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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 쿤데라의 <납치된 서유럽> 제목을 보고 문득 떠오른 생각은 '누구한테 납치된 건가'하는 궁금증이었다. 밀란 쿤데라는 체코슬로바키아 출신의 프랑스 망명작가로 알려져있는데, 서유럽이 납치가 됐다는게 무슨 말인가 의문이 들었다. 중앙 유럽의 비극이 서유럽이 납치된 것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유럽 정세에 아는 바가 없어 책을 읽는 내내 골머리를 앓았다. 계속해서 이해가지 않는 부분을 되짚고 읊자 밀란 쿤데라가 우려한 게 중앙 유럽의 정체성에 관한 걱정이라는 것을 어렴풋하게 알게 되었다. 폴란드, 체코슬로바키아, 헝가리 같은 지리적 위치에선 중앙 유럽, 그러나 그 정세와 문화는 서유럽과 동일한 작은 약소국가들은 어느 순간 서유럽에 속해있지 않게 된다. ?폴란드인, 체코인, 헝가리인은 파란만장하고도 분열된 역사를, 그리고 유럽의 주요 민족들의 것보다 더 취약하고 더 단속적인 국가 전통을 지녀 왔다. 한쪽으로는 독일인, 다른 쪽으로는 러시아인에 꼼짝 못 하고 끼어 있는 이 민족들은 생존과 언어가 걸린 싸움 속에서 너무나 많은 힘을 소진했다. 유럽적 의식 속으로 여유 있게 스며들 힘이 없기 패문에, 게다가 기이하고 접근하기 힘든 언어의 장막 뒤에 숨어 있기 때문에, 이 민족들은 서유럽에서 가장 덜 알려지고 가장 허약한 부분으로 남아 있었다. -p.55 20세기 초중반 유럽 정세는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이 책 한권으로는 다 담지 못한 유럽의 역사는 내가 머지 않은 훗날에 공부하리라. 여하튼, 중앙유럽의 복잡한 역사가 그들의 문화와 정신을 이어갈 힘을 잃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전쟁과 정치로 요동치는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 중앙유럽의 입지는 러시아 스탈린의 독재 하에 갈피를 잃었다. 음계이론에 기반을 둔 음악의 참신함을 발견한 헝가리, 프란츠 카프카를 배출한 프라하, 유럽의 모더니즘을 연극으로 예고한 폴란드 삼인조 등 중앙유럽의 문화가 약소민족들의 오랜 갈등이 해소되고 하나의 공동체로 통합되어 강렬한 인상을 남기던 순간이었다. 취약한 정치적 입지에 비해 꽃을 피우기 시작했던 그들의 열망이 러시아 라는 전혀 정체적으로 어울리지 않던 서유럽의 반대로 인식되던 나라에 의해 저물어간 걸 밀란 쿤데라는 매우 안타까워했다. 그리고 그런 중앙유럽의 비극을 외면한 서유럽을 보던 심정은...음. 모든 내용을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밀란 쿤데라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우리 또한 근대사가 매우 순탄치 않았고, 또 여전히 이웃나라와 긴장의 끈을 놓으면 안되는 관계이니 말이다. 이런 형국에서 줄곧 가지고 있었던 한국인, 동방국가, 유교사회에서 온 우리의 정체성이 외력에 의해 흩어지고 사라지게 된다면 얼마나 부조리하고 억울하게 느껴질까? 거기에 위험성을 느끼지 못하는 국민과 타국을 보며 가슴을 치게 될 것이다. 인접한 국가의 존망은 그저 타국의 일로만 끝낼 수 없다. 몇 천년의 얽히고 섥힌 역사와 문화가 있기에 국경선으로만 찍 그어 단정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밀란 쿤데라가 말했듯, 그 경계를 정확하게 규정하는 것은 쓸모없는 일이다. 인접한 국가끼리 교류한 문화와 감정과 이야기가 오랜 시간 뿌리를 내려 하나의 공동체, 하나의 문화, 하나의 운명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밀란 쿤데라의 걱정스런 연설이 어렵지만서도 와닿았던 건 조국과 유럽을 향한 그의 애정이 낯설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뿌리가 송두리채 뽑힐 위험에 처할 때 이런 처절한 비판과 염려가 담긴 말을 쏟아낼 누군가가 있다는 건 큰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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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체코슬로바키아 작가 대회 연설문 「문학과 약속 민족들」과 1983년 프랑스의 지식 저널 「데바」지에 기고한 시론 「납치된 서유럽」 두 편이 각각의 소개 글과 실려있다. 문학과 약소민족들의 소개 글은 자크 루프니크가 납치된 서유럽의 소개 글은 피에르 노라가 썼는데 꽤 인상 깊었다. 본 글에 대한 시대 상황이나 정치 상황 등 전반적이 상황들을 알 수 있어서 본 편을 읽을 때 도움이 되었다.
