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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즐거움 중 하나는 상상이다. 영화나 드라마는 재미와는 별개로 시각적인 현실성이 부여되면 상상의 즐거움은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예전 어느 프로에서 김영하 작가가 한 말이 떠올랐다. SF 영화는 배경을 구현하기까지 수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지만 소설은 '우주다.'라는 한 문장으로 바로 독자를 우주로 이끌어낸다고. 짧은 문장이지만 독자들은 눈을 감고 자신만의 우주를 상상한다. 이것이야말로 글이 가진 힘이라고 생각한다. 「문학이 좋다 여행이 좋다」 는 바로 그 위대한 소설의 무대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그리고 「죄와 벌」의 상트페테르부르크. 워낙 무거운 소재를 다루는 소설이라 책이나 연극으로 접하면서도 배경이 되는 도시는 떠올려본 적이 없어서 약간의 다크 투어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낯선 문화, 낯선 도시에서 찾는 익숙함. 좋은 여행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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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베케이션이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일명 독서만을 위한 휴가,라고 할 수 있는 단어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해마다 여름이면 셰익스피어 베케이션을 지내고 싶은 소망이 생겼지만 실상 휴가때면 오히려 평소보다 더 책과 멀어지곤 했다. 그래서 딱히 책만 읽는 휴가라기보다는 휴가지와 맞춤형인 책을 들고 가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바뀌기 시작했는데 더블린에 가게 된다면 더블린 사람들을 들고 가는 그런 것 말이다. 지난 늦여름에 조카가 제주 바닷가에서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은 것과 비슷한 느낌이려나.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이 책 '문학이 좋다 여행이 좋다'의 테마가 딱 그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 수록된 문학 작품 모두를 읽은 것은 아니기에 그 느낌과 정확히 어울리는 글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읽어서 알고 있는 문학작품의 경우 그 작품속의 실제 거리라거나 모델이 된 풍경이야기를 읽다보면 그곳으로 가 소설 속 등장인물이 되어보고 싶어진다. 처음 책을 펼쳤을 때 글보다 그림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데 책의 삽화는 영국의 일러스트 작가 에이미 그라임스가 그렸다고 한다. 레미제라블 이야기에서 파리의 지하도에 대한 설명과 그림이 왠지 조화로운 느낌이 아니라서 슬그머니 그림을 대충 제끼며 읽어나가다가 크누트 함순의 '땅의 혜택' 이야기에서는 그 선명한 초록이 너무 맘에 들어버렸다. 일러스트 작가가 그림을 밝게 그린다하니 더 그런 것일까? 장발장이 걸었던 지하도의 모습이나 올리버 트위스트가 살았던 런던의 빈민가의 모습도 안보이지만 그래도 강렬한 색감의 일러스트에 책장을 가볍게 넘겨보게 되는 것이 좋기는하다.
셜록 홈즈의 하숙집 베이커가 221번지의 이야기는 없지만 위대한 작가들이 그려낸 시대와 장소의 역사를 만나볼 수 있게 된다. 작품의 배경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작가에 대한 에피소드도 담겨있다. 읽은 문학작품의 이야기는 더 깊이 읽을 수 있지만 아직 읽지 못한 책에 대한 이야기는 그 책에 대한 궁금증과 더불어 그 장소에 대한 궁금증도 생겨난다. 현실의 장소이기도 하지만 작가가 만들어 낸 가상의 세계 속 상상의 장소라 해도 현실 속에서 오히려 작가의 창조적인 상상에 감탄을 하게 된다. 이 책의 저자는 '훌륭한 문학 작품을 읽으면 누구든 완전히 다른 시대와 장소로 여행을 떠날 수 있다'(7)라고 말하는데 일상적으로 문학을 통해 여행을 떠나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실제 문학 속 배경의 현실 속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다. 허클베리 핀처럼 미시시피 강을 따라 뗏목여행을 떠날수는 없지만 마크 트웨인의 고향 해니벌에서 작가의 유년을 느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지. 