는 도시안에도...그 바쁜안에 느낄 수 있는 여유가 있으니...

아마도 작가님은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쓰신게 아닌가 싶다..

 

도시탐독!!!

 

 

도시탐독이라고 하니 무슨 도시에 대해 심오하게 연구한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으나...그정도로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는...그냥 편안하게 받아들여 읽어도 좋은 그런 책이다.

도시탐독에 소개되어 있는 도시들은 어느나라엔가 지배를 받다가 중국으로 반환된 그런 도시들이다.

그래서 조금은 중국과 이질적인 분위기를 띄면서도 어딘가 중국가 닮아 있는 그런 도시들이 아닌가 싶다.

홍콩과 마카오...

 
도시탐색의 홍콩과 마카오는 작가님이 여러번 다녀오셨던 지역이라 한다.

그래서 글에서 보여지는 것들이 조금 더 진실함이 느껴졌다고 해야하나...

그곳으로의 여행에서 느꼈던 아주 작은 느낌을 편안하고 아늑한 느낌으로 표현해 주셨다. 그곳에서 느꼈던 점들과..그 지역에 대한 소개 그리고 그 속에서 발견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들...

 

 

그렇게 작가님이 다녀오셨다던 홍콩과 마카오는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들에 더불어 또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겉으로 화려하게 보이던 그곳도 사람이 북적거리며 사는 소소한 동네들로...

물론 누군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사람사는 동네가 다 같은데 그런걸 새삼스럽게 느끼냐?"하구 반문하며 말이다...

허나 조금은 화려하고 조금은 퇴폐적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살짝 가지고 있던 나로선 소소한 그들의 모습이 새롭게 느껴질 수도 있는 것이니...너무 나무라지 마시길~

 

 

 

 

책은 총 2부로 나뉘어 있는데...

 

그중 1부인 홍콩편에서는 간단한 홍콩의 소개와 총 6개의 장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

우리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구룡반도(1장)를 비롯해서  홍콩섬(2장), 신계(3장), 란타우섬(4장), 람마섬(5장), 청차우섬(6장) 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난 람마섬과 청차우섬이라는 곳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번잡하고 화려한 홍콩의 번화가를 돌아보고 조금은 고즈넉하다 싶은 그리고 조금은 한가로워보이는 그곳으로의 잠시 잠깐의 외도가 무척 매력적으로 느껴졌다고 해야하나...

 

  • 진정한 여행이란 현실너머의 세상을 새로운 눈으로 발견하는 것. 그때 도시는 가슴설레는 현장이 된다.(p115)

 

그리고 2주인 마카오편에서는 1부에서와 마찬가지로 마카오에 대한 소개가 있고 따로 장을 나누지 않고 전반적으로 지역에 대한 이야기와 작가님이 직접 경험했던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

인상적이었던 건 정말 카지노가 성황이라는 것이다. 말로만 듣던 것이 아니라는 것!!! 더불어 도둑들이라는 영화에 등장했던 그곳이 생각보다 그다지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그래서 특별히 그런 곳들은 찾아가 보고 싶진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점이다.

작가님도 꽤 돈을 잃으셨다는데....그넘의 한탕...그거 아무나 되는거 아니라는 것...아마도 그 한탕도 신이 내리는 것이 아닌가 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마카오가 다 그런 곳에 물들어 있다는 소린 아니다.

그곳도 소소한 사람들은 존재하기 마련이니...

 

 

 

 

여행은 누구나 즐기고 싶어 한다...그리고 누구나 언제든 떠나고 싶다고 생각한다...

허나 현실은 사람들의 그런 바람을 다 이룰 수 없도록 어떤 그물을 치고 있는 듯 하다.

그래서 우린 여행을 다녀온 그들의 이야기를 찾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 나도 그래서 여행에 대한 글들을 무척 좋아한다. 가볼 수 없는 곳을 만나 볼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니까...더불어 가보고 싶었던 장소들이라면 더욱더!!!

 

그리고 혹시나 내가 문득 그들이 다녀왔을 그곳에 갔을 때 그들과 어떤 점을 다르게 느끼는지 또 어떤 점을 같이 느끼는지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을 듯 하니...

 

언젠가 홍콩과 마카오라는 곳에 가면...작가님이 느꼈을 법한 그어떤 것에 더불어 내 느낌까지 더해진다면 여행의 풍미는 더욱 진해지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내가 이미 사랑하고 있는 도시들에 대한 나의 또다른 어떤 느낌을 발견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고 있는 듯하여 감사한 마음이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k********y 2013.12.27. 신고 공감 3 댓글 8
리뷰 총점 종이책
여행서적이라기보다는 인문서적에 가까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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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도시에서 나고 자랐다. 광역시에 소재한 대학에 입학하면서부터 지금까지 광역시에 살고 있다. 처음 중소도시의 인구는 50여만 명, 지금 광역시의 인구는 250여만 명. 특별시에 비해서는 적은 인구 숫자지만 도시에서 나고 자라 도시에서 살고 있다. 적당한 각박함과 익명성을 보장받는 도시에서의 삶이 힘들지는 않다. 다만 지금의 도시들이 이만큼 커지고 인구가 많아지기 전 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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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도시에서 나고 자랐다. 광역시에 소재한 대학에 입학하면서부터 지금까지 광역시에 살고 있다. 처음 중소도시의 인구는 50여만 명, 지금 광역시의 인구는 250여만 명. 특별시에 비해서는 적은 인구 숫자지만 도시에서 나고 자라 도시에서 살고 있다. 적당한 각박함과 익명성을 보장받는 도시에서의 삶이 힘들지는 않다. 다만 지금의 도시들이 이만큼 커지고 인구가 많아지기 전 행정명칭은 시지만 군에 가까웠던 그 당시의 풍경과 추억이 잊히지 않는다. 요즘 도시의 아이들은 흙을 밟을 일이 없단다. 학교에는 인조잔디가 깔리고 놀이터에는 우레탄이 깔린다. 가까운 친구와 올해 초부터 귀농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 중이다. 이미 태어난 아이와 태어날 아이들이 학교와 학원, 입시와 경쟁, 시험과 각종 폭력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이미 귀농해 정착한 지인들을 만나기도 하고 관련된 각종 정보와 책을 구해보고 읽기도 한다. 살고 있는 도시에서 가까운 농촌지역에 직접 찾아가 땅값과 집값을 알아보기도 한다. 그런데 한 가지 차마 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 있다. 될 수 있으면 지금 살고 있는 도시에서 그리 멀지 않는 곳을 구하고 싶은 마음이다. 귀농해서 밥벌이할 수 있을 때까지 도시에서 하고 있는 일을 당분간 걸치고 있기 위함이라 하지만 우리들 마음속에는 도시에서 누렸던 각종 문화와 혜택과 편의를 떨칠 용기가 아직 없는 것이 속마음이다. 도시가 가진 매력은 바로 그것이다. 복잡하고 빠르고(빨라야 하고) 비교할 것들이 많지만 도시가 주는 편의와 혜택은 쉽게 떨칠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일이나 고민에서 잠시 벗어나고자 여행을 떠나듯, 나는 가끔 여행과 글의 피곤함에서 벗어나고자 반대로 복잡하고 바쁜 도심지로 나간다.” (p.417)

