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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된 서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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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 쿤데라의 <납치된 서유럽> 제목을 보고 문득 떠오른 생각은 '누구한테 납치된 건가'하는 궁금증이었다.밀란 쿤데라는 체코슬로바키아 출신의 프랑스 망명작가로 알려져있는데, 서유럽이 납치가 됐다는게 무슨 말인가 의문이 들었다.중앙 유럽의 비극이 서유럽이 납치된 것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유럽 정세에 아는 바가 없어 책을 읽는 내내 골머리를 앓았다.계속해서 이해가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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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 쿤데라의 <납치된 서유럽> 제목을 보고 문득 떠오른 생각은 '누구한테 납치된 건가'하는 궁금증이었다.

밀란 쿤데라는 체코슬로바키아 출신의 프랑스 망명작가로 알려져있는데, 서유럽이 납치가 됐다는게 무슨 말인가 의문이 들었다.

중앙 유럽의 비극이 서유럽이 납치된 것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유럽 정세에 아는 바가 없어 책을 읽는 내내 골머리를 앓았다.

계속해서 이해가지 않는 부분을 되짚고 읊자 밀란 쿤데라가 우려한 게 중앙 유럽의 정체성에 관한 걱정이라는 것을 어렴풋하게 알게 되었다.

폴란드, 체코슬로바키아, 헝가리 같은 지리적 위치에선 중앙 유럽, 그러나 그 정세와 문화는 서유럽과 동일한 작은 약소국가들은 어느 순간 서유럽에 속해있지 않게 된다.

?폴란드인, 체코인, 헝가리인은 파란만장하고도 분열된 역사를, 그리고 유럽의 주요 민족들의 것보다 더 취약하고 더 단속적인 국가 전통을 지녀 왔다. 한쪽으로는 독일인, 다른 쪽으로는 러시아인에 꼼짝 못 하고 끼어 있는 이 민족들은 생존과 언어가 걸린 싸움 속에서 너무나 많은 힘을 소진했다. 유럽적 의식 속으로 여유 있게 스며들 힘이 없기 패문에, 게다가 기이하고 접근하기 힘든 언어의 장막 뒤에 숨어 있기 때문에, 이 민족들은 서유럽에서 가장 덜 알려지고 가장 허약한 부분으로 남아 있었다.
-p.55

20세기 초중반 유럽 정세는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이 책 한권으로는 다 담지 못한 유럽의 역사는 내가 머지 않은 훗날에 공부하리라.

여하튼, 중앙유럽의 복잡한 역사가 그들의 문화와 정신을 이어갈 힘을 잃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전쟁과 정치로 요동치는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 중앙유럽의 입지는 러시아 스탈린의 독재 하에 갈피를 잃었다. 음계이론에 기반을 둔 음악의 참신함을 발견한 헝가리, 프란츠 카프카를 배출한 프라하, 유럽의 모더니즘을 연극으로 예고한 폴란드 삼인조 등 중앙유럽의 문화가 약소민족들의 오랜 갈등이 해소되고 하나의 공동체로 통합되어 강렬한 인상을 남기던 순간이었다. 취약한 정치적 입지에 비해 꽃을 피우기 시작했던 그들의 열망이 러시아 라는 전혀 정체적으로 어울리지 않던 서유럽의 반대로 인식되던 나라에 의해 저물어간 걸 밀란 쿤데라는 매우 안타까워했다. 그리고 그런 중앙유럽의 비극을 외면한 서유럽을 보던 심정은...음.

모든 내용을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밀란 쿤데라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우리 또한 근대사가 매우 순탄치 않았고, 또 여전히 이웃나라와 긴장의 끈을 놓으면 안되는 관계이니 말이다. 이런 형국에서 줄곧 가지고 있었던 한국인, 동방국가, 유교사회에서 온 우리의 정체성이 외력에 의해 흩어지고 사라지게 된다면 얼마나 부조리하고 억울하게 느껴질까? 거기에 위험성을 느끼지 못하는 국민과 타국을 보며 가슴을 치게 될 것이다. 인접한 국가의 존망은 그저 타국의 일로만 끝낼 수 없다. 몇 천년의 얽히고 섥힌 역사와 문화가 있기에 국경선으로만 찍 그어 단정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밀란 쿤데라가 말했듯, 그 경계를 정확하게 규정하는 것은 쓸모없는 일이다. 인접한 국가끼리 교류한 문화와 감정과 이야기가 오랜 시간 뿌리를 내려 하나의 공동체, 하나의 문화, 하나의 운명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밀란 쿤데라의 걱정스런 연설이 어렵지만서도 와닿았던 건 조국과 유럽을 향한 그의 애정이 낯설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뿌리가 송두리채 뽑힐 위험에 처할 때 이런 처절한 비판과 염려가 담긴 말을 쏟아낼 누군가가 있다는 건 큰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v*****0 2022.11.21.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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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된 서유럽』 ㅣ 밀란 쿤데라 ㅣ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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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체코슬로바키아 작가 대회 연설문 「문학과 약속 민족들」과 1983년 프랑스의 지식 저널 「데바」지에 기고한 시론 「납치된 서유럽」 두 편이 각각의 소개 글과 실려있다. 문학과 약소민족들의 소개 글은 자크 루프니크가 납치된 서유럽의 소개 글은 피에르 노라가 썼는데 꽤 인상 깊었다. 본 글에 대한 시대 상황이나 정치 상황 등 전반적이 상황들을 알 수 있어서 본 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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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체코슬로바키아 작가 대회 연설문 「문학과 약속 민족들」과 1983년 프랑스의 지식 저널 「데바」지에 기고한 시론 「납치된 서유럽」 두 편이 각각의 소개 글과 실려있다. 문학과 약소민족들의 소개 글은 자크 루프니크가 납치된 서유럽의 소개 글은 피에르 노라가 썼는데 꽤 인상 깊었다. 본 글에 대한 시대 상황이나 정치 상황 등 전반적이 상황들을 알 수 있어서 본 편을 읽을 때 도움이 되었다.

 

「문화와 약소 민족들」은 읽으며 일제강점기 때의 우리나라가 계속 떠올랐다. 영국, 프랑스, 스페인 등 거대한 동유럽과, 러시아라는 막강한 나라 사이에 끼어 점점 자신의 언어는 물론 문화의 정체성이 사라져가는 것을 밀란 쿤데라는 안타까워한다. 체코는 1차, 2차 세계대전 당시 많은 피해를 입었다. 그리고 공산주의에 의한 정부가 수립되어 러시아와 밀접한 관계가 된다.

