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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에 압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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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에 올라타서, 추는 시간을 앞질러, 시간을 이끌면서 달렸다. 말의 무게와 사람의 무게가 말의 힘에 실려서 무거움이 가벼움으로 바뀌었다. 말을 타고 달릴 때, 새로운 시간의 초원이 추의 들숨에 빨려서 몸 안으로 흘러들어왔다. 초원은 다가왔고 다가온 만큼 멀어져서, 초원은 흘러갔다.     굵고 힘 있는 문장들이 뇌리에 박힌다는 게 이런 느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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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에 올라타서, 추는 시간을 앞질러, 시간을 이끌면서 달렸다. 말의 무게와 사람의 무게가 말의 힘에 실려서 무거움이 가벼움으로 바뀌었다. 말을 타고 달릴 때, 새로운 시간의 초원이 추의 들숨에 빨려서 몸 안으로 흘러들어왔다. 초원은 다가왔고 다가온 만큼 멀어져서, 초원은 흘러갔다.

 

 

굵고 힘 있는 문장들이 뇌리에 박힌다는 게 이런 느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 이야기에 줄거리를 찾는 건 의미 없는 일이다.

문장을 통해 느껴지는 그 생생함을 그저 내 안으로 받아들일 뿐이다..

 

초(草), 단(旦) 두 나라의 싸움이 배경처럼 흐르고

피비린내와 말똥의 냄새가 진하게 풍겨온다.

 

사람의 이야기인 듯

전쟁의 이야기인 듯

인간의 어리석음인 듯

인간의 생로병사인 듯

여겨지지만 말(馬)을 노래한다.

 

힘 있는 문장들을 읽고 있자면 내 안에서 뭔가가 출렁거린다.

마치 가 본 적 없는 시대에서 안갯속을 헤매는 느낌이다.

 

전쟁은 생로병사와 같다. 날이 저물면 밤이 오듯이 전쟁이 끝났다.

 

 

초와 단의 전쟁은 어느 시대에든 있었던 일 같고

토하와 야백의 운명은 인간들에 의해 규정된 삶 같았다.

 

감히 인간이

토하와 야백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그들을 타고 피바다를 달렸다.

감히...

 

날이 저물어서 야백의 이마에 빛이 살아났다. 혈관이 터지자 야백은 더욱 빨리 달렸다. 달리고 또 달리면 초원이 끝나고 사막이 끝나는 어디쯤에서 재갈이 벗겨질 것 같았다. 이마의 빛 속에서 핏방울이 흩어지는 듯했다.

 

 

비혈마 야백

신월마 토하

그 사이에 있었지만 유실된 유생

인간이 멋대로 낙태시킨 야백과 토하의 유생..

 

기록되지 않은 시대

그 시대가 눈앞에 펼쳐진다.

야백과 토하를 따라 초원을 달린다.

그들의 재갈이 내 입에도 달려진 거 같다.

인간에 의해 재갈이 물리고, 스스로 그 재갈을 빼어냈던 그들...

인간에 의해 강제 사육 당하다 인간에 의해 버려진 그들...

 

김훈의 문장들은 여운이 오래간다.

문장들에 맞은 기분은 멍하니 좋다.

내가 발 딛고 서 있는 이 세계가 느껴지지 않는다.

다른 세상에 잠시 갔다 온 느낌으로 멍하다.

 

앙드레 브라질리에 그림을 표지로 해서 개정판으로 출간된 <말 너머로 달리는 말>

글의 느낌이 표지에 스며있다.

 

간결하고

힘 있는

굵은 문장들에서 헤엄치다

가벼운 세상으로 돌아왔다.

 

인간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걸까?

인간이 인간을 위해 쓰임새를 바꾼 수많은 종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은 이야기였다...

 

 

w******2 2023.01.19. 신고 공감 2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달 너머로 달리는 말 (리커버 에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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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주의적 표현으로 픽션을 논픽션처럼 글을 쓰는 작가의 작품인데 다소 생소한 책이다. 2년전에 출판한 책이었는데 리커버 에디션으로 다시 나온 책이었군요. 김훈 작가님의 책은 다 읽었다 생각하였는데 정보의 부재 였던 것 같습니다. 2000년도 초반에 나온 칼의 노래라는 책을 처음 접하면서 사실적표현과 실존주의 문학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책이다. 임진왜란에 관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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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주의적 표현으로 픽션을 논픽션처럼 글을 쓰는 작가의 작품인데 다소 생소한 책이다. 2년전에 출판한 책이었는데 리커버 에디션으로 다시 나온 책이었군요. 김훈 작가님의 책은 다 읽었다 생각하였는데 정보의 부재 였던 것 같습니다.

2000년도 초반에 나온 칼의 노래라는 책을 처음 접하면서 사실적표현과 실존주의 문학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책이다. 임진왜란에 관한 책이었는데 독자를 끌어들이는 현장감 있는 소설에 매료 되었다. 다음으로 병자호란에 관한 남한산성이란 책도, 신라의 가야 정벌에 관한 현의 노래도 정말 시대를 거슬러 그 당시로 독자들을 함께 데려간듯한 표현법에 작가의 위대함을 다시 볼 수 있었다. 최근에 나왔던 하얼빈이라는 책도 감명깊게 읽었다.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인간의 심리 묘사까지 완벽한 책이었다.

'달 너머로 달리는 말'이라는 책은 다소 생소하고 포멧이 다른 책이기도 하다. 소설이기는 하지만 소설같지 않는 작가의 전쟁에 관한 이야기이다. 김훈 작가에게 전쟁의 의미가 무엇인지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하였다. 많이 익혀진 책들은 비판적이며, 역사적 사실을 소설로 담아 놓은 것들인데 '달 너머로 달리는 말'은 생소하다. 다른 작가의 책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역사적 사건들에서 소재를 가져 온 것이 아니라 역사가 없는 그 때의 이야기를 환타지로 작성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환타지는 상상력이 부족해서인지 선호하는 분야의 책이 아니다. 하지만 달 너머로 달리는 말은 그냥 인류의 실존에 대한 고민을 해보게 하는 책인듯 하였다.

나하라는 강을 사이에 두고 북쪽은 초나라, 남쪽은 단나라가 주변 소수 부족들을 통합하고 지배 세력을 형성한다. 초나라는 초원에서 이동 생활을 하는 유목집단이고, 사람에게 필요한 이기들은 이동을 거부하기에 우리가 말하는 문명을 거부하고 성도, 신전도, 문자도 필요없는 야생적으로 살아가는 자유로운 부족이고, 단나라는 농사를 지어 땅을 지배하는 농경부족이다. 문자를 사용하고 성을 짓고, 문명의 모든 가운데 있는 부족이다. 문명과 야생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많은 역사 이전의 시기이기에 아마도 샤머니즘이나 애니미즘이 숭상되던 무속신앙이 동양적인 느낌의 환타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사람이 주인공일까 말이 주인공일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인간이 말을 처음 가축화하여 그 말을 타는 시점이 이야기의 시대라 생각이 든다. 야백과 토하라는 말이 등장한다. 인간에게 이용을 당하면서도 말은 소임을 다하게 된다. 신화라고 하기엔 뭔가 부족하고, 설화하고 하기에는 범위가 넓고, 그냥 달 너머 달리는 말로 하나의 전설이 되는 책인듯 하다. 말과 말의 교감, 말과 인간의 교감, 인간과 인간의 교감을 말하는 듯 하지만 두 부족 국가 사이에 전쟁을 하면서 그 참상을 이야기 하기도 한다.

