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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겨울밤 난롯가에 모여 앉아 무서운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들의 모습에서 시작된다. 이 모임의 참석자 중 한 명이었던 더글라스는 사람들이 여태껏 들어본 적 없는, 자신만이 알고 있던 끔찍한 이야기 하나를 풀어 놓게 된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어릴 적 누이의 가정교사로, 그녀가 처음 가정 교사 일을 시작했던 집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 당시 가정교사 모집 공고를 냈던 이는 아이들의 삼촌이었는데, 그가 말하길 아이들은 2년 전에 부모를 모두 여읜 상태고, 가정교사로 채용되면 아이들이 살고 있는 시골집에서 아이들을 돌보아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여기엔 찜찜한 조건이 하나 더 붙어 있었다. 그것은 절대로 자신을 귀찮게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아이들을 돌보며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해 자신에게 보고하거나 의논하지 말고 가정교사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거기다 대화 도중 잠시 언급된 전임자(이전 가정교사)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도 어딘가 마음에 걸렸다. 그러나 첫 일자리에다가, 생각보다 후한 급여, 거기다 매력적인 외모를 가진 고용주의 모습에 그녀는 제안을 받아들이게 되고, 그러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책에서는 시작 부분에 인물관계도를 그려 두어 독자가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기 전 등장인물들의 관계를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것은 소설의 내용을 미리 짐작해 보는 장치가 되어 읽으면서 알아가는 재미를 방해할 수도 있지만, 소설의 인물 관계를 파악하는 데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이에게는 상당히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사실 이 작품은 몇 주 전에 다른 번역으로 한차례 읽어보았다. 그때는 마지막 장까지 다 읽고 나서 머리가 멍해지는 느낌을 받았었다. 내용 자체가 모호하기도 했고, 문장도 매끄럽지 않아 집중이 잘 안되었고, 거기다 카페인의 부족까지 한몫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다른 번역으로 다시 한번 더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현대어로 쉽게 쓰였다는 이 책이 눈에 띄어 다시 읽어보게 되었다. 내용을 알고 다시 읽는 작품이라 이해가 쉬운 것일 수도 있지만, 확실히 지난번 책보다는 편안하게 읽혔다. 그러나 현대적인 문장 때문에 고전 특유의 분위기가 조금 덜어진 것은 아쉬웠다.
이 작품은 명확하게 무언가를 보여주지 않는다. 이 책은 유령이 실제하는가를 초점에 두고 볼 수도 있고, 가정교사가 아이들에게 과도하게 집착하면서 시작된 망상으로 볼 수도 있다. 전자보다 후자를 생각할 때 더 무섭게 읽힌다. 처음 읽을 땐 유령의 정체와 숨겨진 비밀에만 집중하여 읽었는데, 다시 읽어보니 가정교사의 생각과 행동이 예사롭지 않게 보여 자꾸 눈길이 갔다. 거듭 읽을수록 공포 심리 소설의 매력이 더욱 깊게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다시 읽어보니 왜 헨리 제임스를 ‘현대 심리 소설의 가장 위대한 선구자’라고 부르는지 이해가 갔다.
<나사의 회전>은 어둡고 습한 안갯속에서 펼쳐지는 으스스한 이야기에 모호함이 뒤섞여 있는, 상당히 매력적인 분위기를 가진 작품이었다. 심리 스릴러를 좋아한다면 최초의 공포 심리 소설이라 불리는 이 작품도 읽어 보길 추천한다. 만약 이전에 이 작품을 읽었지만 번역에 불편함을 느꼈거나 내용 이해에 어려움을 느꼈다면 이 책으로 다시 한번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고전을 멀리하는 청소년들에게 권해봐도 좋을 만한 책이다.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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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나사의 회전
헨리 제임스를 만나다
『SF, 시대정신이 되다』(이동신)를 읽다가 헨리 제임스를 만났다. 그 책의 저자 이동신은 헨리 제임스를 이렇게 평가한다.