 

‘여행이란 일상에서 탈출하는 것’이라는 말을 들으며 공감했다. 이 책 「도시탐독」의 저자 이지상씨가 반대로 복잡하고 바쁜 도심지에서 그의 여행과 글에 대한 피곤함을 벗어버리는 것에도 나는 동의한다. 작년 여름과 올 여름 휴가는 특별시에서 보냈다. 많은 사람들이 산으로 바다로 계곡으로 떠나는데 반해 나와 아내는 특별시로 떠났다. 첫 해에는 살고 있는 광역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각종 문화와 이벤트 행사를 찾아다니며 휴가를 즐겼고 이번 해에는 각종 음식점과 명소들을 찾아다니는 휴가였다. 1000만 명이 넘게 사는 도시인만큼 두 번의 휴가를 다 쏟아도 그 일부만을 경험할 수밖에 없었다. 편안한 숙소를 정해 놓고 지하철과 버스로 이동하며 다니는 것도 재미있었다.

나와 아내는 저자만큼 해외여행을 많이 하지도 않았고 여행과 여행의 글에 대한 피곤함도 느끼지 않는 사람들이지만 일부러 찾아 떠난 도시 여행은 그 재미가 쏠쏠했다.

 

이 책은 홍콩과 마카오에 대한 이야기다. 둘 다 유럽의 제국주의 열강에 의해 만들어진 도시다. 홍콩은 영국에 마카오는 포르투갈에.

 

 

“여행자인 나는 느긋하게 타인의 바쁜 삶을 구경한다. 이것은 여행자의 특권, 하지만 돌아가면 나 또한 팍팍한 삶이 기다리고 있기에 ‘허약한 특권’일 뿐이다. 저 바쁜 홍콩 사람들이 서울에 여행 오면 이번에는 그들이 우리네 삶을 구경하겠지. 그래, 여행은 서로가 서로를 구경하는 것이다.” (p.52)

 

이 책은 흔한 여행서적과는 좀 다르다. 홍콩의 어디어디에 어떤 명소가 있고 어디어디 골목에 어떤 음식점이 있으며 교통편은 어떻고 사람들은 어떻고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느긋한 시선으로 홍콩의 속내를 들여다보는 중년 여행객의 노련함이 보인다. 여행을 떠나 갖는 해방감과 탈출의 시원함을 애써 꾸미려 들지 않는다. 어차피 돌아가면 여전한 팍팍한 일상에 시달릴 ‘허약한 특권’임을 고백한다. 여행은 서로가 서로를 구경하는 것이라는 문장에서는 인문학적 고찰을 발견한다. 저자 또한 젊은 시절에는 각 대륙을 떠돌아다니는 배낭 여행자였다. 배낭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가질 수 없는 고찰이다. 배낭여행은 바쁘다. 피곤하다. 좀 더 싸고 좀 더 편안하고 좀 더 많은 것을 보기 위해 고군분투 한다. 산전수전 공중전을 모두 치러 낸 노장 선수만이 가질 수 있는 단계다. 사람이 사람을 구경하는 것이 여행이라는 것. 그냥 우리가 커피숍 창에 기대 멍하니 사람들을 쳐다보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100여 년간 이질적인 정치 체제 속에 살면서 의식조차 바뀌게 되었다. 홍콩인의 의식 속에서는 일찌감치 포기된 희박한 민족과 국가 의식보다는 개인 생활이 중심이다.” (p.225)

“700만 명이 살아가는 부유한 땅. 2012년 현재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2만 달러가 좀 넘지만, 홍콩은 이미 3만 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p.21)

 

대륙에서 건너 온 관광객들과 홍콩인들이 다른 것처럼 우리가 모르는 세상이 많다. 나는 홍콩의 인구가 700만 명이나 되고 국민소득도 한국보다 훨씬 높다는 사실을 몰랐다. 어린 시절 홍콩 느와르가 대세였다. 책에서도 여러 영화가 소개되는 데 모두 본 영화다. 『중경삼림』, 『아비정전』, 『첨밀밀』, 『화양연화』도 물론이고 그 이전 주윤발과 주성치의 영화들은 필수였다. 더 어릴 때는 각종 강시 영화가 유행이었다. 수많은 홍콩 영화를 보면서 그 안에 비친 홍콩의 모습은 자세히 보지 않았던 것 같다. 지리적·경제적 여건 상 중국은 물론 동남아 여러 국가와 중동, 아프리카에서도 홍콩으로 돈을 벌기 위해 온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몇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도, 홍콩달러가 있다는 것도 몰랐던 사실이다.

