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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역사의 퍼즐 맞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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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신화와 역사가 서로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며 흘러왔는지, 그 속에 어떤 욕망이 꿈틀거리고 있는지에 대한 책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책은 2부로 구성되어있다. 1부 ‘신화와 역사’에 5편의 글이, 그리고 2부 ‘문명과 욕망’에 7편의 글이 실려있다. 그러나 2부 문명과 역사에 실려있는 모든 글은 문학작품에 대한 평론이라고 볼 수 있다. 1부의 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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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신화와 역사가 서로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며 흘러왔는지, 그 속에 어떤 욕망이 꿈틀거리고 있는지에 대한 책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책은 2부로 구성되어있다. 1신화와 역사5편의 글이, 그리고 2문명과 욕망7편의 글이 실려있다. 그러나 2부 문명과 역사에 실려있는 모든 글은 문학작품에 대한 평론이라고 볼 수 있다. 1부의 글들도 신화와 역사에 대한 글은 3편이고 나머지 2편은 어휘연구에 대한 것이다. 결국 내가 기대했던 내용은 3편에 불과했다.

 

신화는 신적 존재의 기원의 문제를 대상으로 다루는 이야기라고 정의하는 저자는, 초자연적이며 항구적 의미를 지닌다는 점에서 전설적이고, 종족의 공동체적 기억과 이상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집단적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신화와 역사는 서로를 비추는 문화의 거울로써, 안팎이 분리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하나로 엮여 있는 뫼비우스의 띠와 같다’(14)고 하는 것 같다. 저자가 다루는 신화는 김수로왕 신화, 연오랑·세오녀 신화, 그리고 신라 제48대 경문대왕 설화이다. 이중 경문대왕 설화는 이 설화를 바탕으로 창작된 현대소설의 서사적 의미를 살펴보고 있다.

 

먼저 저자는 [삼국유사] <가락국기에 나오는 김수로왕 신화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시도하고 있다. 김수로왕의 5대조는 김일제로 흉노 휴도왕의 왕자이며 그 계보의 꼭지점에 소호금천씨가 있으며, 왕비인 허황옥의 조상은 인도의 아요디아 왕국에서 출발하여 중국 보주를 거쳐 서한 왕실의 외척이 되었다가 가락국에 도달했다는 것이 그것이다. 저자는 1796년에 처음 발견된 문무대왕릉비, 2009년에 알려진 대당고김씨부인묘명을 계기로 중국 한나라의 사서인 [한서]의 기록과 비교 대조하여 신화와 역사의 간극을 메웠다고 한다. 그러면서 우리가 한결같이 믿어온 단일민족 신화는 역사적 상황에 따라 형성된 민족적 환상이었다고 주장한다. 포항에 있는 지명 몰개월은 연오랑·세오녀가 역사 속에 전설로 살아 숨쉬는 일월지라고 한다. 저자는 [삼국유사]에 나오는 연오랑·세오녀설화와 일본책 [고사기]에 나오는 신라왕자 아메노히보코 이야기를 비교 분석한다. 고어 분석을 통해 연오랑과 세오녀, 그리고 아메노히보코와 그의 아내 아카루히메라는 이름이 같은 의미를 가진 개연성을 밝히고, 영일만 일대의 소국이었던 진한 12국 중 하나인 근기국 연표를 토대로 한일 양국의 역사에 나오는 설화를 비교한다. 그 결과 연오랑, 세오녀는 부부의 이름이라기보다는 이들이 담당했던 제사장 직책일 가능성이 크며, 역사 기록에 신라 왕자가 왜국으로 넘어갔다는 기록이 없는 것은 이 설화를 채집하여 기록할 때 일부러 누락 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또한 그는 이 설화의 의미를 고대 한일 양국의 개척자들은 서로를 오가며 문물을 창조하고 교역했을 것이라는 데서 찾는다. 경문대왕 설화는 우리에게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제목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이런 귀 설화는 기원전 희랍의 문헌에 이미 나타나기 시작했고 기원후에는 세계 수십 곳에서 전승 자료의 사례가 보고되지만, 동아시아 한중일 3국에서는 유일하게 [삼국유사]에만 채록되어 있다고 한다. 저자는 이 설화를 모티프로 창작된 현대소설인 박태원의 [귀의 비극], 방귀환의 [], 이청준의 [소문의 벽], 현길언의 [대숲에 바람이 불면]을 가지고 작품이 발표된 시기, 서사적 공간, 각 공간의 특징을 비교하면서 설화와 현대소설에 나타난 욕망을 분석한다.

 

2부에서 저자가 평론하는 작품은 까토의 [자유론], 권정생의 [강아지 똥], 차범석의 [산불], 김소진의 작품에 나타나는 아버지 콤플렉스’, 정은궐의 [해를 품은 달], 홍영옥의 [어디에 있든 무엇을 원하든]이다. 문학작품에 대한 평론을 읽는 것은 그 나름대로 의미와 재미가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반감되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는 흔히 신화를 전설과 같은 옛날이야기로 치부한다. 그러나 신화는 역사의 또 다른 얼굴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시원을 다룬 신화라면 전승되면서 시대적 상황과 화자들의 희망에 따라 이야기가 가감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채집되었을 당시의 역사적 상황 또한 무시할 수만은 없었으리란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우리는 신화를 통해 역사 속에 담긴 우리의 시원과 정체성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고, 역사의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신화와 역사를 다루는 많은 책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k*****1 2022.12.28. 신고 공감 1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