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평론가 한기호 저자가 2010년부터 약 3년간 경향신문에 연재한 '한기호의 다독다독' 칼럼을 모은 책 《한기호의 다독다독》
《한기호의 다독다독》은 책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책으로 세상을 읽고, 책을 통해 감동의 순간을 느끼고, 책과 더불어 놀고, 상상력의 세계를 펼치는... 책을 통한 오감의 형태로 칼럼을 구성하고 있는데 책으로 세상의 흐름을 읽으려 노력하는 저자가 시의성 있게 쓴 칼럼들을 통해 우리가 책이란것을 왜 읽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몸소 드러내고 있다.
하나의 칼럼마다 평균적으로 책 서너권 이상이 소개된다. 여러 책을 통해 하나의 주제를 깊고 넓게 생각해보는 칼럼은 읽는 재미도 있고 방대한 책읽기를 한 저자같은 사람이 할 수 있는 형식이기도 하다.
최근 베스트셀러를 분석해보면 이 시대를 엿볼 수 있다. 입에 오르내린 주요 책들을 통해 저자는 사회상을 비판하고 갖가지 생각할꺼리를 던진다. 한편으로... 마약, 진정제 역할의 자기계발서 천국에서 성찰이나 위기 돌파 매뉴얼이 아닌 '위로'에 목말라하는 세대, 더이상 불행하지 않으면 천만다행인 사회에서... 스스로를 치유하느라 여념이 없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꿈꾸지 못하게 만든 이 사회에서 이렇게 고민을 해봤자 정작 이 사회에 어떤 변화를 기대할 수 있는가 하는 울분이 생기기도 한다.
그의 칼럼은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한번쯤 눈여겨 볼만한 출판 트렌드를 알 수 있음과 동시에 우리 사회를 바라볼 수 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serial_list.html?s_code=ao0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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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치매는 컴퓨터, 스마트 폰, 비디오 게임, 텔레비전 등의 디지털 미디어와 SNS의 과용으로 기억력과 학습 능력이 현저히 떨어져서 사실상의 바보가 되는 것을 말합니다. 디지털 치매는 “무엇보다 무능함의 증가로 인해 정신활동을 이용하고 제어하는 능력, 즉 생각하고, 원하고, 행동하는 능력을 퇴보시킬 것”이며 결국 “삶의 질이 저하되고 조기 사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 저녁 자리에서 수십 편의 한시를 줄줄 외워 나를 놀라게 한 한문학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그 한시 모두를 할아버지 무릎에서 배웠다고 했습니다. 저자는 학습을 하면 시냅스, 그러니까 신경세포들 사이의 연결부가 변하고 뇌의 능력은 증대된다고 합니다. 특히 어린 시절에는 더욱더요. 치매 환자들이 어린 시절은 기억하지만 최근의 일은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그런 이유겠지요. 그러니까 저나가 “유치원과 초등하교에서 디지털 미디어를 사용하는 것은 사실상 일종의 마약을 투여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매우 지당해 보입니다. 39-40쪽 우리 젊은이들도 2000년대에 그 어느 세대보다 열심히 자기계발서를 읽고 스펙도 키우면서 글로벌화와 정보화에서 최첨단을 달렸습니다. 그들은 치솟는 등록금과 용돈을 벌려고 열심히 아르바이트도 했습니다. 절대빈곤을 겪지 않은 그들이지만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알바를 전전하며 ‘ 너 아니어도 일할 사람은 많다’는 인간적 무시를 뼈저리게 당해 보았습니다. 그들은 이제 우리 사회에 대한 인문사회과학 성찰이나 위기를 돌파할 매뉴얼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어깨 두드려주며 해주는 따뜻한 한마디 ‘위로’에 목말라 합니다. 그런 위로의 어록을 담은 김난도의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8개월 만에 100만부를 돌파했습니다. 미국발 자기 계발서는 망했지만 한국형 자기계발서는 여전히 위력을 떨이고 있는 것이지요. 192-193쪽 세계 어느 나라보다 압축척 성장을 일궈낸 한국 그림책을 이제 세계가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림책 문화의 절정기를 지나 완숙기에 접어든 영미권이나 일본의 그림책은 열정이나 역동성을 잃었지만, 우리 젊은 작가들의 생동감과 빛나는 상상력을 담은 그림책은 해마다 세계적인 그림책상을 수상하고 있습니다. 지금 세계를 무대로 맹활약하고 있는 그림책 작가들은 성장기인 1990년대에 국내외의 좋은 그림책을 맘껏 읽으며 성장한 사람들입니다. 그때 경험한 글과 이미지의 ‘조화로운 공명’을 잊지 못하고 그림책의 세계로 뛰어든 세대입니다. 이들은 자라나는 세대에게 어떤 책을 읽히는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작품으로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272-273쪽 정보화시대에 인간은 컴퓨터를 이기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인간은 기억력, 정보력, 정리력 등에서 컴퓨터를 이겨낼 수 없지만 창의력만큼은 컴퓨터를 이길 수 있습니다. 