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살아 본적 없는 곳에 대한 막연한 환상 같은 게 있다.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 테두리 안에서 벗어난 적이 없는 내 입장에선 농촌생활도 어촌생활도 어떤 것인지 알 수 없다. 가끔 드라마에서 만나는 섬이나 어촌을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는 그래서 더욱 재미있다. 사람 사는 세상은 다 비슷하지만 자연환경은 다른 것. 섬을 주제로 한 이야기에 미나토 가나에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이 책이 궁금했다. 이 책은 모두 6개의 단편으로, 시라쓰나지마 섬을 배경으로 한다. 섬에서 나고 자란 여섯 명의 사람들에게는 각자 어떤 사연들이 숨어있는 것일까?
- 귤꽃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뒤 나는 언니와 엄마 이렇게 셋이서 귤 밭을 일구며 산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 둔 언니는 어느 날 도시에서 온 남자를 따라 야반도주 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언니는 유명한 작가가 되어 시라쓰나지마 섬에 온다. 삼십 년 가까이 연락 한 번 없던 언니는 왜 고향인 이곳 섬에 돌아온 것일까?
- 바다별 고향을 떠나 도시에서 살고 있는 나는 아들이 낚은 전갱이를 먹다가 과거의 어느 시점이 떠오른다. 아버지가 실종되고 엄마와 둘만 함께 했던 식탁, 그리고 중년 아저씨의 목소리.. 아버지의 실종으로 엄마는 일을 하기 시작하고 나는 도움이 될까 해서 낚시를 시작한다. 그리고 낚시를 하다 어떤 아저씨를 만나게 되고, 아저씨는 이후 우리 집에 생선과 쿠키를 가져온다. 아저씨가 우리 집에 찾아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후 이십년 만에 아저씨의 딸은 나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 꿈나라 도쿄 드림랜드에 가고 싶었던 나는 집안의 절대 폭군 할머니 눈치를 보느라 그곳에 갈 수 없었다. 이후 오늘 남편과 딸 나나미와 함께 도쿄 드림랜드를 간다. 삼십 여 년 간 동경했던 드림랜드. 정말 나는 무엇을 꿈꾸며 살았던 것일까?
- 구름 줄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7년 만에 고향을 찾은, 인기 상승 중인 젊은 가수가 섬 절벽에서 추락하여 의식 불명 상태에 빠졌다. 그에겐 슬픈 과거가 있는데 바로 엄마가 자신의 남편을 살해하고 형무소에 들어갔다 출소한 것. 그런 어머니를 둔 그에게 섬에서의 기억은 끔찍하다. 이후 그가 유명해지자 동창들은 그를 찾고, 억지로 섬에 초청한다. 그리고 어머니의 슬픈 사연과 접하게 되는데...
- 돌 십자가 아빠의 자살로 아버지의 고향인 이 섬으로 이사 온 나는 할머니와 함께 산다. 모든 것이 어수룩한 나에게 말을 걸어준 사람은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는 메구미다. 어느 날 메구미와 산에 오른 나는, 섬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메구미는 왜 십자가를 찾으려 한 것이고, 그 십자가를 찾아 무엇에 대한 기도를 하려 한 것일까?
- 빛의 항로 초등학교 교사인 나는 반의 왕따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가해자의 부모가 심하게 반발을 한 것. 그러던 어느 날 우리 집에 불이 나고 나는 입원을 하게 된다. 병원으로 아버지의 제자가 찾아오고 그에게서 따스한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한국 작가도 그렇지만, 일본 작가 중에도 믿고 보는 사람이 몇 명 있다. 그래서 새로운 신작들이 나오면 반가울 수밖에 없다. 분홍색 표지가 화려해, 강한 흡입력을 자랑 하려나 하는 기대감으로 책을 펼쳤다. 6편의 단편 모두 특별히 신선하거나, 특별히 재미있다고 말할 수 없다. (내가 미나토 가나에란 작가의 책을 좋아하긴 하지만, 무조건 좋다고 말할 수 없으니까) 어떤 이들은 이야기가 밋밋하다 평할 수 있고 또 어떤 이들은 강하지 않아서 나름 재미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추리 소설로 분류하자면 강도가 조금 약하단 생각을 할 수도 있다.
다만 ‘빛의 항로’란 단편에서 왕따의 생각을 정의한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왕따, 나는 이 말을 사용하는데 거부감이 든다. 비방, 중상, 절도, 폭력, 이런 도를 넘은 행위를 성인이 저지르면 범죄가 되는데, 아이들 사이에서 일어나면 그저 두 글자의 무게감 없는 단어로 의미가 희석된다. 차라리 학교 폭력이나 집단 따돌림 같은 좀 더 강한 표현을 쓰면 아이들도 사람으로서 해서는 안 될 행동이라는 사실을 보다 뚜렷하게 인식할 수 있을 텐데.. 왕따는 짓궂게 괴롭힌다는 정도의 의미로밖에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다. (253) 왕따 사건이 일어났을 때 가해자 부모에게서 제일 많이 나오는 말이 ‘우리 아이가 장난이 좀 지나쳤나보네요.’라는 말이라고 한다. 장난의 범주는 참 애매하다. 장난의 대상이 되는 아이 입장에서 자존심이 상하고 수치감을 느낀다면 그건 장난이 아니다. 폭력이 되고, 상처가 되는 게 분명하니까.