 

 

“몇 번씩 본 홍콩의 야경이지만 정말 황홀하다. 바다 건너편은 다른 세상, 꿈나라 같다. 사람들은 잠시 야경에 도취되어 현실의 누추함과 복잡함을 잊는다.” (p.70)

 

해운대의 야경을 홍콩의 야경에 비교한다. 쭉 뻗은 광안대교 위에서 쳐다본 해운대의 야경은 정말 대단했다. 아직 홍콩에는 가보지 않아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인터넷에서 찾아본 홍콩의 야경에 비할 바는 아닌 것 같다. 유치한 애국심을 발휘하는 것도 때가 있고 경우가 있기 마련인데 해운대와 홍콩의 비교는 과하다 싶다. 홍콩에 여러 번 간 저자는 그 황홀함 뒤에 감추어진 진실을 직시한다. 흔한 여행 책에서는 반드시 편집되었을 것이 마땅한 표현이다. 모두가 입을 헤~ 벌리고 야경에 취해 있는 모습은 절대 닿을 수 없는 뜬구름에 도취된 착각이다. 그 황홀한 야경 안에는 지루한 인간군상이 존재하고 고단한 일상이 펼쳐져 있다. 멀리서 쳐다보면 좋아 보인다. 아름다워 보인다. 고단함과 지루함은 아주 잠시 잊힌다.

 

 

“홍콩은 수많은 얼굴을 갖고 있다. 어디나 그렇지만 특히 홍콩에서는 돈 있으면 화려하나 돈 없으면 누추하고 피곤하다. 달콤하면서도 쓸쓸하고, 흥청거리다가도 소외감이 느껴진다. 그러나 그런 것들을 모두 맛볼 수 있다는 것이 이 도시의 매력이기도 하다.” (p.49)

 

가보지 않은 홍콩이 낯설지 않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의 모습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저자는 흔한 여행서적이 갖는 특성을 모두 무시한다. 차라리 여행 서적에 분류하지 말고 인문 서적에 분류해 넣어야 한다. 도시는 욕망의 집합이다. 돈 있으면 얼마든지 화려하고 편안하며 쾌적한 도시를 누릴 수 있다. 그것이 도시의 생리다. 돈 없으면 빠듯하다. 불편을 감수하고 상대적(절대적) 비교에 숨통이 막혀야 한다. 홍콩이 내가 살고 있는 도시와 별반 다르지 않다면 여행을 갈 필요가 없을까? 아니, 나는 그래서 더 홍콩에 가보고 싶다. 그들의 사는 모습이 나와 얼마나 비슷하고 또 나와 얼마나 다른지 구경해 보고 싶다. 천천히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냄새를 맡고 그들의 시선을 경험하며 가능하다면 그들의 속내까지 들여다보고 싶다.

 

 

“마카오에는 유네스크 세계문화유산이 30곳이나 있다.” (p.356)

“1887년 불평등 조약에 의해 마카오는 포르투갈 식민지가 되고, 112년이 지난 1999년 중국에 반환되면서 50년간 홍콩처럼 일국양체제로 살게 되는 운명을 맞는다.” (p.306)

 

마카오도 마찬가지다. 마카오도 홍콩처럼 모르는 것이 더 많았다. 마카오는 연예인 도박 스캔들로 종종 언론에 보도되는 곳으로만 생각했다.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았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홍콩과 같이 중국에 반환되었고 50년간 일국양체제를 하고 있는 것은 몰랐던 사실이다. 더군다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30곳이나 된다는 놀라운 사실도 몰랐다.

 

 

“출입국 관리장이다. 전광판에는 오후 3시 10분 현재 마카오 출국자 49,928명, 입국자 69,771명이라 씌어 있었다. 오후 3시경 입국자가 69,771명이니 하루에 도대체 몇 명이나 오는 것일까?” (p.407)

 

카지노로 유명한 마카오는 저자가 여행한 그 시간에도 내가 지금 리뷰를 작성하고 있는 이 시간에도 사람들로 붐빌 것이다. 도시 자체가 욕망의 집합체인데 카지노를 가진 도시는 어느 정도의 욕망이 모인 곳일까? 강원도 정선에 위치한 강원랜드 카지노 입구에 가본 적은 있지만 강원랜드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곳인 것 같다. 베네치아를 그대로 옮겨놓은 곳도 있다고 한다. 그 규모는 물론 찾는 사람들도 십만 명은 족히 될 듯 하다. 5분 안에 수십만 원을 잃고도 행복한 웃음을 짓는 그곳이 천국인지 지옥인지 나는 모르겠다. 아무튼 출입국 관리장에 쓰인 입국자 수가 많을수록 마카오에 흘러 들어오는 돈은 많아진다. 그 돈이 어디로 흘러가고 종국에는 어디로 닿을지 저자도 모르고 나도 모른다. 그런 것까지 생각한다면 이 책은 여행서적도 인문서적도 아니다.

 

아무튼 이 책은 일반 여행서적과는 많이 다르다. 사진도 많이 없다. 소개도 많이 없다. 여행객의 시선에서 인문학적 고찰을 발견한다. “가보세요~, 오세요~” 라고 말하는 것보다 더 홍콩과 마카오에 가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l****h 2013.12.31. 신고 공감 3 댓글 2
리뷰 총점 종이책
65. 도시탐독...홍콩, 마카오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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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을 다녀온 지 도 몇 년이 흘렀다. 단지 중국 꽝조우 박람회를 가기 위한 경유지로 스쳐갔기에 침사이 국제 공항과 버스 타고 지나쳐던 거리만이 기억날 뿐 특별히 떠오르는 잔상은 많지 않다. 그러던 차에 이지상 작가를 통해 홍콩의 도시를 하나하나 탐색하는 계기가 되어 기쁘다.   홍콩은 지금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다. 오랜 중국의 식민지였다가 중국으로 반환된 지 불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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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을 다녀온 지 도 몇 년이 흘렀다. 단지 중국 꽝조우 박람회를 가기 위한 경유지로 스쳐갔기에 침사이 국제 공항과 버스 타고 지나쳐던 거리만이 기억날 뿐 특별히 떠오르는 잔상은 많지 않다. 그러던 차에 이지상 작가를 통해 홍콩의 도시를 하나하나 탐색하는 계기가 되어 기쁘다.

 

홍콩은 지금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다. 오랜 중국의 식민지였다가 중국으로 반환된 지 불과 2년, 그사이 일국양체제 하에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사이에서 갖은 혼란을 겪고 있으며 어느 편에도 서지 못하면서 서서히 본토쪽으로 옮아가고 있는 형국이다.