창의력은 책을 읽는 가운데 배양됩니다. 그러나 책은 혼자 읽는 것보다 함께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함께 읽어온 것이 바로 학문의 역사 아닌가요. … 와타나베 쇼이치의 <지적으로 나이 드는 법>(위즈덤하우스)에는 에도시대의 유학자인 사토 잇사이가 말했다는 흥미로운 명언이 나옵니다. “청년에 배우면 장년에 큰일을 도모한다. 장년에 배우면 노년에 쇠하지 않는다. 노년에 배우면 죽더라도 썩지 않는다” 299쪽 사전을 많이 보면 어휘력이 늘어납니다. 이를 통해 상상력과 창의력이 키워지는 것이지요. 고은 시인은 1980년 계엄 당시 내란음모죄 등으로 20년형을 선고받고 창살마저 없는 독방에 ‘몸 하나로 놓여진 나’로 내던져집니다. “책 한권 없고 글을 쓸 수 있는 종이와 펜이 없었던 시절, 들려오는 유언비어조차 하나 들리지 않던 시절, 세계와의 완전한 단절”을 경험합니다. 일반 교도소로 옮겨지자마자 12일간의 단식 끝에 국어사전 하나를 얻어내 읽고 또 읽고, 외우고 또 외웁니다. 그리고 자유인이 되자마자 <만인보>를 쏟아내기 시작합니다. 고은 시인은 사전으로 대단한 꿈을 꾼 것이지요. 요즘 백과사전을 비롯해 모든 사전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 선진국에는 저마다 특색이 있는 수십 종의 국어사전이 조금씩 차이가 있는 설명을 제공하여 상상력을 키워준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전은 그 나라의 출판 수준을 가늠한다고 말하지요. … 칠순을 앞두고 있는 철학자 윤구병은 대학교 1학년 때 학교 도서관에서 한글학회가 편찬한 <우리말 큰사전>을 매일 30분씩 읽으며 토박이 우리말 용례 카드를 만들었습니다. 그 카드를 작가 김성동에게 빌려주었다가 20년만에 되찾았습니다. 그 카드가 밑거름이 되어 윤구병의 50년 꿈인 <보리국어사전>(토박이 사전 편찬실, 보리)이 탄생했습니다. 이 사전에는 2,400점의 세밀화도 들어 있어 아이들이 눈으로 보기에 안성맞춤입니다. 306-309쪽
* 베스트셀러였다는 이 모씨의 <리딩으로~>라는 책에 대한 언급은 이 책 어디에도 없었다. 그 가벼움을 보면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것이 놀라웠던 적이 있는데, 역시나 ... 김난도의 책에 대한 저자의 지적만큼이나 무언가 중요한 게 빠진 듯한 김새는 책들이 베스트 셀러의 반열에 올라와 있다는 것도 우리 세태의 우울한 한 측면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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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통해 세상을 만나면 눈에 맞는 안경을 낀 듯 밝아진다. 이 책은 출판평론가 한기호가 200여 권의 책을 읽고 56편의 글을 쓰면서 만나는 세상을 담았다. 경제 위기, 교육의 붕괴, 민주주의 후퇴는 물론 SNS 문화, 고령화, 싱글의 증가, 북유럽 열풍 등의 사회 현상 등의 현실을 꼼꼼히 들여다보고 해답을 모색하고, 답답한 마음에 물음표를 던지기도 한다. 책은 지식을 정제한 결정체이자 사회의 욕망을 보여주는 거울이므로 “책에는 세상 모든 일에 대한 답을 구할 수 있는 상상력이 반드시 담겨 있다”는 주장은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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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출판 현황에 관해 가장 많이 문제 제기를 하고 해결하려는 사람이 바로 저자가 아닐까. 이런저런 까닭으로 출판이 주저앉는 상황이다 보니 심각한 문제가 잇따르고 있다. 올해도 도서정가제와 KBS 어린이 독서왕, 사재기 등의 문제가 크게 불거졌다. 그렇지만 개별 출판사는 물론 출판 단체들은 제대로 된 대응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저마다 제 발등의 불을 끄기에도 바쁘기 때문이리라. 이미 개별 출판사와 출판 단체에 대응책을 맡길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일 테다. 다행히 출판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저자는 적극 대응했고 그에 따른 호응을 불러왔다. 덕분에 바람직하게 해결되도록 방향을 튼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비록 문제가 깨끗하게 해결되지는 않았지만 저자의 대응이 없었다면 상황은 더 나쁜 방향으로 걷잡을 수 없이 치달았을 것이다. 저자는 출판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넘치는 사람이다. 직업이 출판평론가이고 잡지를 두 종이나 발행하다 보니 일주일에 수백 권의 책을 일별하며 지낸다. 읽은 주요 책에 대해서는 서평을 써서 발표하고, 어느 경우에는 일주일에 20여 권의 책을 완독하고 글을 쓰기까지 한다. 대단한 애정과 열정이 아닐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단순히 한 권 한 권을 읽는 것이 아니라 여러 책에서 함께 나타나는 이야기들을 찾아내고 그것을 일상의 체험과 연결해 세상의 흐름을 찾아”내고 있으니 통찰력 또한 빛난다. 