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의 동그란 접시 부분에 미세한 펄이 들어가 있어 처음 책의 실물을 보자마자 넘 예쁘구나 했어요 *0* 이야기는 바로 이 미세한 펄이 들어간 표지부터 독자들에게 아낌없이 쏟아부으며 시작합니다
앞면지를 보면 사과 트럭에서 사과를 고르느라 아직 집에 들어가지 않은 할머니가 보이고요, 손녀딸로 보이는 아이는 자신의 얼굴만 한 접시를 두 손에 들고 언제부턴가 자신을 졸졸 쫓아오는 예측불허의 깜장 고양이를 의식하고 있어요
아이는 고양이와 놀이를 하듯 접시를 내보였다 숨겼다 하며 즐겁게 할머니 집으로 향하죠
그러다 그만 접시를 깨트리고 마는데요,
우리는 살아가면서 생각지 못한 실수에 당황하기도 해요 어릴 때는 '처음'이란 경험이 어른보다 훨씬 많겠죠 저 역시 어릴 때 첫 심부름이 엄마가 매달 보시던 잡지책을 사 오는 거였는데요^^ 찻길을 건너 서점에 들어가 엄마가 쥐어준 돈을 주인아저씨께 내보이면 원하는 잡지책을 건네받는 미션이었죠 엄마는 건너편 찻길에 쪼그리고 앉아 나를 지켜보고 계셨지만 그 정도도 커다란 용기를 필요로 하는 첫 심부름이었죠 그런데 그림책 속 아이는 혼자서 그릇을 들고 할머니 집에 가다뇨! 그것만 해도 굉장해 보였는데요 ^^;; 잘하려다 그릇을 깨트려 당황하는 아이를 보자 너무나 안쓰러웠어요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진 후의 감정 변화를 너무나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어요 물론 사람마다 감정 변화의 순서는 다를 수도 있고 또 한 감정 안에 머무는 시간이 더욱 길거나 간결할지도 모르겠어요 나이가 들면 점점 감정의 단계가 짧아지거나-실수 후 자기 합리화로- 무감각해지는 경우도 있는 듯한데요, 그런 의미에서 수용 단계는 너무나 중요한 종이 한 장 차이인지도 모릅니다 그 차이는 '용기'라는 결코 쉽지 않은 커다란 결심을 필요로 하니까요
실수 후 벌어지는 모든 감정 변화의 단계는 무엇하나 부정적인 것이 없는 듯합니다 상황을 부인하든, 분노가 일든, 우울한 감정마저 모두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되는 건강한 감정으로 보입니다 오랜만에 심리 주제 그림책을 보며 어릴 적 첫 심부름도 떠오르고 그림책 속 할머니처럼 아이를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그런 어른이고 싶단 생각도 다시금 들었어요 참으로 예쁜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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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심부름" 은 그림에서 부터 글까지 작가가 보여주고싶은 정서를 잘 드러낸 책이다. 어른이 되어서도 구분하기 어려운 실수와 실패의 마음을 작가는 예쁘게 포용하여 용기로 나아가는 것을 잘 담아주고있다. 망가진 마음을 버리고 회피하는 것이 아닌 따뜻하게 보듬고 한조각 한조각 잘 맞추어 또 다른 방향으로 흐를 수 있음을 작가는 알고 있음이라... 그림에 나온 아이의 풍부한 표정변화만 보아도 절대 아깝지 않은 책으로 추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