사람의 눈을 통해서가 아니라 말의 눈을 통해서 전쟁의 참상과 인간의 욕심에 대한 것을 이야기 한다. 전쟁의 참혹함과 비참함을 말이라는 매채체를 통하여 그 감성을 전달한다. 문명과 야만이라는 설정도 맞지는 않는 듯 하다. 말은 문명과 야만의 동반자이기도 하였기에 말을 통해서 사람의 욕심과 끊없는 욕망을 전쟁이라는 것을 통해 파멸로 돌아가는 과정을 말을 통해서 이야기 한다.

작가의 기존 책들의 제목으로 보면 '달 너머로 달리는 말'은 " 말의 노래'라는 표현이 어울릴 듯히다. 시공을 초월한 소설이기에 전개와 구성이 자유롭기에 예상이 불가능 한 듯하며 작가가 미리 공개한 지도를 따라 방향을 잡아 간다. 글로만 추적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기에 지도를 통해 글의 전개를 예상할 수 있다.

" 햇빛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달 빛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는 말처럼 기존의 책들은 햇빛에 바래어 드러난 사실로서의 역사 이야기 였다면 달머너 달리는 말은 달빛이 비쳐지는 환타지의 세계가 초나라 단나라의 전쟁이야기이다. 상상의 공간에 말을 통하여 상상의 조각들을 맞춰나가는 소설이다.

기존의 작품틀을 탈피하여 새로운 시도를 한 작품이다. 생각하던 내용과 다른 내용이라 생소하기도 하고 던져주는 메세지가 집약된 소설같기도 하다. 전쟁이라는 것에 대해 말이 전하는 메세지는 명확하지는 않지만 예상이 되는 것이다. 사람은 욕심과 욕망에 물든 간사한 집합체이고, 말과 자연은 그 욕망을 채우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을 말하는 듯 하였다. 나약한 인간이 간사해지고, 자연을 거스르면서 욕망을 채워가는 것을 문명과 야만이라는 두 부족국가 사이의 전쟁으로 묘사하면서 말과 말들의 교감을 통해 인간의 추악함을 고발하는 듯 하기도 하였다.

책을 읽으면서 기존의 책들에서 받았던 역사속의 전쟁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역사 이전의 사악한 전쟁인 초와 단의 부족국가의 전쟁을 통하여 추악한 인간의 본성을 보여주고, 욕망에 사로잡혀 사악한 인간 본연의 모습을 전쟁과 말을 통해 투영하려고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김 훈작가의 책은 실존적이고 인간의 생존에 관한 것이 대부분이고 인간의 욕망과 욕심에 전쟁을 하는 것을 고발 한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역사이전부터 인간은 실존적으로 간사하고 사악하며 욕망에 찌든 인간의 본성을 자연이 꾸짖고, 말이 그 참상을 시원하게 알려주는 듯 하였다.

새로운 붓의 길을 따라 인간의 본성의 지도를 그려낸 소설이기도 하다. 기존의 길은 결말이 예상이 된다면 '달 너머로 달리는 말'이라는 소설의 결말은 작가가 책에서 보여준 것보다 더 많은 결말이 열려져 있는 소설이라 생각한다. 김 훈 작가의 팬이라면 리커버 에디션인 책을 읽고 자연보다 위대하지 못하지만 위대한 척 하고, 동물보다 지혜롭다 생각하지만 동물같은 인간의 실존에 대한 책이기게 꼭 읽어 보기를 권한다.

< 이 리뷰는 출판사로 부터 책을 제공받아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으로 작성한 것입니다.>

k*****g 2022.12.23. 신고 공감 2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두번째 도전입니다. 이책은...
"두번째 도전입니다. 이책은..." 내용보기
신간으로 나왔을 때 김훈이라는 이름에 도서관에서 빌릴 수 있는 것을 행운으로 여기며 책을 빌려왔습니다. 그런데... 책을 펼치고 얼마 읽지 않아 큰 위기를 맞았지요. 말들이랑 사람이? 내용의 난해함과 이해할 수 없음을 참으며 읽어보려 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며칠을 보고만 있다가 반납했던 것이 첫 만남이었죠. 이 책과의. 그리고 이번 서평단에 올라온 책을 봤을 때 약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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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으로 나왔을 때 김훈이라는 이름에 도서관에서 빌릴 수 있는 것을 행운으로 여기며 책을 빌려왔습니다. 그런데... 책을 펼치고 얼마 읽지 않아 큰 위기를 맞았지요. 말들이랑 사람이? 내용의 난해함과 이해할 수 없음을 참으며 읽어보려 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며칠을 보고만 있다가 반납했던 것이 첫 만남이었죠. 이 책과의. 그리고 이번 서평단에 올라온 책을 봤을 때 약간은 운명 같은 걸 느꼈습니다. 꼭 읽어야만 하는 책이라는. 그 운명을 어떤 만남과 기억으로 가지게 될지 기대하며 푸른 말들이 달리는 초원으로 나도 따라 달려 봅니다.


 

저자 김훈은 말이 필요 없는 소설가입니다. <칼의 노래>로 대중들의 인기와 주목을 한몸에 받았고, 기행문 형식(지금은 이런 말을 잘 쓰지 않지만)의 <자전거 여행>이 있어요. 기자 출신 작가로 기자들 사이에서는 김훈 체라는 말이 돌 정도로 문장력이 뛰어났다고 합니다. 그 문장력으로 이순신을 소환하고 이번에는 안중근도 살려냈지요.

책은 주인공들의 활동 무대가 되는 지도가 처음 시작을 알립니다. 이어서 등장인물들이 소개되죠. 사람과 말이 간단히 소개됩니다. 그렇습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말입니다. 사람보다 먼저 초원의 주인이었던 말들이 사람과 함께 살면서 전쟁에도 나가고 등급도 매겨지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진정한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 수 있을까요? 어쩌면 주인공이 중요하지 않은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야기의 난해한 내용을 뛰어넘을 문장들을 기대하며 틀에 박힌 고정관념들과 싸움을 시작합니다. 말과 사람이 구분이 되지 않는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실까요?