가해자의 부모가 반성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에서 집단 따돌림이나 학교 폭력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자녀가 저지른 행동을 추호도 받아들일 마음이 없는 왕따 가재자의 부모는 입장을 역전시킬 기회만 호시탐탐 노렸다 (251) 왕따를 이겨내지 못한 네가 못난 것이지 왕따를 시킨 우리 아이는 아무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는 몰지각한 부모가 없어지지 않는 한 이런 현상은 계속 일어날 거라는 경고는 그래서 더 무섭다. 섬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소문은 더 강해지고 더 힘을 발휘한다. 여섯 사람들의 슬프고 아픈 사연을 만나고 싶다면... |
|
한 글자에 불과하지만 ‘섬’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은 참 다양합니다. 한여름의 피서지, 내쳐진 자의 유배지, 고독을 원하는 자의 은둔지, 도망자의 은닉처 등등. 하지만 이런 느낌들은 대부분 섬 외부인이 갖게 되는 것들이고, 정작 그 안에서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이라면 조금은 다른 느낌을 갖게 될 것입니다. 극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어머니의 품처럼 아늑해서 언제든 돌아와 쉴 수 있는 곳이거나 아니면 정반대로 삶을 옥죄는 감옥처럼 답답해서 틈만 나면 탈출하고 싶은 곳이거나...
‘망향’은 세토 내해(內海)에 자리 잡은 섬 시라쓰나지마를 배경으로 이런 극단적인 느낌을 가진 인물들이 펼쳐나가는 여섯 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불행한 기억만 간직한 채 야반도주하듯 섬을 도망쳤던 사람, 도망치고 싶었으나 어쩔 수 없이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던 사람, 한번 떠난 적이 있지만 자의든 타의든 자신을 낳아준 섬으로 다시 돌아온 사람 등 시라쓰나지마에서 삶을 얻은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일방적으로 동정 받거나 일방적으로 미움 받는 캐릭터는 아닙니다. 남은 사람은 남은 사람대로, 도망친 사람은 도망친 사람대로 다들 타인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나름만의 사연과 이유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처음엔 동정하거나 미워하다가도 이면의 사연과 이유를 알고 나면 그들의 선택에 공감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미나토 가나에답게 대부분의 에피소드는 ‘죽음’을 소재로 삼고 있습니다. 살인, 사고, 병사 등 여러 가지 죽음이 등장하지만, 공통점이라면 하나같이 안타깝거나 애틋한 모양새를 지니고 있다는 점입니다. 미스터리를 기대한 독자들에게는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지만, 섬에서의 삶과 죽음, 그 사이에 존재하는 애증을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마치 아사다 지로의 단편집에서 느낄 수 있었던 따뜻함과 뭉클함을 만날 수 있습니다.
보통 단편집의 표제는 수록작 가운데 대표작으로 삼기 마련인데, ‘망향’이라는 제목은 수록작의 제목이 아니면서도 실려 있는 여섯 작품을 모두 아우르고 있어서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이후에 새삼 눈길이 가는 제목이었습니다. 마치 등장인물 모두가 나란히 서서 멀리 바다 위에 떠있는 시라쓰나지마를 바라보는 그림을 연상시키는 제목이랄까요 미나토 가나에의 새로운 면모를 만난 것 같아 반가웠고, 이틀 반나절 정도, 따뜻한 책읽기의 기회를 가질 수 있어서 더 반가웠습니다. |
|
누구나 더 넓은 세상을 꿈꾼다. 때문에 짧은 시간이지만 여행을 통해 다른 세상을 경험하고 유학을 떠나기도 한다. 하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고향을 떠나지 못하고 사는 이도 있다. 그곳이 섬이라면 어떨까? 여행자에게 섬은 낭만적인 공간처럼 보이겠지만 섬사람들에게는 생활의 터전일 뿐이다. 미나토 가나에의 『망향』은 ‘시라쓰나지마’ 라는 섬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여섯 편의 이야기다. 일찍 섬을 떠난 사람,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사람, 떠나지 못하는 사람, 떠나고 싶은 마음이 없는 사람, 저마다의 사연과 비밀과 마주한다.
<귤꽃>은 시라쓰나지마 시가 시라쓰나지마로 통합되는 시 폐막식 장면으로 시작한다. 남자와 야반도주를 한 후 연락을 끊고 유명 작가가 된 언니가 행사에 참석하면서 지난 이야기를 들려준다. 왜 ‘나’ 와 엄마를 남겨두고 섬을 떠나야 했는지 아무도 몰랐던 비밀을 말이다. 강도를 죽인 어머니의 죄를 대신해 섬을 떠난 것이다. 어머니는 진실을 가슴에 묻고 살아간다. 나는 언니를 원망하며 섬에서 가정을 꾸린다. 섬을 떠나고 싶었지만 떠날 수 없었던 나는 아이러니하게 섬을 떠나려는 딸을 반대한다.