깊이있게 읽는다기보다 [문학 속 장소로 떠나는 여행 안내서],로 가볍게 읽기에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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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세계는 넓고, 가야 할 곳은 정말 많아요. 어디를 가야 하는지, 아직 정하지 못했다면 이 책이 좋은 안내자가 될 것 같아요. 《문학이 좋다 여행이 좋다》 는 '위대한 소설의 무대로 떠나는 세계여행'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어요. 우와, 세계여행이라고? 분명 맞는데, 각자 상상하는 그것이 아닐 수도 있어요. 진짜 비행기를 타고 소설의 배경이 된 장소를 찾아가는 여행인 줄 알았는데, 문학 작품에 등장하는 장소가 주인공이 된 색다른 이야기 여행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우리가 책을 읽으면서 묘사된 장소를 상상하듯이, 이 책에서는 스물다섯 군데의 멋진 문학적 장소들을 소개하고 있어요. 새삼 놀라웠던 건 문학 작품을 읽을 때 인물에게만 초점을 맞췄던 시선을 장소, 공간으로 넓혔더니 더욱 현실감이 느껴지는 감정이 생겼다는 거예요. 할레드 호세이니의 《연을 쫓는 아이》 는 꽤 오래 전에 읽었던 소설이라서 잊고 있었는데, 소설의 무대가 된 카불에 대한 설명을 들으니 그때의 감정이 떠올랐어요. 아프가니스탄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국가에 속하는 곳인데, 작년 이맘때 '가장 위험한 도시'를 검색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로 배낭여행을 떠나 곤경에 빠진 영국인 대학생의 소식을 본 적이 있어요. 현재 아프가니스탄은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집권하여 매우 참혹한 상황이며 탈출한 이들도 난민이 되어 암울한 시기를 보내고 있어요. 우리는 그곳을 직접 갈 수 없지만 할레드 호세이니의 작품을 통해서는 가능해요. 《연을 쫓는 아이》 는 1970년대의 카불에서 시작되어 9.11테러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거친 후 2002년에 끝나는 이야기예요. 카불은 약 3,500년 된 도시이며 장대한 힌두쿠시 산맥 사이에 끼인 듯 자리 잡고 있어서 오랜 세월 동안 비단과 양념을 싣고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는 상인들에게 전략적으로 중요한 숙박지였고, 1776년에 아프가니스탄의 수도가 되었어요. 활기차고 아름다운 도시 카불이 갈가리 찢기듯 파괴될 때 너무나 아프고 슬펐어요. 소설 속 아미르는 성인이 되어 2001년의 카불을 바라보며, "잊고 지냈던 옛 친구를 우연히 만났는데 그동안의 삶이 녹록치 않았는지 그 친구는 노숙자로 아주 궁핍하게 살고 있는 상황 같다." (154p)고 자신의 심경을 말했어요. 그런데 20년이 지난 지금의 카불은 회복되기는커녕 거의 황무지 같은 폐허가 되었어요. 연날리기는 이슬람의 교리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금지되었다는데, 언제쯤 아이들이 자유롭게 연을 날릴 수 있는 날이 올까요. 이미 읽었던 작품의 장소는 새로운 시점으로 다시 볼 수 있어서 좋았고, 아직 읽지 않은 작품의 장소들은 흥미로운 이야기 덕분에 문학여행의 욕구가 샘솟는 계기가 되었네요. 누구나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세계여행, 여기 문학의 세계로 초대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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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대한 열정과 멋진 세상에 이끌려 여행 작가가 된 저자의 이력을 보면 여러 잡지에 여행 관련 글을 올리고, 십여 권의 <론리 플래닛>에도 글을 썼다. 그가 출간한 역사와 여행 관련 책들도 구해다가 읽고 싶어진다. 수십 년 내지 몇 백년이 흘러 세상이 변했지만, 저자는 소설 작품의 흔적을 찾아 샅샅이 뒤진다. 소설 속의 거리나 공원이 남아 있는 경우 그때 작가의 심경과 거닐었던 시간을 생각해보며, 변화한 현재의 풍경에서 소설 스토리를 오버랩시켜본다. 그럴수록 몰랐던 작품과 그 배경 도시의 흔적을 찾아다 읽어보고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싶어진다. 감명 있게 읽은 작품의 배경은 어떨까? 기대하고 찾아 읽어보면 여행 전문가인 저자의 특별한 관찰력이 돋보인다. 그리고 생소한 작품에 대한 호기심이 일면서 다음 독서대기 목록에 우선순위로 올려둔다.