그런 작가인 헨리 제임스를 드디어 만난다. 그의 작품 『나사의 회전』으로. 이 작품은 1898년 발표된 것이다.
나무 위키는 아 작품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이 책의 제목 『나사의 회전』은 무슨 의미일까
문제는 제목인 <나사의 회전>이다. 원제는 turn of the screw인데, 어떤 뜻일까 보통 물건을 접합하는 경우 꽉 조일 때에 쓰는 게 나사인데, 그것처럼 이야기를 꽉 쪼인다는 의미라는 말인가 소설을 읽다보면 이야기의 전개가 점층법으로 한 발 한 발 더 깊어지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 그것을 말하는지도 모르겠다. 책 뒤에 역자가 쓴 <옮긴이의 글>에서도 아무런 말이 없으니, 그저 내 식으로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참고로 민음사 판에서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등장 인물들
화자 : 20살, 가정교사 런던 저택 : 마일스의 삼촌, 화자의 고용주 에식스의 블라이 저택의 사람들 그로스 부인 플로라 마일스 유령( 미스 제셀, 피터 퀸트)
서서히 시작되는 긴장, 그리고 몰입
그러니까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에 프롤로그 격인 서장에서 말해주지 않았더라면, 유령이 언제 나타나나 하는 기대감은 없었을 것이다. 그저 한 여자가 가정교사가 되어 두 아이들을 가르치는 이야기인가보다 할 건데 프롤로그에서 유령 이야기를 해주는 바람에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는 것이다.
그런 신경쓰임은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면서 화자에게 그로스 부인이 전임 가정교사와 그 집 일꾼이었던 피터 퀸트의 관계 그리고 그들의 후일담을 전해주면서 더 한층 고조된다.
그래서 드디어 피터 퀸트의 유령을 보게 된다. (44, 53쪽). 그 다음 호숫가에서는 미스 제셀의 유령을 목격한다. (74쪽)
그렇게 유령이 등장하면 독자들은 당연히 유령이 있었고, 화자에게 보였고, 그러니 유령의 실재를 조금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화자는 두 가지 양면전을 벌인다.
먼저 화자는 아이들을 묘사하는 데 그들이 착하고 순전하다는 것을 자꾸 강조한다.
그 한편으로는 이런 설명도 빠지지 않는다.
그러니까 저자는 블라이 저택과 아이들의 모습을 그려내면서 아주 아름답고 편안한 모습, 착한 모습을 그려내면서도 일말의 여지를 남긴다. 뭔가 있다는 식의 불안하고 불편한 배경음악을 까는 식으로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독자들은 언제 이 평화가 깨질까, 언제 저자가 숨겨놓은 시한폭탄이 터지는 것일까, 하는 조바심과 긴장감을 느끼면서 읽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가, 드디어
그러다가 드디어 일이 터진다, 맨먼저 남자 아이인 마일스가 그토록 순종적이고 착하게 행동하던 그 아이 마일스가 실상은 다른 모습을 감추고 있었던 게 드러나는 장면.
그러니 마일스가 뜻밖의 행동을 보일 적에 적지 않게 당황했던 게 사실이다. 이런 면이 있던 아이였는데, 그걸 몰랐다니. 그러면서도 또한 다른 아이 플로라에 대하여는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플로라가 혼자 사라지고 호수가에서 그 아이를 만났을 때, 보인 행동은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설마 설마 했는데 막상 그런 일을 당하고 보니, 저자의 글이 독자들에게 좋은 면만을 강조하면서도 한편 어두운 모습을 살짝 살짝 비쳐준 것이 바로 그런 거였구나, 하면서 비로소 깨닫게 되는 것이다.