 

홍콩은 쇼핑천국으로 알려진 구룡반도 침사이 공항, 홍콩섬, 본토와 붙은 신계, 람마섬, 란타우섬, 청차우섬등 수많은 섬으로 이루어진 서울의 1.8배에 달하는 도시국가이다. 작가는 25년간 13번의 홍콩 여행을 통해 속속들이 파헤치고 있다. 작가가 지적했듯이 꿈과 희망을 찾아가는 한 인간의 탐구 과정이자, 자신의 삶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성찰하고 탐구하는 행위로서의 여행이자 글을 쓴다고.

 

마카오는 카지노 천국으로 불리워지지만 역시 포루투칼의 식민지였다가 중국으로 반환된 지 2년으로 홍콩과 마찬가지의 정체성 혼란 문제가 있으나 여전히 여행자들로 붐비는 곳이다. 작가는 5번이나 다녀왔음을 밝히고 있다. 매료된 무언가가 있기에 수 차례에 걸쳐 갔을까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이제 하나하나 해부해 보자.

 

우선 홍콩은 6개 지역으로 나누어 여행담을 쓰고 있다. 1장은 구룡반도 침사추이와 자본주의 첨단을 보여주는 쇼핑의 대명사인 곳이자 과거와 현재가 뒤섞인 거리로 소개하고 있다. 작가의 말을 빌리면 홍콩섬은 강남, 구룡반도는 강북 분위기라고 서술하고 있다. 홍콩이 좋은 이유를 영화 이미지에서 찾고 있으며 역시 영화 이야기를 많이 언급하고 있다. 팍팍한 현실 속에서 환상을 찾아가는 촉촉한 현실을 꿈꾸는 홍콩이 느껴진다는 것. 쇼핑족의 사원이라 일컫는 하버시티를 비롯 스타들의 거리인 스타페리, 보통사람들의 동네인 몽콕, 맛사지 에피소드, 팀호완의 요리 딤섬등 요소요소에 흥미꺼리를 담고 있다.

 

2장 홍콩섬은 1842년 영국에 의해 점령당할 당시 수상족인 탄카족을 비롯 인구 7,500명의 작은 곳 이었으나 영국이 본격적인 건설에 나서면서 퀸즈 로드, 할리우드 로드, 린드허드테라스가 번영을 누렸다고 한다. 영화 중경삼림의 배경이 된 이곳은 홍콩의 정체성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던져주기도 했다. 조지 더들의 이름을 딴 더들 스트리트의 스타벅스 카페는 여행자들에게 있어서의 오아시스 같은 공간으로 각광받는다고. 영화 아비정전 역시 중국과 영국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 홍콩인의 복잡한 심경을 표현한 작품으로 언급한다. 홍콩의 전경을 볼 수 있는 빅토리아 피크는 부자동네로 33평 아파트가 56억, 170평 아파트가 700억이란다. 반면 자전거보다 느린 트램(전차)은 어른 2.3홍콩달러, 아이 1.2홍콩달러로 극과극을 보여주고 있다.

 

3장 신계지역은 물, 가축, 채소, 노동력이 필요한 영국에 의해 조차되었다가 1997년 중국에 반환된다. 당송시대 이주민인 한족이 명을 지지하며 자신들의 전통유지에 안간힘을 썼다. 그 결과 핑샨 트레일, 웡타이신 사원을 비롯, 전통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4장 란타우섬은 디즈니랜드, 대불 사원이 장관인 옹핑빌리지, 부자촌 디스커버리 베이, 서민촌 따이오 마을로 이루어져 있다.

 

5장 람마섬은 인구 5,900여명의 작은 섬이다. 도심의 집값을 견디지 못한 도시민들의 탈출구로 조용하다. 트레킹 코스로 각광받고, 주윤발 고향인 왕롱, 영춘권의 사부 펑안류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6장 청차우섬은 해적섬으로 불리웠는 데 청포자이 동굴이 대표적이다. 주로 현지인이 거주하며 차가 없는 조용한 마을이다.

 

다음으로 마카오 여행에 들어가 보자.

 

마카오는 명나라의 이이제이 전략의 일환으로 포루투칼과의 협상의 산물이다. 澳門(오문:항구의 문), 광둥성으로 가는 입구이자 비옥한 땅이었기에 십자문(물길이 십자로 흐르는 것과 기독교 십자가 연상)으로 불리었고, 마꼭에서 지명이 유래했다. 1999년 중국에 반환되어 일국양체제의 운명을 맞이하고 있다.

 

마카오는 마카오섬과 타이파섬, 콜로안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마카오 타파카 화폐를 쓰지만 홍콩달러도 통용된다. 언어는 푸퉁화, 광둥어, 포루투칼어, 영어가 혼용되고, 세나도(싼마로우) 광장을 비롯, 영화 도둑들 포스터에 나오는 펠리시다데 거리, 산바 호텔, 아마 사원(마꼭미우), 성 로렌스 성당, 마카오 대성당, 삼카이뷰쿤 사원, 성 안토니오 성당, 기아 요새, 학사 비치, 베네치안 카지노,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 공연, 그레이하운드 경기장, 맛집등이 어루러져 있으며, 유네스코 등재 문화유산이 30곳이나 있다.

