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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동시를 읽고 싶을 때 따뜻한 차 한 잔을 준비하고 아주 고요한 음악을 틀어두어요. 잔잔하고 작은 소리만 들리는 곳에서 동시를 읽다 보면 저절로 집중이 됩니다. 동시 속엔 소리도 움직임도 가득하지요. 쏘옥 쏙쏙, 와글바글, 소록소록, 쌔액쌔액, 아 아 아, 오들오들, 살금살금, 꽁 꽁..... 때론 사람을 닮고 또 때론 자연을 닮은 예쁜 소리, 예쁜 몸짓, 예쁜 모습이 가득하네요. ♥ 저 푸른 참나무들 다람쥐가 심었대 흙 속에 숨겨 둔 도토리 어디에 두었는지 깜빡해서 절대 깜빡 안 할 거라 다짐한 걸 가을마다 또 깜빡해서 도토리는 봄이면 쏘옥 쏙쏙 자라났대. 저 울창한 참나무 숲 깜빡, 깜빡이가 만들었대. -P.16 <참 좋은 깜빡> 중에서- 전에 다람쥐들이 열심히 숨겨둔 도토리를 깜빡해서 참나무들이 자랄 수 있다는 이야기를 책에서 본 적이 있었어요. 저도 모르는 사이 숲을 가꾸고 있는 다람쥐. 깜빡쟁이 다람쥐 정원사라고 부르고 싶네요. ♥ 낮이나 밤이나 열려 있는 식당 참새 손님들이 와글바글 와글바글 잠자고 일어나 먹고 놀다 와서 먹고 먹어도 먹어도 넉넉한 까아아만 열매 밥 거저 나누어 주는 쥐똥나무 울타리 와글바글 식당. -P.22 <와글바글 식당> 중에서- 쥐똥나무 울타리 와글바글 식당에 매일 놀러 오는 참새 손님들이 와글바글 식당에 모여 열매를 먹으며 수다를 떠는 모습이 너무 귀엽네요. 참새님들 오늘 메뉴는 맛이 어떤가요? ♥ 아 아 아 아 아 똑같이 입 벌려 바람을 먹고 햇살을 먹고 하늘을 먹는다. 먼저 먹으려 까치발 서지 않고 더 많이 먹으려 고개 내밀지 않고 아 아 아 아 아 함께 익어 가는 된장, 고추장, 간장 항아리들. - P.36 <아아 아 아아> 중에서- 햇볕을 쬐며 익어가는 된장, 고추장, 간장들이 뚜껑을 활짝 열고 놓여 있는 그 모습이 정말 아 아 입을 벌리고 바람과 햇살을 먹는 것 같아요. 전에 언젠가 갔던 식당에 수백 개의 항아리들이 나란히 있는 걸 본 적이 있는데, 그 항아리들이 동시에 아 하며 하늘을 먹는 상상을 해보니 웃음이 절로 나네요. ♥ 긴 여행에서 돌아온 겨울이 가방을 열자 찬 바람이 훅 뛰쳐나와 나무들을 오들오들 떨게 하더니 냇물을 꽁꽁 묶어 버렸어. 지난밤엔 가방에서 살금살금 나온 눈송이들이 온 세상을 하얗게 저희 거로 만들었지 뭐야. 지금은 운동장도 산책길도 겨울이 다 차지했지만 걱정 없어. 곧 새봄이 따뜻한 가방을 들고 돌아오면 겨울은 슬그머니 제 가방을 싸서 떠날 테니까. -P.73 <겨울의 가방> 중에서- 올해는 겨울의 가방이 무척 큰가 봅니다. 찬바람이 얼마나 많이 뛰쳐나왔는지 유독 춥고 꽁꽁 얼려버리는 날이 많네요. 겨울도 빨랐던 만큼 새봄도 얼른 따뜻한 가방을 들고 찾아와주면 좋겠어요. 겨울이 이제는 눈치껏 가방을 싸서 좀 일찍 떠나주길 바라봅니다. 어린 시절엔 동시도 참 많이 짓곤 했는데 훌쩍 자라 어른이 되며 그 따스한 느낌을 새롭게 만들어내기 참 힘들더라고요. 대신 이렇게 다른 이들의 고운 시들을 읽다 보면 마음 가득 동시가 줄 수 있는 따스함이 채워지네요. 자연을 노래하고, 계절을 노래하고 생명의 소중함과 평화로움을 노래하는 동시. 오랜만에 읽다 보니 동시만의 따스함이 마음에 불을 탁 켜주는 느낌이 들었답니다. 마음을 편안하게 감싸주고 도닥여주는 아름다운 동시 한편 여러분도 꼭 만나보세요. ★위 리뷰는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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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글바글 식당』/ 박소명/국민서관/2022
전국적으로 날씨가 뚝 떨어져 바깥 활동이 주춤하는 계절이다. 아이와 어른 모두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데 그럴 때 읽기 좋은 책, 부모와 같이 읽으면 더 좋은 동시집을 소개한다. 국민서관에서 최근에 출간한 동시집 박소명 선생님의 『와글바글 식당』이다. 제목만 들어도 뭔가 이 식당에서는 굉장히 바쁘게 돌아가고 있는 듯하면서 티내지 않고 큰일을 하고 있는 와글바글 식당이 눈에 들어온다.
