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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사람들이 모여 있을 때 종교와 정치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화기애애하게 시작된 이야기가 종래에는 화기애매하게 끝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모든 주제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각기 다르다. 그렇지만 대부분 서로의 생각을 존중하고 나와 다른 생각이라 할지라도 그러려니 하면서 넘어간다. 그러나 이야기가 종교와 정치에 이르게 되면 사람들은 날카롭게 부딪히거나 아예 입을 다문다. 그만큼 종교적이고 정치적인 사람이 많은 건지 아니면 우리가 받아온 교육이 잘못된 건지 종잡기 힘들 때가 많다.
이 책은 그렇게 말 많은 주제 중 하나인 종교에 관한 책이다. 아니 종교라기보다는 종교가 절대시하고 그 기본으로 삼는 신(神)에 관한 책이다. 종교학자인 저자는 사물에 대한 지적탐구가 이루어져 설명이 가능하게 된 지식은 서로 공감하고 공유하면서 보편성을 지닌 것으로 판단되지만, 사람의 경험과 직접 이어진 주제에 대해서는 여러 주장 중 하나일 뿐이라며 신에 대한 이야기도 그러하다고 말한다. 신이란 일상에서 흔히 사용되고, 모든 사람이 이해하는 사물이며, 고정 불변하지 않고, 문화적 풍토와 역사적 과정 안에서 마치 살아있는 실체처럼 일상의 맥락에서 꿈틀되는 ‘비일상적인 것을 지칭하는 일상의 언어’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전통적인 정서 안에서는 신이 있고, 없고 하는 물음이 별로 의미가 없었다. 우리는 다양한 ‘신 있음’의 풍토 속에서 자연스럽게 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신이 종교와 연결되면서 예사롭던 흐름을 단절시키고 신은 고정되었다고 한다. 종교가 논의의 주제가 되면 신을 이야기하는 틀은 기독교적으로 변하는데, 이는 기독교가 지배하는 문화권에서 발전된 문물을 통해 여타 세계의 삶이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책 [신 이야기]에서 저자는 신의 속성 및 신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있다. ‘신의 고향’에서부터 ‘신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신에 대한 12개의 주제는 어느 것 하나 평범하지 않다. 누군가에게는 분명 불편하고 불경한 이야기일 테고, 또 누군가에게는 많은 사색을 요구하는 이야기이겠지만. 그럼에도 그가 신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누구나 신에 대한 자기의 생각을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서였다고 한다. 우리는 때때로 그렇지 못한 현실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종교인은 아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알고 있는 신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
저자는 신에 관한 열두 개의 물음에 대해 생각하면서 일단 ‘신 있음’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신 없음’이라는 관점을 고수한다면 신에 관한 물음들이 하등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저자가 ‘신 있음’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신이 있다든지 없다든지 간에 주목할 것은 그 물음을 충동한 개인의 삶의 경험이라고 한다. 따라서 깊은 사색과 자신의 신중한 판단에 따라 신의 존재 여부를 발언했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발언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신이 있고 없음을 강요할 권리를 가진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열두 개의 물음 중 첫 번째는 신은 고향은 어디인가를 묻는 것이다. 이는 달리 말하면 신의 존재 여부를 묻는 물음이다. 그리고 마지막 물음은 신의 죽음이다. 저자의 이런 물음들은 서로 연관성을 가진다. 첫 번째 물음의 답이 두 번째 물음을 유발하고, 두 번째 물음은 세 번째 물음을 위한 답을 유추한다. 그 맥락을 이어가는 것은 ‘신이라는 사물’에 대한 인식론에 기초한다. 저자는 ‘신 있음’의 관점에서 신의 속성에 대해 인식론적으로 묻고 답하는 셈이다.
그는 신의 존재 여부는 인간의 의식 현상 즉 마음이 짓는 일이라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신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왜 나는 신의 존재 여부에 대한 물음을 묻는가?’이며 그렇게 볼 때 종교 또는 신은 인간의 마음에서 비롯한 것이고, 이는 신이 ‘실재’하는 존재로 인식됨을 의미한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신의 고향은 우리의 마음이 될 수밖에 없다. 저자는 이어서 ‘존재’가 차지하는 시공간 속에서 신의 주거가 어디이고 신은 어떤 모습이며 어떻게 사는지 등을 살펴본다.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존재의 준거, 관계, 신에 관한 이야기 속의 화자와 청자, 인간의 신에 대한 비난과 신의 인간에 대한 사랑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인식론적 관점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그리고 종래에는 신의 죽음 역시 존재가 지니고 있는 속성에서 찾는다. 다시 말해 분명한 것은 모든 존재는 스스로 소멸의 과정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 반드시 죽음이라고 하지 않더라도 존재하는 모든 것은 퇴색하고 낡아가고 사라지는 소멸의 과정을 피할 수 없다는 것에서 신의 죽음을 논한다.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결론 또한 그것이다. 즉 ‘신을 낳은 것은 우리 인간의 마음이며, 따라서 신을 책임지는 것도 우리 인간’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신이 있느냐는 물음에 ‘있다고 믿는 이에겐 있고, 없다고 믿는 이에겐 없다’라고 답한다. 그럼에도 이 책을 쓴 까닭은 자기 자신에게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사물과의 만남에서 그것에 대한 이야기다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였다. 신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그는 신 이야기는 이야기이기에 소음도 나고 하겠지만 건강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나는 종교는 없지만, 신을 사랑하지는 않지만 ‘신 있음’의 마음을 가지고 있고, 그 ‘신 있음’이 내 마음의 작용이라 생각하고 있기도 하다. 대부분의 사람은 각기 자신만의 ‘신’을 가지고 있다. 소음 가득한 신 이야기가 아니라, 건강한 ‘신 있음’의 생활을 원한다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