 

『반달리즘』이라는 단어는 처음 보았다. 검색해 보니 <문화·예술 및 공공시설 등을 파괴하는 행위 또는 그러한 경향>이라 한다. 밀란 쿤데라는 공산주의의 언론탄압이나 여러 정책들이 체코어와 체코 문화를 파괴하는 행위라 한다. 유럽의 흐름을 놓쳐 그 안에 속하지 못하고 점점 변방으로 밀려나 체코어를 가르치는 이들의 유럽 문학 지식수준에 관한 보고서를 보고 답답해한다.

 

그리고 <약점은 문학이 불충분하게 해방되었기에 그것이 긴밀하게 의존하고 있는 체코 사회의 교육 수준과 도량, 그리고 혹시나 드러날지도 모르를 교양에 결핍에 있습니다. 가끔 저는 우리 체코의 고전 연구자들과 민족 부흥 지도자들이 그토록 중요하게 여긴 이 유럽적 특성을 우리 현대 교육이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라며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교육은 문화를 이어가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중요하다. 체코의 특수한 상황을 놓친 현대 교육을 밀란 쿤데라는 지적한 것이다.

 

이 부분을 읽으며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문화의 힘이다.>라는 김구 선생의 말이 생각났다. 우리나라도 일제 치하에서 일본의 문화 말살 정책으로 창시 개명이나 일본어 쓰기를 강요받았었다. 일부 지역의 사투리가 일본어인 경우가 있는 경우를 보면 당시의 일본의 정책들이 얼마나 강력했는지 알 수 있다. 그럼에도 한글을 지켰냈다. 그것은 한 사람의 힘으로만 된 것은 아니다. 몇 달 전 본 영화 「말모이」에서 극장 모임이 들킬 위기에서 기지를 발휘해 다시 모여 사전을 만들어가는 장면은 깊은 울림을 주었었다.

 

책 소개에서 <21세기 러시아 군사적 확장을 예견한 역사적 글>이라는 문장이 의미심장해 보였다. 20세기에 이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을 예견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납치된 서유럽」에서는<19세기 내내 러시아는 유럽에 다가왔다. 러시아와 유럽은 서로 매혹되어 있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어가 제국 내 다른 민족들의 언어를 질식시키고 있지만 그것은 러시아의 비민족적이고, 반민족적, 초민족적인 러시아의 관료주의 때문이라고 한다. 서유럽의 동쪽 경계선, 즉 중앙 유럽은 언제나 러시아의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며 폴란드는 특히 더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우리는 헝가리를 위해,

그리고 유럽을 위해 죽을 것이다.

납치된 서유럽 P39 <헝가리 통신사 편집장>

 

1956년 9월 러시아의 헝가리 포격으로 사무실이 파괴되기 몇 분 전, 헝가리 통신사 편집자가 전 세계로 타전한 메시지는 서로의 연대가 끊어진 유럽에는 그 말의 의미가 전해지지 못한다. 이 메시지의 의미는 <헝가리안의 유럽이 표적으로서, 헝가리는 헝가리로 남고 유럽으로 남아 있게 하기 위해 죽을 각오가 되어 있다> 는 뜻이다. 중앙 유럽은 정치적으로는 동유럽이지만 문화면에서는 서유럽이다. 그러나 유럽 국가들은 중앙 유럽을 자신들과 정신적으로 이어진 문화적인 면보다 눈으로 보이는 정치적인 면만을 보고 러시아가 속한 동유럽으로 보고 자신들과는 다른 개체로 보았다. 그리하여 중앙 유럽과 유럽의 연결고리는 점점 옅어지며 폴란드, 헝가리, 체코 등의 국가들은 자신들의 문화 정체성을 잃어갔다.

 

이 책을 읽으며 반달리즘, 프라하의 봄, 1956년 9월 헝가리 혁명, 헝가리 혁명, 세계 2차대전 등 검색한 단어가 많다. 시대와 정치 배경 중 모르는 부분이 많아서이다. 이러한 것들이 지금 살아가는 데에 무슨 소용이 있나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새로운 문화와 정치, 지리적인 것들을 알게 되면 지금의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이해하는 것이 쉬워진다. 고대사부터 시작해서 현시대까지의 역사를 왜 배우는지를 알아야 한다.

 

지금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 국가 정세와 앞으로의 전망이 궁금하다면 꼭 한번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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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 쿤데라, 납치된 서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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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라츠키에 따르면, 중앙 유럽은 서로 존중하면서 공동으로 뭉친 강력한 국가의 보호 아래 제각기 다양한 특성을 살릴 평등한 민족들의 중심이 되었어야 했다. 비록 제대로 실현된 적은 없지만 중앙 유럽의 모든 위대한 인물들이 공유했던 이 꿈은, 그럼에도 여전히 강력했고 영향력이 있었다. 중앙 유럽은 유럽과 유럽의 다양한 풍요의 응축된 이미지, 매우 유럽적인 소(小)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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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라츠키에 따르면, 중앙 유럽은 서로 존중하면서 공동으로 뭉친 강력한 국가의 보호 아래 제각기 다양한 특성을 살릴 평등한 민족들의 중심이 되었어야 했다. 비록 제대로 실현된 적은 없지만 중앙 유럽의 모든 위대한 인물들이 공유했던 이 꿈은, 그럼에도 여전히 강력했고 영향력이 있었다. 중앙 유럽은 유럽과 유럽의 다양한 풍요의 응축된 이미지, 매우 유럽적인 소(小)유럽, 즉 최소의 공간에 최대의 다양성이라는 규칙에 따라 잉태된 민족들의 축소화한 유럽이라는 모델이고자 했다. 그런 중앙 유럽의 코앞에서 최대 공간에 최소 다양성이라는 정반대의 규칙을 내세운 러시아에게 어떻게 중앙 유럽이 공포를 느끼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48쪽


<납치된 서유럽>의 저자 밀란 쿤데라는 본디 체코 태상이다. 그러나 정치적인 이유로 추방되어 프랑스로 망명한, 2019년까지도 프랑스 작가였던 체코 작가이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4년 전 즘 읽은 기억이 있다. 작품 중 Einmal ist Keinmal(한 번은 중요치 않다, 한 번 뿐인 것은 전혀 없었던 것과 같다)이라는 독일 속담이 등장한다. 본디 이 문장은 실수, 역경 등 중요하지 않은 사건을 가볍게 넘길 때 사용하는 어구다. (예 : 사소한 실수를 했을 때, 한 번 정도는 괜찮잖아?) 그러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주인공 토마시는 이 문장을 "한 번만 산다는 것은 전혀 살지 않는 것과 같다"고 비약해, 쾌락을 탐닉하는 자신을 합리화하는 용도로 사용한다. 당시 그런 토마시를 완전히 이해하기는 힘들었다. 그러나 밀란 쿤데라의 <납치된 서유럽>을 읽으며, 밀란 쿤데라 작품의 등장인물들에 스며든 사상적 배경과 허무주의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었다.