 

나는 이제, 문자로서 이루려 하는 것을 무력으로 이루려 한다. 문(文)과 무(武)는 본래 하나인데, 그 방편이 다를 뿐이다. 나의 문과 나의 무는 서로 의지해서 함께 나아간다. 무는 문을 힘차게 하고 문은 무를 아름답게 한다. 그대들은 나하 북쪽 대륙에 나의 뜻을 심어라 피어나서 무성하게 하라. (p96)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초와 단에 대해 설명합니다. 초나라는 문자를 쓰지 않고, 구전으로만 남기고 자연과 구분이 잘되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삶을 살아갑니다. 단은 나하(큰 강)를 사이에 두고 초의 남쪽에 있는 나라죠. 문자를 쓰고, 땅에 정착해서 살아가는 부족입니다. 그 초와 단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인지 알 수 없는 싸움을 계속 이어오고 있어요. 초와의 전쟁을 나가기 전에 단의 임금인 칭왕이 하는 말입니다. 문자를 쓰는 것이 단의 가장 큰 특징이죠. 문과 무를 보는 창왕의 시선이 좋아서 선택한 문장입니다. 본래 하나인 것을 가지고 얼마나 치열하게 싸워왔던가요? 인간의 역사에서. ‘무는 문을 힘차게 하고 문은 무를 아름답게 한다’ 멋진 말입니다. 하지만 멋진 말이 실제로 이루어지려면 얼마나 힘이 든지요. 실제로 이런 삶을 구현한 사람이 몇이나 있었던가 기억을 더듬어 봅니다. 흔하지 않기 때문에 귀한 것이라던 말이 생각납니다. 어렵고 힘듦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살아낸 사람이 귀한 사람이고, 훌륭한 사람이겠지요. 요즘의 정치 뉴스를 보면서 이 말을 곱씹어 봅니다. 무만을 가지고 싸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들이 치열하게 얽히고설키면서 벌이는 전쟁을 매일매일 보는 것 같습니다. 그 말들의 전쟁에 아름다운 문은 없는 것인지. 어쩌면 그 자유롭고 아름다웠던 초원으로부터 너무 멀리 온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간이란 종은, 사람이라는 우리는.

 

살아 있는 동안에 사람을 낳은 사람의 자식이고 부모지만 죽으면 인연은 흩어지고 혈연은 풀려서 뿔뿔이 흩어져 제자리로 돌아가게 되므로 누구나 누구의 자식도 부모도 아니며, 형태도 없고 무게도 없고 그림자도 없는 바람이 되어 백산으로 돌아가고, 인간 세상에는 그 인연 없는 자리에서 새로운 사람들이 태어난다고 월나라 사람들은 대를 이어서 이야기를 전했다. (p174)

이야기는 단사와(단나라의 기록) 시원기(초나라의 기록)를 인용하면서 추론하고 조합하여 먼 고대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단사의 외전에 실린 월 나라의 장례식 풍속을 말하는 부분입니다. 김훈 하면 떠오르는 간결한 문장이 이 문장에서는 예외를 보입니다. 한 문장을 이렇게 길게 썼는데도 문장이 힘을 잃거나 뜻을 저버리지 않습니다. 그들의 장례문화가 한 문장에서 완벽하게 이해되고 눈앞에 그려집니다. 백산은 요(무당)가 총총(신월말 혈통)을 잃고 들어간 산입니다. 산이 높아서 꼭대기는 늘 하얀 눈이 덮어 있어 백산이라는 이름으로 불립니다. 백산에서 요는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오랜 세월을 죽지 않고 살아 신령한 존재가 되지요. 장례식의 절차나 의미를 이렇게 정의하면 우리의 장례식도 달라질 것 같습니다. 살아있는 동안은 부모나 자식이지만 죽으면 누구의 자식도 부모도 아니라고 합니다. 성경의 이야기가 생각나기도 하는 부분입니다. 바리새인들이 예수님을 시험하기 위해 여러 형제의 아내 이야기를 하는 부분요. 큰 형이 아이 없어 죽어 형수를 둘째가 취했으나 그 둘째도 죽고, 그렇게 모두 죽어 천국에 가면 그 여인은 누구의 아내인가를 물었던 부분요. 그때 예수님은 오늘 본문처럼 말씀하시죠. 부활 때는 시집도 장가도 아니 간다고. 우리가 생각하는 삶이 아니라고 하십니다. 그 부분을 이해하기 힘들었어요. 그런데 이 문장을 읽고 나자 이해가 조금은 쉬워집니다. 죽으면 누구의 부모도 자신도 아니라고. 죽으면 누구의 부모도 자식도 아니니 살아 있을 때 부모 노릇 자식 노릇도 최선을 다해야겠다 생각합니다. 아직은 누구의 부모이며 자식이니까요.

 

마루턱에서 토하는 쓰러졌다. 쓰러진 토하의 몸에 걸려서 야백이 쓰러졌다. 말 두 마리는 일어서지 못했다. 백성들은 후미에서 말 두 마리가 쓰러진 줄을 모르고 앞으로 나아갔다.(p267)

토하는 초의 왕자 표의 말입니다. 야백은 단의 군독(군대장) 황의 말입니다. 두 말은 전쟁에서 서로 적이었지만 말이었으므로 사람들의 싸움에 개입하지 못했다고. 전쟁에 나간 말들은 적이 없습니다. 단지 사람에 의해서 동원되고 이용당할 뿐이지요. 그 말들은 적이 없는 관계로 친구도 연인도 될 수 있습니다. 친구나 연인이라는 표현도 사람들의 관점에서 본 것이지만요. 토하는 안개와 무지개를 토하는 말이라는 뜻으로 신월마 혈통의 말입니다. 신월마는 초승달이 뜰 때마다 달리기를 계속하는 말입니다. 그래서 이름도 신월마이지요. 말을 향해 달리는 말이라는. 신월마의 순혈통 암말 토하는 계급이 높아 초의 왕자 표의 말이었습니다. 표를 태우고 전쟁에 나가 야백을 만났지요. 야백은 단의 군독 황의 말입니다. 야백은 숨이 턱까지 차게 달리면 목의 핏줄이 터져 피가 갈기와 함께 날리는 비혈마의 혈통입니다. 야백은 군독 황이 죽은 것을 목격한 후 자신의 어금니를 바위에 부딪쳐 빼낸 후 재갈을 풀고 자유의 몸이 됩니다. 그렇게 떠돌다가 토하를 만나 홀레를 하지요. 이후 토하는 임신을 하게 되는데 순혈통을 지키지 못한 것을 추궁 받을까 봐 두려운 마의들이 독초를 먹여 유산을 시킵니다. 이 일로 토하는 몸이 아주 나빠져 회복이 불가능해지고 계급도 점점 낮아지고 나중에는 가장 낮은 곳까지 가게 됩니다. 가장 낮은 막사에서 야백을 다시 만나게 되죠. 야백과 토하는 말이므로 서로의 말을 사람은 알 수가 없다고 하는데 그냥 짐작만 할 뿐입니다. 두 말들은 사람에 의해 끝까지 이용당하다가 이렇게 사람들이 모르게 쓰러져 죽습니다. 모르는 것인지 모른 척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두 말의 쓰러짐과 함께 이야기도 끝이 납니다. 뒤의 이야기를 이어가는 것도, 완전히 끝내는 것도 독자의 몫으로 남겨둔 채.

