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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사랑하는 애호가, 시네필(cinephile)이라면 누구나 으레 거치는 사춘기가 있다. 요즘 영화들은 죄다 하찮게 보이고, 고전만이 유일한 영화(cinema)인 것처럼 느껴지는 그런 시기. 왠지 모르게 유명한 명감독들의 이름을 줄줄 읊고 싶어지고, 훌륭한 고전 명작 영화들을 잔뜩 인용하며 아는 척 하고 싶어지는 시기. 그러나 보통 이런 영화적 사춘기를 보내기 시작하는 시네필들은 누벨바그 영화들의 난해함을 맞딱트리며 자신의 무지함을 절감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프랑수아 트뤼포는 당연히 마주할 수밖에 없는 거대한 벽과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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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가 말했다고 널리 알려진 영화를 사랑하는 세 가지 방법*을** 실천하려한 오랜 친구가 있다. 1. 같은 영화를 두 번 보는 것은 물론, 2. 영화평을 매번 쓰고 3. 영화를 만들기 위해 대학 진학을 하고,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수상하고... 입봉은 못했다. 22년 전 시력을 잃었다.
* “영화와 사랑에 빠지는 세 단계가 있다. 첫 번째는 같은 영화를 두 번 보는 것이고 두 번째는 영화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이며 마지막 세 번째는 직접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 정성일 평론가에 따르면 트뤼포가 시네필의 세 가지 단계를 공식적으로 책에 밝힌 것은 1975년 그가 쓴 글을 모은 <내 인생의 영화들Les films de ma vie>에서였다. <필사의 탐독(바다출판사, 2010)> 영어 원문과는 좀 다른 내용이니, 전해지는 3단계는, 트뤼포가 직접 말한 것이 아니라 정성일 평론가의 해석이 섞이면서 각색된 말이라고 한다.
십 대에는 친구의 이야기와 글로 나는 아직 본 적 없는 영화이야기를 늘 들었고, 대학시절엔 당연히 영화동아리 활동을 하며 한층 더 영화 덕후가 되어, 더 구체적으로 영화인이 되고자 한 친구의 영향으로, 헐리웃 문화 폭격의 시대에 꽤 많은 다른 세계(?) 영화들을 보았다.
누벨바그 감독들, 고다르, 트뤼포, 로메르 그리고 히치콕... 작가주의 감독들의 흑백영화를 친구네 집에 모여 비디오테이프들로 보기도 했다. 어쩌면 박찬욱 감독의 모든 영화가 재밌고 즐겁고 기다려지는 내 취향은 모두 그 시절 그 친구의 영향일 것이다. 조류 공포증도 어쩌면...
오직 하나만 원했는데 그것이 어려워진 친구에게 위로할 말을 못 찾아서 연락은 드물어졌고, 지금은 드물게 안부만 전해 듣는다. 팬데믹에 가입한 넷플릭스에서 <미지와의 조우>를 찾았을 때는 코로나 우울증에 추억과 여러 복잡한 감정이 더해져 조금 울었다.
1977년 프랑수아 트뤼포의 처음이자 마지막 헐리웃 영화 출연작, 스필버그 감독의 첫 연출작, 결국 입봉을 못했더라도 시력만 잃지 않았다면 우리들은 또 그의 집에 모여, 벽면을 가득 채우는 스크린으로 고다르의 <네 멋대로 해라>와 트뤼포의 <400번의 구타>를 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요즘’ 사람들이 못 알아듣는 얘기를 즐겁게 하면서...
“하루에 세 편의 영화, 일주일에 세 권의 책, 위대한 음악을 담은 레코드판만 있다면 나를 행복하게 만들기에 충분할 것이다.”
2016년 개봉된 <히치콕 트뤼포Hitchcock Truffaut> 다큐멘터리 영화는 시네필 팬들을 들뜨고 행복하게 했다. 평점도 평론도 불필요한 기록이자 작품이라는 느낌... 시리즈온, 티빙, 웨이브, 왓차 등에서 여전히 시청가능하다. 이 책을 읽던 중간에 다시 한 번 보았다.
