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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은 우연한 오해로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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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표지에 적혀있는 “너는 기억하고 있을까. 늘 궁금했고 그걸 좀 물러보고 싶었는데 이제는 그럴 수 없게 되었다”라는 구절에 끌려 읽게 되었습니다. 무언가를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에 ‘까마귀 고기를 먹었나보다’라고 탓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까마귀는 아주 영리한 새라고 들었는데 왜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까마귀 탓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땠거나 이원석 작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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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표지에 적혀있는 너는 기억하고 있을까. 늘 궁금했고 그걸 좀 물러보고 싶었는데 이제는 그럴 수 없게 되었다라는 구절에 끌려 읽게 되었습니다. 무언가를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에 까마귀 고기를 먹었나보다라고 탓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까마귀는 아주 영리한 새라고 들었는데 왜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까마귀 탓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땠거나 이원석 작가의 까마귀 클럽에는 모두 표제작 까마귀 클럽을 포함하여 모두 7편의 단편이 담겨있습니다. 아무래도 표제작이고 저의 관심을 끌었던 까마귀 클럽이야기를 먼저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까마귀 클럽은 죽음과 여행이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는 다른 단편들과는 결이 다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표제작으로 택한 이유는 분명치가 않은 것 같습니다.

 

까마귀 클럽은 제 추측과는 달리 까마귀와 기억력에 관한 속설과는 무관하게 까마귀의 소란스러움을 비유한 것으로 보입니다. 트위터를 통하여 [화 못 내는 사람. 억울하면 눈물부터 나오는 사람. 이제 더는 참고 살 수 없다고 다짐한 사람. 우리도 할 수 있습니다. 함께 믿고 함께 분노할 사람을 찾습니다. 당신을 노력형 분노스터디 까마귀 클럽에 초대합니다.]하는 모집공고에 응모한 주인공을 포함하여 모두 4명의 회원이 분노하는 법을 배우기 위하여 기울이는 각고의 노력을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책을 읽다보니 최근에 방영되어 화제를 모았던 연속극 해방일지가 생각났습니다. 이러저런 이유로 직원들과 교류가 원활하지 않은 네 명이 모여 해방클럽을 만들고 각자 일지를 써 공유하는 방식의 동호회 활동을 해나가는 모습이 바로 까마귀 클럽과 겹쳐보였다는 생각입니다.

 

이야기는 내게 그날은 이런 문장들고 기억되고 있다로 시작되어 앞서 적은 트위터 글이 이어집니다. 그런데 이야기의 끝은 내게 오늘은 또 이런 문장으로 기억될 것이다라고 마무리가 되지만 어떤 문장인지는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까마귀 클럽을 제외한 다른 단편들은 여행과 죽음이 주요 소재라는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그 여행이라는 것을 훌쩍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수고한 당신, 떠나라!’라는 광고문구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던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일에 치어 하루하루를 근근히 살고 있는 직장인들에게는 꿈일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바로 그런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기 위하여 심사숙고를 하는 모습을 까마귀 클럽의 단편들에서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남녀가 함께 떠나는 여행 이야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여행을 두고 남자와 여자는 쉽게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지나치게 작위적인 설정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작가가 여행과 죽음을 엮어 이야기를 풀어낸 것에 대하여 문학평론가 이소는 여행은 삶의 은유가 아니라 삶을 감당하느라 망각해버린 죽음을 은유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합니다. 이어서 죽음에 대한 사유만이 우리에게 존재론적 질문을 던지는 법이니, 여행의 궁극적 목표는 끝을 경험해보는 것이고, 여행은 작은 종결이나 작은 죽음을 삶에 선사한다.(265)’라고 합니다. 제 경우는 여행을 떠남에 있어 죽음과 같은 거창한 의미를 부여한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여행을 떠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까마귀 클럽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평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첫 번째 이야기 없는 사람에서는 빌라에 살고 있는 주인공은 몇 시간 뒤에 떠날 여행을 두고 연인과 다투는 와중에 누군가로부터 차를 빼달라는 전화를 받습니다. 자신에게 할당된 구역에 주차하고 있는 차를 빼달라는 무례한 요구를 하는 사람은 그 장소로 떨어져 세상을 하직하려고 합니다. 전화를 받은 주인공은 상대를 말리다가 옥상을 찾아가지만 자살을 시도하려는 사람을 만나지 못합니다. 그런가 하면 예정된 여행을 두고 연인과 싸우던 가운데 회사 상사로부터 연락을 받고 문상을 모시고 가기로 하고 여행을 없었던 것으로 정리해버립니다. 그렇다면 일찍 출근을 하느라 차를 빼게 되면 자살을 예정하고 있는 사람에게 투신의 기회를 주는 셈이지만, 그에 대한 대책 역시 여행과 마찬가지로 대안을 두지않습니다. 즉 관계당국에 연락을 해서 자살을 막도록 하는 구체적인 조치가 필요하지 않았을까요 

