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서론부터 맘에 들었습니다. 이 책이 어떤 과정을 거쳐 나왔는지 뒷얘기를 가끔 들었던 터라 서론이 궁금했는데 서론을 읽으면서 빨리 본론을 읽고 싶단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영화쟁이라고 불러도 될듯한 작가의 신작 <안녕을 위하여>는 코로나의 소용돌이에서 오랜 시간 칩거하며 써내려간 역작입니다. 책을 쓰는 동안 여러 해가 흘렀고 코로나의 성격도 변하면서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버렸다는 작가의 푸념도 전해 들었고 책 표지 때문에 고생했단 얘기, 출판 시점을 놓쳤다는 걱정도 들었는데 그 모든 걱정과 근심은 기우였나 봅니다. 책은 그런 푸념이 무색하게 단단했고 코로나와 상관없이 가슴을 파고들었으니까요.
이 책은 영화 한 편, 그리고 연관된 책 한 권을 가지고 한 꼭지의 얘기를 풀어냅니다. 영화가 관련된 것이니 대부분 말랑말랑한 얘기겠지 생각할 수 있을텐데... 아닙니다. 여기서 다루는 주제는 사회정의, 노동, 죽음, 결혼제도, 교육, 죽음과 삶 등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것이 없습니다. 이 어려운 주제들을 한때 정당에 몸담았던 젊은 정치지망생의 패기를 살려 치열하고 치밀하게 또박또박 풀어나갑니다. 마치 작가가 제 앞에서 손을 저어가며 열정적으로 얘기하는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오히려 책이 말랑하게 느껴지더군요. 그 무거운 주제들에도 불구하고요. 이 책에서 제일 많이 다루는 주제는 ‘사랑’입니다. 그래서죠. 그 무거운 주제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랑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우리 주변의 문제들은 하나같이 만만한 것이 없습니다. 그 문제들에 대하여 저자가 제시하는 해법은 바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 대한 관계를 인식하고 이웃의 불행에 눈을 감지 않으며 함께 비를 맞고 사랑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더군요. 뻔한 소리를 하는 것 아니냐고요?
아닙니다.
<우리라는 말을 되찾기 위한 과제><기적은 변화가 아니라 시도이다><사람 사이에 답이 있다> 이 책에 나오는 소제목들입니다. 이 책은 관념에 사로잡힌 작가의 독백이 아닙니다. 우리가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할 수 있는 시도들을 작가는 제시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 책 여기저기에서 작가 자신의 체험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 체험 덕분에 이 책은 더 단단해 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체험은 상당히 보편적입니다. 코로나를 겪으며 우리 모두 비슷한 경험을 해왔거든요. 그걸 글로 표현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일 뿐.
이 책의 가장 마지막 장은 사랑에 관한 겁니다. 저는 이 마지막 장이 참 마음에 듭니다. 사랑에 관한 이런 저런 정의가 마음에 와 닿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사랑의 ‘차이’ ‘분리’ ‘구분’에 대해 얘기하고 ‘지속성’에 높은 가치를 둡니다. 그리고 사랑은 정성과 재연이 요구되는 행위라고 역설하더군요. 맞습니다. 저도 늘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었거든요.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은 “저를 포함해 모든 분이 사랑에 대한 부단한 사유 속에서 삶의 가치를 높이고 마침내 영원한 사랑을 이루시기를 진심으로 빕니다. 다시 사랑, 오직 사랑!”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 작가와 사랑에 빠질 수 있습니다. 그게 가장 걱정되는 일입니다. |
친절한 선배언니에게 편지를 받은 느낌입니다 내가 요즘 힘들어하는 걸 어떻게 알고 이렇게 묻지도 않았는데 사려깊게 알려주지.. 마음이 포근해졌습니다.
추천해준 영화는 봤는데 겻들인 책은 못 봤거나, 책은 읽었는데 영화는 보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아슬아슬 둘 중 하나는 본게 그래도 50% 이상 되니까 엄두도 나고 다 읽고 보고 싶어집니다
볼 영화와 읽을 책 리스트를 추가하며 혼자 있을 이번 주말을 기다리게 하는 책입니다
특히 코로나 이후 만나던 사람도 안 만나고 하던 운동도 멈추게 되는 요즘 .. "2부 무너진 일상을 돌아보다"는 나를 흔들어 깨웁니다. 책으로 저자의 생각만 선물 받은게 아니라 20편의 영화와 20권의 책이 서로 사랑하여 둘다 조금씩 닮은 자녀를 소개받은 느낌입니다.
낙서하지 말고 깨끗하고 곱게 읽고 내 손때묻은 이 책을 누군가에게 다시 선물하고픈 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