「문화와 약소 민족들」은 읽으며 일제강점기 때의 우리나라가 계속 떠올랐다. 영국, 프랑스, 스페인 등 거대한 동유럽과, 러시아라는 막강한 나라 사이에 끼어 점점 자신의 언어는 물론 문화의 정체성이 사라져가는 것을 밀란 쿤데라는 안타까워한다. 체코는 1차, 2차 세계대전 당시 많은 피해를 입었다. 그리고 공산주의에 의한 정부가 수립되어 러시아와 밀접한 관계가 된다.
『반달리즘』이라는 단어는 처음 보았다. 검색해 보니 <문화·예술 및 공공시설 등을 파괴하는 행위 또는 그러한 경향>이라 한다. 밀란 쿤데라는 공산주의의 언론탄압이나 여러 정책들이 체코어와 체코 문화를 파괴하는 행위라 한다. 유럽의 흐름을 놓쳐 그 안에 속하지 못하고 점점 변방으로 밀려나 체코어를 가르치는 이들의 유럽 문학 지식수준에 관한 보고서를 보고 답답해한다.
그리고 <약점은 문학이 불충분하게 해방되었기에 그것이 긴밀하게 의존하고 있는 체코 사회의 교육 수준과 도량, 그리고 혹시나 드러날지도 모르를 교양에 결핍에 있습니다. 가끔 저는 우리 체코의 고전 연구자들과 민족 부흥 지도자들이 그토록 중요하게 여긴 이 유럽적 특성을 우리 현대 교육이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라며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교육은 문화를 이어가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중요하다. 체코의 특수한 상황을 놓친 현대 교육을 밀란 쿤데라는 지적한 것이다.
이 부분을 읽으며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문화의 힘이다.>라는 김구 선생의 말이 생각났다. 우리나라도 일제 치하에서 일본의 문화 말살 정책으로 창시 개명이나 일본어 쓰기를 강요받았었다. 일부 지역의 사투리가 일본어인 경우가 있는 경우를 보면 당시의 일본의 정책들이 얼마나 강력했는지 알 수 있다. 그럼에도 한글을 지켰냈다. 그것은 한 사람의 힘으로만 된 것은 아니다. 몇 달 전 본 영화 「말모이」에서 극장 모임이 들킬 위기에서 기지를 발휘해 다시 모여 사전을 만들어가는 장면은 깊은 울림을 주었었다.