이 책은 바로 그런 노력의 결실이다. 2010년 11월부터 《경향신문》에 연재했던 글 모음이다. 세계가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된 지금은 누구나 알아야 할 교과서적 지식은 인터넷에서 쉽게 검색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보의 저장이나 보관 능력은 장점이 되지 못합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정보의 가치나 의미를 즉각 판단하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이제 인간은 새로운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자신의 생각을 즉각 글로 써낼 수 있어야 합니다. 창조적 에너지와 카오스의 모태를 잘 결합해서 새로운 문화적 통찰력을 보여주는 ‘대낮의 글쓰기’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10쪽) 저자가 강조하는 ‘대낮의 글쓰기’를 가장 잘 실천하는 사람이 바로 저자가 아닐까 싶다. 출판평론가란 직함에 걸맞게 왕성한 책 읽기와 평론을 거의 날마다 쓰는 저자를 보면 경탄하지 않을 수 없다. 책을 통해 세상을 보고 세상이 나아갈 길을 치열하게 찾는 것이다. 워낙 많은 책을 통하다 보니 다루지 않는 주제가 없을 정도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는 총체적인 위기에 처해 있다. 경기 침체의 끝이 보이지 않고, 정치는 뒤로 역주행하고 있으며, 교육은 아이들을 강시와 좀비가 되도록 사육하고 있다. 어디를 봐도 문제 없는 곳이 없다. 출판계 문제가 외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저자는 세상의 이러저러한 문제에 대해 책을 통해 보고, 읽고, 느끼고, 놀고, 상상한다. 저자에게 책은 세상에 이르는 거의 모든 길이다. 그 길에서 빚어낸 이야기를 저자는 대낮의 글쓰기를 통해 부지런히 들려준다. 이를테면 출판을 나락에서 건지기 위한 최소한의 정책인 완전 도서정가제를 위해 때로는 온라인 서점과 때로는 정부 기관과 맞장 뜬다. 그러한 과정을 실시간으로 블로그에 올린다. 저자의 이러한 대낮의 글쓰기는 싸움닭이라는 오명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하지만 모두들 제 앞가림을 하기에 바쁜 출판계에서 얼마나 귀한 글쓰기인지 모른다. 더불어 다음과 같은 진정어린 제안은 기성세대가 두고두고 곱씹어야 할 빛나는 대목이다. 5월 8일은 어버이날입니다. 많은 부모들이 자식들이 달아준 카네이션과 건네준 선물에 기뻐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한갓 ‘노예의 학문’으로 전락해버린 각종 스펙을 갖추라고 강요해온 부모들이 그런 기쁨을 누릴 자격이 과연 있을까요. 오히려 고통 받는 자식들에게 부채만 잔뜩 물려주고 세상을 이겨낼 힘은 스스로 갖춰보라고 밖에 말하지 못하는 것을 반성하며 자식의 가슴에 ‘응원’의 꽃을 달아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183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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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부터 <경향신문>에 3년간 연재해 온 '한기호의 다독다독' 칼럼의 모음집. '수많은 신간도서들 중에서 혹여 알지 못하고 지나쳐 버린 책들은 없을까?'하여 항상 여러 도서 추천 리스트나 도서에 관련된 칼럼들은 챙겨본다. 칼럼이 쓰여진 시기의 사회, 문화, 정치적 이슈 등과 연계하여 여러 책들을 소개하며, 생각 하고 실천하는 삶을 권하는 저자에게서 많은 배움을 얻었다.
이 책을 통해 '읽고 싶은 도서 리스트'에 새롭게 올린 책들 <누구(아사이 료)> <행복은 혼자 오지 않는다(에카르트 폰 히르슈하이젠)> <사악한 늑대(넬레노이하우스)> <솔로몬의 위증(미야베 미유키)> <소문의 여자(오쿠다 히데오)> <28(정유정)> <은교(박범신)> <두근두근 내인생(김애란)> <사고의 용어사전(나카야마 겐)>
@"예절이란 절도를 넘지 않는 것이고, 의로움이란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는 것이고, 곧음이란 자신의 잘못된 점을 숨기지 않는 것이고, 수치심이란 남의 잘못된 점을 따르지 않는 것" -중국 춘추시대의 명재상 '관중'이 자신의 정치철학의 핵심인 사유(四維-예의염치)에 대해 설명한 말
@"내 자녀를 흠 없는 존재로 만들고 싶다면, 먼저 어머니는 자신이 신이라는 생각을 내려 놓아야 한다. 한 걸음 뒤에서 자녀가 걸어가는 길을 가만히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부모가 자식에게 마지막으로 줄 수 있는 것은 안타까움과 눈물, 바라봄뿐이며 그렇게 부모는 부족한 존재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문경보 <엄마도 힘들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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