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만화책을 샀다. 최근에는 소설만 봤기 때문에 만화나 웹툰은 소비하지 않고 있었지만 읽을 시간이 부족할 뿐, 만화 또한 좋아한다. 대여점에서 빌려 읽었던 때는 이것저것 부담없이 읽었는데, 이제는 기력도 없고 관심도 없어서 간단하게 읽을 수 있는 단편이나 일상 만화를 선호하게 되었다. 그러던 찰나에 눈에 띈 만화책 한 권. 아직 국내에는 1권만 정발되었고, 옴니버스 형식이라 호흡이 짧은 게 특히나 마음에 들었다. 올라오는 발췌 짤들이 어느 하나 거를 것이 없었다. 이거다. 이사를 하며 비용이 생각보다 많이 들어 잠시 후순위로 미루었던 만화를 엊그제 결제하였다. 만화책은 실물로 봐야지, 하는 생각으로 e북이 아닌 실물 책으로 구매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려 드디어 오늘 펼쳐보게 되었다.
구글에 '동인'을 검색하면 <뜻을 같이하는 사람. 순화어는 `같은 사람'.> 이라는 풀이와 <취미나 뜻이 같은 사람의 모임>이라는 말이 나온다. 여기에 나오는 '동인'은 후자를 의미한다. 어떤 작품을 함께 좋아하고 같이 이야기 하는 사람들. 쉽게 말해서 '오타쿠들' 이라고 생각하면 편할 것이다. 나의 경우도 하나의 소설(또는 그 외 작품)을 좋아하고 그 소설을 바탕으로 2차 창작 팬아트를 그리는 동인, 그 중에서도 그림러(그림을 그리는 사람)다.
하고많은 만화책 중에 특별히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얼핏 스쳐가며 봤던 발췌 이미지들이 하나같이 공감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장르(특정 작품을 바탕으로 모인 동인) 내의 네임드를 중심으로 스토리가 돌아가는데, 해당 네임드를 보고 연성(2차창작)을 시작한 사람, 네임드와 친한 팔로워를 보며 질투하는 사람, 장르 내 사람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스스로 연성을 시작한 사람 등... 다 SNS를 하며 한번씩 마주쳤던/경험했던 인물들이다.
나 역시 처음에는 그림을 그릴 생각이 없었고, 다른 사람들이 만든 2차 창작을 보기만 했다. 전에도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웹툰을 보긴 했었지만 딱 감상에서 멈추었고, 그 흔한 서코(서울코믹월드) 한 번 간 적이 없다. 굿즈는 커녕 만화책 한 권 조차 집에 두지 않은 채 플랫폼을 통해 구경하거나 대여점에서 빌려보는 것이 다였다. 그마저도 중학생 때 그만두고, 웹소설로 넘어갔는데, 정신을 차리니 어느 순간 펜을 잡고 그림을 그리며 굿즈를 뽑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계정도 제법 커지고 어느 새 아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언제 생각해도 신기한 일이다.
사실 나는 취업에 성공한 후로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 우리 언니도 예전에는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는데, 성인이 되고 난 후 그만뒀고 나 역시 그렇게 될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SNS 계정을 만들기 전까지는 실제로 그랬었다.
무엇이 나로 하여금 다시 펜을 잡게 만들고, 계정을 만들어 사람들을 만나게 하고, 시간과 자본을 투자해 굿즈며 책을 만들게 한걸까?
책의 내용에 대해서 말하자면, 그건 나보다 더 재밌게 쓴 후기들이 많으니 관심이 가면 책을 읽고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찾아보길 바란다. 개인적으로는 읽으며 정말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다. 아무래도 현재 실시간으로 2차 창작(이라는 이름의 마감)을 하고 있기 때문일까. 이게 괜찮은 게 맞는지, 생각보다 반응이 저조한데 괜히 올렸나 싶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누구 한 명이라도 좋다는 반응을 보여주면 또 신나서 이것 저것 그리게 된다.
분명 그 시작에는 나의 아야시로님이 있을 테고(스쳐지나가는 닉네임이 없진 않다) 또 한편으로는 내가 보여주고 싶은 이야기를 펼치며 함께 이야기 해주길 바라는 바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나는 한장 한장 일러스트를 그리는 사람에서 어느 새 생전 도전한 적 없는 만화 원고를 붙잡고 울부짖는 사람이 되었다. 솔직히 이게 광기가 아니라면 무엇일까.