<바다꽃>은 바다에서 실종된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힘겹게 살아가는 어머니와 아들 곁을 맴도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갑자기 사라진 아버지, 시신을 찾지 못해 죽음을 인정하지 못한다. 아버지를 대신하여 어머니가 생계를 위해 일하느라 ‘나’ 는 늘 혼자 시간을 보낸다. 그런 모자 앞에 친절한 아저씨가 나타난다. 꽃을 들고 찾아온 아저씨를 자신에 대한 연정인 줄 알고 어머니는 모질게 거절한다. 이십 년 후 아저씨의 딸을 통해 아저씨가 아버지의 시신을 발견한 사실을 전해 듣는다. 번거로운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아 시신을 유기했고 나중에는 진실을 밝히려고 했다는 것이다.
<꿈나라>는 집안의 절대적 힘을 지닌 할머니 때문에 섬을 떠나는 삶을 꿈꿀 수 없었던 ‘나’ 는 결혼 후 아이와 함께 그토록 가고 싶었던 도쿄 드림랜드를 찾은 이야기다. 아들이 아니라 딸이라는 이유로 모든 것에 제약을 받았던 나는 섬이 정말 싫었다. 모든 게 할머니 때문이라 여긴 나는 쓰러진 할머니를 뒤로 한 채 집을 나온다. 결국 할머니는 돌아가셨고 자신의 행동은 비밀이 되고 말았다.
세 편이 섬이라는 공간에서 숨겨진 비밀을 밝혔다면, 나머지 세 편은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아버지를 죽은 어머니 때문에 평생 놀림을 당했던 아이가 유명 가수가 되어 고향인 섬에 초청인사로 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구름 줄>, 어린 시절 아버지의 자살로 할머니가 사는 섬으로 오게 된 ‘나’ 와 친구가 되어준 메구미의 인연을 들려주는 <돌십자가>, 담임을 맡은 반의 왕따 문제로 고민을 하는 교사인 ‘나’에게 교사였던 아버지의 제자가 전하는 이야기 <빛의 항로>.
섬에 얽힌 비밀보다 왕따를 다룬 <빛의 항로>가 가장 인상적이다. 왕따 문제로 가해자 부모를 만나지만 진심으로 사과할 마음이 없다는 걸 알기에 힘들다. 거기다 누군가의 방화로 화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한다. 자신을 찾아온 아버지의 제자는 아버지가 어떤 분이셨는지 알려준다. 중학교 교사였던 아버지는 간암으로 돌아가셨다. 돌아가시기 얼마 전 섬의 조선소에서 마지막 진수식 행사에 아버지는 어머니와 아들이 아닌 제자와 참여하셨다. 아버지와 같은 교사가 되었지만 그 일에 대한 서운한 마음을 사라지지 않는다. 병문안을 온 제자가 바로 그 제자였다. 그는 왕따 피해자로 몹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아버지는 제자에게 진수식에 참석해 이런 말을 들려준다.
‘큰 바다에 나간 배가 자신의 역할을 완수하며 바다를 헤쳐 나가듯이 사람 역시 각자의 인생을 걷는단다. 때로는 바다가 거칠어지듯 인생에도 폭풍이 불어닥칠 때가 있어. 배를 내보낸 사람은 구조선을 보내기도 하지만 모든 항로에 가까이 갈 수는 없는 노릇이지. 내 역할은 내가 맡은 바다를 통과하려고 하는 배를 이끌고 지키는 데 있다고 생각해. 바다가 거칠어지면 가라앉지 않도록 같은 항로를 나아가는 배들을 서로 굳건하게 연결시키는 것도 내 일이지. 어떤 배도 다른 배를 침몰시켜서는 안 돼.’ (빛의 항로, 287쪽)
미나토 가나에는 섬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을 보여준다. 때문에 추리소설보다는 인간 내면의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섬에 다리가 놓이면 섬은 더이상 섬이 아니듯 우리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미나토 가나에는 이 소설집을 통해 비밀을 간직한 채 홀로 섬이 되기보다는 함께 나눌 수 있는 관계라는 다리가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
|
오랜만에 미나토 가나에의 신작이 나왔다. 데뷔작인 '고백'의 충격이 워낙 강렬해서 그 후에 발표한 작품들은 죄다 '고백'과 비교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작가도 그런 압박감을 많이 느꼈는지 이 작품을 쓰면서 '고백'이 내 대표작이 되지 않길 바란다는 소망을 피력했다고 한다. 이 책은 총 6개의 이야기로 이루어진 단편이다. 그런데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곳은 시라쓰나지마라는 섬으로 모두 동일하다. 시라쓰나지마는 이야기의 배경인 동시에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주된 소재로 등장한다. 작가 본인이 삶의 대부분을 섬에서 살아와서 그런지 섬 사람들의 심리나 삶의 묘사가 리얼하다. 그렇다고 너무 오버하지도 않는다. 작가 스타일이 대놓고 드러내지 않는다는 특징도 있지만 직접 경험해 본 사람의 감성으로, 어느 한쪽으로 과도하게 치우치지 않으면서 덤덤하게 이야기를 풀어냈다. 미나토 가나에는 항상 예상치 못한 곳에서 뒤통수를 치는지라 이번에도 어느 정도 각오는 하고 읽었다. '고백'보다 충격적이진 않으나 은근하게 사람의 마음을 후벼파는 솜씨는 여전하다. 잔잔하지만 여운이 남는다고나 할까. 그리고 이 책은 예전 미나토 가나에의 작품에서 찾아볼 수 없던 희망적인 메시지가 곳곳에서 발견된다. 예상치 못한 결론에 도달하는건 마찬가지나 처절하게 내려갈대로 다 내려간 모습만이 아니라 고통을 딛고 새롭게 출발하려고 하는 의지가 담겨 있다. '고백'이 대표작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란 작가의 바램은 나라는 독자에게서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기존의 작풍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하며 발전하는 작가의 노력엔 박수를 보내고 싶다.