다시, 이 책은
‘긴장의 최극점을 상징한다’는 이 책의 제목 ‘나사의 회전’처럼 이 책을 읽는 내내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정말 유령은 존재하는 것일까 아이들이 있을 때에 화자의 눈에 보인 유령은 과연 아이들에게도 보였던 것일까?
매 순간 순간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흘러간다. 줄거리가 진행되는 시시각각 나사가 조여오는 듯, 숨막히는 기분을 느끼게 되는 이 책에 독자들은 감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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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세기의 끝을 세기말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세기말'이라고 하면 19세기 말을 지칭하기도 한다. 19세기 말은 염세적이고 퇴폐적인 사회 풍조가 문학, 예술, 사상 전반에 흐르던 시기다. 한 세기가 끝날 무렵에 나타나는 심리적인 불안증은 그러한 분위기에 편승하여 병적으로 나타나 세기말적 현상으로 불리기도 했다. 19세기 초, 문학 장르 중에는 고풍스러운 성을 배경으로 유령과 같은 기괴한 사건을 다루어 공포감을 조성하는 고딕소설이 유행했는데, <나사의 회전>은 1898년, 세기말에 발표된 중편소설로서 고딕소설에 해당한다. 고딕소설이 그러하듯 <나사의 회전>의 배경도 웅장하고 멋진 성이 등장한다. 그 성을 떠도는 유령이 있으며, 그 유령을 보는 가정교사의 심리적인 압박이 점증적으로 가해지며 공포감을 조성한다.
결말이 꽤나 충격적이다. 이 책을 읽지 않는 분들을 위해 스포일러는 하지 않겠지만 솔직히 결말을 알고 본다고 해도 <나사의 회전>이 던지는 그 애매함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나사의 회전>이 독자들로 하여금 여러 가지 해석을 낳게 하는 이유는 바로 그 애매함에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다양한 해석이 이 작품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문학은 독자들의 경험, 지식, 사회적 환경 등에 따라 해석되어 읽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사의 회전>은 정말 애매하다. 이 애매함은 소설 전반에 흐르는 사건에 대해 그 원인과 진위 등을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주어진다. 매우 불친절하게 느껴지지만 그래서 더욱 흥미진진하기도 하다.
어느 날 가정교사 앞에 느닷없이 나타난 두 명의 유령, 그리고 그 유령에 의해 조종되는 아이들, 그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가정교사의 행동과 심리 묘사. 1인칭 '나'로 쓰인 가정교사의 심리를 그 의식의 흐름 따라 쫓아가다 보면 공포와 마주할 때 압박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제대로 된 설명이 없이 사건들은 이어지고, 그 사건들은 등장인물 간의 모호한 대화를 중심으로 풀어간다. 워낙 인물 간 대화가 화제를 두루뭉술하게 다루고 있기 때문에 더욱 주목하여 읽게 되지만, 그렇다고 상황을 명확하게 짚어내지 못한 채 종결까지 이어지게 된다. 소설의 결말이 주는 허무함과 안타까움으로 마지막 페이지에서 손을 떼기 쉽지 않았는데 헨리 제임스가 그렇게 의도했다면 매우 성공적인 소설이라 할 수 있겠다.
<나사의 회전>같이 등장인물, 사건, 결말 등에 관하여 다양한 해석을 불러내는 소설은 독서토론하기에 좋은 작품이 아닐까 싶다. 지인들 모임에서 한 번쯤 이 작품으로 토론하게 된다면 같은 작품을 읽고 얼마나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는지 알게 되는 흥미로운 시간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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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시리즈가 좋다. 읽기 쉬우니까. 보통 고전은 시간 날 때 읽겠다고 미루고 미루다가, 에라 모르겠다, 하면서 '언젠가 읽어야지'로 생각을 바꾸곤 했다. 어쩌다가 큰맘 먹고 읽으려고 펼쳐들었을 때, 쉽게 책장이 넘어가지 않으면 그 또한 추진력을 약하게 만들었다. 다음 기회가 언제 올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시리즈를 읽어보면 알게 될 것이다. 다르다. 달라. 그리고 이 책은 공포 심리 소설이라고 하여 관심 있게 보았다. 현대 심리 소설의 가장 위대한 선구자 헨리 제임스.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글의 모호성을 정교하게 드러낸 「나사의 회전」 영화, 드라마 등으로 끊임없이 재탄생한 최초의 공포 심리 소설 (책 뒤표지 중에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서 이 책을 펼쳐들었다.