 

마카오는 다양한 층으로 구분해 볼 수 있는 데 우선 골목길 곳곳에 숨어있는 전통의 층, 현지인과 관광객이 접촉하는 부분으로 현지인의 소박함과 관광객을 상대로 만들어진 상업적 친절이 혼재한 층, 그리고 관광객 상대로 서비스 요금을 받는 음식점, 쇼핑센터, 마지막으로 세계화된 외국자본의 맥도날드, 스타벅스, 카지노, 리조트 층이다. 여행자들은 이런 층을 감안하여 다양한 체험을 한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효율성과 빠름, 게으름과 느림, 온탕과 냉탕을 오가며 한곳에 머물지 않고 왔다갔다하며 도피처로 혹은 삶의 치열한 현장으로서의 도시를 마주하는 여행을 계속해왔고 또한 앞으로도 이어갈 예정이라고 한다. 삶은 잠시 여행하는 것이라고. 장자의 소요유(逍遙遊)의 즐거움을 찾고자 하며, 장소, 시간에 고정됨이 없이 이 곳 저 곳에서 발견된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너무 오래 들고 있었던 책이지만 덕분에 홍콩, 마카오가 눈에 선하게 들어온다. 삶 자체가 여행의 한 과정이라는 작가의 말에 공감하며, 치열한 삶 속에서 때로는 훌훌 털어버리고 떠나는 자신을 발견했으면 한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k****d 2013.12.25. 신고 공감 2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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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탐독, 홍콩과의 HAPPY TOGE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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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다. 요즘은 이 시간에 늘 깨어있게 된다. 상황이 불면을 만드니 어쩔 수 없다. 이런 밤에 이지상의 '도시탐독'을 생각하노라니 언뜻 왕가위의 영화 '해피투게더'의 마지막 장면이 떠오른다. 거기서 양조위는 지금 자신이 있는 곳의 지구 반대편에 있는 홍콩을 떠올린다. 그도 언젠가 보았을 홍콩의 새벽 거리를 터틀즈의 '해피 투게더'라는 노래를 배경으로 카메라는 미친듯이 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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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이다. 요즘은 이 시간에 늘 깨어있게 된다. 상황이 불면을 만드니 어쩔 수 없다. 이런 밤에 이지상의 '도시탐독'을 생각하노라니 언뜻 왕가위의 영화 '해피투게더'의 마지막 장면이 떠오른다. 거기서 양조위는 지금 자신이 있는 곳의 지구 반대편에 있는 홍콩을 떠올린다. 그도 언젠가 보았을 홍콩의 새벽 거리를 터틀즈의 '해피 투게더'라는 노래를 배경으로 카메라는 미친듯이 질주한다. 몸은 떨어졌어도 마음은 늘 하나라는 것일까? 마지막 장면에 담긴 왕가위 감독의 본심은 알 수 없어도 지금 나는 확실히 이 밤에도 여전히 불야성을 이루고 있을 홍콩과 '해피 투게더'하고 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건 '도시 탐독'이란 책 때문이다. 20년간 영화 '아비정전'에 나오는 아비가 꿈꾸었던 것처럼 자신도 발없는 새가 되어 세상을 원없이 날아보고자 했던 그대로 살아온 그가 홍콩과 마카오에 대해서 제목 그대로 마치 책을 읽듯 담아낸 책이 바로 '도시 탐독'이다.



 홍콩은 이상한 도시다. 한 번도 가보지 못했을 때조차 홍콩은 왠지 낯익은 도시로 여겨졌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 홍콩의 풍경을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한차례 태풍처럼 우리나라를 휩쓸었던 홍콩 영화들을 통해서. 비디오가 집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유일한 매체이고 비디오 대여점이 성황했을 때 가장 많이 빌려보았던 것이 바로 홍콩 영화였다. 얼마나 많이 보았는지 모른다. 홍콩은 도시다. 물론 서울 보다는 훨씬 크지만 그래도 한 개의 도시다. 그러니 많은 영화를 보다보면 당연히 중복되는 공간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를테면 '침사추이' 같은 곳. 그렇게 자주 보다보면 마치 우리 동네처럼 익숙해지게 된다. 어떤 영화들은 몇 번이고 반복해 보기도 한다. 왕가위의 '열혈남아'나 '아비정전' 그리고 '중경삼림'이나 '타락천사' 혹은 '화양연화'를. 그러면 등장인물들이 숨쉬는 공간마저 뇌리에 지울 수 없는 인상을 남기기 마련이다. 그렇게 홍콩은 마음 한 구석에 자리잡는다. 어린 시절의 추억까지 포개어져, 어떤 향수어린 감정까지 머금은 채로...

 지은이도 그랬다. 이미 쉰 줄을 넘은 나이지만 세계의 그 어떤 도시들 보다 홍콩을 친숙하게 여겼고 이렇게 한 권의 책까지 낼 수 있었던 것은 모두 그가 가장 어려운 시기에 위안삼아 보았던 홍콩 영화들 덕분이었다. 그 영화들이 지은이를 홍콩으로 이끌었고 그 기억들과 향수가 겹쳐저 도시가 가지고 있는 한 문장, 한 문장을 마치 수험생이 문학을 공부하듯 정성스레 독해하게 만들었다.

 홍콩은 늘 환상 같았다. 화려한 야경은 먼 미래처럼 보였고 알록달록한 2층 버스와 트램을 타고 밖을 내다보면 영화 속으로 들어온 듯한 착각이 들었다. 마카오도 다른 세상이었다. (...) 물론 그 곳은 현지인들에게는 팍팍한 생존 경쟁의 터전이다. 반면 여행자였던 나에게 그 땅은 과거와 현재, 현실과 이미지가 뒤섞인 '촉촉한 현실'로 들어가는 비밀스러운 통로이다.이 책은 홍콩과 마카오의 현실을 알려주고자 쓴 글이 아니다. (...) 나는 도시에서 피어오르던 사유, 감성, 이미지를 포획하는 즐거움과 묘한 해방감에 대해 쓰고자 했다. 그것이야말로 홍콩, 마카오라는 도시 여행의 짜릿한 매력이었다. (p. 8~9)



 지은이의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믿어도 좋다. '도시탐독'은 그런 책이다. 여행 정보로써의 홍콩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홍콩이라는 곳에서의 삶이 실제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책이다. 그렇게 홍콩의 현재를 '구룡반도'에 담고, 오늘에 남아있는 역사를 뒤이은 '홍콩 섬'이라는 장에 담는다. 97년 반환 뒤로 중국과 홍콩이라는 이중적 정체성을 지니고 살아가게 된 경계선 위의 홍콩을 영국이 홍콩이라는 도시를 발전시키기 위해 함께 조차했던 홍콩 뒤의 광범위한 땅 '신계'에 담아 이야기하고 정글 자본주의라 불리는만큼 그 살벌한 약육강식이 가져온 홍콩의 우울한 그늘과 그러면서도 여전히 소박한 인정은 남아 있어 아직 인간다움이 사라지지 않았음을, 홍콩의 대표적인 섬 란타우, 람마, 청차우를 통해 담아낸다. 그리고 늘 카지노의 화려한 조명에 가려져 거기에도 사람이 살고 있음을 자주 잊게 되는 마카오. 바로 그곳에도 우리와 별다를 바 없는 삶이 이어지고 있음을 마지막 장 마카오에서 그려낸다.