|
|
망향 미스터리, 더 THE 003 미나토 가나에 지음 레드박스
섬에서 나고 자란 여섯 남녀의 이야기를 다룬 여섯 편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여기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은 모두 별다른 연관성이 없지만, 시라쓰나지마 라는 이름의 섬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시라쓰나지마는 실제로 존재하는 섬이 아니라 도쿄 근간에 있는 가상의 섬인 모양이다. 섬을 떠나 도쿄로 나가고 싶어하는 사람들, 그러나 이런저런 이유로 섬을 떠날 수 없는, 섬의 테두리를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의 끈을 잡고 사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섬은 그들에게 고향일까? 아니면 유배지처럼 그들을 가두거 버린 감옥일까? 이들은 저마다 모두 그들의 가슴 속에 숨겨진 어두운 과거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그 과거를 후펴 파는 추악한 악의의 손길이 뻗쳐오고, 운명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을 뿌리 채 흔들어 놓는다. 그리고 어두운 과거에 새로운 빛을 드리우는 감동과 충격의 반전이 들어있다. 그 여섯 편의 이야기는 각각 귤꽃/바다별/꿈나라/구름 줄/돌십자가/빛의 항로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여섯 편의 단편집이지만, 서로 깊은 연관성을 지니고 있어서 서로 다른 이야기라고 할 수 없을 만큼 끈끈한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것은 바로 섬 시라쓰나지마이다. 그런데 묘한 것은 <귤꽃>을 읽기 전에 그 표지에 쓰여있는 요점에서 부터이다. 첫 번째 이야기인 <귤꽃>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야반도주를 했다가 이십오년 만에 갑자기 시라쓰나지마로에 있는 집을 찾아온 언니, 가쓰라기 쇼코는 "나가고 싶어서 나간 사람, 남고 싶지만 나간 사람, 한 번 나갔다가 되돌아온 사람, 나가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 남은 사람, 나가고 싶어도 나가지 못하는 사람. 욕을 먹고 괴롭힘을 당해도 나고 자란 곳 이외에서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언니인 가쓰라기 쇼코의 경우에는 나가고 싶어서 나간 사람으로 생각하고 이십오년 간을 오해하고 살았지만, 진실일 밝혀지고 보니 언니는 남고 싶지만 나간 사람이 더 맞는 것 같고, 욕을 먹고 괴롭힘을 당해도 나고 자란 곳 이외에서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지 못하는 사람은 두 자매의 어머니라고 생각했지만, 진실은 나가고 싶어도 나가지 못하는 사람이 맞는 것 같다. 이는 <귤꽃>에서 나오는 대사이지만, 마치 여섯 편에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에 맞추면 다 맞아 떨어지는 듯 하다. 나가고 싶어도 나가지 못하는 사람은 <꿈나라>에서 할머니와 어머니의 등쌀에 섬을 벗어나지 못하는 다야마 무쓰코와 <구름 줄>의 이소가이 히로타카의 경우이고, 한 번 나갔다가 되돌아온 사람은 <돌십자가>에 나오는 치아키의 경우이다. 저마다 그들의 발목을 잡는 운명과 같은 사연, 그리고 이를 뒤집는 반전이 흥미롭다. 또한, 작가 소개글을 보니, 데뷔작이 <고백>이라고 하는데, 이 작품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헉헉~ 읽을 책은 많고, 시간은 쪼금 있고, 즐거운 비명을 질러 본다^^ 2014.4.14.(월) |
|
미나토 가나에 하면 <고백>은 자동 반사처럼 연상하게 된다. <고백>은 입소문만 듣고 영화로 먼저 봐 버리는 바람에 아직 책으로는 만나지 못했다. 대신 몇 년 전에 그녀의 <소녀>를, 이번에는 <망향>을 읽었다. <고백>이 자신의 대표작이 되길 원치 않는다고 작가의 오랜 바람이 마침내 이뤄진 작품이 <망향>이라고 한다. 출판사에서 말하는 작가 소개글이라고는 하지만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책에 대한 기대는 어쩔 수 없이 더 커졌다. <망향>은 ‘시라쓰나지마’라는 섬을 고향으로 둔 여섯 남녀의 사연이 단편 형태로 엮여 있다. 