 

이 소설은 읽는 동안 내가 생각하는 것들과 치열하게 싸움을 하게 했습니다. 말과 사람의 공존과 어울림. 말이 사람인지 사람이 말인지 구분이 어려운 이야기 속에서 길을 잃기도 하고 책을 덮기도 했죠. 그러면서 얼마나 내가 고정관념으로 꽉 막힌 사람인가 깨닫기도 했습니다. 열린 사고 열린 마음은 말로만 떠들었던 것이고,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것이었죠. 동물과는 그런 생각을 하고 싶지도 하려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도대체 작가는 어떤 말을 하고 싶어서 이런 이야기를 썼을까를 수없이 질문하면서 자작나무 숲을 거닐 듯 책을 읽었습니다. 도대체 왜? 그래도 야백을 쫓아 토하를 따라 책을 다 읽었습니다. 문장들이 좋지 않았다면 끝까지 갈수 없었을 여정입니다. 두 말들이 쓰러진 초원의 바람을 느끼며 이야기를 끝내자마자 서둘러 작가의 말을 읽습니다. 도대체 왜라는 의문을 아직도 가지고요. 작가는 말합니다. 자신이 살았던 일산에서 서울 지하철 3호선을 타면 자주 놀라고 문득 놀란다고 해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면서 세상을 지워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고 합니다. 그 답답함이 책으로 나왔다고 설명해요. 이 설명을 듣고도 선명하진 않지만 조금은 이해하게 됩니다. 주인이 없었던 초원으로 돌아가려고 했던 작가의 마음과 주인이 없어도 잘 살았던 때의 말과 사람들을요. 그리고 주인공이 왜 말인가 하는 것은 내 나름대로 생각해 봅니다. 여름에 읽었던 걸리버 여행기에서 약간의 힌트를 얻었지요. 걸리버 여행기의 마지막 장이 후이늠의 나라는 말이 주인공인 나라였습니다. 그 말들과 몇 년을 살다 돌아온 걸리버는 사람들의 냄새가 역겨워 혼자 지내게 되죠. 여기서도 말의 관점에서 사람들의 냄새에 대한 부분이 간혹 나옵니다. 사람들은 고기를 먹으므로 그 몸 냄새와 똥 냄새가 역겨웠다고. 짧은 내 생각으로는 다 헤아리기 어렵지만 이야기를 다 읽고 나니 약간의 아련한 느낌은 남습니다. 자연과 동물이 금을 긋지 않고 살았던 초원을 고향을 바라보듯 하는 마음이 됩니다. 사람들은 전쟁이 아니라 일상에서 전쟁을 하듯 치열하게 살아갑니다. 그 치열한 일상의 전쟁 속에 푸른 밤을 달리는 토하와 야백을 소개합니다. 푸른 초원으로부터 오는 강인한 생명력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말들과 함께 일상에서 조금은 여유를 누리시길 마음으로 바라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YES마니아 : 로얄 h*****o 2022.12.24.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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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추천 김훈 장편소설 '달 너머로 달리는 말'
"한국소설추천 김훈 장편소설 '달 너머로 달리는 말'" 내용보기
나무들 사이로 달리는 말들과 푸른색 표지, 그리고 <달 너머로 달리는 말>이라는 제목은 왠지 신비하면서도 판타지한 느낌이 듭니다. 이 책은 2020년 출간된 작품의 리커버 에디션인데요. 책을 읽고 나서 든 생각은 개정판 그림이 내용과 너무나 잘 어울린다는 것입니다. 책장에 꽂힌 <칼의 노래> 2권을 아직도 읽지 못하고 있던 중에 이 책으로 먼저 작가님의 작품을 읽게 되었
"한국소설추천 김훈 장편소설 '달 너머로 달리는 말'" 내용보기


 

나무들 사이로 달리는 말들과 푸른색 표지, 그리고 달 너머로 달리는 말이라는 제목은 왠지 신비하면서도 판타지한 느낌이 듭니다. 이 책은 2020년 출간된 작품의 리커버 에디션인데요. 책을 읽고 나서 든 생각은 개정판 그림이 내용과 너무나 잘 어울린다는 것입니다. 책장에 꽂힌 칼의 노래> 2권을 아직도 읽지 못하고 있던 중에 이 책으로 먼저 작가님의 작품을 읽게 되었습니다.

 

달 너머로 달리는 말은 시간을 가늠할 수 없는 태초의 시기, 초와 단이라는 두 나라의 전쟁과 그 전쟁에 휘말리고 살아남은 두 마리의 말 토하와 야백의 애틋한 사랑과 자유를 찾아 떠나는 이야기입니다. 초나라와 단나라는 실제 역사 속에 존재하는 나라가 아님에도 마치 고대 어느 시대에 존재했던 나라처럼 느껴지고, 달을 향해 달리는 신월마 토하와 달릴 때 핏줄이 터져 피보라를 일으키는 비혈마 야백은 신화 속에 등장하는 영험한 존재들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만듭니다.

 

 

 

달 너머로 달리는 말은 초나라와 단나라를 담아낸 지도와 이야기에 등장하는 주요등장인물인 사람과 말들을 먼저 소개하고 초나라와 단나라의 역사를 서술하는데요. 조금 독특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사람의 이름은 한 글자이고, 말의 이름은 두 글자라는 것입니다.

 

이 세상은 저절로 펼쳐져서 처음부터 이러하고, 시간은 땅 위에 아무런 자취를 남기지 않는다고 초나라 시원기의 첫머리에 적혀 있다. 초나라는 문자가 허술했다. p.11

 

나하강을 경계로 북쪽에는 초나라, 남쪽에는 단나라가 있었습니다. 초나라는 이동하며 살았고 논밭을 더럽게 여겼지만 단나라 사람들은 경작을 하며 정착하여 살았습니다. 초나라는 문자가 없었지만 단나라는 문자로 세상일을 기록했습니다. 초나라는 아무런 건조물이 없는 넓은 초원이 펼쳐져 있었지만 단나라는 성벽을 쌓았습니다. 두 나라의 역사는 초의 시원기와 단의 단사에 기록된 것인데, 문자가 허술했던 초의 일들은 후대에 문자로 옮겨진 것입니다.