<납치된 서유럽>은 1975년 자국에서 추방당한 밀란 쿤데라가 추방 이전인 1967년에 체코슬로바키아 작가 대회 연설문 [문학과 약소 민족들]과 1981년 프랑스 시민권을 획득한 후, 1983년 프랑스의 지식인 저널 [데바]지에 기고한 시론 [납치된 서유럽]을 한데 묶은 작품이다. 때문에 <납치된 서유럽>에서는 유럽 강대국에 직접적인 압박을 받았던 나라의 자국민으로서, 자국(혹은 집권세력)으로부터 쫓겨나 망명된 이방인으로서 밀란 쿤데라의 입장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영화 프라하의 봄(The Unbearable Lightness of Being)

[문학과 약소 민족들]에서 등장하는 밀란쿤데라는 체코 문학의 가치와 영향력을 역설하며 체코 작가들의 정신이 곧 체코 민족의 생존을 결정지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문학과 약소 민족들]을 연설한 1967년 당시는 체코의 민주화 운동인 프라하의 봄(1968)이 일어나기 직전이다. 체코는 소련의 협력으로 2차 대전 이후 나치 세력을 성공적으로 소거하였으나 냉전시대가 도래하면서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동유럽 소국들을 단일국으로 만들고자 했던 러시아의 입장과 민주화를 갈망했던 체코의 입장이 상충되면서 체코 민족 자체의 근간이 위협받기 시작한다. [문학과 약소 민족들]을 읽으며 자국을 그토록 사랑했던 밀란 쿤데라가 왜 추방되었는지 가늠할 수 있었다. 정부의 입장으로 대변된 소련의 눈에는 자국의 자유를 추구하는 그가 눈엣가시로 밖에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출처 : greenblog.co.kr

그런데, 공산주의는 러시아 역사에 대한 부정일까, 아니면 오히려 그것의 실현일까?

그것은 분명 러시아 역사에 대한 부정(가령 러시아가 지닌 종교적 심성에 대한 부정)인 동시에 실현(러시아의 중앙집권적 성향과 제국주의적 꿈의 실현)이다.

러시아 국내로만 보자면, 첫 번째 양상인 불연속성이 더 눈에 띈다. 예속된 국가들의 관점에서보자면 두 번째 양상인 연속성이 더욱 뚜렷하게 느껴진다.

48-49쪽

[납치된 서유럽]은 현재 러시아와 동유럽 세력간의 팽팽한 긴장을 서술했다고 봐도 무방한 작품이다. 1983년 [납치된 서유럽]이 집필될 당시 체코는 민주화로 향하는 걸음을 떼기 위해 꿈틀거리고 있었다. 독일은 나치 집권시절 러시아의 앙숙이었다. 체코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독일민족의 영향을 받아왔다. 중앙 유럽 국가들은 유럽내에서 이방인이자 약소민족으로 여겨져왔다. 게르만 혹은 슬라브라는 단일 미족을 꿈꾸는 세력들에 의해 그들의 독립성은 철저히 묵살되어왔으며 체코는 민족 소멸의 기로에 놓여있었다. 밀란 쿤데라는 다양성의 소멸이 곧 서유럽의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 경고한다. 한 민족의 정체성이 사라지는 순간 전체주의의 공포가 다시 유럽대륙을 덮을 것임을 기억해야한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Es muss sein!" 이라는 문장이 생각난다. 필시 그래야만 한다는 독일어 문장이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제목과 대비된 꼭 그래야만 한다는 첫 문장이 아이러니 했다 응당 그래야만 하는 "의무"는 강제성을 띠고 있기 때문에 "참아야 함"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밀란 쿤데라의 <납치된 서유럽>을 읽으며 그가 왜 작품에서 무의미와 가벼움을 다룰 수 밖에 없었는지 통감했다. 언제든 뿔뿔히 흩어져 사라질 수 있는 먼지같은 나라들,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결국엔 "통용"이라 불리는 강제적인 가치관을 주입 시켰던 세력들. 밀란 쿤데라는 선택만을 해야만 했던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는 자유를 침해받는 일체의 행위를 거부하면서도 압박과 굴욕에 엉킨 인물들을 등장시키지 않았을까. <납치된 서유럽>을 읽으며 한 때 가장 좋아했던 작가인 밀란 쿤데라라는 사람의 의연함을 다시 한 번 느껴본다.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

 


 

a******4 2022.11.2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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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된 서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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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 쿤데라의 글 두 편과 각 글의 소개가 실린 민음사 쏜살문고, 짧고도 강력한 메시지가 담겨있는 책이다.   16년 간격을 두고 발표된 <문학과 약소 민족들>과 <납치된 서유럽 - 혹은 중앙 유럽의 비극>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먼저 <문학과 약소 민족들>은 약소 민족의 생존과 위치를 명확히 할 방법을 제시하고 있고 <납치된 서유럽>에서는 강대국과의 관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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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 쿤데라의 글 두 편과 각 글의 소개가 실린 민음사 쏜살문고, 짧고도 강력한 메시지가 담겨있는 책이다.

 

16년 간격을 두고 발표된 <문학과 약소 민족들>과 <납치된 서유럽 - 혹은 중앙 유럽의 비극>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먼저 <문학과 약소 민족들>은 약소 민족의 생존과 위치를 명확히 할 방법을 제시하고 있고 <납치된 서유럽>에서는 강대국과의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방법을 예견하고 있다. 그리고 공통적으로 문학의 역할을 촉구한다.

 

그의 글은 명백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예견하고 있을뿐더러, 약소국가들의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한편 유럽 연합의 위기 또한 예상하므로, 발표된 시점인 1983년을 생각하면 놀랄 수밖에 없는 통찰력이다. 밀란 쿤데라는 어떻게 이 모든 것을 통찰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그가 제시하는 방향은 무엇일까. 그는 문학의 방향성을 강력히 피력하고 있는데, 이는 무척이나 설득력이 높다.