책 소개에서 <21세기 러시아 군사적 확장을 예견한 역사적 글>이라는 문장이 의미심장해 보였다. 20세기에 이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을 예견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납치된 서유럽」에서는<19세기 내내 러시아는 유럽에 다가왔다. 러시아와 유럽은 서로 매혹되어 있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어가 제국 내 다른 민족들의 언어를 질식시키고 있지만 그것은 러시아의 비민족적이고, 반민족적, 초민족적인 러시아의 관료주의 때문이라고 한다. 서유럽의 동쪽 경계선, 즉 중앙 유럽은 언제나 러시아의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며 폴란드는 특히 더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1956년 9월 러시아의 헝가리 포격으로 사무실이 파괴되기 몇 분 전, 헝가리 통신사 편집자가 전 세계로 타전한 메시지는 서로의 연대가 끊어진 유럽에는 그 말의 의미가 전해지지 못한다. 이 메시지의 의미는 <헝가리안의 유럽이 표적으로서, 헝가리는 헝가리로 남고 유럽으로 남아 있게 하기 위해 죽을 각오가 되어 있다> 는 뜻이다. 중앙 유럽은 정치적으로는 동유럽이지만 문화면에서는 서유럽이다. 그러나 유럽 국가들은 중앙 유럽을 자신들과 정신적으로 이어진 문화적인 면보다 눈으로 보이는 정치적인 면만을 보고 러시아가 속한 동유럽으로 보고 자신들과는 다른 개체로 보았다. 그리하여 중앙 유럽과 유럽의 연결고리는 점점 옅어지며 폴란드, 헝가리, 체코 등의 국가들은 자신들의 문화 정체성을 잃어갔다.
이 책을 읽으며 반달리즘, 프라하의 봄, 1956년 9월 헝가리 혁명, 헝가리 혁명, 세계 2차대전 등 검색한 단어가 많다. 시대와 정치 배경 중 모르는 부분이 많아서이다. 이러한 것들이 지금 살아가는 데에 무슨 소용이 있나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새로운 문화와 정치, 지리적인 것들을 알게 되면 지금의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이해하는 것이 쉬워진다. 고대사부터 시작해서 현시대까지의 역사를 왜 배우는지를 알아야 한다.
지금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 국가 정세와 앞으로의 전망이 궁금하다면 꼭 한번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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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라츠키에 따르면, 중앙 유럽은 서로 존중하면서 공동으로 뭉친 강력한 국가의 보호 아래 제각기 다양한 특성을 살릴 평등한 민족들의 중심이 되었어야 했다. 비록 제대로 실현된 적은 없지만 중앙 유럽의 모든 위대한 인물들이 공유했던 이 꿈은, 그럼에도 여전히 강력했고 영향력이 있었다. 중앙 유럽은 유럽과 유럽의 다양한 풍요의 응축된 이미지, 매우 유럽적인 소(小)유럽, 즉 최소의 공간에 최대의 다양성이라는 규칙에 따라 잉태된 민족들의 축소화한 유럽이라는 모델이고자 했다. 그런 중앙 유럽의 코앞에서 최대 공간에 최소 다양성이라는 정반대의 규칙을 내세운 러시아에게 어떻게 중앙 유럽이 공포를 느끼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48쪽 <납치된 서유럽>의 저자 밀란 쿤데라는 본디 체코 태상이다. 그러나 정치적인 이유로 추방되어 프랑스로 망명한, 2019년까지도 프랑스 작가였던 체코 작가이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4년 전 즘 읽은 기억이 있다. 작품 중 Einmal ist Keinmal(한 번은 중요치 않다, 한 번 뿐인 것은 전혀 없었던 것과 같다)이라는 독일 속담이 등장한다. 본디 이 문장은 실수, 역경 등 중요하지 않은 사건을 가볍게 넘길 때 사용하는 어구다. (예 : 사소한 실수를 했을 때, 한 번 정도는 괜찮잖아?) 그러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주인공 토마시는 이 문장을 "한 번만 산다는 것은 전혀 살지 않는 것과 같다"고 비약해, 쾌락을 탐닉하는 자신을 합리화하는 용도로 사용한다. 당시 그런 토마시를 완전히 이해하기는 힘들었다. 그러나 밀란 쿤데라의 <납치된 서유럽>을 읽으며, 밀란 쿤데라 작품의 등장인물들에 스며든 사상적 배경과 허무주의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었다.