이 책의 저자는 헨리 제임스. 19세기 리얼리즘 소설의 대가이자 20세기 모더니즘 소설의 선구자. 1862년 하버드 대학교 법학부에 입학하였으나, 문학에 뜻을 두고 단편 소설과 평론을 쓰기 시작하여 20대 중반에 이미 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단편소설 작가로 이름을 떨쳤다. 현대 소설 비평의 기본적인 용어 대부분이 그에게서 나왔을 정도로 소설 이론의 측면에서도 위대한 업적을 남겼으며, 제임스 조이스, 조셉 콘래드, 버지니아 울프 등 수많은 작가들에게 엄청난 문학적 영향을 미쳤다. (책날개 발췌)
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의 특징은 맨 처음 인물 관계도로 시작하는 것이다.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고 읽기 시작하니 훨씬 더 술술 읽을 수 있으며, 그 스토리에 빠져든다. 고전이든 현대의 작품이든 몰입감을 선사해 주어야 작품을 읽는 맛이 나는데, 고전을 새롭게 접할 수 있도록 안내해 주는 시리즈라는 생각이 든다.
공포 소설은 공포 자체보다 그 분위기가 중요하다. 그런 점을 생각해 보면 이 소설은 배경부터 차근차근 깔아준다. 성탄 전야, 고가의 난롯가에 모여 앉은 사람들이 괴담을 주고받으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러고 보면 그렇게 돌아가며 무서운 이야기를 할 때, 그 공포감이 한참을 갔던 적이 있다. 들을 때에는 그렇게 무섭지 않은 이야기라도, 집에서 혼자 생각해보며 바르르 떨던 기억들, 특히 지인의 일이라며 실감 나게 이야기해 주면 더욱 공포감이 짙어졌다. 시작과 구성이 1898년에 발표된 그 시절 작품이라는 것 자체가 신선했다.
지금껏 읽은 '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시리즈 중에서 이 책이 주는 몰입도가 최고였다. 그것은 이 책을 처음 접했고, 그러니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고 읽다가 허를 찌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유령 이야기이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들어온 유령 이야기와는 조금 다른 느낌을 주는데, 전개되는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어느 순간 푹 빠져들어 다음을 기대하며 읽어나가게 된다. 그 시절에 이렇게 탄탄한 구성에 사람의 심리를 파고드는 소설이었다니! 공포의 분위기를 위해 차곡차곡 독자의 시선을 끌어들이는 데에서 한 번, 1898년에 발표한 중편 소설이라는 점에서 또 한 번 놀라게 된 소설이다. 특히 나는 대놓고 공포보다는, 있을 법한 이야기이면서 사람의 마음을 파고드는 그런 공포에 더욱 무서움을 느끼기 때문에 이 책이 내 취향에 맞는다. 소설의 구성 자체가 놀라웠다. 이 소설이 나에게 한동안 여운을 남기며 자리할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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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떻게 모든 것을 그렇게 맹목적으로 수용할 수 있었는지 놀라울 뿐이다. 그 길고도 어려운 노력을 그 정도까지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나의 동지인 그로스 부인과의 결기 덕분이기도 했고, 내가 마법에 걸린 듯한 상태였기 때문이기도 했다. 나는 그때 열정과 연민으로 들떠 있는 상태였다. 무지와 혼돈에 싸여 있었고, 거기에 자만심까지 가득 차 있었기 때문에 이제 막 세상을 향해 첫 걸음을 떼어야 하는 마일스의 훈육을 전담하는 일을 가볍게 여겼던 것 같다.