 

그의 논지의 일부로 그는 약소민족이 가진 주요한 힘으로 언어를 이야기하고 있다.

 

약소 민족들은 오로지 그들의 언어가 지닌 문화적 역량과 그 언어의 도움으로 생성된 가치의 독자적 특성을 통해서만 언어와 주권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23p

 

언어는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자신의 문화와 정신을 보존하게 한다. 언어로부터 파생되어 언어로 구체화되고 전파되고 전승되는 정신이 있다. 이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며, 원하던 원하지 않던 다른 언어와의 관계에서 독자적인 위치를 갖게 한다.

 

한편, 그는 결코 자국의 모든 것을 보존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우선 교육수준의 세계적인 수준으로 높일 것을 촉구한다. 그리고, 민족의 발목을 잡는 고루함, 무교양, 편협함 등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는 민족의 문학적 영향력을 방해할뿐더러 민족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것임을 경고하고 있다.

 

만약 무교양이 그 문화 안에서 이해된다는 이유로 득세한다면, 결국 그 문화마저 배척되게 만드는 행위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독자적인 문화를 갖는 약소민족의 경우, 이 점을 예민하게 성찰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여기까지가 첫 번째 글의 논의였다면, 두 번째 글의 논의는 약소국이 강대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유지해 나갈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약소국과 강대국의 관계는 침략, 지배-피지배, 통합, 연합, 느슨한 유대와 교역 약간씩은 다양할 수 있다. 하지만 유럽과 러시아의 팽창의 결이 다른 점을 보여주면서 약소국이 경계할 점을 알려준다. 더 이상 이데올로기 싸움이 아닌, 유럽이 내세우는 가치와 러시아 체제의 필요 간의 대립은 40여 년 전에도 지금도 치명적인 차이점이다.

 

 

중앙 유럽은 유럽과 유럽의 다양한 풍요의 응축된 이미지, 매우 유럽적인 소(小) 유럽, 즉 최소의 공간에 최대의 다양성이라는 규칙에 따라 잉태된 민족들의 축소화된 유럽이라는 모델이고자 했다. 그런 중앙 유럽의 코앞에서 최대 공간에 최소의 다양성이라는 정반대의 규칙을 내세운 러시아에게 어떻게 중앙 유럽이 공포를 느끼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48p

 

그렇다면 유럽은 무구히 발전해야 마땅한지, 그 이후까지 밀란 쿤데라는 예견하고 있다. 밀란 쿤데라는 결코 낙관하지 않았다. 더 이상 문화가 공유되지 않는 세태도 우려하고 있다. 아무도 동시대의 회화를 즐기지 않고, 문예지와 저널이 사라져도 대중은 이를 알지 못하는 현상을 경계한다. 문화가 없는 상황은 논의가 개진되지 않는 공허한 상황에서의 아우성일 뿐이다.

 

대중 매체, 대중음악 등의 문화의 대체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루어지는 주제와 향유되고 논의되는 담론의 역량이 발전 가능한 지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변주될 뿐인, 오락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으로는 개진될 수 없는 것을 자체적으로 다룰 문화의 힘이 필요하다.

 

치열한 논의가 필요한 글, 여기서 많은 것을 시작할 수 있는 글이었다.

 

 

 

 

y****1 2022.11.2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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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된 서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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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 - 신간살롱 『납치된 서유럽』 밀란 쿤데라 (지음) | 장진영 (옮김) 민음사-쏜살 문고 (펴냄) 난 왜 밀란 쿤데라가 좋을까. 20대 시절에도 좋았고, 30대 시절에도 좋았고, 40대인 지금도 여전히 좋다. 그냥 그의 이름이 좋았던 어린 시절엔 사상이고 철학이고 없었다. 그의 모든 말들이 의미를 뛰어 넘어 머릿속에 각인되던 시절이었다. 그가 체고인이라는 것이 어떤 상징을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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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 - 신간살롱
『납치된 서유럽』




밀란 쿤데라 (지음) | 장진영 (옮김)
민음사-쏜살 문고 (펴냄)

난 왜 밀란 쿤데라가 좋을까.
20대 시절에도 좋았고, 30대 시절에도 좋았고, 40대인 지금도 여전히 좋다.
그냥 그의 이름이 좋았던 어린 시절엔 사상이고 철학이고 없었다.
그의 모든 말들이 의미를 뛰어 넘어 머릿속에 각인되던 시절이었다.
그가 체고인이라는 것이 어떤 상징을 주느냐는 그 후로도 한참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읽었던 '농담'이라는 소설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눌러버린 나만의 최애 인생작이 되었다.
그런 그가 자국에 대한 위기를 통감하는 언사를 중앙 유럽의 진정한 비극이 어떤 것인지 강도높은 형태로 의식화하여 우리에게 경각심을 일깨워 준다.
제목부터 적잖은 충격을 안겨준 <납치된 서유럽>이란 뜻은 무엇일까.
분명히 상대방에게 당한 내력이 있음을 시사하는 '납치된'의 의미를 숙고해 볼 필요가 있겠다.
상대의 거대함과 압박에 짓눌려 나를 표현하거나 드러내지 못하고 억울하게도 나의 주권을 강제로 빼앗겨야 한다는 것이 '납치된' 이라면 우리는 서유럽의 비극적이고 암울한 상황을 이해하고 각성하는데 우리의 역사관을 거울처럼 비춰볼 필요를 느낄 것이다. 중앙 유럽은 현재 정치, 사회와 문화면에서 모든 능동적 주체사상을 상실한채 끌려 다니는 약소 국가들의 한 묶음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러면서 내게는 유럽 모습 자체가 하나의 응집된 덩어리였던 상징적 모형이었지만, 체코의 역사가 나의 선입견을 바로잡아 주는 계기도 되었다. 
중앙유럽이란 오스트리아, 체코, 헝가리, 폴란드 등의 국가를 지칭한다. 여기서 오스트리아를 제외하면, 로마 카톨릭 문화의 영향권 아래에 있는 체코, 헝가리, 폴란드 등은 서유럽권에 속한다.
 하지만 지정학적 여건 상 러시아의 서진 욕망으로 이들을 '슬라브 세계'라 일컫는 신조어를 만들어 동유럽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처음엔 상대방에 의해 철저하게 파괴되어온 자신의 정체성이 지금은 원인을 망각한채 스스로가 이를 옹호하며 문화를 상실했다는 개념을 큰 문제점으로 느끼지 못한다고 보고 있다.