전에도 한 번 이야기 했던 '황야'는 이제 내 지인이면 다들 아는 이야기가 되었다. N년 전 올라온 내 취향을 저격하는 팬픽 하나. 그러나 어느 날 사라진 그 팬픽(지금은 다시 올라와 있다)을 찾아 원작자에게 찾아간 이야기. 정말로 이게 광기가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인가.
같은 주제로 떠들고, 같은 주제로 싸우고, 때론 질투했다가, 때론 좌절하고, 용기와 희망을 얻기도 하고, 감동 받기도 하고...
오타쿠질, 하면 으레 철없고 현실감각 없는 사람들이 괜한 일에 열 내는 것으로만 생각되는데, 여기도 들여다 보면 상당히 흥미로운 세상이다. 그런 철 없는 오타쿠 짓으로 만난 사람들과 이어진 인연과 내 삶에 미친 영향들을 생각해보면 이 또한 무시할 만 못하다.
만화책을 다 읽고 문득 생각이 나서 반쯤 버려두었던 계정에 들어갔다. 한때는 매일 그림을 그려 올렸던 계정으로, 내가 가진 계정 중에서는 가장 큰 계정이다. 소설이 완결나고(현재 다시 외전 연재중)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나 역시 점점 마음이 식어 들어가지 않다가 결국 다른 계정을 파고 말았다. 친한 지인들은 모두 다른 계정으로 데리고 갔고 딱히 찾는 사람도 없어서 그냥저냥 언제쯤 계정을 터뜨릴까 놔두고 있었는데 페잉을 들어가니 알림이 하나 떠 있었다.
2월과 1월에도 비슷한 내용의 페잉을 받았었다. 최소 두 번, 어쩌면 그 이상을 살아가며 나를 떠올려준 누군가에 대해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대체 무얼 했다고 이런 정성을 받을 수 있던 걸까. 이 페잉을 남겨준 익명님과는 어쩌면 행사장에서 만났을 수도 있고, 어쩌다 만나 카페라도 같이 갔을 지 모르지만, 어쩌면 단 한 번도 만나지 않은 사람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모니터 너머에서 글자로만 교류하던 누군가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란다는 게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해 생각해보고 앞으로는 계정 활동도 더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해본다.
이 책의 끝무렵에도 비슷한 어조의 익명 메세지가 나온다. 이름 모를 누군가가 보내준 응원의 메세지를 읽고 창작을 이어가는 아야시로의 모습은 어딘가 익숙하다.
작중의 아야시로라는 인물은 (의도치 않게) 많은 사람들을 창작으로 이끄는 인물이었지만, 동시에 그 인물 또한 누군가가 보낸 의도치 않은 응원에 다시 창작의 세계로 발을 딛는다.
평소에도 종종 ○○을 좋아하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쯤 무엇을 하고 있을까? 하는 얘기를 나누긴 하지만 정말로, 그 때 내가 그 소설을 좋아하지 않고, 계정을 만들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상상하기가 어렵다. 그 만큼 2차 창작 활동이 내게 가져다 준 변화가 크다.
만약 계정이 없었더라면 쉬는 날 마다 만나는 지인들은 없었을 것이다. 그림도 그리지 않았을 것이고, 책도 읽지 않았을 것이다. 책을 읽기 시작한 것에는 SNS의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굿즈를 만들거나 살 일이 없을테니 거기에 월급을 쏟아 부을 일이 없었을 것이고, 그렇다고 모으진 않았을 테니 아마 음식이나 옷에 다 썼겠지.
자취를 시작한 것도 SNS에서 청년임대주택 신청 공고를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만약 소설을 좋아하지 않고 SNS를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아직도 나는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었을 것이다. 아마 스무살 초 시작된 무기력과 우울에서 아직 헤어나오지 못했을 수도 있다. 만나는 사람이 없으니 집에만 박혀 있었을 테고, 굿즈를 만들지 않으니 인쇄에 대한 감각은 지금보다 훨씬 떨어져 있을 것이다. 내 버킷리스트에서 '책 만들기' 항목은 아직 지워지지 않았을 것이다.