월간문학으로 동시가,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동화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한 박소명 선생님은 황금펜아동문학상과 한국아동문학상을 수상하였다. 그동안 동시집으로 『뽀뽀보다 센 것』, 『올레야 오름아 바다야』, 『꿀벌 우체부』, 동화집 『흑룡만리』, 『엄마에게 점수를 줄 거야!』, 『오현, 바람을 가르다』와 지식 교양책으로 『세계를 바꾸는 착한 마을』, 『70년대 이야기 속으로 풍덩』 등 다양한 책으로 독자와 만나고 있다.
낮이나 밤이나 열려 있는 식당
참새 손님들이 와글바글 와글바글
잠자고 일어나 먹고 놀다 와서 먹고
먹어도 먹어도 넉넉한 까아아만 열매 밥 거저 나누어 주는
쥐똥나무 울타리 와글바글 식당.
<와글바글 식당> 전문 22쪽
풀숲에 버려진 빛바랜 운동화 한 짝
외롭고 억울해 울던 날들 다 사라졌어.
비 피해 가는 개미들 지켜 주는 동안
긴 밤 쉬었다 가는 들쥐 안아 주는 동안
쉼터로 태어났거든.
슬퍼했던 날들 이제 끝.
「이제 끝」 전문
한 편의 동화를 읽은 느낌이다. 버려졌다는 느낌에 슬픔과 원망이 가득했던 운동화가 풀숲에서 새로운 친구를 만나 쉼터가 되어주는 자신을 발견한 순간, 운동화는 더이상 슬픔과는 안녕이다. 이렇게 운동화도 한 단계 더 성장하는 모습을 동시를 통해 읽을 수 있다.
날 선 칼도 도마의 등에서는 박자를 잘 맞추지.
송송송 파 썰기 또각또각 오이 썰기 착착착착 무채 썰기
믿고 내어 준 도마의 등에서는 순하게 일도 잘하지.
<도마의 등> 전문 32쪽
도마는 칼을 믿고 칼은 도마 등에서 순해지고 각자 서로의 역할에 충실하는 것, 아름다운 사회로 가는 지름길인데 시끄러운 사람이나 단체들을 보면 이 동시집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각자 자기주장만 하면 발전이 없다는 걸 모르는 것도 아닌데 자신의 밥그릇만 보는 사람이 답답하다. 오히려 말이 없는 동물, 식물, 무생물에게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배워야 할 것 같다. 동시집만 읽어도 단순 명쾌하게 답이 나오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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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글바글 식당
낮이나 밤이나 열려 있는 식당
참새 손님들이 와글바글 와글바글
잠자고 일어나 먹고 놑다 와서 먹고
먹어도 먹어도 넉넉한 까아아만 열매 밥 거저 나누어 주는
쥐똥나무 울타리 와글바글 식당.
2017년 해발 4,130m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South Annapurna Base Camp)를 걸었다. 돌아올 때 포카라 호텔 샹그리라에 묵었다. 수영장도 있는 고급 호텔이지만 전기가 세 번씩이나 나가는 곳이기도 하다. 나무가 울타리였는데 품 넓은 나무에 새소리가 그득했다. 얼마나 새가 많은지 나뭇잎 한 장 한 장마다 새가 있을 만큼 새가 많았다. 종류도 다양해서 웅장한 합창 새소리를 듣는 듯했다. 이튿날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어제저녁에 보았던 품 넓은 나무를 다시 찾았다. 조금 뒤부터 새가 나무에서 나오는데 나와도 나와도 끝이 없었다. 5백 마리가 넘는 듯했다. 어마어마하게 넓은 나무의 품이고 거기에 깃들었던 새들이다.
호텔 샹그리라의 나무는 크기가 커서 품이 넓은 것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리 크지 않은 나무도, 아니, 작은 나무도, 어느 때 보면 많은 새를 품고 있다. 아주 드물지 않은 현상이다. 시인은 쥐똥나무에서 그것을 보았나 보다. 흔히 울타리로 심는 쥐똥나무, 까만 열매를 거저 나누어 주는 나무, 어쩌면 먹어도 먹어도 넉넉한, 거저 나누어 주는 쥐똥나무가 시인을 닮았다고 생각했다. “하하하하하하하 / 헤헤헤헤헤헤헤 / 호호호호호호호 / 히히히히히히히 // 가득한 웃음 / 거리에 쌓아 놓고 //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 나눠 주고 싶”(「뻥튀기」)어 하는 마음이나, “가만히 다가가” “등만 토닥토닥”(「손이 하는 말」)하는 손짓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