중앙 유럽의 진정한 비극은 러시아가 아니라 유럽이다.
p.79

러시아의 우크라이나를 향한 서진 정책은  근접한 국가들의 안보와 세계 정치 경제까지 뒤흔드는 커다란 전쟁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서서히 그리고 급속도로 깨닫게 해 주고 있다.
20세기 초 중앙 유럽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문화 중심지가 된다. 그 반증으로 오스트리아 수도의 독창성을 생각할 수 없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긴밀한 영향력 아래에 그들이 믿고 추앙했던 사상들은 강력한 유럽사의 뼈대를 구축하기에 최고의 아이템이었던 것이다. 
특히 <납치된 서유럽>의 시선으로 본 유럽 통합과 세계화라는 거대한 흐름에 합류하고자 나아가던 서유럽의 행보와 또한 이를 지켜보며 역사와 문화적 뿌리를 공통적 근원으로 삼고 있음에도 소외를 당하는 중앙 유럽 국가들의 미약한 국권은 그 연결고리가 아주 의미심장하다고 볼 수 있다.

밀란 쿤데라가 바라본 체코인들의 문제점들은 여러 측면에서 나타났다. 특히 각성기와 수면기를 번갈아 겪으며 매번 변화하는 유럽 문화 스타일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아 도태될 수 밖에 없었고, 체계적인 문화 흡수 또한 원활하지 못했던 치명적 약점이 있었다.
이런 역사와 사회문화적 콤플렉스는 어느 국가가 됐든 극복해 가고자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 이런 노력들이 바라봤던 한가지는 역시 인식과 교육 수준을 끌어 올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굳건해 진 제도 아래 민족의 정체성이 되살아난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특히 체코인들의 문학에 대한 애정과 번역에 대한 깊은 문예가 그들의 언어와 주권 그리고 정신을 보호하고 지켜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밀란 쿤데라는 체코의 자주적 정체성을 확립하고 독자적이고 주체적인 사상을 튼튼히 하는데 무조건 그들만의 문화와 전통이 있어야 한다고 여기는 사람이다. 이 모든 것의 근간은 문학이 주도하고 있다고 포괄적인 그의 가치관을 이 책의 두 편에 걸친 연설문에서 강조하고 있다. 

그의 그들을 읽고 있으면, 나는 어느새 설득당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곧 그의 말의 힘은 쓰기에서 나오고 쓰기는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무너뜨리기 가장 좋은 수단임을 말한다. 그리고 동시에 화합하기에 가장 좋은 수단임을 말하고 있다. 
우리가 처한 대한민국의 상황들을 함께 생각하면서 그가 문학과 번역을 통해 제일 강조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곱씹어 보는 정리 습관을 가져보자.


#납치된서유럽 #밀란군테라  #민음사 #리딩투데이 #리투카페 #신간살롱 #에세이 #독서카페 #리투서평단

i******y 2022.11.2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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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된 서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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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된 서유럽 - 혹은 중앙 유럽의 비극 밀란 쿤데라 | 장진영 옮김 | 쏜살 문고 | 민음사 이상하다. 뭔가를 예견한 글은 그 전파속도가 현저히 빠르거나, 아니면 상대적으로 느리다. 이 글 역시 내게는 그러하다. 다 알면서도 말하기 힘든 진실을 에둘러 말하거나, 진정성 있는 무엇을 전하려고 하면 오히려 그 진정성이 다른 의미로 훼손되는 느낌... 그래서 굳이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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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된 서유럽 - 혹은 중앙 유럽의 비극

밀란 쿤데라 | 장진영 옮김 | 쏜살 문고 | 민음사

이상하다. 뭔가를 예견한 글은 그 전파속도가 현저히 빠르거나, 아니면 상대적으로 느리다. 이 글 역시 내게는 그러하다. 다 알면서도 말하기 힘든 진실을 에둘러 말하거나, 진정성 있는 무엇을 전하려고 하면 오히려 그 진정성이 다른 의미로 훼손되는 느낌... 그래서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진실의 상념, 아니 그 시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것들이 온통 널려있는 느낌이다.

강대국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변방의 민족이란 무엇인가? 비행기로 인해 여정의 길이가 짧다면 하루, 길면 삼일도 안되어 네 나라가 곧 내 나라가 될 수 있는 지금에도 우리는 서로의 영토를 탐하면서 야금야금 먹을 생각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최근 방송에서 7광구란 것에 대해 들었다. 우리나라와 일본이 협약에 의해 공동 개발하고자 했던 천연자원의 보고, 유전이 있을 지도 모를 그곳... 그 7광구가 시간이 흐르면 조만간 우리 의사와는 상관없이 일본의 소유로 국제적 약정에 의해 넘어갈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사실 7광구는 영화로만 봐서 그 의미를 알지, 원래 본래의 존재를 잘 몰랐던 나로서는 꽤 충격적인 일이었다. 그리고 원래는 그 영토가 우리 관할이었지만 본디 개발 비용 등의 막대한 자금을 감당할 수 없어서 일본과의 협약을 통해 공동 개발코자 했다는 것... 그리하여 공동으로 시추선을 띄우고 나름 탐사를 위해 애썼지만 그 성과가 빨리 안 나온 고로 일본은 조기 철수를 했다는 것 말이다. 7광구, 사실상 어떤 자원이 숨겨진 보고의 땅인 그곳이 사라질 위기라는 것이다. 그리고 일본이 만일 그곳을 우리와 손을 잡지 않고 따른 세력, 호시탐탐 이곳을 엿보고 있는 중국과 손을 잡을 지도 모른다는 것이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한다. 만일 중국과 손을 잡고 그곳을 개발한다면 대만과도 가까워지는 셈이니 대만의 불안은 아마 가속화될지도 모른다. 모든 것이 돌고 돈다. 그리고 하나를 결정하더라도 헛되이 할 수가 없다는 생각이다.

책 [납치된 서유럽]은 밀란 쿤데라의 연설문이다. 꽤나 격정적인 그의 연설을 통해 거대한 나라들에 둘러싸인 약소국가인 체코슬로바키아의 설움을 다시 한번 느끼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점은 우리나라를 생각나게 했고, 더 지엽적으로는 현재 나라 없이 난민 신세로 떠돌고 있는 로힝야족을 생각나게 했다. 그곳에 오랫동안 뿌리를 내리고 산다고 해서 그곳이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지금이 아니다. 사실 땅과 하늘에 실금이 어디 있는가? 만물에 주인이 어디 있는가? 하지만 인간은 하늘에도, 땅에도, 바다에도 줄을 쳐놓았다. 그리하여 그곳을 넘어오면 총과 칼로 위협하고, 몸뿐만 아니라 그 정신마저 소유하려 안간힘을 쓴다. 체코 문학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체코어... 밀란 쿤데라는 가장 민족적이고 지엽적인 것의 세계화를 말한다. 그 다양성을 말한다. 결코 강대국에는 흡수되지 못하는 민족성을 말하고 있다.