 도시 탐독은 이렇게 홍콩과 마카오의 모든 곳을 담는다. 중경삼림에 나왔던 란콰이풍 거리나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아비정전에 나왔던 캐슬로드나 화양연화에 나왔던 골든피치 레스토랑 등 홍콩이라면 반드시 가게 되는 명소는 물론이고 그렇지 않은 곳까지도 어느 골목 하나, 어느 가게 하나도 빠뜨리지 않는다. 홍콩이라는 도시의 날 것 그대로의 삶을 볼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 관찰의 눈으로 찍고 사유의 가슴으로 독해한다. 도시 탐독은 그러한 홍콩이라는 날줄과 지은이의 경험과 느낌 그리고 생각이라는 씨줄이 서로 어우려져 엮어낸 여행기이다.

 그만큼 깊이 들어가서 쓰여진 홍콩과 마카오에 대한 책이기에 읽으면 어쩐지 정말로 홍콩과 '해피 투게더'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그리고 강렬하게 홍콩에 가고 싶어진다. 사실은 겨울에 홍콩을 다녀오려고 하고 있다. 이 책도 그 때문에 읽게 된 것이다. 읽고난 지금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든다. 덕분에 가게 되면 홍콩이라는 텍스트를 아주 깊이 있게 탐독하고 올 것 같다.






l****1 2013.12.13. 신고 공감 2 댓글 1
리뷰 총점 종이책
[서평] 화려한 홍콩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책 : 도시탐독
"[서평] 화려한 홍콩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책 : 도시탐독" 내용보기
도시탐독. 이 책이 저자의 20번째 책이라는데 난 요번에 처음 그의 책을 읽었다. 작년에 한 번 여행했을 뿐이지만, 무척 즐겁게 다녀왔다고 기억하고 있는 홍콩과 마카오에 대한 책이었기 때문에 내 눈에 띈 것이다. 배낭여행 1세대라더니 읽다 보니 58년생이라 거의 아버지뻘이구나. 그래서인지 그의 책에 자연스럽게 묻어나 있는 아날로그적인 느낌이 꽤 매력적이다. 디지털 세대이
"[서평] 화려한 홍콩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책 : 도시탐독" 내용보기

도시탐독. 이 책이 저자의 20번째 책이라는데 난 요번에 처음 그의 책을 읽었다. 작년에 한 번 여행했을 뿐이지만, 무척 즐겁게 다녀왔다고 기억하고 있는 홍콩과 마카오에 대한 책이었기 때문에 내 눈에 띈 것이다. 배낭여행 1세대라더니 읽다 보니 58년생이라 거의 아버지뻘이구나. 그래서인지 그의 책에 자연스럽게 묻어나 있는 아날로그적인 느낌이 꽤 매력적이다. 디지털 세대이면서도 아날로그에 대한 애정을 살짝 가지고 있는 나에겐 이 책이 닦아낼수록 빛을 발하는 오래된 시계 같은 느낌이었다.


작년 3박 4일 동안 홍콩과 마카오를 여행했다. 짧은 일정에 무턱대고 간 여행이었기에 ‘도시탐독’에는 내가 가보지 못한 곳도 많았다. 가 본 곳은 가 본 곳대로, 아직 못 가본 곳은 못 가본 대로 지역마다 눈길을 끌었다. 처음은 구룡반도에서 시작하는데 네이던 로드를 보니 홍콩에서의 첫 발걸음에 헤매고 다녔던 게 생각나서 웃음이 났다. 차분하면서도 도시인의 시각에서 쓴 글이라 같은 도시인인 나도 공감이 많이 갔다. 특히 홍콩 하면 화려한 야경과 눈이 휘둥그레지는 쇼핑이 떠오르지만, 홍콩의 이면이라고 해야 할까? 중경삼림에서 나왔던 음침해 보이는 청킹맨션이라든가 허름한 곳들의 사진은 이거야말로 여행 책자에 소개되지 않았던 홍콩의 또 다른 모습이구나 싶었다. 내가 몰랐던 홍콩을 보는 것도 흥미로웠지만, 저자의 생각에 공감이 많이 가서 그게 더 마음에 들었다. 반짝이는 화려한 것들을 소유할 만큼의 여유가 없다는 것이 슬플 때도 있다는 것, 하지만 그런 생각이 들 때는 그보다 더 가치 있는 게 있으니 마음을 토닥이는 것, 그리고 화려한 속에서도 아등바등 살아가고 있는 도시의 많은 사람들에 대한 애잔함이라든가.


또 홍콩 영화 하면 난 성룡 주연의 영화밖에 떠오르지 않는데, 저자는 왕가위 감독의 영화 중 몇 작품을 종종 인용한다. 중경삼림, 아비정전, 화양연화 이 세 영화는 인생에서 힘든 시기를 함께했던 영화이기에 그에겐 각별하다. 중경삼림을 제외하고는 본 적이 없는 영화인데 저자의 삶이 녹아있는 이야기라서 그런지 처음으로 이 영화들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홍콩의 휘황찬란한 모습도 보여주지만, 그보다는 색다른 모습-여행 가이드북에서는 잘 보지 못했던-을 보여주니 다음에 홍콩을 방문할 때엔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될 것 같다. 관광지로서의 홍콩이 아닌, 홍콩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면모를 살짝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m****a 2013.12.03. 신고 공감 2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내가 사는 곳은 도시! [도시 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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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곳은 도시! [도시 탐독]     가끔 초저녁에 “6시 내고향” 같은 프로그램을 TV에서 보게 된다. 어느 때는 바닷가로, 또 어느 때는 고즈넉한 산골 마을로 돌아다니며 리포터들은 도시의 삶에서는 맛 볼 수 없는 신선한 이야깃거리들을 물어 올린다. 은비늘을 반짝이며 갓 끌어올린 그물 속에서 파득거리는 생선들에서 비릿한 바다 내음과 생생한 삶의 현장을 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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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곳은 도시! [도시 탐독]