 

산맥 위로 초승달이 오르면, 말 무리는 달 쪽으로 달려갔다. 밤은 파랬고, 신생하는 달의 풋내가 초원에 가득 찼다. 말들은 젖은 콧구멍을 벌름거려서 달 냄새를 빨아들였고, 초승달은 말의 힘과 넋을 달 쪽으로 끌어당겼다. (중략) 새벽에, 말들은 나하에서 강물을 마셨다. p.48~49

 

이야기는 초승달을 향해 달리는 신월마에 대해 서술하며 시작합니다. 가장 먼저 말 잔등에 올라탄 사람은 나하 상류 초원에 살았던 ''였습니다. 추에게는 무당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 요가 있었는데, 요는 열다섯 살 때 신기를 받았고 달의 기운을 불러들여 죽은 자의 넋을 품고 달래서 보냈습니다.

 

어느 날 달리던 말 떼 중 한 마리가 요와 눈이 마주쳤고, 요는 그 말을 집으로 데리고 왔는데, 그 말은 후세에 총총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추는 총총의 잔등에 올라타고 달리면서 처음으로 말 잔등에 올라탄 사람이 되었습니다. 추는 말타기의 놀라움을 부족장에게 알려주었고, 말타기는 부족장과 군사들에게 크게 쓰일 것을 알았습니다. 추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마구간에 요와 총총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고, 추는 총총의 목을 베었습니다. 요가 마을을 떠난 후 추는 말타기의 비밀이 새어 나갈 것을 걱정한 부족장에 의해 죽임을 당했습니다. 마을에서 도망친 요는 백산으로 들어가 짐승의 넋을 달래는 무당이 되었습니다. 요는 백마 한 마리를 길렀는데, 백마에 대해선 이런저런 소문이 떠돌았습니다.

 

초나라의 목왕에겐 두 아들 표와 연이 있었는데 '토하'는 표의 말이 되어 나하를 건너게 되었습니다. 다섯 살 무렵에 처음으로 비혈을 겪은 야백은 특등마 전풍일품으로 단나라 왕에게 바쳐진 후 군독 황의 전마가 되었습니다.

 

냄새가 이러함으로 인간은 싸우고 또 싸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야백은 생각했는데, 그 생각은 말만이 할 수 있는 생각이었다. p.126~127

 

초와 단의 전쟁은 계속되었고, 야백은 전쟁터를 달렸습니다. 군독 황이 죽자 야백은 스스로 재갈을 빼고 진영을 벗어났고, '토하'를 만나게 되는데요. 그 후...,

 

초와 단의 전쟁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하룻밤 애틋한 사랑을 나눈 토하와 야백은 또 어떻게 되었을까요? 초와 단 그리고 토하와 야백의 더 많은 이야기는 직접 책을 통해 만나길 바랍니다.

 

 

꿈오리 한줄평 : 고대 어느 시대에 존재했던 것처럼 느껴지는 초나라와 단나라, 신화 속에 등장하는 영험한 존재들처럼 느껴지는 신월마 토하와 비혈마 야백의 이야기는 신비하면서도 판타지한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k*****2 2022.12.19.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달 너머로 달리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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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가 없던 시절의 역사는 세대를 거치고 고난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설화가 되고 전설이 된다. 최초로 말을 탄 추라는 사람이 탄 말 총총과 그의 딸인 어린무당 요의 이야기는 백산(白山)에서 수백 년을 살고 있다고 전설처럼 전해지며 기이한 이야기의 끝에 따라다니는 것 처럼 말이다. 초(草)나라의 ‘시원기’, 단(旦)나라의 ‘단사’의 기록은 나중에 쓰여 지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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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가 없던 시절의 역사는 세대를 거치고 고난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설화가 되고 전설이 된다.

최초로 말을 탄 추라는 사람이 탄 말 총총과 그의 딸인 어린무당 요의 이야기는

백산(白山)에서 수백 년을 살고 있다고

전설처럼 전해지며 기이한 이야기의 끝에 따라다니는 것 처럼 말이다.

초(草)나라의 ‘시원기’, 단(旦)나라의 ‘단사’의 기록은 나중에 쓰여 지기도 하고,

내용이 다른 점도 있는데,

이야기는 그 기록을 토대로 역사가 시작되기도 전인 아주 오래전 말과 사람의 이야기를 기술한다.

 

 


나하(奈河)강 북쪽의 초나라는 끝없는 초원이 펼쳐진 곳으로 사람들은 옮겨 다니며 살았고,

초승달을 향해 달린다는 뜻의 신월마를 탔다.

나하강 남쪽의 단은 한곳에 모여 농사를 짓고 북쪽의 야만족이 건너오지 못하게 성을 쌓고 상양성에서 살았다.

단은 이마의 흰 점이 빛을 뿜어내는 비혈마의 혈통을 이어갔다.

초나라의 표는 아버지 목왕의 명을 받고 단을 정벌하려 나하를 건널 때 신월마 토하를 탔다.

상양성앞 팔풍원 전투에서 양측 대부분이 죽었지만 표는 상양성 밑돌을 깨고 성으로 침투했고,

상양성이 폐허가된 후 표는 초로 돌아가 왕이되었다.

단나라 군독 황(滉)의 전마인 비혈마 야백은 황이 죽고 난 후

스스로 재갈을 벗고 백산 아래 월나라로 갔는데

그의 이마는 더 이상 빛나지 않았다.

 

단 왕 칭은 상양성이 무너진 후 화공으로 초나라를 공격했지만

바람을 타고 초나라 사람들을 쫒아낸 불은 다시 남쪽으로 와 상양성을 다시 태웠다.

토하는 야백의 새끼를 잃고 삼등마로 강등된 후

표가 다시 월을 휘젖고 단나라로 향할 때 짐을 끌다 월나라에서 도태되었다.

 

 

초나라의 왕자 표와 그가 탔던 신월마 토하,

단나라의 장군 황과 그가 탔던 비혈마 야백의 이야기는

말하지 않아도 서로 알아보고 의지하는 영웅과 명마의 이야기가 아닌

서로 싸우는 이유를 알 수 없고,

어디로 달리는지 알 수 없는 말들의 의문과

묻기만 할 뿐 굳이 대답을 들으려 하지 않는 인간의 질문들에 관한 이야기로 보인다.

김훈 작가의 짧은 문장에 들어있는 쓸쓸한 묘사를 참 좋아하는데,

정말 잘 쓰는 작가가 아니고서는 도저히 써 내려 갈 수 없는 이야기라는 생각을 했다.

아주 오래되고 잔인했던 옛 사람들의 이야기,

많이 이야기되나 누구도 믿지 않는 삶과 죽음, 전설이 되고 만 최초의 이야기,

동물과 사람의 경계가 어디인지 그 시작을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이 펼쳐 진다.