과연 러시아에 통합되면 그 민족이 위대한 슬라브족이 되는 것일까? 과연 러시아에 통합되면 위대한 러시아 문학에 한 발을 담근 것인가? 저자는 말한다. 모든 것은 소멸의 길을 걷는다고 말이다. 말하자만 문화의 실종이다. 천안문 사태가 떠오르고 급기야는 분서갱유라는 급진적 사상의 통합 책마저 떠오른다. 이 일이 과연 남의 일인가? 지난 일인가? 우크라이나의 절멸을 부르짖는 러시아의 행보는 그것이 바로 지금의 일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쿤데라의 연설은 바로 지금, 현시점을 향해있다.

 

 

 

 

 

납치된서유럽밀란쿤데라민음사독서카페리딩투데이리투서평단신간살롱쏜살문고

s****3 2022.11.1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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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된 서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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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작가 밀란 쿤데라 21세기 러시아의 군사적 확장을 예견한 역사적인 글   중앙 유럽의 작은 국가 체코슬로바키아 출신으로, 유럽 문화예술사에서 중앙 유럽이 가지는 중요성과 정체성을 끊임없이 옹호해 온 작가 밀란 쿤데라의 사상적 원점을 보여 주는 에세이 『납치된 서유럽_혹은 중앙 유럽의 비극』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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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작가 밀란 쿤데라

21세기 러시아의 군사적 확장을 예견한 역사적인 글

 

중앙 유럽의 작은 국가 체코슬로바키아 출신으로, 유럽 문화예술사에서 중앙 유럽이 가지는 중요성과 정체성을 끊임없이 옹호해 온 작가 밀란 쿤데라의 사상적 원점을 보여 주는 에세이 『납치된 서유럽_혹은 중앙 유럽의 비극』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습니다.

 

 

중앙 유럽이란 구체적으로 오스트리아, 체코, 헝가리, 폴란드 등을 일컫는다. 오스트리아를 제외하고 체코, 헝가리, 폴란드는 흔히 동유럽으로 일컬어지지만 이는 틀린 말이라고 합니다. 동유럽은 비잔틴, 정교회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체코, 헝가리, 폴란드는 로마 가톨릭 문화에 뿌리를 둔 서유럽 문화권에 속합니다. 그러나 러시아의 서진 욕망 때문에 이들 세 국가가 슬라브 세계라는 실체 없는 개념에 묶여 동유럽으로 인식되었고, 바로크 문화를 꽃피우고 서유럽과의 활발한 문화 교류를 통해 유럽 문화 사조의 역동적 발전에 기여한 중앙 유럽의 중요성은 점점 간과되어 이제 그 존재조차 희미해졌다는 것이 쿤데라의 주장입니다.

 

중앙 유럽의 진정한 비극은 러시아가 아니라 유럽이다. ---p.79

 

 

1956년 9월, 헝가리 통신사의 편집부장은 포격으로 자신의 사무실이 파괴되기 몇 분 전, 당일 아침 개시된 러시아의 부다페스트 침공에 관한 절망적인 메시지를 전 세계로 타전합니다. “우리는 헝가리를 위해, 그리고 유럽을 위해 죽을 것이다.”라는 말로 끝을 맺었습니다. 조국을 위해 유럽을 위해 죽는다는 말은 모스크바에서도 레닌그라드에서도 생각할 수 없는 말로 그는 헝가리 안의 유럽이 표적이 되고 있는 점을 헝가리는 헝가리로 남고 유럽으로 남게 하기 위해 한 말이라고 합니다.

 

 

내가 중앙 유럽이라 부르는 유럽의 이 모순적 입장을 보면 왜 삼십오 년 전부터 유럽의 비극이 그곳에 집중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다. 그곳에서는 1956년 피비린내 나는 대학살이 뒤따랐던 장엄한 헝가리 혁명이 있었고, 1968년에는 ‘프라하의 봄’과 체코슬로바키아 점령이 있었으며, 1956년, 1968년, 1970년에는 폴란드에서 일어난 봉기들 및 근년의 봉기가 있었다. 비극적인 내용으로 보나 역사적 영향으로 보나, 서유럽에서든 동유럽에서든 지리적으로 유럽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어느 것도 중부 유럽에서 일어난 이 같은 일련의 저항들과 비교가 불가능하다. ---p.42

 

20세기 초 중앙 유럽은 정치적 취약성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아마도 가장 중요한 문화 중심지가 됩니다. 빈의 중요성이 오늘날 잘 알려져 있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창의성을 통해 중앙 유럽 문화 전반에 기여한 다른 나라와 도시들이라는 배경을 빼놓고는 이 오스트리아 수도의 독창성을 생각할 수 없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역사를 지닌 유럽 강국에겐 그들이 그 안에서 발전을 거듭해 온 유럽적 배경이 당연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각성기와 수면기를 번갈아 겪어 온 체코인들은 유럽적 의식의 발전 과정에서 몇 가지 중요한 단계를 놓쳤고, 그리하여 매번 유럽의 문화적 배경에 적응해야 했다고 합니다. 그것을 재구성해서 다시 생각해 보는 책 격동하는 21세기 유럽정세를 거장이 바라보는 시각을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납치된 서유럽’이란, 중앙 유럽이 유럽 정치, 사회와 문화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간과하여 서유럽 자체가 사라질 위험을 가리켜 쿤데라가 한 말로, 이는 세계사에서 주도적 위치에 있지 못하고 변방에 자리함으로써 늘 소멸 위기에 시달리는 중앙 유럽의 작은 국가들의 비극적 처지를 뜻하는 말입니다.