단편 소설집인지는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야 알게 됐고, 첫 번째로 등장한 “귤꽃”을 다 읽고 “바다별”을 읽은 후에야 이 책의 사연들은 모두 ‘시라쓰나지마’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우선 “귤꽃”은 25년 전에 고3이던 언니가 집에 잠시 머물렀던 남자와 떠난다는 한 줄의 편지만 남긴 채 사라진 사건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그리고 인구 감소와 경기 악화로 ‘시라쓰나지마’ 시 폐쇄식이 열리는 날 성공한 작가가 되어 언니는 돌아온다. 엄마와 여동생을 내팽개치고 떠났다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한 언니가 야속하기만한데 언니의 귀향은 과거의 진실을 깨닫게 해 준다. “바다별”은 아버지의 갑작스런 실종과 때마침 호의를 베풀어준 한 아저씨의 이야기가 나오고, 도쿄 드림랜드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던 주인공이 성인이 되어 드림랜드에 대한 허상을 직시하고 또 과거 할머니의 죽음에 대한 진실이 드러나는 “꿈나라”, 아버지를 살해한 어머니로 힘겨운 학창시절을 보내다 성공한 가수가 되어 다시 돌아왔지만 과거의 악몽이 되풀이 되는 듯 한 “구름줄”, 각 자 아픔은 있지만 서로가 있어서 위로가 되었던 두 소녀의 “돌십자가”, 그리고 선생님이던 아버지가 왕따로 고통 받던 소년에게 어떤 희망과 용기를 줬는지 뒤늦게 알게 된 “빛의 항로”까지 전편이 지루할 틈도 없이 단숨에 읽어 나갔다. 절도와 살인, 가정폭력, 왕따 등 <망향>에 등장하는 사건들은 결코 소소하거나 가볍지 않다. 하지만 이 사건들에게 주인공들이 마지막까지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은 고향 ‘시라쓰나지마’의 힘이었다. 고향 그곳에는 늘 가족이 있고 친구가 있으니까. 고향의 힘은 아마도 이것일 것이다. 태어나 지금까지 고향을 한 번도 떠나본 적 없는 나로서는 고향에 대한 향수는 아직 느껴본 적 없는 감정일지 모른다. 하지만 얼마만이라도 여행을 떠났다고 집으로 향하는 이정표만 봐도 반가운 마음, 그것은 향수의 감정과 조금은 비슷하지 않을까? 확실히 미나토 가나에의 책은 뭔가 독자를 끌어당기는 마력이 있고 <망향>도 다르지 않았다. 읽지 않은 <고백>과 비교할 수 없겠지만 그녀가 앞으로도 <고백> 이상의 작품을 계속 써내리라는 믿음은 변함이 없다.
|
|
책표지가 참 산뜻하다. 흔들리는 바람에 떠도는 꽃을 연상케도 하고, 표지색깔이 산뜻해서 무엇보다 눈에 띈 작품이다. 총6편의 단편이 함께 어울려 있는 <망향>은 미나토가나에의 글이다. 그는 전작인 <고백>이 자신의 대표작이 되지 않기만을 바라는 마음을 키우며 책을 썼다고 한다. 히트를 친 책을 뛰어넘는 다음작품을 내놓는다는 것이 작가에게 얼마나 큰 스트레스요인이 될지 미뤄 짐작이 가능했다. 일본소설은 분명 우리나라와 다른나라의 작품과는 좀 다른면이 있다. 구구절절 묘사하는 것보다는 일상적인 어쩜 참 밋밋하게 글을 흘려보내면서도 마지막에는 아하~ 그렇지 하고 느끼게끔 하는 그런 형식을 취하는 것 같다. 제일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귤꽃> 남자와 야반도주를 했다는 언니, 그 언니가 유명작가가 되어 다시 돌아와 자신의 고향인 섬을 미화하고 찬미(?)하는 듯한 시를 읊는다. 귤밭을 가꾸며 살아가는 세모녀. 아버지가 사고로 죽은것도 슬픈일인데, 그 사고차량에 학교르 갓 졸업한 아가씨가 있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이 세모녀는 동네에세 핍박을 받게 된다. 차라리 나이어린 화자는 그나마 괜찮았다. 그렇지만 고등학교에 다니던 언니는 괴롭힘을 상당히 당했다. 그것을 꿋꿋이 버텨내나 싶었는데, 그 언니가 난데없이 사라진것이다. 그리고 25년만에 그 언니가 돌아온것이다. 마치 마실을 갔다 돌아온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이제껏 연락한번 없던 언니가 무슨 심정으로 돌아왔는지보다는 너무나도 태연하게 돌아와 행동하는 것이 못내 못마땅하다. 그렇지만 언니와의 짧다면 짧은 대화를 통해 언니가 마을을 떠나기전 어떤 사실을 목도했는지, 그리고 그녀가 누구를 보호하려 했는지를 깨달으면서 언니가 섬을 떠나 자신의 역할을 이어나가야 한다면 자신이 해줄 일은 언니의 안녕을 기원해주는 것 밖에 없음을 절실히 느끼며 <잘가, 언니>로 끝맺음 하는 그 단편이 난 참 맘에 들었다. 그리고 가장 마음아팠던 내용은 <구름줄>이었다. 폭행을 견디다 못해 아빠를 죽인 엄마. 그 사건때문에 가족들은 마을사람들로부터 갖은 놀림과 핍박을 당하는 가족들. 그곳에서 탈피하고 싶었던 남자. 