자신을 싫어했지만 영화를 사랑하고 인간을 사랑한 작가, 영화 매체를 활용해 작품 속에서 질문하고 토론하고 논쟁하고 자신마저 평론하고 복수도 이룬 문화예술의 창작자, 자신에게 부족했던 것들 스스로 만들어가며 산 트뤼포의 삶을 이 두꺼운 책에서 가깝게 만나보았다.
평생 영화만을 사랑한 이를 만나, 오래 전 영화만을 사랑한 친구와 흑백처럼 떠오르는 추억 속을 한참 걸어 보았다. 책의 무게감이 흔들리는 감정을 묶어 두기에, 꽉 잡고 버티기에, 아주 든든했다. 늘 그렇지만 단정하고 우아한 외형과 표지, 필모그래피도 좋았다. Adi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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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시네필의영원한초상 #시네필 #영화감독 #누벨바그 #현대예술의거장 . . '영화'를 한 사람으로 설명해야한다면 누구를 말할 수 있을까. 누벨바그의 거장 프랑수아 트뤼포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영화역사에 새로운 물결(누벨바그)을 일으킨 그는 오직 영화만을 사랑했으며 그의 삶 자체가 영화였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에 대한 이야기가 1000장 이상의 두꺼운 분량임은 그가 영화사에 남긴 족적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그런데 이 평전은 그의 영화적 업적이나 생애만이 담겨진 것이 아니다. 그가 자신의 삶에 영화에 투신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그의 생의 시작부터 섬세하고 생생하게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마치 그의 삶에 대해 알아가는 것은 몇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느껴진다. 사생아로 외롭고 불행한 어린시절을 보냈지만 영화에 대한 열정을 그 누구도 꺾을 수 없었고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을 영원히 간직하며 살아간 그의 이야기는 그 자체가 영화이다. 어떤 강렬한 서사도 그의 삶 자체를 그려낼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트뤼포의 영화를 보고 감탄하는 것으로 머무르지 말고 이 책을 읽어야만 그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 책은 여러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각의 내용이 그의 일대기이면서 트뤼포의 영화에 대한 근거가 되기도 한다. 시작은 미혼모의 사생아로 외할머니의 영향을 받아 자신의 예술적 감수성을 키워나간 어린시절을 다루고 있다. 그에 대해 찾아보면 방탕한 미혼모 정도로 그의 어머니를 설명하기도 하지만 이 책은 그녀의 어머니, 그리고 외가, 새아버지 등등의 가족관계와 분위기에 대해서 상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400번의 구타'라는 동명의 영화에서 주인공 앙뜨완이 하염없이 달리다가 바다를 마주한 불안한 시선의 마지막장면이 떠오른다. 앙뜨완의 눈빛이 트뤼포의 청소년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었다. 여러차례 비행을 저지르고 궁지에 몰리지만 그 또한 영화에 대한 열정으로 인한 것이었다. 그는 영화에 대한 열정을 펼쳐나간다. '인생, 그것은 스크린이었다' 라고 말한 그는 영화를 통해 사람들과 교우를 쌓고 활동 반경을 넓혀간다. 이 대목의 재미는 조언을 주는 아저씨가 앙드레 바쟁이고 생계를 위해 영화에 대한 글을 쓰는 매체가 카이에 뒤 시네마 라고 나온다. 이처럼 우리에게 영화 역사의 중요한 순간들을 그는 살아간 것이다. 그의 동료들은 장뤽 고다르처럼 누벨바그 영화의 세계적인 감독들이다. 그들은 그야말로 영화사에 새로운 물결을 일으킨다. 트뤼포를 영화감독으로 존경하고 또한 그의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도 이 책은 감탄스럽겠지만 그렇지 읺더라도 가장 열정적인 씨네필인 프랑수아 트뤼포라는 인간에 대한 묘사와 기록만으로도 훌륭한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며 그의 영화 두편 <400번의 구타> <줄앤짐>을 보았다. 처음에 봤을때는 영화사적 의미와 재미를 집중해서 봤다면 이번에는 트뤼포라는 인간의 예술적 열정을 영화에서 느껴볼 수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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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좋아한다면 누구라도 재미있게 읽을 평전이다. 영화를 공부하고 있거나 관련된 일을 하고있다면 더 재미있을 것이다. 방대한 분량의 페이지임에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내용에 등장하는 모든 영화들을 한 편씩 보면서 읽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