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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좀 더 세상 물정 모르고 눈치 없던 시절에 나에게 인지도 있던 여성 작가는 공지영, 신경숙, 은희경 정도였다.
그중 난 공지영 책을 가장 많이 읽었고, 그다음이 은희경, 그리고 신경숙이었다. 그때의 사회 분위기가 그랬던 건지 작가들의 정신이 그랬던 건지 대개 어둡고 무거운 내용으로 기억된다. 공지영의 느낌은 답답하고 무거운 현실에 망치질을 하며 걸어가는 느낌이었고, 은희경은 좀 더 가벼운 느낌이었지만 내 속에 훅 치고 들어오는 날카로운 문장이 있었다. 그리고 신경숙 그녀의 책을 읽고 있으면 뭔가 답답했는데 아마 어려웠다고 느꼈던 거 같다. 짧지 않은 문장에 밑줄을 긋고 끊어 읽으며 애썼음에도 그녀의 글은 나를 밀어내는 느낌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그녀의 표절 소식을 접했다. 그렇게 신경숙이란 작가는 나에게 잊혀 가고 있었다. 어느 날 내 지인이 신경숙 책을 읽노라고 했다. 제목을 보고 나도 바로 책을 주문했다.

그녀에게 글쓰기 다음으로 인생에서 가장 오래 한 것이 요가란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작가의 요가 이야기는 그녀가 요가와 어떻게 생을 같이 가게 되었는지를 말해준다.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가만히 몸과 나를 들여다보고 호흡에 집중을 하며 몸의 통증과 불균형을 알아간다 했다. 그녀는 말한다. 오랫동안 요가를 했지만 자신의 요가 실력은 매일매일 후퇴한다고 그 이유도 이 책을 통해 말해준다.
깊은 산속에서 걸어서 학교를 다니고 자전거로 통학을 하며 체력 하나는 짱짱했다던 그녀의 40줄에 타고난 체력이 바닥나고 몸이 그로기 상태였을 때 요가를 접했다. 요가를 하면서 다른 이와 비교하기보다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만이라는 강사의 말과 함께 몸과 대화를 시작한다. 그렇게 요가와 함께 몸의 통증과 동행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와 달리 그 통증을 이겨내지 못하고 매번 아사나의 장벽에 호흡의 장벽을 넘지 못했다. 그 통증이 오면 나는 포기를 선택했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 통증을 이겨내고 그다음의 단계를 경험하며 지금까지 요가를 해오고 있다. 그래서 집을 나가 출장을 가든 여행을 가든 그녀는 매일을 요가로 시작한다고 한다.
그녀는 혼자 하는 요가보다 온라인으로 하는 요가보다 같은 공간에 매트를 깔고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하는 요가가 편하고 좋다고 한다. 그래서 항상 그런 곳을 찾는다. 그곳에서의 만남과 헤어짐에 각자의 사연을 담은 이야기도 한다.
아들이 모시고 왔던 할머니를 보고 자신의 엄마를 생각하며 위로받고 자신도 그렇게 늙고 싶다고 했었는데 어느 날 할머니가 요가 수업 시간을 맞추지 못하고 동작을 따라 하지 못한다. 그녀는 자신이 고장 났다고 말한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녀의 어머니가 코로나 백신을 맞고 고생할 때 아버지가 그렇도 못 이겨서 무엇을 한다고 타박을 했었다. 그런 아버지가 그해 여름 갑자기 돌아가셨다. 어머니는 자신 수술을 마치고 자식들의 의견을 물리치고 끝내 사위의 차를 타고 집으로 갔고 그리고 열흘 후에 남편과 이별했다. 홀로 있는 어머니의 자세를 보고 문득 요가를 알려주려 했던 그녀는 엄마의 거절에 끝내 설명을 멈춘다.
그녀의 지인 중에 그녀가 답답할 때마다 찾는 친구가 있다. 그녀를 만나면 문제가 해결되고 마음이 편하다고 한다. 그녀를 통해 알게 된 4명이서 홍콩 여행을 간다. 그 여행을 사실 작가의 낭독회과 상을 주는 행사였고 그녀 자신은 가벼운 마음으로 참가했다. 친구가 수상 소감을 준비하라는 말에 수상자가 아니고 후보자라는 말로 부정했지만 친구의 다그침에 수상 소감을 준비했다. 행사 당일 스타킹이 불편해 화장실을 다녀와 자리에 앉으려는 순간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는 것을 듣는다. 그렇게 가족이 아닌 친한 친구들과 수상의 영광을 함께 나눈다.
그다음 그녀들과 1박 2일 속초 여행에서 뜬금없이 그녀가 던진 요가에 그녀의 친구들은 지금 요가와 흠뻑 빠져 산다.
사실 그녀는 요가와 거리 두기를 시전했다고 한다. 요가에 너무 푹 빠지면 현실을 잊고 그것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그쪽 세계에 빠져 살 것이라는 두려움도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매일 요가를 하지만 점점 굳어지는 몸을 보면서 생각한다. 정말 치열하게 아사나를 연습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아사나를 할 수 있었을까. 정답은 없다. 그리고 그녀의 그런 선택은 아마 그녀 자신이 있던 그 시간에 최선의 선택이었으리라.
이 책을 읽으면서 신경숙 작가의 글이 어렵고 난해하다는 나의 고정관념이 어느 정도는 사라졌다. 아마 그녀의 다른 책을 찾아 읽겠지. 그녀의 또 다른 글은 나에게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 궁금하다.
그녀는 요가를 하러 나가면서 남편이 있든 없는 항상 이렇게 말하고 나간다고 한다.
나 요가하러 가요.!
p37
그녀의 글을 읽으면서 생각한다. 내 나이 그녀가 요가를 시작한 40을 넘어섰다. 나도 살면서 내 몸과 통증이 말하는 것에 대해 무심히 살았다. 이제는 내 몸에 귀를 기울이며 살아야게다는 작은 다짐을 해본다. 그리고 통증이 심하다는 핑계로 뒤로 넘겨 두었던 요가를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이 인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요가 자세는 쟁기 자세와 머리 서기다. 뻣뻣한 내 몸에 유연성을 요하지 않는 자세이기 때문이다. 쟁기 자세는 어깨와 목이 눌릴 때 오는 통증이 일종의 마사지처럼 느껴졌고 벽에 약간의 거리를 두고 머리 서기를 할 때 오는 다리 저림은 막힌 기가 뚫린다는 느낌이어서 집에서 혼자 요가를 할 때면 항상 하는 자세였다. 이것이 끊긴지도 6개월이 넘었구나. 이제 다시 시작해 보자.
젊음이란 그런 건이기도 한가보다. 정해지지 않은 건이 두렵지 않은 것. 위험한 일이 생길지 모르는데도 턱 앞으로 나가보려는 마음이 앞서는 것.
p77-78
돌아갈 수 있는 시간은 없다는 게 시간의 공평함이다.
p81
잘 안되는 것도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며 계속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p118
예상대로 되지 않는 것. 지금까지 이렇게 살아왔다고 해서 계속 그렇게 살게 되지 않는 것. 결말을 알지 못한 채 앞으로 나아가보는 것. 이것은 희망이기도 하고 절망이기도 할 것이다.
p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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