결국은 유명아티스트가 되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전화때문에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아직까지도 자신을 업신여기고 자신들의 밑으로 보는 안하무인격의 인간들과 마주해야 하고, 아직까지도 그 날카로운 시선속에서 자유롭지 못한 엄마의 모습때문에 마음아파한다. 당당히 싫다 소리를 못하는 것이 오로지 아들에게 해꼬지를 할까 두려워서인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그가 선택한 것은 극단의 결정이었다. 그 끝에서 다시 살아난 남자는 누나를 통해 어머니가 아버지의 폭행을 참다가 폭발할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자신을 살리기 위해섬이라는 사실. 이제는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에 역행하지 않겠다고, 그리고 그 누구보다 당당한 모습으로 서겠다고, 콘서트를 열고 제일 좋은 자리에 엄마와 누나르 초대하겠다고 호언장담하는 그의 모습. 그 소리를 듣고 오열하는 엄마의 모습을 끝까지 모른척하겠다고 다짐하는 마지막 문구 앞에서 가슴이 너무 아파왔다. 그리고 자식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수모도 견뎌낼 힘을 내는 엄마라는 존재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다시금 깨달았다고나 할까. 아무튼 어느것 하나 놓칠수 없는 내용이었다. 이 책이 미스터리 더 시리즈중 한권이라는 것을 알고, 이제는 또 역순으로 1편과 2편도 찾아봐야겠구나 싶으니까 일단 설레기도 하지만 점점 늘어가는 책 목록때문에 마음이 바빠지기도 한다. |
|
![]()
미나토 가나에라는 이름이 있었기에 기대하고 읽었던 책인데, 알고보니 미스터리 더 시리즈의 세번째 책이기도 하였다. 미스터리 더는 보다 품격있는 미스터리 소설을 골라 소개하겠다는 레드박스의 야심찬 시리즈로 1권인 귀동냥과 2권인 종착역 살인사건 모두 재미나게 읽었던 책들이었다. 이번 미나토 가나에의 망향 역시 마음에 들었다.
단편집인지도 모르고 시작했다가, 단편이 주는 짧고 굵은 울림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장난처럼 시작된 동생의 말에 선선히 응답한 언니. 늘 자신이 희생자라 생각했던 동생에게 언니는 그리 길지 않은 답변으로 이야기를 끝맺음하고 나중에서야 동생은 언니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편견이 모두 잘못되었던 것임을 깨닫게 된다.<귤꽃> 미나토 가나에의 고백이라는 책에 대해 누누히 들어왔지만 마음이 너무 쓰일 것 같다는 핑계로 미처 펼쳐들지 못했었는데.. 그간 읽었던 모성, 왕복 서간, 야행 관람차 등만으로도 미나토 가나에의 최고봉까지 다다르진 못하더라도 그녀의 잔잔한듯 깊게 울리는 필력에는 감동한 마음으로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시라쓰나지마라는 섬. 그 섬에서 나고 자란 젊은이들이 섬을 떠났다 다시 되돌아온 이야기들이 다양한 사연으로 소개되어 있었다. 아직 섬에 남아있던 동생의 시선에서 그려진 언니의 25년만의 짧은 귀향을 그린 귤꽃에서부터 실종된 아버지를 평생 기다리고 살아간 엄마와 외동아들의 아빠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그 사이에 끼어든 어느 아저씨와의 인연을 그린 <바다별>, 너무나 먼 미지의 꿈처럼 느껴진 도쿄 드림랜드, 그 꿈나라라는 공간에 돈이 없어서도 아니고, 너무 멀어서도 아닌, 다만 할머니의 반대때문에 가보지 못하고 늘 꿈을 접어야했던 어느 소녀의 수십년에 걸친 오래된 꿈이 실현되는 이야기를 다룬 <꿈나라>, 아빠를 살해한 엄마의 주홍글씨를 평생 낙인처럼 달고 살아야했던 소년의 벗어던지고 싶었던 고향의 기억을 그린, 그리고 그꿈을 이룬 자신을 끌어내리려(?)했던 고향에 대한 강한 원망이 그려졌던 <구름 줄>, 도시에서 시골로 전학와 친구들의 오해로 왕따를 당하게 되면서 착하지만 수줍은 친구를 사귀게 된 이야기가 담긴 <돌 십자가> , 왕따 사건이 저자의 소설 속에서는 꽤 중요한 소재로 계속 자리매김을 하는데, 그 왕따 사건에 대처하는 선생님들의 대를 이은 이야기를 다룬 < 빛의 항로>에 이르는 6편의 단편이 실려 있었다. 하나하나의 제목이 마치 동시처럼 참 아름다운 단어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런데 고향 하면 참 즐거운 일, 그리운 일만 있을 법 한데, 의외로 살인, 자살? 등의 죽음에 관련된 무거운 주제들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았다.