좁고 억압되었던 나의 지난 삶에서 배울 수 없었던 것들을 배웠던 것이다. 즐거움을 느끼고, 남을 즐겁게 하는 법을 배웠으며, 내일을 생각하지 않는 삶을 배웠다. 난생처음으로 공간과 공기, 자유에 대해 알게 되었으며, 여름의 음악과 자연의 신비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배려가 있었다. 배려를 경험하는 일은 감미로웠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상상력과 예민함, 그리고 허영심에 놓아진 덫이었다. pp.41~42
그로스 부인은 유령의 그림자는커녕 아무것도 보지 못했고, 그 집에서 오로지 가정교사인 나 혼자 그 곤경을 직면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나의 정신 건강을 대놓고 비난하거나 의심하지 않았으며, 내 말을 진실로 받아들여 주었다. 그러고는 경외감을 가진 채로 나를 따듯하게 대해 주고, 나를 이해한다는 표시를 해 주었다. 그러한 따듯함은 지금까지 내가 만났던 중에 가장 너그러운 인간의 숨결로 내 마음속에 남아 있다. p.66
내가 그로스 부인을 보고 있는 것처럼 어린 플로라가 유령을 본 것이 확실한데도 내가 왜 다른 망상에 빠져서 그 일에 대해 의구심을 갖지 않았는지를 해명하고, 그럼에도 플로라는 자기가 유령을 본 것을 내게 숨기려고 했으며, 동시에 아무 내색도 하지 않음으로써 내가 유령을 보았다는 사실을 스스로 의심하게 만들려고 했다는 사실들을 구구하게 설명하는 것은 또 얼마나 곤욕스러운 일이었는지! p.88
"마당에는 언제 내려간 거지?" "자정에요. 나쁜 아이가 되기로 마음먹으면, 저는 제대로 나쁜 아이가 되거든요!" p.117
"학교 생활이 즐거웠니?" 마일스는 잠깐 생각해 보더니 대답했다. "저는 어디서든 행복해요!" p.138
헨리 제임스, <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나사의 회전> 中
+) 이 소설은 액자식 구성으로 이야기 속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외부 이야기는 크리스마스 전날, 고가에 모여 무서운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더글라스는 '나'를 비롯하여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어린아이가 등장하는 유령 이야기를 들려주겠다고 약속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내용이 적힌 원고를 읽어가는 형식으로 내부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때의 서술자는 그 이야기의 주인공인 가정교사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외부 이야기의 '나'와 내부 이야기의 '나'가 일치하지 않고, 외부 이야기의 서술자가 누구인지 불명확한 상태로 소설은 진행된다.
이 소설은 1898년에 발표된 작품으로 모더니즘 소설의 시초, 의식의 흐름 기법을 제시한 대표적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소설을 읽으면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서사가 진행될 때 좀 파격적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런 점이 평가의 이유가 되지 않았나 싶다.
오직 가정교사 혼자만 보고 있는 유령은 정말 유령이 맞는지, 플로라와 마일스 두 아이들이 유령을 보면서도 정말 모르는 척하는 것은 맞는지, 그로스 부인은 정말 유령을 보지 못하는 건지 등등 이 소설의 모든 장면은 읽을수록 의구심이 든다.
두 아이들의 보호자인 삼촌은 가정교사에게 왜 절대로 자기에게 연락하지 말라고 했는지, 그로스 부인이 말한 퀸트와 예전 가정교사의 죽음의 진짜 원인은 무엇인지, 이 저택에서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 서술자인 가정교사의 말은 모두 진실인지 등 읽을수록 헷갈리고 이전 내용을 다시 확인하게 하며 궁금증을 불러 일으킨다.