 

 

폐마들을 바라보면서 야백은 등에 사람을 태우고 달리던 일의 두려움을 떠올렸다. 말은 옆구리에 박차를 지르는 말 탄 자의 마음을 제 마음으로 삼아서 달렸고, 사람은 말의 몸을 제 몸으로 삼아서 달렸다. 말 탄 자들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달렸고 어떤 자들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달렸다. 달려 갈수록 세상은 멀어졌고 지평선은 늘 제자리에 있었다.

p.251

 

s******t 2022.12.23.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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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너머로 달리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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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이전의 원시시대에도 사람들은 자신이 딛고 서있는 땅 너머의 땅을 정벌하고자 했음을 저자는 ‘초’와 ‘단’ 두 나라 간의 전쟁을 멍석삼아 이야기하고 있다. 혹은 나라와 나라의 부딪힘으로 확장하거나 소멸함으로써 현재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음을 말하고 싶어 한 건지도 모르겠다. 두 나라는 그야말로 치열하게 피비린내 나게 싸웠지만 여전히 전쟁의 희생자는 백성뿐이고 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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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이전의 원시시대에도 사람들은 자신이 딛고 서있는 땅 너머의 땅을 정벌하고자 했음을 저자는 두 나라 간의 전쟁을 멍석삼아 이야기하고 있다.

혹은 나라와 나라의 부딪힘으로 확장하거나 소멸함으로써 현재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음을 말하고 싶어 한 건지도 모르겠다.

두 나라는 그야말로 치열하게 피비린내 나게 싸웠지만 여전히 전쟁의 희생자는 백성뿐이고 얻는 것은 별게 없다. 돌무더기를 치우하는 선왕의 유지를 받들어야 한다는 의 일방적인 전쟁선포는 사람뿐만 아니라 말과 개와 늑대무리와 초원과 산, 성이 모두 화마에 휩싸여 재가 되어버린다. 두 나라 사이에 흐르는 강물 나하 만이 유유할 따름이다.

초원의 나라 초는 문자보다 무를 중시하고 강물을 숭상하며 모든 것들을 기록하지 않고 외웠다. 성벽을 쌓아 땅을 지키는 단은 문자로 세상일을 적고 문자를 받들고 백산이라는 산에 재물을 바쳤다. 삶의 방식이 이렇듯 상반되었기에 서로의 땅을 정복하려고 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목덜미의 핏줄이 터져 피를 흩뿌리고 지는 해를 향해 달리는 비혈마 야백과 안개와 무지개를 뿜어내는 말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초승달을 향해 달리는 신월마 토하는 재갈이 물림으로써 사람에게 귀속된다.

토하는 혓바닥으로 빈자리를 더듬었다. 이빨은 없고 잇몸만 느껴졌다. 여기가 사람과 말이 만나는 자리로구나...이 작은 빈자리가...토하는 말로 태어난 운명을 혓바닥으로 느꼈다.’

야백과 토하도 주인이 각각 초의 왕위 계승자 표와, 단의 군독 황이었기에 전쟁의 한복판을 누비고 다닌다. 주인이 당기는 고삐에 방향을 정하고 옆구리를 박차는 아픔에 숨차게 달린다. 한때 지는 해와 뜨는 달을 향해 달렸던 말들의 목적지가 자신의 목적지가 아니게 되었을 때 그들의 시대도 혈통도 퇴색되었다.

뺏고 뺏기는 정벌의 역사 속에 사람과 말은 한 몸이나 다름 아니었고, 주인이 버리거나 죽었을 때에나 자유 아닌 자유를 얻게 된다. 시간이 지나 늙고 병든 몸으로 재회를 했을 때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알 수 없는 감정이 든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재갈을 물릴 때도 버릴 때도 군림하는 자는 의사를 묻지 않았다. 말에게도 그러할진대 헐벗고 힘없는 백성들은 말해 무엇 하겠는가.

지금 사는 세상이, 보이는 세상이 어떻게 생기고 변해갔는지 저자는 멀고 먼 야만의 시대를 적나라한 날 것 그대로의 거친 표현으로 써내려갔다.

문자와 구전의 역사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유용함을 가상의 나라를 세워 말하고 있다.

 

 

 

 

 

j******5 2023.01.1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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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너머로 달리는 말 (파람북 리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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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한 옛날에 과연 우리 조상들(가깝건 멀건 간에)에게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역사책이라는 기록에 쓰인 바도 지나치게 문자 그대로 믿을 건 아닙니다. 그래서 고대의 일을 상고할 때에는 어느 정도 상상력이라는 게 필요하며, 혹 근대의 일을 고찰할 때에도 기록이 일일이 빈틈을 커버해 주는 게 아니기에 역사소설의 할 일이 고유하게 따로 생기기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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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한 옛날에 과연 우리 조상들(가깝건 멀건 간에)에게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역사책이라는 기록에 쓰인 바도 지나치게 문자 그대로 믿을 건 아닙니다. 그래서 고대의 일을 상고할 때에는 어느 정도 상상력이라는 게 필요하며, 혹 근대의 일을 고찰할 때에도 기록이 일일이 빈틈을 커버해 주는 게 아니기에 역사소설의 할 일이 고유하게 따로 생기기도 하는 것입니다. 

김훈 소설가의 이 작품은 그야말로 순수 상상의 영역에서 펼쳐지는 장대한 사건을 담았습니다. 정복 군주나 절세 가인, 명장, 현신 들만 주인공 노룻이 아니라 이름없는 백성들도 자주 나오고, 심지어 사람이 아닌 동물들도 등장하여 한몫을 하고 격정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애초에 사람과 동물 사이의 경계 자체가 모호합니다. 

맨앞 p2의 지도를 보면 물론 이것이 가상이지만 마치 한강 유역을 보는 듯 착각이 일기도 합니다. 책 p266을 보면 이 소설책에 몇 없는 각주가 하나 나오는데, 강 양안에 월진(月津)이 있고 창기들이 넘나들었다는 서술에 달린 것입니다. 실제로 현대 서울의 비싼 술집(룸살롱)들은 한강의 여러 큰 다리들 근방에서 가깝기도 하죠. "8차선 도로의 현수교..." 8차선이라면 양화대교, 성수대교 등이 있겠고, 현수교 형식은 한강에는 놓여 있지 않습니다. 아무튼 느닷 20세기 중반을 거론하며 문명의 영속성을 강조하려 한 듯한 작가의 의도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는 되는 대목입니다.

초와 단. 지리상으로 초가 나하(奈河)의 북쪽에, 단이 남쪽에 놓였으므로 혹 각각 유목 정치 단위와 농경 사회를 상징했나 싶기도 했지만 그렇게 갖다붙이기엔 아귀가 안 맞는 대목도 많습니다. 또 p33에선 왕을 "캉"이라 불렀다는데 이는 초가 아니라 또 단의 사정이니 더욱 그러합니다. 확실히, 초가 젊은이들의 나라라는 점, p14에 나오는 돈몰 등의 기풍습은 고려장을 연상시키기도 합니다만 고려장 자체가 그 진위를 놓고 논란이 많으며 한 여자를 놓고 여러 남자들이 공유했다는 p17의 서술("마을의 아이")이 북방 유목 민족의 풍습과 비슷하다고 볼 근거도 없습니다. 그냥 순수 창작의 세계에서 일어났던 일로 치부하면 충분합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돈몰에 대한 기록은 대단히 충격적입니다. 한참 뒤에 나오는, 초나라 쉰 살의 목왕이 그 늙은 나이를 부끄럽게 여기는 대목(p76)도 그 연장이겠다고 저는 읽었습니다. 반대로 단 나라의 군독인 황이 알몸이 되어 스스로 투석기에 올라가 적 진영에 던져지는 대목 역시, 진영은 반대지만 늙어서 더 이상 유효한 완력을 보탤 수 없는 노구의 처분을 그리한 것이기에(물론 전세가 완전히 기운 탓도 있지만)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읽혔습니다. 목왕의 구체적인 돈몰 과정은 p129에 나옵니다. 저는 한자가 頓歿일 줄 짐작했었는데 책을 다시 보니 旽沒입니다. p129를 읽으면 차라리 점몰(漸沒)이라 불러야 할 듯하네요.

