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들과 읽고 나눌 이야기가 많은 책이다. 중고등학생들과는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와 겹쳐 읽고 글을 써 볼 수 있다. 일단 글의 흡입력이 높아 한 번에 쭉 읽어내려갈 수 있다. 기억에 남는 작가의 말이 있다. 희생자들이 살아서 돌아올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우리 기억에서 잊히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
| 제주 43사건을 다룬 청소년 소설입니다. 제주 43사건이 우리나라 역사에서 참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모르는 어른이 많고 교과서에서도 자세히 잘 안 다뤄주죠. 그렇다는 점에서 참 슬프다고 할 수 있습니다. ㅠㅠ 그걸 되게 잘 표현한 책이라, 추천합니다. |
왜놈이 물러나고 드디어 해방을 맞았다. 인민의 나라가 될 거라는 기대에 부픈 제주. 그러나 미군이 들어오고 #인민위원회 와 갈등을 빚었다. 미군은 인민위원회를 남로당 빨갱이로 몰았다. 기욱이 나간 지 한 달째 소식이 없었다. 최석기는 진숙에게 기욱이 빨갱이 김봉연의 행방만 알리면, 기욱은 책임지고 보내주겠다 했다.
가난한 도민들은 #미군정 과 #서북청년단 양쪽에서 약탈을 당했다. 서북청년단 제주 지부장 장동춘은 경무부장 조병옥을 등에 없고 남로당 빨갱이를 찾겠다고 마을을 들쑤셨다. 사람들을 고문하고 무참히 짓밟았다. 국방경비대 9연대장 김익렬이 경찰서장을 만났지만 장동춘은 아무 처벌도 받지 않았다. 되찾은 나라를 지키려고 군인이 된 문상길. 인민을 보호하고 싶었지만 인민을 괴롭히는 자들을 보고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진수가 거지꼴로 진숙에게 왔다. 모슬포 부모님이 서북청년단에게 목숨을 잃었다. 명수의 백일 날, 진숙은 남편의 사망통지서를 받았다. 시를 읽는다고 빨갱이로 몰린 진수의 친구들도 잡혀갔다. 살아남은 진수는 죄인 같았다.
4월 3일. 여러 오름에서 봉화가 올랐다. 산에서 내려온 #인민유격대 는 장동춘을 죽이고 경찰지서를 습격했다. 제주에 비상경비 사령부가 만들어졌다. 사령관 김정호 공안국장은 이 모든 것이 공산주의자의 소행이라며 김익렬에 #초토화작전 을 명령했다. 제주도민 전체를 적으로 돌리겠다는 작전이었다. 김익렬 과 문상길, 손선호는 유격대와의 전투를 막고 싶었다. 상길의 지략으로 유격대 대장과 연대장은 협상을 했다. 드디어 평화가 찾아온 것 같았다. 그러나 제주 읍내 근처 오라리에 방화가 일어났다. 협상 위반이자 범죄행위였다. 국방경비대는 유격대에게 속았다고 분노했다. 그러나 유격대의 소행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경찰 서장은 유격대를 몰아갔다. 미 군정 사령관 맨스필드는 경찰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경찰은 유격대의 평화적 귀순을 방해하고 있었다. 평화협정은 깨졌다. 경무부장의 모함으로 김익렬도 해임되었다. 미 군정에서 인사 국장으로 있었던 박진경 중령은 부임하자마자 문상길에게 토벌대 중대장을 맡겼다. 박진경이 연대장이 되고 한 달이 지나자 잡혀 온 사람 수가 6천이 넘었다.
그들의 이름은 반역자로 남았지만, 사람들을 살리는 길은 그뿐이었다.
