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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란 무엇인가? 서양 철학이 마음을 인식의 주체, 사유의 주체로 바라본다면, 동양철학은 마음을 인식과 사유를 넘어서는 종교적 완성의 주체로 바라본다. 이 책은 서울대학교 철학사상연구소에서 기획한 '마음과 철학' 총서 시리즈 유학편이다. 현대어 '마음'과 관련된 중국철학 개념으로는 심(心), 성(性), 정(情), 의(意), 지(志) 등이 있다. 보통 심을 '마음'으로 번역하는데, 이는 협의의 마음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의 서문을 작성한 정원재 교수는 마음이론을 "나의 성격과 영역, 역할에 대한 규정의 체계"로 규정한다. 유학에서의 마음이론은 심리적 상태에 대한 단순한 설명이라기보다는, 도덕적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인간으로서의 ‘나’의 성격과 영역, 역할에 대한 규정의 체계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중국과 한국의 유학자들이 인간의 마음을 어떻게 생각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총 15편의 글이 수록되어 있는데 각각 공자, 맹자, 순자, 양웅, 장재, 주희, 왕수인, 나흠순, 황종희, 양수명, 이황, 이이, 김창협, 정약용, 최한기의 마음이론을 설명한다. 특히 정원재의 서문, 이현선의「장재: 하나하나의 의식과 하나된 의식」, 손영식의「주희: 본성과 감성의 주재자」를 추천한다. 공자의 인은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고, 이런 인 사상이 가진 두 가지 측면이라 할 수 있는 덕과 예는 각각 맹자와 순자가 이어받는다. 마음의 역할은 본성의 선악여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맹자는 성선설을 내세우는데 본성 자체에 이미 도덕성이 내재해 있는 것으로 본다. 맹자는 인의예지 사단을 마음의 본질로 보았고, 마음의 지(志)와 몸의 기(氣)를 구별한다. 반면에, 순자는 성악설을 내세우는데, 본성 자체는 도덕성과 무관하고, 마음은 외부에서 도덕을 가져오는 역할을 수행한다. 순자는 마음이 자신의 감정과 욕구에 대해 취사선택하고 이에 따라 행동한다고 보았다. "맹자가 인간 심성에서 감정과 정서를 중심으로 하여 인격완성의 틀을 제시했다면, 순자는 지적 능력의 측면을 바탕으로 그러한 작업을 했다는 점에서는 분명 대조적이다. 그러나 양자 모두 마음이라는 실체의 독립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83쪽) 한대의 철학자 양웅은 마음의 본질은 선악이 뒤섞여 있다는 성선악혼설을 주장한다. 한대의 유학자들은 순자의 노선을 따라 인간은 자연상태에서는 사회적인 악에 이르게 되므로, 후천적인 외부의 교정을 통해 선을 이룰 수 있다고 보았다. 송대의 신유학자들은 리와 기를 비롯한 개념을 가지고 선진시대의 이론을 재구성하려고 한다. 신유학의 집대성자 주희는 북송대 신유학 운동에 공헌한 사상가로 주돈이, 정호, 정이, 소옹, 장재를 들고 있다. 이른바 '북송오자'로 일컬어지는 사람들이다. 신유학의 마음 이론은 크게 세 가지 노선이 있는데, "마음은 리와 기가 합쳐진 것이다", "마음은 기다", "마음은 리다"이다. 신유학자들은 대체로 마음을 지각으로 규정한다. 지각이란 외부의 자극에 대해 반응하고 이 반응을 계산하는 능력이다. 다시 말해서 지각의 두 가지 주요한 기능은 반응과 계산이다. 선진 이래로 철학자들은 마음을 물, 나무, 몸과 몸에 딸린 기관, 구슬, 말과 마차, 마부, 정원사, 주인, 장군, 임금 등 여러 사물과 사람에 비유하곤 했다. 이런 비유들 가운데 신유학자들이 가장 중시하는 이미지는 거울과 저울이다. 반응으로서의 마음은 거울에 비유되고, 계산으로서의 마음은 저울에 비유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