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시와의 노래를 처음 만난 곳은 무대도 마이크도 따로 없는 바닷가 작은 갤러리 카페였다. 그녀는 기타 한 대를 안고 지켜보는 눈빛과 숨소리들까지 노래의 일부로 취한 듯 완벽한 시공간의 장악력을 발휘했다. 내 마음 어디엔가 있는 듯 없는 듯 미처 바라봐주지 못했던 단 한 점의 감정까지 불러내어 다정하게 안아주는 노래들을 들으며 영혼이 깃털처럼 가볍게 날아오르는 자유함을 느꼈다. ‘아름답다’는 말 외에 그 어떤 표현도 떠오르지 않는 완벽하게 평온한 순간이었다. 그날 이후 찐팬이 된 나는 일주일에 한 번씩 퇴근 후 버스 한 번과 지하철 두 번을 갈아타고 홍대로 갔다. 그곳에서 노래를 한 번 만들어 보고 싶다는 십여 명의 청년들과 빙 둘러 앉아 ‘가사가 중요해’라는 싱어송 라이터 수업을 받았다. 그때 나는 직장 내 복잡한 문제로 뭍으로 나온 인어처럼 하루하루 고통스러운 시간을 걷고 있었다. 그러나 시와와 함께하는 수업에서 다시 제대로 숨 쉴 수 있었다. 아니 날았다. 말할 수 없는 고통의 소용돌이를 노래로 갈무리하며 다시 미끈둥 빠져나가 생의 한복판으로 힘차게 치고 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그 어느 때 보다 펄떡이는 심장으로 살아 있던 그 순간들이 선연히 떠올라서 몸과 마음이 들썩거렸다. 노래하고 싶고, 듣고 싶고, 그녀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며 이야기 나누고 싶었다. 한 꼭지 읽다 노래 듣고, 또 한 꼭지 읽다 노래 부르고, 또 한 꼭지 읽다 글에 비친 그녀의 눈빛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어 갔다. ‘아, 생생해라! 이 책은 그냥 시와 자체구나.’ 그녀의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했던 속엣말, ‘세상에 이런 가수도 있다니!’를 ‘세상에 이런 책도 있다니!’로 바꾸어 그대로 되뇌었다. 시와는 내가 아는 가장 창의적인 질문자기도 하다. 책을 읽기 전에 나는 오해했었다. 아마도 자유로운 영혼을 타고난 사람이라고. 하지만 책을 통해 그녀 스스로 얼마나 많은 질문으로 자신의 자유함을 부지런히 창조해 내는지, 그리고 그 과정이 얼마나 고독하고 때로 위태로웠을지 알 수 있었다.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을 구체적으로, 그리고 숨김없이 끝까지 말하고 후련해지는 경험. 아직 현실의 관계에서는 제대로 겪어 보지 못했다...(중략)...그런 말을 해도 될 만한 사람은 내가 절실한 시간과 공간에는 잘 없기 때문에.” (본문 118, 119쪽 중) 나는 그 문단에서 시와의 마음 곁에 머물 듯 읽기를 가만히 멈추었다. ‘다 말하지 못한 그녀의 이야기들이 노래가 되어 참 많은 이들의 해방구가 되어 준거구나’라는 생각에 숙연해지기도 했다. 한편 독립음악가로서 자신이 걸어갈 길을 계속해서 만들어 가는 여정을 함께 걸으며 상상했던 것 보다 다채로운 재능과 기획력, 그리고 추진력이 필요한 1인 기업임을 실감했다. 본문 58쪽부터 60쪽까지 소개된 ‘음반과 음원 발매를 위한 음악가 겸 제작자의 일’ 부분을 읽을 때 멀티태스킹에 약한 나는 그저 상상만으로 호흡이 가빠지기도 했다. 평소에도 시와의 음악을 다른 일을 하며 배경음으로 듣는 일이 극히 드물지만 책을 읽고 나니 더더욱 한 음도 스치듯 들리지 않고 온전히 젖어 있게 된다. 가장 반갑고 좋았던 부분은 노래, ‘다녀왔습니다’를 작곡한 과정이다. ‘가사가 중요해’ 수업에서, 또 여러 공연에서 몇 차례 들었지만, 때마다 다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던 이야기다. 내가 삶의 어떤 순간에 놓여 있는지에 따라 같은 이야기, 같은 노래를 매번 새로이 만나게 되는 경험이 놀라웠다. 특히, 책에서 만난 이야기는 머릿속에 울리는 노랫소리와 눈으로 보여지는 이미지가 호흡을 맞추며 독자인 나의 편곡으로 흥미진진하게 완성되어 갔다. 백 번을 들어도 참 좋은 이야기가 책에 고스란히 남아 있으니 온기가 가시지 않는 아랫목을 마음 한 켠에 품은 듯 괜시리 든든했다. 책을 덮으며, ‘귀 기울여 주셔서 감사합니다.’를 마지막 문장으로 건넨 시와를 향해 나도 모르게 독백했다. ‘이 글들을 책으로 지닐 수 있게 해줘서 정말 고마워요, 시와!’ 마침 10월 15일, 16일에 펼쳐질 그녀의 단독공연을 기다리는 중이다. 책과 음악을 통해 그녀를 깊이 만날 수 있는 풍요한 설렘과 행복이 아름다운 이 계절과 어우러져 최고의 선물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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