같은 것을 함께 좋아한다는 것은 이토록 신비롭다. 온라인에서의 교류를 꺼리던 내가 기꺼이 사람들에게 먼저 말을 걸게 만들고, 어렵더라도 좌절하기 이전에 먼저 무언가 배우려 노력하게 만든다. 일 년 뒤의 나는, 십 년 뒤의 우리는 과연 무엇을 사랑하고 있을까. |
|
SNS에서 엄청 핫 하고, 궁금한 건 못 참아서 바로 구매해 봤어요. 글자가 생각보다 많고... 저 오타쿠 경력 그래도 10년이 넘었는데 엄청 딥해서 놀랐네요! 사람들이 건강한 듯 건강하지 않은 듯... 모든 게 좋다곤 하지 못하겠고 약간은 보기만 해도 지치는 인간관계지만ㅠㅠ 그 딥함을 그나마 재미있게 잘 풀어낸 것 같아요. 아니 하지만 인간관계 집착... 어우 이런 거 되게 힘들어 해서 털기춤 추면서 봤어요. 2권 3권도 동시 발매됐다고 해서 네네에서 이북 어서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주변에 추천은 못하고 혼자 읽을 것 같아요ㅋㅋ 재미있었습니다. |
| 일본의 동인녀들은 이렇구나를 알 수 있었던 사나다 츠즈루 작가의 만화 동인녀의 감정 1권에 대한 리뷰입니다. 일본 동인 문화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고 그리고 너무 연출이 웃겨서 재밌게 읽은 만화입니다. 뭔가 동인계에 대해 학습도 되면서 웃김도 둘 다 잡는 그런 종합선물세트같은 느낌의 만화라는 생각이 드네요. 각 인물들 마다 성격도 행동도 달라서 웃기고 공감되는 이야기도 많아서 재밌었습니다. |
| 지하철에서 포타를 읽다니 꽤나 대담한 발상임 좋아하는 연성러가 장르 옮겨서 슬픈걸로 끝나는게 아니라 다들 소설로 회유하려고 하는 행동력이 대단한 것 같아요 직접 뭔가 창작하거나 할만큼 진심으로 덕질해본적은 없어서 신기하고 재밌었음ㅋㅋㅋㅋ |
| 사나다 츠즈루의 동인녀의 감정 01권 리뷰입니다. 이 만화는 이전엔 알지 못했던 만화이었으나 모종의 기회로 구입해보게 되었습니다. 표지 일러와 제목으로 생각한 것보다 흥미로웠었고 이야기 속 캐릭터 설정과 대사와 전개를 즐기며 재밌게 읽었습니다. |
|
동인녀의 감정 리뷰입니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을수 있으니 조심해주세요 가격은 좀 비쌌지만 sns에서 엄청 핫하길래 궁금해서 구매해봤어요 아 진짜 웃겨 죽는줄요ㅋㅋ 덕후의 바이블같은 보석같은 만화ㅋㅋㅋ 진짜 재밌게 봤어요~~~ |
|
동인녀의 감정 01권을 읽고 쓰는 리뷰입니다. 한국어 정발이 되기 전에도 시끌시끌한 작품이라 기대하고 있었다. 여성향 일본 2D 동인 덕질해봤다면 직간접적으로 공감가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난 독자라 그런지 아야시로를 꿈꾸는 연성러 나나세 마저도 부러웠다. |
| 동인녀의 감정 1권을 읽고 리뷰를 남깁니다. 커뮤니티에서 종종 소개되길래 읽어봤습니다. 재밌게 읽었습니다. 덕질을 하는 사람이라면 읽어보면 공감가는 내용이 많아 재미있을거 같아요. 아닌 사람은 그냥 궁금증이라면 한번쯤 읽어봐도 좋을거 같네요. |
| 저는 표지에 나온 저 사람이 좋습니다... 대충 읽었을 때는 엄청나게 오타쿠적 스트레스 안받고 그냥 본인이 좋아하는거 잔뜩하는사람처럼 보여서.. 실상은아닐수도있지만... 어딜가도 오타쿠들의 기싸움이나 비교문화 그런 건 참 피곤하네요... 역시 판에서 멀어져야 한다는 생각밖에에 |
| 동인녀의 감정 01권 리뷰입니다. 저자의 2차 창작 경력 10년 이상의 동인 활동에서 우러난 경험을 담아 만든 작품이라고 합니다. 소비만 하는 스타일이라 공감이 가진 않았지만 흥미로웠습니다. 텍스트가 많아서 폰으로 보기에는 눈이 아프네요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