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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사랑하는 자, 행복에 중독되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자, 행복에 중독되다" 내용보기
같은 장소에 서도 바라보는 건 같지가 않다. 누군가는 화려한 건물을 주목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흩날리는 꽃잎에 열광한다. 식지 않은 열정과 지치지 않는 감수성은 사진을 찍는 이라면 갖추어야 할 필수요소다. 카메라를 들고 120여 개국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어온 신미식 님이 다시금 거리에 섰다. 남미와 아시아, 유럽. 어디로든 떠나고픈 마음이 강한 나는 그가 우리나라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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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장소에 서도 바라보는 건 같지가 않다. 누군가는 화려한 건물을 주목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흩날리는 꽃잎에 열광한다. 식지 않은 열정과 지치지 않는 감수성은 사진을 찍는 이라면 갖추어야 할 필수요소다. 카메라를 들고 120여 개국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어온 신미식 님이 다시금 거리에 섰다. 남미와 아시아, 유럽. 어디로든 떠나고픈 마음이 강한 나는 그가 우리나라 아닌 다른 곳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부러웠다. 그런데 그가 담은 사진을 보고 나니 부러움은 한껏 커졌다. 소심한 태도 탓일 수도 있고, 짧은 시간동안 너무 많은 걸 보고 들으려던 욕심이 빚은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저 부지런히 걷고 하나라도 더 보는 일에 초점을 맞추어온 나에게 여행은 고행일 때가 많았다. 큰 기대감을 품고 떠났으나 몰려오는 여독에 지레 겁을 먹었다. 다음에는 나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을 내비쳤으나 그 뿐이었다. 내가 가장 부러웠던 건 그의 사진에 담긴 사람들이었다. 제대로 여행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현지인과의 부대낌을 즐긴다. 살아온 문화가 다르고, 심지어 말이 통하지 않아도.

나에게 남미는 위험천만한 공간으로 인식될 때가 많다. 총기를 소지한 이들이 넘친다던데, 끔찍할 정도의 빈부격차로 치안이 불안하다던데 등 들은 소리가 제법 되다 보니 그렇다.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한 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난 남미를 가서는 안 되는 곳으로 낙인찍어 버렸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똑같다는 말을 실감했다. 아이들의 맑은 눈은 가난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았다. 옷차림이 남루하다는 사실도 크게 와 닿지 않았다. 그보다 더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건 사람들이 짓고 있는 미소였다. 경제적인 풍요로움을 포기할 수 없어서 이제껏 악착같이 살아왔나 싶었다. 충분히 많은 것을 지니고 있음에도 끝없이 남들과 비교했고, 내가 지니지 못한 것을 갖고파 안달이 났다. 잘은 모르지만 아마도 그 과정에서 난 찡그린 표정을 하고 살았을 것이다. 남미의 아이들은 달랐다. 낯선 이 앞에서 조금은 긴장한 듯도 했고 약간의 쑥쓰러움을 느끼는 것도 같았다. 하지만 그 미소는 당당했다. 나아지지 않으리라는 체념 따위는 그들의 표정에서 전혀 읽을 수 없었다.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오래 전 우리도 그들과 같은 표정으로 세상을 살아갔을 거라 생각하니 그 시절이 그리워졌다. 분명 우린 아름다웠을 것이다.

동남아시아도 마찬가지다. 저개발. 자국에서 일자리를 구할 수 없는 이들이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우리나라를 찾고 있다. 우리는 그들을 열등한 존재마냥 무시했는데, 경제력에 대한 인식이 그 배경이었다. 하지만 모든 면에서 우리가 우월한 건 결코 아니었다. 학원에 치이고, 경쟁에 목숨을 건 우리의 아이들에게선 발견하기 힘든 생동감을 지닌 아이들이 동남아시아에 거주하고 있었다. 행복하냐고 물으면 아무런 망설임 없이 그렇다고 대답할 듯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사진을 들여다보았기 때문일까. 저자가 우리나라에서 찍었다는 사진들로부터는 이유 모를 설움을 느꼈다. 무뇌아로 태어나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아이를 위해 저자는 기도했다. 선택의 폭은 좁았다. 어쩌면 이미 그 아인 좋은 곳으로 떠났을 것이다. 굴곡진 삶을 온몸으로 끌어안고 이제는 인생의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는 이들. 영정사진은 오묘했다. 삶과 죽음은 인간이 생각하는 것만큼 명확하지 않을 수도 있거늘, 우리의 사고로는 이를 극복할 길이 없어보였다.

각기 다른 곳에서 다른 형태의 삶을 살고 있지만 어디에 속한 누구인지는 중요치 않았다. 사진을 통해 인생을 긍정하는 방법을 느리게나마 배웠다.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아는 이들의 모습은 하나같이 행복 그 자체였다. 그들이 느끼고 있는 행복이 나에게도 전파되는 듯했다. 기분 좋은 중독이 그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마지막 장에 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차마 책을 덮을 수가 없었다.

 

q*****2 2014.08.18.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