제주 4.3은 1948년도 4월 3일에 그치지 않는다. 해방 이후부터 1954년 한라산 금족령이 풀리기 전까지 제주도민의 고난의 밤은 쉽게 그치지 않았다. 작가가 작품화하고 있는 #여순민중항쟁 에도 영향을 미친 사건. 현재 제주에는 여전히 박진경의 추모비와 추모행사도 있다고 한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함께 살고 있기에 가볍고 쉬운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그러하기에 #백비 엔 아직 공식 명칭이 기재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가해자들의이야기를하고싶었다 는 작가의 마음이 이해되었다. 현재 96세(인터뷰 당시 93세)의 고진옥 할머니는 소설 속 진숙의 모델이었다. 할머니의 굽은 손은 그날의 기억이 악몽이 아니었음을 대변해 준다.
여순 항쟁에까지 영향을 미쳤던 잊어선 안될 그날의 이야기.
|
| 아이를 위해 사서 먼저 읽었는데, 마음이 점점 아파져서 겨우 끝까지 읽었다. 이미 알고는 있던 역사였으나, 이야기 속 인물들을 떠올리며 읽어 나가니 얼마나 두렵고 무서웠을지, 얼마나 억울하고 화가 났을지… 그런 생각에 쉽게 읽히지 않았다. 옛날 일이야, 언제까지 계속 얘기할거야? 란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어른이 될 아이들이 진실을 알고 의식있는 어른이 되도록 하기 위해, 아픈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기 위해 이런 책은 계속 나와야 한다. 아이들에게 반드시 권해야 할 책이다. |
|
“잘 들어라. 네놈이 살아있는 한, 이 섬사람들은 하루도 마음 편히 살 수 없다. 오늘 우리가 총을 든 것은 더는 무고한 인민이 죽어 나가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널 죽이고 나면 우리도 곧 따라가겠다. 조금 먼저 가는 것이니 너무 억울해하지 마라.” 문상길이 말을 마치자 박진경이 무슨 말인가 하려고 몸을 일으키며 손을 허우적거렸다. 그때 손선호가 방아쇠를 당겼다. 6월 18일 새벽 3시 15분, 손선호의 총에 박진경이 쓰러졌다. (166 ? 167쪽)
박진경 연대장은 제주도를 폭도의 섬이라고 인식했다. 우리나라의 독립을 방해하려고 제주도 폭동이 일어났다고 여긴다. 폭동을 진압하고 우리 영토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제주도민 30만 전체를 희생시켜도 무방하다고 보았다. 그러니 무자비한 살상이 이루어졌다. 실상은 마을 사람들은 물론 산에 오른 사람들도 평범하기 그지없는 사람들이고 산 사람들도 평화 협정을 맺었었다. 그러나 박진경은 연대장으로 부임한 지 27일 만에 중령에서 대령으로 승진한다. 초토화 진압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공을 인정받았다.
문상길 중위와 손선호 하사는 분명히 알고 있었다. 박진경 연대에 의해 자행되는 무자비한 살상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평범한 섬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걸 막을 방법은 딱히 없었다. 다만 무자비한 상관을 처치하면 달라지리라 여겼다. 그러나 군인이 상관을 살해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 자신들도 죽어야 한다. 왜 두려움이 없겠는가. 아무리 조국과 인민을 위해 군인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죽음의 길을 스스로 가기는 너무 두렵다. 그렇지만 문상길과 손선호는 그 길을 간다. 소설은 문상길의 눈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문상길은 나라 없는 설움을 겪으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열 살 되던 해 상길 가족은 고향 땅에 살 수 없어 만주로 떠났다. 만주에서 지낸 지 아홉 해가 되었을 때 일본이 패망한다. 일본이 물러간 뒤 나라에 도움이 되고자 군인이 되었다. 그러나 군인이 하는 일이라고는 인민을 위하는 게 아니라 인민을 죽이는 일이었다. 박진경 연대장이 부임하기 전 김익렬 연대장을 통해 제주항쟁의 본질을 직시하고 제주 처녀 양순욱을 사귀면서 실체를 보게 되었다. 그러니 실상 양심 있는 청년 군인 문상길의 선택지는 달리 없었다.
두 사람은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사형 집행 1호로 역사에 기록되었다. 문상길 22세, 손선호 20세였다. (173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