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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가 아닌 금화가 든 옷가방을 꿈꾼다.
"달러가 아닌 금화가 든 옷가방을 꿈꾼다." 내용보기
아직까지 한 번도 써보지는 못했지만, 살다보니 어깨너머로 이력서를 구경할 일이 적지 않다. 언제나 빠지지 않는 이력서의 취미란을 보면서, 나라면 무엇을 쓸까 생각했었다. 아주 오랫동안 머리를 굴린 끝에, 잠자기와 밥먹기를 빼고 나서, 내가 골라낸것은 동화책 읽기였다. 그리고 한가지를 덧붙인다면, 동화책 수집하기쯤 될까. 이젠 책장에 멋진 하드커버의 원서나 토익책들이
"달러가 아닌 금화가 든 옷가방을 꿈꾼다." 내용보기
아직까지 한 번도 써보지는 못했지만, 살다보니 어깨너머로 이력서를 구경할 일이 적지 않다. 언제나 빠지지 않는 이력서의 취미란을 보면서, 나라면 무엇을 쓸까 생각했었다. 아주 오랫동안 머리를 굴린 끝에, 잠자기와 밥먹기를 빼고 나서, 내가 골라낸것은 동화책 읽기였다. 그리고 한가지를 덧붙인다면, 동화책 수집하기쯤 될까. 이젠 책장에 멋진 하드커버의 원서나 토익책들이 즐비할 나이지만, 나는 어릴적에 읽었던 동화책들을 찾아다닌다. 그리고 어렵게 발견한 책들을 사모으고 읽는 것을 낙으로 삼고 있다. 그렇게 어렵게 찾은 책중 하나가 이 시리즈이다. 내가 어렸을 적에, 파란색 표지에 짝짝이 양말을 신은 삐삐가 그야말로 널을 뛰고 있던 책이 있었다. 말괄량이 삐삐.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그 책을 도합 세번을 샀었다. 처음 두권은 화장실의 애독서 노릇을 하다가 걸레가 되어 사라졌고, 나머지 한권은 어느날 폐휴지 분리수거통에 끼어서 행방을 감췄다. 그리고 나서 나는 아주 오랫동안 그 책을 찾았지만, 절판이 되어서 더이상 살 수가 없었다. 그리고 십년쯤 지나서, 비록 그 두껍던 책이 조각조각 나눠져서 다른이름으로 출판되기는 했지만, 어쨌든 구할 수 있게 된 것을 보고 얼마나 반갑던지. 나는 사람에겐 황당한 꿈을 꿀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황당한 꿈들이 사람을 순수하게 만들어주는 세정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믿는다. 종종 취업이나 토익점수로 머리가 아플때, 친구들과 곤란한 문제가 생겼을 때, 옷장안의 옷에 좀이 슬거나 싱크대의 하수구물이 역류할때, 그래서 너무나 현실적인 인생을 절감하게 될때 나는 새로 산 이 책을 꺼낸다. 삐삐가 아니카와 토마스를 위해 속이 빈 나무속에 소다수 두병을 숨겨놓는 것처럼, 나도 내 친구들을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삐삐가 문짝위에 동네 아이들 스물 일곱명을 올려놓고 마당을 수없이 도는 것처럼, 나도 못박고 하수구 고치는 정도의, 내 생활을 건사할 수 있는 힘이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삐삐가 약한 핫도그 장수를 괴롭히는 동네 깡패를 공중으로 던지는 것을 보면, 나도 지하철에서 노인을 보고 조금만 덜 망설일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그리고 삐삐의 옷가방속에는 초록색 달러 지폐가 아니라 크로나 금화가 들어있다. 내가 백만장자라면, 나는 그런 백만장자가 되고 싶다. 스위스 은행의 금고에 달러다발이 즐비한 그런 백만장자가 아니라, 낡은 엉망진창 별장의 오래된 옷가방속에 조금은 낡고 찌그러진 금화를 가진, 그런 백만장자가.
b***s 2000.08.2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