 

 

밀란 쿤데라는 체코어라는 비주류 언어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지만, 프랑스어로 번역, 출간되어 프랑스 망명의 기회를 잡고 프랑스어로 작품 활동을 하고 지역의 한계를 넘지 못한 체코 문학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깊었다고 합니다. 납치된 서유럽에서는 유럽 통합과 세계화라는 거대한 통합을 향해 나아가던 서유럽과, 그들과 같은 역사적·문화적 뿌리를 공유함에도 외면당하는 중앙 유럽 약소국 (오스트리아, 체코, 헝가리, 폴란드) 들의 운명으로 확장됩니다. 그는 소련의 탄압하에 언어와 문화가 위협받는 중앙 유럽 약소국들이 국가 정체성을 잃고, 결국 서구 세계마저 파괴될 것이라 호소하며 서구의 각성을 촉구하는 글을 남겼습니다. 1967년 쿤데라가 제기한 문제들은 20세기 후반에 시작된 거대한 통합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본 약소 민족들의 운명이라는 차원을 전망할 때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위치도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입니다.

 

이달의 사락 y*****9 2022.11.1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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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된 서유럽 / 밀란쿤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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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다루지만 철학적인 요소를 절대 놓치지 않는 작가 밀란 쿤데라의 신간 <납치된 서유럽> 작품이 쏜살 문고를 통해 출간되었다. 민음사에서는 전 세계의 문학을 새롭게 번역하고, 감각적인 디자인을 실은 쏜살 문고를 선보이고 있다. 짧은 분량의 작품 안에는 문학과 약소 민족들, 납치된 서유럽 작품이 실렸다.   "AHOJ/아호이/안녕", "DOBRY' DEN/ 도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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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다루지만 철학적인 요소를 절대 놓치지 않는 작가 밀란 쿤데라의 신간 <납치된 서유럽> 작품이 쏜살 문고를 통해 출간되었다. 민음사에서는 전 세계의 문학을 새롭게 번역하고, 감각적인 디자인을 실은 쏜살 문고를 선보이고 있다. 짧은 분량의 작품 안에는 문학과 약소 민족들, 납치된 서유럽 작품이 실렸다.

 

"AHOJ/아호이/안녕", "DOBRY' DEN/ 도브리-덴/안녕하세요."

이것은 체코어다. 밀란 쿤데라는 체코슬로바키아에서 태어났다. 체코는 중부 내륙에 위치한 내륙국이다. 유럽에는 수많은 국가 속해 있으며 역사적, 정치적 관점으로 동유럽과 서유럽으로 나누어진다. 여기서 지리적으로 중앙에 위치한 오스트리아, 체코, 헝가리, 폴란드, 등을 중앙 유럽 국가라 일컫는다. 이들은 러시아의 침공으로 지리적, 정치적으로는 동유럽에 속해있다. 하지만 쿤데라는 " 한 민족 또는 한 문명의 정체성은 흔히 '문화'라 불리는 정신적 창조물의 총제 속에 반영되고 요약된다,"(P044)라고 서술하며 문화적으로는 서유럽에 속해 있다 말한다. 그렇다면 중앙 유럽 국민들은 두 세계에 겹쳐 있지만, 두 세계의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정체성 면에서 무척이나 혼란스러웠을 것 같다. 또한 중압 유럽이라 부르는 그곳에서는 헝가리 혁명, 프라하의 봄, 폴란드 봉기 등 치열한 저항이 있던 곳이기도 하다.

 


 

2022년 11월 쿤데라 <납치된 서유럽> 작품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쿤데라가 1983년도에 지금 현재의 유럽 정세를 예견했기 때문이다. 쿤데라의 말에 따르면 러시아인들이 타 민족을 러시아화 하고 싶어서가 아닌 극도로 비민족적, 반민족적, 초민족적인 소비에트 관료주의가 국가를 통합하기 위한 기술적 도구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라 말한다.

 

쿤데라는 '중앙 유럽을 러시아와 독일 사이의 확정되지 않은 약소민족 지역이다.' 정의하며 약소민족의 뜻을 재 정립한다. 더 나아가 전 유럽의 취약성이 다른 곳보다 왜 일찍 드러났는지 상세히 설명한다. 끝으로 러시아의 침공으로 중앙 유럽이 동유럽화 되었지만 단언컨대 유럽의 비극은 러시아가 아니라 유럽이라 강조하며 작품은 마무리된다. 분량은 짧지만 중앙 유럽사의 흐름을 자연스레 알 수 있으며, 쿤데라가 독자들에게 전하려고 했던 생각 감정을 임팩트 있는 서사로 만날 수 있다.

 

감각적인 카피라이터이자 작가인 박웅현은 그가 쓴 작품에서 지금까지 살아남아 고전이된 모든 것들을 무서워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데 나에게 밀란 쿤데라 작품은 모두 무서운 존재이자. 호학심사(好學深思)하게 만든다.


 

 

l*******5 2022.11.1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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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된 서유럽 _ 밀란 쿤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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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체코슬로바키아 작가 대회의 연설문 [문학과 약소 민족들], 1983년에 지식인 잡지 <데바>에 실린 시론 [납치된 서유럽_혹은 중앙 유럽의 비극], 두 편의 글이 실려 있다.        [문학과 약소 민족들]  작가는 민족의 개념에 대해 짚는 것으로 글을 시작한다.   19세기 초, 소수 지식인들에 의해 체코어, 체코 민족 부활 운동이 있었고 찬성쪽으로 기울긴 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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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체코슬로바키아 작가 대회의 연설문 [문학과 약소 민족들], 1983년에 지식인 잡지 <데바>에 실린 시론 [납치된 서유럽_혹은 중앙 유럽의 비극], 두 편의 글이 실려 있다. 

 

 


 
[문학과 약소 민족들] 


작가는 민족의 개념에 대해 짚는 것으로 글을 시작한다.  


19세기 초, 소수 지식인들에 의해 체코어, 체코 민족 부활 운동이 있었고 찬성쪽으로 기울긴 했으나 반론 또한 만만치 않았는데, 반대측은 게르만화, 즉 강대국에 소속된다면 약소 민족으로서의 불이익을 뒤로하고 삶의 편리, 더 많은 기회와 권위가 부여되고 영향력이 확대될 것이라는 데에 이유를 두었다.  


이러한 딜레마를 두고 체코의 민족주의자들은 민족의 위엄과 생존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그들 민족을 세계적 인식 및 교육 수준으로 향상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며, 민족이 생산해야 할 문화적 가치, 그리를 이를 통해 이뤄야할 민족의 생존을 연결 짓는다. 밀란 쿤데라는 이 지점에서 체코 문학의 특수성을 언급하며 문학에 있어서 주류가 아닌 번역가로서의 모델을 짚는다. 체코인들이 그들의 언어로 유럽 문학의 토대를 세우고, 체코어를 읽는 유럽 독자들을 만들어 낸 것은 문학 번역을 통해서였음을 지적한다. 