<납치된 서유럽>은 1975년 자국에서 추방당한 밀란 쿤데라가 추방 이전인 1967년에 체코슬로바키아 작가 대회 연설문 [문학과 약소 민족들]과 1981년 프랑스 시민권을 획득한 후, 1983년 프랑스의 지식인 저널 [데바]지에 기고한 시론 [납치된 서유럽]을 한데 묶은 작품이다. 때문에 <납치된 서유럽>에서는 유럽 강대국에 직접적인 압박을 받았던 나라의 자국민으로서, 자국(혹은 집권세력)으로부터 쫓겨나 망명된 이방인으로서 밀란 쿤데라의 입장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영화 프라하의 봄(The Unbearable Lightness of Being)
[문학과 약소 민족들]에서 등장하는 밀란쿤데라는 체코 문학의 가치와 영향력을 역설하며 체코 작가들의 정신이 곧 체코 민족의 생존을 결정지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문학과 약소 민족들]을 연설한 1967년 당시는 체코의 민주화 운동인 프라하의 봄(1968)이 일어나기 직전이다. 체코는 소련의 협력으로 2차 대전 이후 나치 세력을 성공적으로 소거하였으나 냉전시대가 도래하면서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동유럽 소국들을 단일국으로 만들고자 했던 러시아의 입장과 민주화를 갈망했던 체코의 입장이 상충되면서 체코 민족 자체의 근간이 위협받기 시작한다. [문학과 약소 민족들]을 읽으며 자국을 그토록 사랑했던 밀란 쿤데라가 왜 추방되었는지 가늠할 수 있었다. 정부의 입장으로 대변된 소련의 눈에는 자국의 자유를 추구하는 그가 눈엣가시로 밖에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출처 : greenblog.co.kr
[납치된 서유럽]은 현재 러시아와 동유럽 세력간의 팽팽한 긴장을 서술했다고 봐도 무방한 작품이다. 1983년 [납치된 서유럽]이 집필될 당시 체코는 민주화로 향하는 걸음을 떼기 위해 꿈틀거리고 있었다. 독일은 나치 집권시절 러시아의 앙숙이었다. 체코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독일민족의 영향을 받아왔다. 중앙 유럽 국가들은 유럽내에서 이방인이자 약소민족으로 여겨져왔다. 게르만 혹은 슬라브라는 단일 미족을 꿈꾸는 세력들에 의해 그들의 독립성은 철저히 묵살되어왔으며 체코는 민족 소멸의 기로에 놓여있었다. 밀란 쿤데라는 다양성의 소멸이 곧 서유럽의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 경고한다. 한 민족의 정체성이 사라지는 순간 전체주의의 공포가 다시 유럽대륙을 덮을 것임을 기억해야한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Es muss sein!" 이라는 문장이 생각난다. 필시 그래야만 한다는 독일어 문장이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제목과 대비된 꼭 그래야만 한다는 첫 문장이 아이러니 했다 응당 그래야만 하는 "의무"는 강제성을 띠고 있기 때문에 "참아야 함"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밀란 쿤데라의 <납치된 서유럽>을 읽으며 그가 왜 작품에서 무의미와 가벼움을 다룰 수 밖에 없었는지 통감했다. 언제든 뿔뿔히 흩어져 사라질 수 있는 먼지같은 나라들,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결국엔 "통용"이라 불리는 강제적인 가치관을 주입 시켰던 세력들. 밀란 쿤데라는 선택만을 해야만 했던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는 자유를 침해받는 일체의 행위를 거부하면서도 압박과 굴욕에 엉킨 인물들을 등장시키지 않았을까. <납치된 서유럽>을 읽으며 한 때 가장 좋아했던 작가인 밀란 쿤데라라는 사람의 의연함을 다시 한 번 느껴본다.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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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 쿤데라의 글 두 편과 각 글의 소개가 실린 민음사 쏜살문고, 짧고도 강력한 메시지가 담겨있는 책이다.
16년 간격을 두고 발표된 <문학과 약소 민족들>과 <납치된 서유럽 - 혹은 중앙 유럽의 비극>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먼저 <문학과 약소 민족들>은 약소 민족의 생존과 위치를 명확히 할 방법을 제시하고 있고 <납치된 서유럽>에서는 강대국과의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방법을 예견하고 있다. 그리고 공통적으로 문학의 역할을 촉구한다.