가정교사의 눈에만 보이는 유령이 정말 있는 것인지, 아이들이 그녀를 대하는 태도에서 가정교사의 존재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게다가 내부 이야기를 전달하는 더글라스가 이 원고를 갖고 있다면 혹시 그가 마일스는 아닐지, 내부 이야기의 열린 결말 구조 때문에 또 고민하게 만든다.
소설은 계속 돌고 돈다. 인물들의 언행을 의심하고 또 의심하게 만든다. 심리공포 소설이라는 표현과 더불어 스릴러 소설이란 표현도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작가가 숨겨둔 소설 속 다양한 질문에 대한 대답은 독자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본래 이 소설은 만연체로 문장의 길이가 긴 편이라 읽기 쉽지 않지만 천천히 문장을 곱씹으면 이해하기 어렵지는 않다. 그리고 아이러니한 상황과 모호한 서사가 긴 문장과 잘 어우러져 만연체 문장의 매력도 맛보았던 것 같다.
액자식 구성이나 열린 결말로 인해 외부 이야기 자체가 내부 이야기처럼 와닿아, 결국 이야기의 틀까지 모호하고 몽환적이게 만든 매력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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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하나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사람마다 전혀 다르게 해석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완전히 잘못된 방향으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제대로 이해한 사람의 말을 듣고는 오히려 이렇게 말하는 경우도 있다. "이것봐, 같은 이야기를 이렇게 다르게 듣는다니깐." 이 말속엔 자신이 오해한 것일 거라는 의심은 전혀 없다. 무조건 상대방이 잘못 들었다는 확신에 찬 말이다. 이런 경우 참말을 하는 사람은 더이상 설득시킬 의지를 잃는다. 나사의 회전 마지막 장면을 읽고 잠시 충격에 휩싸였다가 위의 에피소드가 떠올랐다. 확신에 찬 말을 하는 사람은 자신의 오류를 발견하지 못하고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참을 말할 수 없는 미궁에 빠지게 된다. 나사의 회전처럼 인지가 나선형으로 빙글빙글 돌아서 결말이 없어지는 것이다. 이처럼 나사의 회전이라는 제목이 시사하는 바가 있는 것 같다. 마지막 장면에서 보고 느낀 점은 어쩌면 아이들이 표현한대로 오히려 지금의 가정교사가 자신들에게 해를 끼치는 자일 수도 있고, 아이들은 이미 가정교사가 두려워하고 대척했던 존재와 같은 존재였을 수도 있다는 의혹이 든다. 이런 저런 가정과 의혹이 나사의 회전처럼 나선형을 이루며 계속 빙글빙글 돌아가는 것이다. 스토리는 크리스마스 이브, 사람들이 모여 앉아 무서운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시작된다. 무서운 이야기속 주인공은 가정교사로 블라이 저택에 들어가 마일스와 플로라라는 이지적이고 아름답고 매력적인 아이들을 맡아 가르치게 되는데, 이 아이들이 이전의 가정교사유령과 그의 남자친구였던 유령의 사악한 힘에 장악되어 있음을 감지하고 아이들을 구하려는 고군분투의 과정을 겪게된다. 가정교사의 1인칭 시점에서 모든 사건이나 심리들이 묘사되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은 매우 주관적인 관점이다. 물론 이야기가 결말을 맺기까지 그 사실을 크게 인지하지는 못하고 가정교사가 보고 느낀 모든 것을 사실로 받아들이며 몰입하여 읽게 된다. 마지막이 되어서야 가정교사의 생각이나 감각에 의구심이 생겨나는 것이다. 의외의 반전이 있는 매우 흥미로운 괴담이었고, 앞서 제시되는 인물관계도는 내용을 이해하는 데 언제나 크게 도움이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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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소설을 좋아하다 보니 선택한 도서인데 읽으면 읽을수록 뒤 내용이 너무 궁금해지는 그런 흥미로운 소설이었다. 다만 모호한 내용과 너무나 의외인 충격적인 결말 등 다 읽은 후에도 뭔가 답답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시카고플랜 시리즈 중 하나인 나사의 회전을 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으로 읽어보았다. 