나밖에 쓸수 없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나라는 인간이기에 표현할 수 있는 세계, 그것이 망향이다. -미나토 가나에
33년이라는 세월을 섬에서 살아온 저자였기에 자신만이 쓸수 있는 소설을 써내고 싶었고, 그 결과가 바로 이 책 망향이라 하였다. 고백이라는 대작이 늘 그녀의 이름 앞에 걸려 있어서, 고백을 넘을 새로운 책을 쓰고 싶었고, 이 책은 심사위원들의 극찬 속에 65회 일본 추리작가협회상 단편 부분 수상을 하며 미나토 가나에 2기의 서막을 만방에 알렸다 (작가 소개 중).
<고백>을 아직 읽어보지 못해서 고백과 비교를 할 순 없겠지만, 망향의 독특함은 인정하고 싶다. 섬을 떠난 이가 되돌아와 그 사연을 , 오해를 풀어주지 않는한, 혹은 그와 반대로 오해만 가득 안고 섬을 떠난 사람에게 사건의 전말을 알고 있는 누군가가 다시 그 이야기를 제대로 풀어 들려주지 않는 한, 평생을 잘못 알고 살았을지 모를 그 많은 이야기들. 뭍혀있던 누군가의 과거가 수면에 떠오르고 그리고 그 순간 숨죽여 울게 될, 또 누군가의 혹은 내 안의 새로운 그 무언가가 샘솟게 되는게 아닌가 싶었다.
미나토 가나에는 그렇게 툭. 마음을 울리는 소설을 써냈다. |
|
사람들은 미나토 가나에 하면 가장 극적인 작품으로 '고백'을 떠올린다. 그래서 작가도 그런 말을 했을 것이다. 고백을 뛰어넘는 작품을 쓰고 싶다고. 그렇지만 나에게 미나토 가나에는 '야행관람차'의 그녀로 남아있다. 그만큼 나에게는 그 책이 주는 충격과 재미가 컸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에 여러 책을 읽으면서 '경우'라는 작품에 조금 실망하기도 했지만 '왕복서간'이라는 작품을 보면서 이 작가가 장편보다는 단편에 훨씬 더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을 다른 사람이 몰랐을리가 없다. 그래서 이 책은 일본추리작가협회상 단편부분의 수상작이기도 하다. 다른 어떤 상보다도 일본의 여러 상들은 믿을만하고 수상작이라 하면 재미가 없다는 기존의 생각과는 달리 다 재미가 보장되는 작품들이다.
여섯편의 단편이라 하더라도 일제 다 공통정이 있다. 시라쓰나지마라는 섬을 배경으로 그 속에서 자란 사람들의 이야기들. 저마다 다르고 독창적인 이야기가 섬이라는 하나의 배경으로 오묘하게 맞물린다. 혹시 주인공끼리 연결되는 것이 있는 것일까 하고 더 신경 써서 읽게된다. 하나의 이야기가 다른 곳에서 연결이 되지 않을까 아니면 여기서 주연으로 나왔던 주인공이 다른 이야기에서는 배경이나 또는 다른 조연감으로 등장하지 않을까 하면서 유의깊게 보게된다. 하나의 섬을 배경으로 연결이 되어 있는지 모르고 읽었던 첫편을 읽을때는 몰랐던 이야기들이 뒤로 가면서 같은 섬이 배경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반복되는 이야기가 아닐까 더 유심히 읽는다.
남태평양의 섬나라에서 몇년을 있었고 또 돌아와 일본의 섬에서 교사로써 근무한 그녀의 이력답게 섬을 묘사하는 부분도 섬세하다. 이 세상 어딘가에는 이런 섬이 있을 것만 같은 생각도 든다. 그녀의 생활은 그녀의 글 구석구석에서 묻어 나온다. 아마 처음에 인기를 끌었던 고백이라는 작품도 자신이 교사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이야기들이 그대로 글에 나왔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경우를 읽으면서 너무 가벼운 것이 아닌가 그래도 추리소설인데 속이 뻔히 드러나는 계획들을 보면서 이건 너무나도 아니잖아 했던 기억들이 사라지는 순간이다. 절묘하게 비틀린 이야기들. 잛은 단편속에 이야기들이 들어가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더 중점을 두고 보게 되는 이야기들. 질질 끌었다면 더 늘어지는 이야기들이 단편으로 인해 깔끔하게 끝나고 있다. 생각도 못한 반전도 있었고 이해가 가는 이야기도 있고 또 생각지 못한 반전도 있었다.