그의 글은 명백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예견하고 있을뿐더러, 약소국가들의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한편 유럽 연합의 위기 또한 예상하므로, 발표된 시점인 1983년을 생각하면 놀랄 수밖에 없는 통찰력이다. 밀란 쿤데라는 어떻게 이 모든 것을 통찰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그가 제시하는 방향은 무엇일까. 그는 문학의 방향성을 강력히 피력하고 있는데, 이는 무척이나 설득력이 높다.
그의 논지의 일부로 그는 약소민족이 가진 주요한 힘으로 언어를 이야기하고 있다.
언어는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자신의 문화와 정신을 보존하게 한다. 언어로부터 파생되어 언어로 구체화되고 전파되고 전승되는 정신이 있다. 이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며, 원하던 원하지 않던 다른 언어와의 관계에서 독자적인 위치를 갖게 한다.
한편, 그는 결코 자국의 모든 것을 보존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우선 교육수준의 세계적인 수준으로 높일 것을 촉구한다. 그리고, 민족의 발목을 잡는 고루함, 무교양, 편협함 등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는 민족의 문학적 영향력을 방해할뿐더러 민족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것임을 경고하고 있다.
만약 무교양이 그 문화 안에서 이해된다는 이유로 득세한다면, 결국 그 문화마저 배척되게 만드는 행위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독자적인 문화를 갖는 약소민족의 경우, 이 점을 예민하게 성찰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여기까지가 첫 번째 글의 논의였다면, 두 번째 글의 논의는 약소국이 강대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유지해 나갈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약소국과 강대국의 관계는 침략, 지배-피지배, 통합, 연합, 느슨한 유대와 교역 약간씩은 다양할 수 있다. 하지만 유럽과 러시아의 팽창의 결이 다른 점을 보여주면서 약소국이 경계할 점을 알려준다. 더 이상 이데올로기 싸움이 아닌, 유럽이 내세우는 가치와 러시아 체제의 필요 간의 대립은 40여 년 전에도 지금도 치명적인 차이점이다.
그렇다면 유럽은 무구히 발전해야 마땅한지, 그 이후까지 밀란 쿤데라는 예견하고 있다. 밀란 쿤데라는 결코 낙관하지 않았다. 더 이상 문화가 공유되지 않는 세태도 우려하고 있다. 아무도 동시대의 회화를 즐기지 않고, 문예지와 저널이 사라져도 대중은 이를 알지 못하는 현상을 경계한다. 문화가 없는 상황은 논의가 개진되지 않는 공허한 상황에서의 아우성일 뿐이다.
대중 매체, 대중음악 등의 문화의 대체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루어지는 주제와 향유되고 논의되는 담론의 역량이 발전 가능한 지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변주될 뿐인, 오락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으로는 개진될 수 없는 것을 자체적으로 다룰 문화의 힘이 필요하다.
