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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과 재판을 통해 본 조선시대의 사회상..
"소송과 재판을 통해 본 조선시대의 사회상.." 내용보기
사람이 사는 곳에서 분쟁은 어찌 보면 필수적이다. 오늘날 우리의 삶도 수많은 대립과 갈등 속에서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러한 분쟁은 소송으로 비화되기 십상이다. 예전에는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면서 어울려 살아갔다면, 현대사회는 조그만 일도 법정으로 가져간다. 그만큼 사회가 각박해지고, 그만큼 살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을 대변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전통시대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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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는 곳에서 분쟁은 어찌 보면 필수적이다. 오늘날 우리의 삶도 수많은 대립과 갈등 속에서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러한 분쟁은 소송으로 비화되기 십상이다. 예전에는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면서 어울려 살아갔다면, 현대사회는 조그만 일도 법정으로 가져간다. 그만큼 사회가 각박해지고, 그만큼 살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을 대변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전통시대에는 어떠 했을까? 우리가 사극이나, 역사소설에서 보아온 관리들의 추국 장면이나, 국왕의 친국 장면, 또는 국사시간에 배워온 신문고 등을 보면, 그 당시에도 분쟁이 있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하긴 전통시대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기에 분쟁은 피할 수 없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지만,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은 어떠했을지는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이 책은 조선시대 사람들의 분쟁과 소송에 대하여 쓰고 있다. 인간사회에서 대립과 갈등은 사회 본연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으며, 분쟁과 소송은 개인간 또는 집단간 이해가 충돌했을 때, 이를 조정하고 해결하기 위한 과정이다. 그렇기에 아무리 신분제에 기반을 둔 봉건사회라 할지라도 분쟁과 소송은 반드시 필요할 수밖에 없었다. 비록 유교사회의 기본적인 소송관은 소송이 없는 사회를 이상적인 경지로 추구하였음에도, 조선시대에도 수많은 분쟁과 소송이 있었고, 우리는 그들의 소송기록을 통하여, 조선사회가 직면한 현안과 시대적 과제까지도 살펴볼 수가 있다.

 

먼저 조선시대 발생한 분쟁의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는 돈 때문에 발생하는 채송, 노비의 소유권을 둘러싼 노비송, 그리고 묘지와 관련된 산송을 들 수가 있다고 한다. 갈등이 표출된 분쟁은 어떻게든 해결되어야 하고,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으로는 자율적인 처리와 3자가 개입하여 강제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조선시대 분쟁해결의 최종적인 방법은 국가의 권위와 강제력이 뒷받침되는 재판이었다고 하니, 그런 점에서는 현대와 그리 큰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조선시대 재판은 백성이 수령 등에게 재판을 요청하는 문서인 소지를 제출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원고가 이처럼 소지를 제출하면, 수령은 이를 접수한 사실과 다음 절차 등을 적은 제사를 발행하고, 원고는 피고를 지금의 법정이라 할 수 있는 송정에 출두시키고, 피고가 원고의 주장에 대한 답변을 하면서 재판이 시작되었다. 이를 시송다짐이라 하였으며, 이처럼 조선시대의 재판은 원고가 자신의 주장과 증거를 제출하는 등, 철저하게 당사자가 진행하였다고 한다. 원고와 피고를 조사한 수령은 판결을 내리는데, 이를 결송입안이라 하며, 이는 법적으로 해결되었음을 증명하는 것이지만 소송비용인 절지를 납부해야만 받을 수가 있었다. ‘결송입안에는 소지에서부터 시작된 소송의 경과와 당사자들의 주장과 증거가 일목요연하게 그대로 담겨있어, 그것을 살펴봄으로써 소송의 전말을 확연히 알 수 있고, 그것을 통해 우리는 조선시대 풍속과 현안을 유추해 볼 수가 있다. 또한 조선의 재판은 삼도득신이라하여 세번 소송하여 두번 승소하면 그대로 확정되는 삼심제로 운영되었다고 한다. 책에는 이처럼 조선시대 소송의 원리 및 기본 틀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또한 책에는 조선시대 행해졌던 소송을 유형별로 나누어 우리의 이해를 돕고 있다. 먼저 경제생활과 관련된 소송으로는 경작, 가옥, 산지 그리고 노비의 매매등과 관련된 매매분쟁, 상속분쟁, 토지소유권 분쟁으로 나누어 살펴보고 있다. 조선시대는 전근대시기치고는 사적 소유가 발달하고, 소유권증명제도도 정비된 편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부동산이나 권리 등을 매매할 때 반드시 명문혹은 문기라 불리는 매매계약서를 작성하였다. 이런 매매에 따른 소유권이전을 공증한 문서를 사급입안이라 불렀으나, 조선후기로 가면서 비용이 들고 매매계약서만으로도 소유권이 인정되자 차츰 유명무실해졌다고 한다. 또한 조선시대에도 가족간, 친족간 재산의 소유와 관련하여 벌어진 소송이 많았다. 다만 체면을 중시하는 성리학의 영향을 받아 다른 이유로 포장되었을 뿐이라고 한다. 한가지 특이한 사항은 처가와 사위 사이에 벌어지는 분쟁이 의외로 많았다는 사실이다. 이는 사위도 아들과 똑같이 상속을 받았음을 의미하며, 분쟁은 아이를 낳지 못하고 죽은 처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신분사회와 관련된 소송으로는 축첩, 자신의 몸을 팔아 스스로 노비가 되는 자매, 그리고 묘지이장과 관련된 천장과 산송이 많았다. 축첩과 관련된 소송은 첩이 아이를 낳을 경우, 그 아이의 신분과 관련된 소송이 주를 이루고, 자매는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다가 자신이나 자신의 가족을 노비나 고공으로 파는 행위를 말한다. 조선후기 국가는 효라는 명분을 내세워 국가적 재난을 당해 빈민을 구제한다는 구실아래 공공연히 자매행위를 인정해 주었다고 한다. 산송은 노비소송, 전답소송과 함께 조선시대 3대소송이라 할 만큼 빈번하게 일어났으며, 이는 종법질서와 풍수지리가 빚어낸 유물이지만, 지금까지도 그 악령은 살아있다고 할 수가 있다.

 

마지막으로 책에서는 국가나 공동체와의 소송으로 향촌의 주도권 장악을 위한 분쟁인 향전, 그리고 동학농민혁명의 원인이 되기도 했던 물싸움, 잘못된 세금 부과에 대한 분쟁 등을 설명하고 있다. 이것들은 대부분 집단과 집단, 혹은 집단과 국가간의 분쟁으로, 조선후기로 오면서 국가재정의 파탄과 당파싸움으로 인한 민생고 등과 복합되면서 나타났다.

 

이처럼 책은 분쟁과 소송을 통하여 조선시대 백성들의 삶을 우리에게 알려줌과 동시에 그 시대의 현안이 무엇인지를 가늠케 해준다. 또한 전통시대의 소송을 현대의 그것과 비교하면서 전통시대와 현대 사이에 놓여있는 간극이 어떤 건인지 알게 해주기도 한다. 어찌되었던 현대재판의 대명사처럼 되어버린 유전무죄, 무전유죄 혹은 유권무죄, 무권유죄라는 어처구니 없는 현상이 조선시대에도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지금처럼 노골적이지 않은 것을 보면, 우리는 역사에서 과연 무엇을 배우는 것인지 새삼스레 생각해보게 만든다.



k*****1 2014.02.07. 신고 공감 6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