 

 

가끔 초저녁에 “6시 내고향” 같은 프로그램을 TV에서 보게 된다. 어느 때는 바닷가로, 또 어느 때는 고즈넉한 산골 마을로 돌아다니며 리포터들은 도시의 삶에서는 맛 볼 수 없는 신선한 이야깃거리들을 물어 올린다. 은비늘을 반짝이며 갓 끌어올린 그물 속에서 파득거리는 생선들에서 비릿한 바다 내음과 생생한 삶의 현장을 눈으로 확인하게 된다. 지금은 계절이 겨울이니 눈으로 덮인 산골 혹은 가을걷이가 끝난 허허로운 들녘을 조명하는 부분을 보면 또 역시나...“그래, 사람은 역시 도시를 떠나 공기 좋고 물 좋은 시골에서 살아야 해.”를 라디오 프로그램 앞 뒤에 배치된 광고처럼 되풀이하기를 여러번...도시에 사는 사람은 생래적으로 산골이나 어촌 마을의 인정스럽고 순박한 삶을 동경하게 되어 있는 것인지. 거의 평생을 발붙이고 살던 도시가 어느 순간, 진저리나게 싫어질 때가 있고, 벗어나고 싶어질 때가 문득 찾아 오기도 한다. 그래서 주말이면 교외로 나들이를 계획하고, 휴가를 내어 1박 2일 캠핑을 떠난다. 그래도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시간 나는 대로 “여행 서적”을 탐독하게 만든다. 떠나고 싶어도 쉽사리 떠날 수 없는 도시 붙박이들은 책으로 대신 여기 기웃, 저기 기웃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는 다시 돌아와야만 하는 팍팍한 현실. 차들이 정신없이 빵빵거리며 앞을 다투어 달리고 옆사람에게 눈길 줄 시간도 없이 앞만 보고 뚜벅뚜벅 걸어가기에도 바쁜 이 도시는 헤어나려고 하면 할수록 착착 감기어 오는 물귀신의 머리카락처럼 칭칭 몸을 묶어버린다. 기왕 여행 서적을 읽을 거라면 되도록 사람의 손이 많이 타지 않은 자연을 담고 있는 오지나 아름다운 풍광으로 유명한 관광지에 관한 책을 읽게 되는데, 이번에는 어쩌다 [도시 탐독]을 읽게 되었다.

 

왜, 어째서 다시 답답한 도시인가?

우리나라 배낭 여행 1세대로 20년간 세상을 거닐며 그를 써왔다는 작가 이지상.

주로 오지를 여행하던 그가 지금은 도시의 매력에 푹 빠졌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도시의 매력이 뭘까?

 

그는 여러 도시 중에서도 홍콩과 마카오를 콕 집어 기술한다.

 

 

익숙한 장소지만 생각으로든, 옷차림으로든, 행동으로든 ‘다른 현실’을 만들어가는 행위가 발전하여 문화가 된다는 그의 생각은 익숙한 장소를 새로운 눈으로 볼 때도 다른 현실이 발견된다는 것에까지 뻗어간다. 여행 종결자, 이지상이 말하는 진정한 여행이란 현실 너머의 세상을 새로운 눈으로 발견하는 것. 그래서 도시를 새로운 눈으로 보았을 때, 도시는 지루한 시간이 맴도는 곳이 아니라 세상 너머를 훔쳐보는 가슴 설레는 현장이 된다고.

 

홍콩에 오면 나는 보통 구룡반도 남단에 있는 스타의 거리부터 간다. 이소룡은 ‘지존’답게 바닷가에 동상으로 홀로 서 있다. (...)

이어 왕가위 감독의 <중경삼림>, <아비정전>, <화양연화> 등에 매료되었고, 여명과 장만옥의 <첨밀밀>, 주성치의 <쿵푸허슬>, 유덕화와 양조위의 <무간도>등을 보면서 홍콩 영화에 푹 젖어들었다. 이제 홍콩 영화는 한물갔다는 평을 듣는 지금도 나는 여전히 홍콩 영화를 좋아한다. 영화 마니아라서가 아니라 30대라는 힘든 시절을 함께한 영화에 대한 추억 때문이다.-82

 

이지상을 따라 영화 촬영지를 더듬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중경삼림>의 촬영지였던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나는 영화에서 흐르던 노래 <몽중인>의 멜로디를 휘파람으로 불며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날씨는 더웠지만 영화의 장면을 생각하니 가슴속에 시원한 소나기가 내리는 것만 같았다. -132

 

정말 마카오는 아기자기한 먹을거리의 바다다. 아, 우유 푸딩과 에그타르트가 정말 그립네. -369

 

 

 

 

 

멀고 먼 여행을 떠났다 파김치가 된 몸으로 내 집 현관문을 여는 순간. 그 순간 꼭 터져나오는 한 마디가 있다. “역시, 집이 최고야.”

내 집은 도시에 속해 있고, 나의 삶도 도시에 녹아 있다. 흔하디 흔한 풍경을 보는 눈에 새로운 필터를 장착시켜 낯설게 보기. 이 책을 읽으면서 “낯설게 보기”의 방법을 배웠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YES마니아 : 골드 s*******e 2013.12.27. 신고 공감 2 댓글 2
리뷰 총점 종이책
나도 도시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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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살고 있어서 그런 건지, 원래 취향이 촌스러워서 그런 건지, 나도 도시가 좋다. 자연이 멋지다는 시골 여행보다는 화려하고 번쩍거리는 도시 구경이 더 재미있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내 취향을 확실하게 느끼게 해 주었다. 내 로망은 자연보다는 도시 쪽이라는 것.   홍콩, 마카오. 이제까지 큰 관심이나 호기심 없었다. 홍콩 영화를 좋아해 본 적도 없고, 쇼핑에도 관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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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살고 있어서 그런 건지, 원래 취향이 촌스러워서 그런 건지, 나도 도시가 좋다. 자연이 멋지다는 시골 여행보다는 화려하고 번쩍거리는 도시 구경이 더 재미있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내 취향을 확실하게 느끼게 해 주었다. 내 로망은 자연보다는 도시 쪽이라는 것.