치열한 논의가 필요한 글, 여기서 많은 것을 시작할 수 있는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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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 - 신간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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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된 서유럽 - 혹은 중앙 유럽의 비극 밀란 쿤데라 | 장진영 옮김 | 쏜살 문고 | 민음사 이상하다. 뭔가를 예견한 글은 그 전파속도가 현저히 빠르거나, 아니면 상대적으로 느리다. 이 글 역시 내게는 그러하다. 다 알면서도 말하기 힘든 진실을 에둘러 말하거나, 진정성 있는 무엇을 전하려고 하면 오히려 그 진정성이 다른 의미로 훼손되는 느낌... 그래서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진실의 상념, 아니 그 시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것들이 온통 널려있는 느낌이다. 강대국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변방의 민족이란 무엇인가? 비행기로 인해 여정의 길이가 짧다면 하루, 길면 삼일도 안되어 네 나라가 곧 내 나라가 될 수 있는 지금에도 우리는 서로의 영토를 탐하면서 야금야금 먹을 생각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최근 방송에서 7광구란 것에 대해 들었다. 우리나라와 일본이 협약에 의해 공동 개발하고자 했던 천연자원의 보고, 유전이 있을 지도 모를 그곳... 그 7광구가 시간이 흐르면 조만간 우리 의사와는 상관없이 일본의 소유로 국제적 약정에 의해 넘어갈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사실 7광구는 영화로만 봐서 그 의미를 알지, 원래 본래의 존재를 잘 몰랐던 나로서는 꽤 충격적인 일이었다. 그리고 원래는 그 영토가 우리 관할이었지만 본디 개발 비용 등의 막대한 자금을 감당할 수 없어서 일본과의 협약을 통해 공동 개발코자 했다는 것... 그리하여 공동으로 시추선을 띄우고 나름 탐사를 위해 애썼지만 그 성과가 빨리 안 나온 고로 일본은 조기 철수를 했다는 것 말이다. 7광구, 사실상 어떤 자원이 숨겨진 보고의 땅인 그곳이 사라질 위기라는 것이다. 그리고 일본이 만일 그곳을 우리와 손을 잡지 않고 따른 세력, 호시탐탐 이곳을 엿보고 있는 중국과 손을 잡을 지도 모른다는 것이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한다. 만일 중국과 손을 잡고 그곳을 개발한다면 대만과도 가까워지는 셈이니 대만의 불안은 아마 가속화될지도 모른다. 모든 것이 돌고 돈다. 그리고 하나를 결정하더라도 헛되이 할 수가 없다는 생각이다. 책 [납치된 서유럽]은 밀란 쿤데라의 연설문이다. 꽤나 격정적인 그의 연설을 통해 거대한 나라들에 둘러싸인 약소국가인 체코슬로바키아의 설움을 다시 한번 느끼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점은 우리나라를 생각나게 했고, 더 지엽적으로는 현재 나라 없이 난민 신세로 떠돌고 있는 로힝야족을 생각나게 했다. 그곳에 오랫동안 뿌리를 내리고 산다고 해서 그곳이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지금이 아니다. 사실 땅과 하늘에 실금이 어디 있는가? 만물에 주인이 어디 있는가? 하지만 인간은 하늘에도, 땅에도, 바다에도 줄을 쳐놓았다. 그리하여 그곳을 넘어오면 총과 칼로 위협하고, 몸뿐만 아니라 그 정신마저 소유하려 안간힘을 쓴다. 체코 문학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체코어... 밀란 쿤데라는 가장 민족적이고 지엽적인 것의 세계화를 말한다. 그 다양성을 말한다. 결코 강대국에는 흡수되지 못하는 민족성을 말하고 있다. 과연 러시아에 통합되면 그 민족이 위대한 슬라브족이 되는 것일까? 과연 러시아에 통합되면 위대한 러시아 문학에 한 발을 담근 것인가? 저자는 말한다. 모든 것은 소멸의 길을 걷는다고 말이다. 말하자만 문화의 실종이다. 천안문 사태가 떠오르고 급기야는 분서갱유라는 급진적 사상의 통합 책마저 떠오른다. 이 일이 과연 남의 일인가? 지난 일인가? 우크라이나의 절멸을 부르짖는 러시아의 행보는 그것이 바로 지금의 일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쿤데라의 연설은 바로 지금, 현시점을 향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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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작가 밀란 쿤데라 21세기 러시아의 군사적 확장을 예견한 역사적인 글
중앙 유럽의 작은 국가 체코슬로바키아 출신으로, 유럽 문화예술사에서 중앙 유럽이 가지는 중요성과 정체성을 끊임없이 옹호해 온 작가 밀란 쿤데라의 사상적 원점을 보여 주는 에세이 『납치된 서유럽_혹은 중앙 유럽의 비극』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습니다.