아직 읽어보지 않은 소설을 가까운 시일에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그 무대를 소개하는 것만으로 소설의 매력이 훅 와닿는다. 다음에 꼭 찾아갈 것이라는 다짐과 함께 버킷리스트 목록에 세부적으로 추가해둔다. 그리고 사진이 아닌 아름다운 삽화는 배경 장소의 감성적인 요소가 한층 더 어필하게 되는 면이 있어 낭만적인 느낌이 묻어난다. 위대한 소설의 배경이 된 여행지에 순간이동하게하는 마법과 같은 책이다. 뜨거운 여름날 시원한 선풍기 바람과 함께 새로운 느낌의 간접 여행을 즐기기 좋은 도서로 추천해본다.
유명 여행지에 관련 소설을 들고 가면 문학 여행을 빙자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실감나는 꿈을 꾸면서 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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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테마는 정말 다양할 수 있는데 이 책과 같이 문학을 테마로 하는 여행도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 이라면 충분히 즐거운 여행이 될 것 같다. 문학 여행도 크게 문학 작품의 배경이 된 장소를 찾아가는 여행과 작가와 관련된 장소를 찾아가는 여행으로 나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책에선 세계의 대표적인 소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장소들을 둘러보는 여행이라 전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었다.
총 25편의 배경이 된 세계 곳곳을 차례로 여행을 떠나는데 먼저 출발은 파리에서 시작한다. 우리에게 친숙한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이 영예의 첫 번째 주인공인데 너무 유명한 작품이라 기본 줄거리는 대부분 알지만 이 작품 역시 완역본이 5권 짜리인지라 제대로 읽은 사람은 드물 것 같다(물론 나도 축약본만 읽어봤다). 파리야 늘 최고의 관광지를 다투는 곳이지만 혁명기의 파리를 다룬 이 책의 분위기를 제대로 느끼려면 하수구 박물관을 방문하는 게 좋을 듯 싶다. 물론 파리의 무수한 미술관을 두고 여기를 가는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말이다. 다음 방문지는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아일랜드 출신 작가들이 많지만 역시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를 다룬다. 명성은 익히 알지만 아직 안 읽은(아마 쉽게 못 읽을) 작품이라 확 와닿진 않았다. 역시 대표적 관광 국가인 이탈리아로 넘어가는데 영화로 봤던 '전망 좋은 방'의 피렌체와 나폴리를 방문한다. 얼마 전에 피렌체의 역사를 다룬 '붉은 백합의 도시, 피렌체'를 봐서 그런지 피렌체는 더 가고 싶어졌다. 독일, 노르웨이와 관련된 작가와 작품은 생소해서 그냥 묵묵히 따라갔고 다음 방문지는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의 무대인 샹트페테르부르크였다. 지금은 푸틴의 나라여서 혐오 국가가 되었지만 샹트페테르부르크는 꼭 가볼 만한 곳인 것 같다. 갈지자 행보는 계속되는데 다음 코스는 스페인이었다.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배경인 과다라마 산맥과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가 활약한 라만차였는데 전자는 영화에서 잉그리드 버그먼의 인상적인 단발머리를 떠올리게 해주었다. 스위스를 거쳐 유럽의 마지막 나라로 영국을 향하는데 바스(제인 오스틴의 '노생거 사원', '설득'), 런던(디킨스 '올리버 트위스트'), 요크셔 황무지(에밀리 브론테 '폭풍의 언덕')를 둘러본다.
유럽 여기저기를 누비다가 이젠 이동거리가 훨씬 늘어난다. 아프리카의 이집트, 남아공, 아시아의 인도, 베트남, 아프가니스탄를 다루는데 할레드 호세이니의 '연을 쫓는 아이' 정도만 제목을 알고 나머지 작품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어 여행도 역시 좀 어색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 대륙 안배 자체 차원의 호주를 거쳐 아메리카 대륙으로 진출하는데 미국 뉴욕은 '호밀밭의 파수꾼'의 무대로,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이 활약한 미시시피강, '앵무새 죽이기'의 먼로빌 등 미국에서 네 곳을 소화한다. 남미에선 콜롬비아와 칠레가 선택을 받았는데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콜레라 시대의 사랑'은 콜롬비아, 마지막 작품인 '영혼의 집'이 칠레를 배경으로 했다. 문학이 시대와 장소를 반영한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는데 각 배경 지역의 일러스트가 수록된 점도 특색이라 할 수 있었다. 일러스트도 인상적이었지만 실제 사진을 수록했다면 좀 더 이해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았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이 책에 소개된 여러 곳들로 문학여행을 떠나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