젖을 내어놓고 우는 여인들(p138, p142). 이 역시 쇼킹한 대목입니다. 반대로 젊은 병사들이 허연 엉덩이를 내어놓고 적진을 조롱했다는 실제 기록은 서양 쪽에서 본 적 있어도 말입니다. 여인이 그 나신을 백주에 공중 앞에 드러내는 건, 우리의 억울함이 극한에 달하여 이 세상에 더 이상 공의와 질서가 남아 있지 않음을 선언하는 처참한 풍경이며, 근세에 비슷한 예로는 YH 사건 같은 게 있겠습니다. 그러니 공격하는 측의 심경이 자연 처연해질 밖에요.


단은 이 소설에서 旦으로 정해진 표기인데 단군왕검이라고 할 때는 檀이며 해동, 청구, 진단 할 때의 단은 旦이긴 합니다. 한국의 큰 두 줄기를 만주에서 내려온 북방계, 삼한 중심의 남방계로 본다면 초를 전자에, 단을 후자에 대응시키고 싶지만 이러면 旦이 대체로 발해에 연관되는 관행과 안 맞습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작가는 의도적으로 여러 코드를 섞어 놓아 이런 추론을 미연에 막으려는 의도였지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독 잡설을 늘어놓고 싶은 독자의 욕구는 끝이 없는데 일단 이성계의 고친 휘가 또 旦이었고 p77에서 목왕이 표와 연에게 권력을 나눠 주고 자신은 군권만 갖는 결정에선 또 태종 이방원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하긴 이런 권력 분장 후 승계는 매우 보편적이어서 생전에 덩샤오핑도 자오쯔양과 후야오방에게 이런 식으로 힘을 나누고 자신은 군사위원회 주석직만 갖기도 했었습니다.

중국 제 왕조를 보면 대체로는 고문헌과 전승에 근거하여 나라 이름을 지었는데 유목민들의 침투 왕조라 볼 수 있는 수(隋), 당(唐)은 유구한 고왕국의 이름을 채택한 것입니다(심지어 본격 찬탈 이전 단계에서도). 국명이 근본 없어진(?) 건 원 제국을 시점으로 명, 청에까지 계속되는데 저는 이 소설에서 특히 초(草)가 그리 느껴졌습니다. 물론 항우의 나라는 楚라서 완전히 다르고 말이죠. 아니나다를까 p101에 보면 어느 무당이 지금 저하고 비슷한 소리를 늘어놓다가 혀를 뽑히는 장면이 있어서 등골이 서늘해지기도 했습니다.(!)

동물이라고 해도 귀한 혈통이라는 게 있으며 현대에 이르러서는 몇몇 동물의 경우 오히려 사람보다 이 팩터가 더 중시되는 듯도 합니다. 소설을 읽으며 가장 슬프게, 또 무섭게 다가온 대목은 여러 개들이나, 야백 등 명마의 사연이었는데 고대 기록의 한혈마 등이 떠오르기도 했네요(p70 등). 명문의 혈통이든 절세의 용력이든 결국 주인의 손에 끌려 강제로 어떤 목적에 바쳐지는 건 종복의 운명과도 같으며 거죽만 사람일 뿐 거사를 치르고 용도폐기(p34)되는 건 사람이나 동물이 차이가 없습니다. 그러나 왕들은 어떠합니까? 겨레가 그에 위탁한 소명을 완수 못 하고 타국에 패퇴하면 결국 목숨을 내놓고 폐문멸족되는 비참한 신세로 떨어지고 비빈은 적국의 성노예로 전락합니다. 부러울 것도 억울할 것도 없이 세상사(世上事)와 역사(歷史)는 공평하게 슬프고 처참하고 덧없습니다. 누가 내 편이고 누가, 누가 적인지도 알 수 없는.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v*****7 2023.01.0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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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너머로 달리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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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이나 넓고 깊은 세계관을 보여주는 이야기들의 경우 배경정보를 미리 알고 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그래서 이런 종류의 소설들은 책 앞쪽에 지도나 등장하는 인물들의 간략한 정보들을 제공한다. 만약 작가나 작품 배경에 대한 아무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달 너머로 달리는 말』이라는 소설을 읽게 되었다고 가정해 본다면, 이 책의 앞쪽에 제공되는 정보는 작품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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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이나 넓고 깊은 세계관을 보여주는 이야기들의 경우 배경정보를 미리 알고 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그래서 이런 종류의 소설들은 책 앞쪽에 지도나 등장하는 인물들의 간략한 정보들을 제공한다. 만약 작가나 작품 배경에 대한 아무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달 너머로 달리는 말』이라는 소설을 읽게 되었다고 가정해 본다면, 이 책의 앞쪽에 제공되는 정보는 작품의 방향이나 메시지를 미리 가늠해 볼 수 있는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이 소설은 ‘나하’라는 강을 중심으로 북쪽에 ‘초’라는 나라가 있고, 남쪽에는 ‘단’이라는 나라가 있다. 지도의 동편으로는 넓게 큰 산과 숲들이 어우러진 산악지대가 펼쳐져 있고, 나하의 동에서 서쪽으로 흘러가는 물길을 따라가다 보면 바다가 나온다. 정리하면, 동서로 뻗은 나하의 동쪽은 산악지대, 서쪽은 바다, 북쪽은 ‘초’, 남쪽은 ‘단’으로 구성된 지역 구분이 이 소설이 보여주는 세계의 모습이다. 지도의 모양새는 마치 삼국지나 초한지처럼 중국 역사 소설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와 비슷한 인상을 준다.

 

북쪽 지형은 거칠고 남쪽 지향은 평탄하다. 이는 두 나라가 각각 다른 민족적 특성을 지니게 될 것이라 예상하게 한다. 아무래도 초는 활발하고 전투적인 사람들이라는 예상을, 단은 자연에 순응하며 좀 더 너그러운 성품을 지닌 사람들이라는 예상을 하게 한다. 그런데 소설을 읽어 보면 단나라의 경우 마냥 온화할 수만은 없는 복합적인 투쟁적 성격이 나타나는데, 그래서 초보다 단이 오히려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느낌도 들었다.