중앙 유럽이란 구체적으로 오스트리아, 체코, 헝가리, 폴란드 등을 일컫는다. 오스트리아를 제외하고 체코, 헝가리, 폴란드는 흔히 동유럽으로 일컬어지지만 이는 틀린 말이라고 합니다. 동유럽은 비잔틴, 정교회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체코, 헝가리, 폴란드는 로마 가톨릭 문화에 뿌리를 둔 서유럽 문화권에 속합니다. 그러나 러시아의 서진 욕망 때문에 이들 세 국가가 슬라브 세계라는 실체 없는 개념에 묶여 동유럽으로 인식되었고, 바로크 문화를 꽃피우고 서유럽과의 활발한 문화 교류를 통해 유럽 문화 사조의 역동적 발전에 기여한 중앙 유럽의 중요성은 점점 간과되어 이제 그 존재조차 희미해졌다는 것이 쿤데라의 주장입니다.
중앙 유럽의 진정한 비극은 러시아가 아니라 유럽이다. ---p.79
1956년 9월, 헝가리 통신사의 편집부장은 포격으로 자신의 사무실이 파괴되기 몇 분 전, 당일 아침 개시된 러시아의 부다페스트 침공에 관한 절망적인 메시지를 전 세계로 타전합니다. “우리는 헝가리를 위해, 그리고 유럽을 위해 죽을 것이다.”라는 말로 끝을 맺었습니다. 조국을 위해 유럽을 위해 죽는다는 말은 모스크바에서도 레닌그라드에서도 생각할 수 없는 말로 그는 헝가리 안의 유럽이 표적이 되고 있는 점을 헝가리는 헝가리로 남고 유럽으로 남게 하기 위해 한 말이라고 합니다.
내가 중앙 유럽이라 부르는 유럽의 이 모순적 입장을 보면 왜 삼십오 년 전부터 유럽의 비극이 그곳에 집중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다. 그곳에서는 1956년 피비린내 나는 대학살이 뒤따랐던 장엄한 헝가리 혁명이 있었고, 1968년에는 ‘프라하의 봄’과 체코슬로바키아 점령이 있었으며, 1956년, 1968년, 1970년에는 폴란드에서 일어난 봉기들 및 근년의 봉기가 있었다. 비극적인 내용으로 보나 역사적 영향으로 보나, 서유럽에서든 동유럽에서든 지리적으로 유럽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어느 것도 중부 유럽에서 일어난 이 같은 일련의 저항들과 비교가 불가능하다. ---p.42
20세기 초 중앙 유럽은 정치적 취약성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아마도 가장 중요한 문화 중심지가 됩니다. 빈의 중요성이 오늘날 잘 알려져 있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창의성을 통해 중앙 유럽 문화 전반에 기여한 다른 나라와 도시들이라는 배경을 빼놓고는 이 오스트리아 수도의 독창성을 생각할 수 없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역사를 지닌 유럽 강국에겐 그들이 그 안에서 발전을 거듭해 온 유럽적 배경이 당연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각성기와 수면기를 번갈아 겪어 온 체코인들은 유럽적 의식의 발전 과정에서 몇 가지 중요한 단계를 놓쳤고, 그리하여 매번 유럽의 문화적 배경에 적응해야 했다고 합니다. 그것을 재구성해서 다시 생각해 보는 책 격동하는 21세기 유럽정세를 거장이 바라보는 시각을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납치된 서유럽’이란, 중앙 유럽이 유럽 정치, 사회와 문화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간과하여 서유럽 자체가 사라질 위험을 가리켜 쿤데라가 한 말로, 이는 세계사에서 주도적 위치에 있지 못하고 변방에 자리함으로써 늘 소멸 위기에 시달리는 중앙 유럽의 작은 국가들의 비극적 처지를 뜻하는 말입니다.