먼저 인물 관계도를 살펴보았다. 1인칭 화자의 주인공은 가정교사이며 주요 등장인물로 그로스 부인과 가정교사의 제자인 마일스와 플로라가 나온다. 이야기의 시작은 크리스마스 전날 밤 난롯가에 모여 앉아 괴담을 나누는 사람들의 등장으로부터 시작된다. 어린 소년에게 나타난 유령 이야기에 더글라스(이야기의 초반을 이끌어가는 화자)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꺼낸다. 20년 전 세상을 떠난 여성이 겪은 이야기가 담긴 원고 뭉치를 받은 더글라스. 그는 그 야기를 드디어 사람들에게 공개한다. 시골 목사의 막내딸인 가정교사는 교사직을 맡기 위해 런던으로 온다. 독신 남자의 조카 두 명의 가정교사 조건은 상상이상으로 보수가 높았다. 그의 매력적인 모습 또한 호감으로 작용해 그녀는 어린 조카의 가정교사 자리를 수락한다. 물론 독신 남자의 기이한 조건이 마음에 걸렸지만. 플로라와 마일스는 예의 바른 무척이나 사랑스러운 아이들이었다. 마일스가 왜 학교에서 퇴학을 당했는지 그에 대한 의문을 품었지만 가정교사는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한다. 어느 날 가정교사는 피터 퀸트의 유령을 우연히 보게 된다. 그 후 미스 제셀의 유령도 만나면서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두려움에 휩싸인다. 내용의 전개는 나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그리고 주어가 빠진 아이들과의 대화도 독특한 느낌을 주었다. 결국엔 두 유령의 이름이 대화에서 드러났지만 오직 가정교사만이 보았기에 그 실체에 대해서도 확답적이지 않아 읽으면 읽을수록 의혹만 커져갔다. 유령이라는 초자연적인 존재의 등장은 심히 공포를 자아내는데 극 인물 중 유일하게 한 명만이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설정이 탁월했고 그에 대한 진실을 향해 다가갈 수 있다는 기대가 이 책을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던 것 같다. 결론적으론 그에 대한 답은 독자 몫이 되었지만 그래서 더 여운이 긴 소설이기도 했다. 한 자 한 자 읽는 동안 그 묘사가 어찌나 섬세한지 마치 영화의 장면을 보듯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그려졌다. 심리 또한 독자 입장에서 충분히 감정이입으로 이어져 긴장감을 고조시키기에 충분했다. 이 책은 나에게 추리 소설 'Y의 비극'과 영화 '디 아더스'를 떠올리게 했다. 공포 심리 소설을 좋아하는 분들께 강추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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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되면 극장가에 어김없이 공포 영화가 등장합니다. 공포 영화는 무섭지만 헤어나올 수 없는데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전개될수록 오싹함을 느낍니다. 특히 마지막에 반전이 있는 경우는 감독에 대한 배신감(?)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공포 영화의 매력이기도 하기 때문에 계속 보게 되네요. 매년 극장을 찾다가 최근에는 코로나19로 가지 않았었는데 내년 여름에는 어떤 영화가 나올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공포 영화가 시각적으로 공포를 준다면 소설은 글을 읽으면서 독자가 생각하도록 하기 때문에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면서 더 무섭게 느껴집니다. 헨리 제임스가 쓴 '나사의 회전' 은 출판되었을 당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는데 그만큼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무언가가 있나봐요.
책은 크리스마스 전날에 사람들이 난롯가에 둘러앉아 자신이 알고 있는 가장 기이하고 무서운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프랑켄슈타인' 을 쓴 메리 셸리는 제네바의 별장에서 지인들과 함께 머무르는 동안 시간도 보낼겸 한명씩 무서운 이야기를 하였는데 이 자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프랑켄슈타인이 탄생합니다. 나사의 회전도 이와 비슷하게 이야기 속에 이야기가 있는 구조로 더글라스가 이야기를 풀어나가네요.