 

 

 

 

초와 단의 또 다른 큰 차이는 문자를 대하는 방식에 있다. 초는 문자를 멀리하도록 했다. 반대로 단은 문자를 알았고 받들었다. 다시 말해 기록 문화에 충실했다. 때문에 이 소설에서 각 나라 이야기의 근간이 되는 기록물인 ‘시원기’와 ‘단사’ 역시 서로 다른 특징을 보여준다. 초의 시원기는 후대에, 단의 단사는 당대에 기록된 문서다. 하지만 더 후대 사람들의 생각이 더해진 기록에 따른 이 두 나라의 이야기는 당시의 진상(眞相)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하는 한계를 보여준다.

 

줄거리에서 두 개의 큰 기둥이 되는 두 나라의 존재는 독자로 하여금 필연적으로 전쟁의 기운을 감지하게 한다. 소설 역시 시처럼 물 흐르는 듯한 문장이 이어지다가 돌연 전운이 감도는 분위기로 이어진다. 흥미로운 것은 사람들만 이 이야기의 중심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는 등장인물에서도 잘 드러난다. 총 다섯 마리의 말이 정식으로 소개되어 있다. 이들 중에는 사람과 각별한 연을 맺는 개체도 있고, 인간과의 교류뿐만 아니라 자기들만의 서사가 따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 소설에 나타나는 정서는 매우 원초적이다. 사람들의 생활에 본격적으로 문명의 틀이 잡히기 전의 모습, 감정이 이런 형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상상이 문학적으로 잘 구현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역사를 성립하게 하는 기록 행위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문자를 사용한 기간보다 사용하지 않은 기간이 더 길었던 인류에게 있어 언어의 의미와 그 한계에 대해서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하는 소설이었다.

 

 

 

#달너머로달리는말, #김훈, #리커버에디션, #파람북, #컬처블룸, #컬처블룸서평단

 

 

p*********h 2023.01.0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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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없음의 긴 이야기...답답함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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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신화속의 두 나라 '초'와 '단'의 이야기입니다. 사람의 이야기인 초의 왕 목과 그의 장남 표, 단의 왕 칭의 전쟁 서사이자, 말의 이야기인 야백과 토하의 서사입니다. 그 이야기가 김훈님의 고유의 필체를 통해 담담하게 그려지고 있어요. 지금까지 읽어왔던 김훈님의 소설들에서 느꼈던 느낌과는 좀 다른 느낌이... 읽는 내내 들었는데...읽고 난 후의 느낌은 '덧없음'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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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신화속의 두 나라 '초'와 '단'의 이야기입니다. 사람의 이야기인 초의 왕 목과 그의 장남 표, 단의 왕 칭의 전쟁 서사이자, 말의 이야기인 야백과 토하의 서사입니다. 그 이야기가 김훈님의 고유의 필체를 통해 담담하게 그려지고 있어요. 지금까지 읽어왔던 김훈님의 소설들에서 느꼈던 느낌과는 좀 다른 느낌이... 읽는 내내 들었는데...읽고 난 후의 느낌은 '덧없음'이었어요.
소개된 두 나라 초와 단도, 표와 칭도, 야백과 토하도...결국 후대에는 아무것도 제대로 남지 않고... 구전으로만 남게되어, 사서에 기록된 이야기들이 실제한 일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신화로 남게되죠. 그냥... 모든 일들이...인간 이야기든 말들 이야기든 그냥... 대자연속의 일부가 되었네요.

그리고, 그 덧없음의 느낌은 작가가 남겼던 '뒤에'라는 장에서의 후기를 통해 그 실체를 보게되더군요. "세상을 지워버리고 싶은 충동이 내 마음 깊은 곳에 서식하고 있었던 모양인데, 이 책은 그 답답함의 소산이다. 세상을 지우면 빈자리가 드러날 테지만, 지우개로 뭉갤 수는 없어서 나는 갈팡질팡하였다."

김훈님의 문체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그 분이 털어놓는 '답답함의 소산', '달 너머로 달리는 말'을 읽어보세요. 적어도 그 분이 글로 그리고 있는 신화속 세계의 아름다움을 느끼실 수 있으리라 확신해요. 김훈 작가님이 이 책 앞장에 적은 글은 그 분이 평소 가지고 있는 '문장과 표현에 대한 확신'을 보여줍니다. "문장은 전투와 같고 표현은 양보할 수 없다"
e*****4 2023.01.0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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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달 너머로 달리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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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야기를 읽으면서 과연 누가 주인공인 것인지 판단할 수가 없었다.  인간과 말이 동시에 세상을 지배하며 살아가던 그때.  조금 더 영악하고, 조금 더 손을 쓰기 쉬웠던 인간이 말들을 지배하려 한다.  인간은 인간대로, 말은 말대로 삶이 치열하던 그 날들.  군더더기 없는 그 시절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이야기였다.    이 책의 내용이 무엇이냐 물으면 한마디로 말해
"[서평] 달 너머로 달리는 말" 내용보기

 

 

처음 이야기를 읽으면서 과연 누가 주인공인 것인지 판단할 수가 없었다. 
인간과 말이 동시에 세상을 지배하며 살아가던 그때. 
조금 더 영악하고, 조금 더 손을 쓰기 쉬웠던 인간이 말들을 지배하려 한다. 
인간은 인간대로, 말은 말대로 삶이 치열하던 그 날들. 
군더더기 없는 그 시절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이야기였다. 

 

이 책의 내용이 무엇이냐 물으면 한마디로 말해주기가 어려웠다. 
역사이야기인가.. 싶지만 그도 아니고. 
상상의 세계인가 싶지만 언젠가 먼 옛날에 있었을 법한 이야기. 
어려웠지만 빠져들 수밖에 없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먼 옛날의 이야기였다. 

 

특히나 나는 인간들의 삶보다 말들의 삶에 더 연민이 생겼다. 
누군가에게 길들여지고, 사랑을 하고, 버림을 받고. 
그들의 삶은 그들의 것이지만, 인간에게 매이는 순간 그들의 삶은 스스로 선택할 수 없게 되었다. 
필요에 의해 키워지고, 필요에 의해 죽어야 했고. 
감정대로 행동했지만 누군가의 눈에는 있으면 안 될 일로 비쳤고. 
아주 당연한 삶의 이치로 새끼를 배지만, 그 또한 누군가에게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무질서해 보이는 그 시대의 삶이지만 책을 읽는 동안 느껴지는 질서가 있었다. 
야만적인 그들에게서 조금씩 느껴지는 무언가.. 
이렇게 우리의 문명이 자리 잡아 온 것은 아닐까? 
태초에는 이렇게 힘이라는 것이 세상의 질서를 바로 잡아 온 것은 아닐까?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들지만 무엇인가 깨달은 느낌. 
시간이 조금 지나면 다시 찬찬히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p*****y 2023.01.0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