밀란 쿤데라는 체코어라는 비주류 언어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지만, 프랑스어로 번역, 출간되어 프랑스 망명의 기회를 잡고 프랑스어로 작품 활동을 하고 지역의 한계를 넘지 못한 체코 문학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깊었다고 합니다. 납치된 서유럽에서는 유럽 통합과 세계화라는 거대한 통합을 향해 나아가던 서유럽과, 그들과 같은 역사적·문화적 뿌리를 공유함에도 외면당하는 중앙 유럽 약소국 (오스트리아, 체코, 헝가리, 폴란드) 들의 운명으로 확장됩니다. 그는 소련의 탄압하에 언어와 문화가 위협받는 중앙 유럽 약소국들이 국가 정체성을 잃고, 결국 서구 세계마저 파괴될 것이라 호소하며 서구의 각성을 촉구하는 글을 남겼습니다. 1967년 쿤데라가 제기한 문제들은 20세기 후반에 시작된 거대한 통합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본 약소 민족들의 운명이라는 차원을 전망할 때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위치도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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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다루지만 철학적인 요소를 절대 놓치지 않는 작가 밀란 쿤데라의 신간 <납치된 서유럽> 작품이 쏜살 문고를 통해 출간되었다. 민음사에서는 전 세계의 문학을 새롭게 번역하고, 감각적인 디자인을 실은 쏜살 문고를 선보이고 있다. 짧은 분량의 작품 안에는 문학과 약소 민족들, 납치된 서유럽 작품이 실렸다.
"AHOJ/아호이/안녕", "DOBRY' DEN/ 도브리-덴/안녕하세요." 이것은 체코어다. 밀란 쿤데라는 체코슬로바키아에서 태어났다. 체코는 중부 내륙에 위치한 내륙국이다. 유럽에는 수많은 국가 속해 있으며 역사적, 정치적 관점으로 동유럽과 서유럽으로 나누어진다. 여기서 지리적으로 중앙에 위치한 오스트리아, 체코, 헝가리, 폴란드, 등을 중앙 유럽 국가라 일컫는다. 이들은 러시아의 침공으로 지리적, 정치적으로는 동유럽에 속해있다. 하지만 쿤데라는 " 한 민족 또는 한 문명의 정체성은 흔히 '문화'라 불리는 정신적 창조물의 총제 속에 반영되고 요약된다,"(P044)라고 서술하며 문화적으로는 서유럽에 속해 있다 말한다. 그렇다면 중앙 유럽 국민들은 두 세계에 겹쳐 있지만, 두 세계의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정체성 면에서 무척이나 혼란스러웠을 것 같다. 또한 중압 유럽이라 부르는 그곳에서는 헝가리 혁명, 프라하의 봄, 폴란드 봉기 등 치열한 저항이 있던 곳이기도 하다.
2022년 11월 쿤데라 <납치된 서유럽> 작품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쿤데라가 1983년도에 지금 현재의 유럽 정세를 예견했기 때문이다. 쿤데라의 말에 따르면 러시아인들이 타 민족을 러시아화 하고 싶어서가 아닌 극도로 비민족적, 반민족적, 초민족적인 소비에트 관료주의가 국가를 통합하기 위한 기술적 도구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라 말한다.
쿤데라는 '중앙 유럽을 러시아와 독일 사이의 확정되지 않은 약소민족 지역이다.' 정의하며 약소민족의 뜻을 재 정립한다. 더 나아가 전 유럽의 취약성이 다른 곳보다 왜 일찍 드러났는지 상세히 설명한다. 끝으로 러시아의 침공으로 중앙 유럽이 동유럽화 되었지만 단언컨대 유럽의 비극은 러시아가 아니라 유럽이라 강조하며 작품은 마무리된다. 분량은 짧지만 중앙 유럽사의 흐름을 자연스레 알 수 있으며, 쿤데라가 독자들에게 전하려고 했던 생각 감정을 임팩트 있는 서사로 만날 수 있다.
감각적인 카피라이터이자 작가인 박웅현은 그가 쓴 작품에서 지금까지 살아남아 고전이된 모든 것들을 무서워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데 나에게 밀란 쿤데라 작품은 모두 무서운 존재이자. 호학심사(好學深思)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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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체코슬로바키아 작가 대회의 연설문 [문학과 약소 민족들], 1983년에 지식인 잡지 <데바>에 실린 시론 [납치된 서유럽_혹은 중앙 유럽의 비극], 두 편의 글이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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