 

홍콩, 마카오. 이제까지 큰 관심이나 호기심 없었다. 홍콩 영화를 좋아해 본 적도 없고, 쇼핑에도 관심이 없는 편이니 굳이 내가 홍콩에 가 보게 될 날이 올까 여기면서 지내왔다. 책을 보며 넘기는데 살살 들썩이는 것이다. 홍콩 역시 내가 갖고 있는 선입견만의 홍콩은 아니었으니. 할 수만 있다면 기회를 만들어 넘겨다 볼 만한 땅, 문화 배움터가 될 것 같다.

 

이 작가의 글을 오래 읽어온 편이다. 기행문의 세상으로 나를 이끌어 넣은 작가라고 할 수 있다. 여행을 하면서 글을 쓰다니, 초기에는 부러운 마음이 많았는데, 나이가 들어도 이렇게 떠돌아 다녀야 하는 삶이라니 싶어 괜히 내 마음이 애잔하다. 작가 쪽에서는 한 곳에 붙박혀 있는 우리네 삶이 답답할 수도 있는 노릇인 것을. 마냥 부러워하는 것만도 아니고 마냥 불평하는 것만도 아닌 생, 그래서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격려를 해 줄 수도 있는 것일 테지.

 

도시에서는 필연적으로 사람을 만날 수밖에 없겠다. 사람과의 부딪힘, 그게 도시 여행의 본질일 것이고. 게다가 사람이 남긴 흔적들을 찾아 다니는 일일 테니, 사람을 싫어한다면 도시 여행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고. 나는 기본적으로 사람을 싫어하지는 않는 모양이다. 일정한 거리감만 유지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보는 일은 상당히 흥미진진하니까.

 

홍콩, 나도 구경하러 한 번 가 봐야지.

 

148-151

아르헨티나 문학의 거장 보르헤스가 소설 속에서 인용한 유명한 우화가 있다. 어느 제국의 지도 제작자들이 땅과 정확히 일치하는 정밀한 지도를 만들어 전 영토를 덮어버린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서 지도는 닳아 없어지고 결국 몇몇 조각들만 폐허 위에 나뒹군다.

 

즉 추상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아름다움은 썩은 고기처럼 부패하여 실제 흙으로 되돌아간다. 이 이야기는 지도가 아니라 원본, 흙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런데 프랑스 철학자·사회학자 장 보드리야르는 이 보르헤스의 우화를 변형시켜 "현대에는 지도가 영토에 선행하며, 지도는 건재하고 오히려 영토의 조각들이 썩어들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즉 이미지가 현실을 지배하고 현실은 힘을 잃는다는 것이다.

 

홍콩 같은 대도시 한복판에 서면 그런 느낌이 든다. 저 울긋불긋한 간판들은 얼마나 생생하고 아름다운가.

 

트램에 그려진 남녀의 그림은 얼마나 실제 같은지 툭 튀어나와 현실이 된 것 같고, 반대로 거리에서 우글거리는 사람들이 저 화려한 이미지 속으로 빨려들어갈 것만 같다. 우리의 의식은 이미지와 현실을 구분하지만, 무의식 속에서 모든 게 뒤범벅이 되면서 이미지로부터 영향을 받고 있다.

 

또한 현대인은 관광지도, 팸플릿, 가이드북, 인터넷 정보 등에 의지해 여행한다. 이 또한 기호와 이미지인데 어느새 여행자들은 그것에 지배당하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여행은 예전처럼 우연이 이끌어가는 불확실한 모험의 길이 아니라, 빛나는 이미지, 정교한 지도, 상세한 정보, 기호를 따라가는 '궤도 속'의 질서 있는 행위가 된다. 무엇이 볼 만하다고 소문나고 무엇이 먹을 만하다고 알려지면 사람들은 남들처럼 해보고 먹어봐야 한다는 초조함 속에서 부지런히 따라간다. 그리고 남들이 하는 이야기를 자신도 모르게 따라 하게 된다. 이미지가 현실을 규정하고 지배한다. 현실에 대한 인식은 주변 이미지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

 

장 보드리야르는 원본 없는 복제물을 뜻하는 시뮬라크르라는 개념을 통해 이런 현대를 비판한다. 그는 시뮬라크르들이 지배하는 현대에서 '의미를 찾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라는 허무한 말을 하면서도, 의미에 앞서 존재하는 외양들에게서 희망을 본다.

 

그가 말하는 외양이란 무엇을 뜻할까? 나 역시 언제부터인가 언어와 이미지에 대해 회의했다. 플라톤의 말처럼 우리의 참 존재인 이데아는 다른 차원에서 존재하고, 이 세상에 존재하는 우리들은 그저 그림자 같은 시물라크르들이며, 언어와 이미지는 그 시뮬라크르의 시뮬라크르를 확대 재생산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때 모든 것의 본질과 의미는 사라지고 껍데기 이미지만 활개 치는 것처럼 보여서 허무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덧없어 보이는 외양들이 사랑스럽게 보이기 시작했다. 걸어가는 사람들의 표정, 경적을 울리며 달리는 자동차, 트램 지나가는 소리, 번쩍거리는 상품 광고, 어둠에 잠겨드는 건물의 흐릿한 경계와 빛나는 가로등……. 시시각각 변해가는, 근원이 모호한, 진짜가 아닌, 덧없는 시뮬라크르들. 그런데 그것들이 발산하는 표정, 소리, 움직임, 꿈틀거림, 에너지 들을 몸으로 받아들이며 황홀함을 느낄 때, 원본과 복제를 구분하는 것은 의미 없어졌다. 나와 저 사물들의 근원이 무엇인지,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시작과 끝이 어디인지, 의미가 무엇인지 중요하지 않았다. 다만 '지금, 여기서' 꿈틀거리는 빛나는 것들이 사랑스럽게 다가왔다.

도시탐독
  



YES마니아 : 로얄 j***6 2014.04.07. 신고 공감 1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