주인공 역할을 하는 가정교사는 한 저택에서 마일스와 플로라를 맡아 가르칩니다. 아이들은 착하고 말을 잘 들어서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지만 어느 순간 이상한 낌새를 느끼네요. 가정교사는 저택에 자신과 아이들, 그리고 하인들 외에 '누군가' 가 더 있다고 여깁니다. 유령은 아이들을 유혹해서 나쁜 영향을 미치고 아이들도 유령의 존재를 알고 있지만 자신에게는 이를 숨간다고 생각하네요. 그래서 아이들과 대화를 하면서 슬쩍 떠보지만 아이들은 유령의 낌새를 전혀 모르는 것처럼 말하는데 그럴수록 가정교사의 편집증적인 의심은 늘어납니다.
정말 아이들은 유령의 존재를 모르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으면 가정교사를 속이는 것일까요. 실제로 유령은 없는데 가정교사의 정신적인 문제로 유령이 있다고 확신하는 것이라면 유령이 아니라 가정교사가 아이들에게 위험한 존재일 수 있습니다. 만약 정말 유령이 있다면 아이들은 순수한 얼굴을 하고서 철저하게 가정교사를 속이고 있는데 어른이 아니라 아이들이기 때문에 더 무섭게 보이네요. 책을 읽어나가면서 문장 하나하나에서 긴장감을 느꼈습니다.
이 책은 최초의 공포 심리 소설이라고 하는데 사람의 생각만으로 공포심을 느끼게 하고 상상의 나래 속에 공포가 커지는 것을 보면서 이러한 평가를 받은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요즘 나오는 공포 영화보다 100년 전에 나온 이 책에서 더 공포가 느껴지는데 그동안 제목만 알고 있다가 책을 읽어보게 되어서 재미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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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나사의 회전 : lalil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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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제이콥입니다! 오늘은 헨리 제임스의 <나사의 회전> 서평을 가지고 왔습니다! 정말 <미래와 사람> 출판서에서 출시하고 있는 시카고플랜 도서들 읽을 때마다 느끼는건데 와 진짜 내가 모르는 고전 문학들이 너무나도 많다... 어쩌면 중고등학교때, 아니 대학교 1학년때까지 (2학년도이긴한데) 거의 책을 안 읽다보니 당연한것일수도 있는데 적어도 유명한 도서들은 제목이라도 들어봤을 법한데 저자는 물론 책 제목도 잘 모르는 책들이 무수히 많다,,, 저자인 헨리 제임스에 대해서 알아보면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서 신기하게 영국으로 이주를 했다. 이 책 역시 영국에서 살 때 지어졌고 말년에는 40년만에 미국으로 돌아와서 생활하다가 미국이 제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지 않는 데 분개하여 영국으로 귀화하였다고 한다. 되게 뭔가 정의의 사도 느낌? 케네디도 자신의 출세를 위해 제2차 세계대전에 자진해서 참전 (내가 알기론 면제인데도 무슨 수를 써서 참전을 하고)을 했다고 하고 미국에서는 군인 대접을 월등하게 하니까 이해하려고 해도 가끔은 이해가 안된다.
다시 책으로 돌아와서 이 책은 고딕 호러 장르에 속한다. 어렸을 때 한 5살 6살? 찰스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 읽고 며칠을 잠 못든 기억이 있는데 약간 그 책과 유사한 거 같다. 지금은 컸으니까 재밌는 상상력이다라고 넘어갈 수 있지만 이 책도 어렸을 때 읽었다면 정말 며칠을 잠 설쳤을 것 같다 ㅋㅋㅋㅋ 가볍게 읽어보기 좋은 책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