섬이 시에서 다른 시로 통폐합되는 행사에 25년만에 나타난 언니. 한 남자와 도망가다시피 섬에서 빠져나간 언니는 연락도 하지 않은 채 살아 가면서 작가로 데뷔를 하고 인기가 있게 되고 그런 명사가 되어 섬 행사에 초청을 받아서 다시 집으로 온다. 그렇지만 오랜만에 만나는 언니는 어제 보고 오늘 또 보는 듯 아무런 거리감없이 행동을 한다. 나도 섬을 떠나고 싶었는데 결국 나는 떠나지 못하고 남아있다. 그렇지만 언니는 섬을 떠나 멋지게 되었다. 오랜시간 동안 언니를 원망하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그런 언니를 보니 얄밉기도 했다. 거기다 하나 있는 딸은 섬을 떠나 도시로 가고 싶어하고.
오랜만에 만나 언니가 섬을 떠나게 된 이야기를 들었던 나는 그동안 알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만다. 언니는 섬을 떠나야 할 운명이었던 것이다. 떠날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오래전 기억들이 서서히 퍼즐조각처럼 맞춰지고 있다. 나가고 싶어서 나간 사람 , 남고 싶어서 남은 사람, 떠나고 싶어도 떠날수 없었던 사람. 사람들은 섬과의 인연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짧았던 첫번째 이야기가 끝나면서 바닷가의 짭쪼롬한 향을 느끼게 된다. 서서히 파도가 철썩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다. 이야기에 빠져들어서 정신없이 읽다보면 어느새인가 나는 그 섬에 가 있다. 금방 읽어서 그 섬에 있는 시간을 좀 더 느끼고 싶게 만드는 그런 이야기. 나는 '야행관람차'의 그녀를 이제는 '망향'의 그녀로 기억하고있을 것 같다. 그 섬에 가.고 싶.다. |
|
망향은 미나토 가나에의 단편집이다. 누구나 고향을 떠나온 사람이라면 가슴속 깊이 그리워 하기도 하고 진저리 내기도 하지만 아주 깊은 곳에서는 그리움이 더 클것 같다. 나 또한 고향을 진저리 내는 사람중 한명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생의 반이상을 지낸 곳이고 내 아버지가 묻혀 계시고 내 어머니가 살고 계시며 내딸과 내 손자들이 사는 곳이며, 학창시절을 보내고 직장생활도 하고 결혼생활도 하면서 시집살이도 한 그러나, 아픈 추억이 너무 큰 탓에 고향의 지명은 늘 내 가슴을 누른다. 사람은 사실과 진실을 다 알고 살아가지는 않는다는 것을 이 책을 읽고 또 느꼈다.
첫번째 이야기에서 약간의 모순을 느꼈다. 일본이 섬이 아닌곳이 어디야? 섬에서 태어나 자랐다며 작은 섬도 아니고 큰 섬이라고 하지만, 일본인은 일본의 본토는 섬이라는 생각을 안하는 것 같다. 그리고, 자기가 태어난 곳의 지명이 어쩌다 통합되는 아픔을 지니게 되는 것과 고향을 떠난 이와 남은 이의 이야기들 늘 진실인줄 알았던 이야기가 그저 사실에 불과 할 뿐 진실이 아닌 경우가 많다는 것 고향을 떠났지만 고향은 언제든 돌아가 쉴 수 있는 곳이란 생각을 하는 이도 있지만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은 이도 있다는 것
내 고향도 시라는 호칭을 잃었다. 마산시... 솔직히 이건 주관적일 수도 있는데 창원이 마산을 먹었다며 놀리는 말이 가슴이 아프다. 마산이란 얼마나 많은 사연을 가진 곳인데.... 가고파의 고향이고 홍난파 이은상등 많은 이들의 혼이 있고 4.19의 도화선인 3.15의 발원지인 마산을 통합하면서 창원시가 대표가 되는건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많은 이들이 이름을 찾고자 노력중이다. ![]()
여러명의 다른 이들이 고향인 작은 섬에서 있엇던 아픔과 추억 그리고 어둡고 조금은 추악한 과거들을 시간이 아주 많이 지난 다음 들여다 보는 이야기다. 나름의 다른 해석들을 하며 살아왔지만 주위사람이나 본인이나 기억하던 추억의 사실들과 진실들의 차이를 알 수도 있다. 그때 그 사건들로 인해 현재의 삶이 많이 달라졌겠지만 그래도 그런 일들이 추악한 과거 마저도 살아가는 힘이 되지는 않았나 싶기도 한게 내 고향을 많이 생각하게 한다.
망향을 다 읽고 고향을 잠시 생각하던 어제 손님이 고향이 어디냐고 물어 오셨다. 딸과 사투리로 통화하는 걸 들으시곤 알아 본줄 알았더니 페북에서 아들이 올린 글들이 돌아 다니다 연결된듯 아들의 후임의 친구란다. 고향은 당연히 마산... 너무 반가웠다. 어쩌면 망향의 여운덕에 더 반가웠는지도 모르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