약소 민족이었던 체코의 언어와 문화를 유럽의 방언으로 축소되게 하느냐, 혹은 그럼으로써 유럽 민족이 되느냐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 상황에서 체코의 문화를 부활시킨 것은 번역으로 시작된 문학의 힘이라고 강조한다.  


밀란 쿤데라는 문화가 민족의 정체성을 확인시켜 주고 보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며, 약소 민족들은 그들의 언어가 지닌 문화적 역량과 언어의 독자적 특성을 통해 언어와 주권을 보호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더하여 체코 사회 전체가 체코의 문화와 문학이 갖는 본질적 역할을 인식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합법이든 불법이든 문화 예술을 파괴하는 것은 편협하고 역사적 인식이 결여된 무지이며, 이는 우리 사회를 사막으로 만들 수 있다. 또한 어떠한 형태와 입장이든 사상과 표현에 대한 간섭은 파렴치한 행위라고 간주하면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것은 당장의 이익보다는 본질적인 이익을 중시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의 역사에서 보자면 35년의 일제강점기 동안 우리의 언어와 문자, 그리고 문화가 민족 정신을 잃지 않는 데에 결정적 역할을 했음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불과 얼마 전, 한 삽화가 이슈가 됐었던 일을 떠올려보면 지금 우리 사회는 무지와 파렴치한으로 가는, 시대를 역행하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ㅡ 

 


[납치된 서유럽 _ 혹은 중앙 유럽의 비극] 


이 글은 '유럽'에 대한 개념으로 시작한다. 밀란 쿤데라가 이 글을 썼을 당시 중앙 유럽은 러시아에 예속되어 있었음을 짚는다. 


'유럽'이라는 말은 지리적 현상이 아니라 정신적 개념을 뜻하며, 이는 곧 '서유럽'이라는 말과 동의어다. 유럽 역사의 모든 국면에 관여한 오스트리아, 헝가리, 체코, 폴란드 민족에게 그들이 '서유럽'에 속하지 않는다는 것은 정체성의 본질 자체를 상실하는 것이다.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는 서유럽, 동유럽, 중앙 유럽 등 세 가지 입장으로 나뉘는데, 지리적으로는 중부에 위치하고 문화적으로는 서유럽에 정치적으로는 동유럽에 속해 있는 중앙 유럽의 입장은 가장 복잡하다. 1956년 헝가리 혁명, 1968년 '프라하의 봄'과 체코슬로바키아 점령, 1970년 폴란드 봉기 등 1950년 이후 유럽의 비극이 그곳에 집중 되었다는 사실은 이 다각적인 복잡성을 방증한다.  


중앙 유럽은 유럽 내에서 최소의 공간에 최대의 다양성으로 공존한다고 말할 수 있는데, 최대의 공간에 최소의 다양성 규칙을 세운 러시아와는 정반대다. 획일적, 균일화, 중앙집권적, 그리고 하나의 민족으로 통합하려는 러시아는 중앙 유럽이 추구하는 민족적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 여기에서 밀란 쿤데라가 강조하는 바는 서유럽의 동쪽 경계에서는 러시아가 반서유럽으로 인식된다는 점이다. 중앙 유럽의 항쟁에 담긴 속뜻은 서유럽적 정체성을 지키자는 것이다.  


중앙 유럽에 대해 경계를 규정하려는 것은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중앙 유럽은 하나의 국가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이기 때문이다. 밀란 쿤데라는 몇몇 강대국에게 영향력이 집중되는 경향을 보이는 현대 세계에서는, 유럽의 모든 민족들이 머지 않아 약소 민족이 되는 운명을 겪을 위험이 있다고 말하면서 중앙 유럽의 운명은 유럽 전반의 운명을 예고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썼다. 그런데 이러한 경향성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의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중앙 유럽의 저항 운동들은 미디어가 아닌 문학을 비롯한 철학, 예술, 공연 등 문화에 의해 이행되었다. 러시아가 체코슬로바키아를 점령했을 때, 그들은 가장 먼저 체코의 문화를 완전 파괴함으로써 민족 정체성을 약화시켰다(이는 우리의 역사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밀란 쿤데라는 유럽이 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감각을 상실한 채 중앙 유럽에게서 정치 제체만을 보기 때문에 중앙 유럽에서 동유럽만을 볼 뿐이라고 말하면서 중앙 유럽은 이웃한 강대국의 힘과 문화를 상실한 줄도 모르는 '서유럽'의 무관심에도 저항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린다고 얘기한다. 따라서 중앙 유럽의 진정한 비극은 러시아가 아니라 유럽이라고 단언한다. 

 


ㅡ 

 


밀란 쿤데라가 두 글에서 강조하는 부분은 중앙 유럽의 문화와 문학이 갖는 힘이다. 20세기 초 정치적 취약성에도 불구하고 유럽의 중요한 문화 중심지였으며, 문화적으로 고유한 세계관을 소유하고 있었던 중앙 유럽이 사라진다는 것은 유럽에서 문화 중심지가 사라지는 것임을, 더불어 유럽이 단일성을 만들어 낼 능력과 그 토대를 상실했음을 의미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그런데 이 책이 지나간 과거에 불과한 전후 및 냉전 시대의 이야기로만 읽혀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그의 글에는 마치 예견이라도 한 듯 지금, 우리의 모습을 비추고 있다(특히 러시아!). 글로벌시대를 지향하며 세계화를 부르짖는 추세에 약소 국가들이 겪는 딜레마를 볼 수 있는데, 당장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서도 친러 세력의 입장을 들어보면 앞서 밀란 쿤데라가 지적했던 부분들을 모두 포함하고 있지 않은가. 


또한 언어와 문화가 갖는 절대적 가치와 힘 역시 많은 부분 동의 및 공감하게 된다. 우리에게 만약 한글이라는 고유한 문자가 없었다면 현재 우리의 모습은 어떻게 달라졌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간혹 중국 내 소수 민족에 관련한 책들을 읽어보면 언어는 있으나 문자가 없어 세대를 이어갈수록 그들의 문화와 정체성이 희미해지고 사라지는 경우를 많이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중국 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일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흔히 동유럽이라고 일컫는 국가들에 대한 오해를 바로 잡을 수 있다. 그들의 역사와 딜레마가 너무나 익숙하게 다가오기에 여러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밀란 쿤데라가 어떤 사람인지를 바로 알 수 있는 책이라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아주 흡족한 책이다.  

 

 

 

y******n 2022.11.1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