y*****2 2022.09.01. 신고 공감 9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안다'와 '모른다'의 오묘한 경계
"'안다'와 '모른다'의 오묘한 경계" 내용보기
‘안다’는 말을 할 수 있는 관계는 무얼 뜻하는가. 예전에는 한 교실에서 공부하는 모든 사람을 친구라 불렀다. 일부 나와 성향이 전혀 다르다거나 이유는 모르지만 불편한 경우도 존재했지만, 친구끼린 친해야만 한다는 당위성을 지켜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살았다.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았으며 딱히 갈등할 만한 요소가 없는 듯한 상황에서도 힘겨웠는데, 성인이 되어 사회 생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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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는 말을 할 수 있는 관계는 무얼 뜻하는가. 예전에는 한 교실에서 공부하는 모든 사람을 친구라 불렀다. 일부 나와 성향이 전혀 다르다거나 이유는 모르지만 불편한 경우도 존재했지만, 친구끼린 친해야만 한다는 당위성을 지켜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살았다.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았으며 딱히 갈등할 만한 요소가 없는 듯한 상황에서도 힘겨웠는데, 성인이 되어 사회 생활을 시작하자 그 양상이 보다 복잡해졌다. 원치 않아도 피할 수 없는 직장 상사, 싫은 소리 혹은 아쉬운 소리를 하며 매달려야만 하는 상대 등. 겉으로는 미소를 짓는 순간에도 속이 부글부글 끓어 오른다거나 뒷목이 뻐근한 경우가 적잖다.

까마귀 클럽이란 책으로 엮인 작품들은 여러모로 독특했다. 처음에는 공통점을 발견하기가 어려웠으니, 으레 단편집은 그렇다며 넘기려 들었다. 주인공이 남성 여성 아이 어른으로 수시로 바뀌었고, 배경, 전개 방식 등도 상이했기에 딱히 나의 판단이 틀렸다는 생각은 아니 들었다. 마침내 책의 끄트머리가 보이기 시작할 무렵, 이제까지 내리 내가 느껴온 오묘한 감정의 원인에 대한 고민이 들었다. 사람이 죽었고, 관계가 끊어지는 이야기를 앞에 두고 신이 날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일종의 배신감으로 표현해도 될 법한 부정적 감정은 나를 향하고 있었다. 일찍이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를 외쳤다고 들었다. 그런가 하면 프랑스의 철학자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고 선언했다. 약간 양상은 다르나 두 인물 모두 로부터 시작했다. 그들에게 는 결코 부정할 수 없는, 세상 모든 게 혼란스러울 적에도 흔들려서는 안 될 절대적 존재였던 셈이다. ‘안다는 정의는 나로부터 비롯된다. 상대가 제 아무리 나에게 다가와 친근감을 표한들 내가 그를 기억하지 못하고 그에 관해 어떠한 감정도 느끼지 않는다면 그걸 안다고 말할 수 없다. ‘안다만큼 기준이 내면에 존재하는 개념도 드물진데, 저자는 이제껏 믿어온 나에 대한 뒤틀림을 시도함으로써 이야기를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이끌었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까마귀 클럽은 성을 내지 못하는 이들의 집산이었다. 주기적으로 만나 마치 배우가 무대 위에서 대사를 읊듯 제 안의 화를 풀어내는 그들의 행위는 무척이나 기괴했다. 연습하면 된다더니, 앞서 이 그룹의 구성원이었던 인물 하나는 너무도 화를 잘 내는 상태가 되어 그룹 탈퇴에 성공했단다. 이상한 끌림이 있었고 왠지 모를 편안함을 느껴 저자는 모임에 계속 참여한다. 들은 내용이 진리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흘러드는 정보가 상이하고, 그와 동시에 상대를 대하는 나의 마음에도 변화가 인다. 어느 시점부턴가 나는 청산유수가 되었는데, 원했던 바를 이루었음에도 기쁨을 느끼지 못하는 건 주인공 자신의 태도가 바뀐 탓이 클 것이다.

건너편의 기도의 주된 흐름을 이끄는 것 역시 주인공의 마음이다. 용납이 어려운 자신의 행위를 묵인해준 지인의 어머니에 대한 복잡한 심경, 일말의 죄책감이 오래도록 주인공을 괴롭혔는데, 그가 알고 있는 건 사실 아닌 그 자신이 창조해낸 것에 가까웠다. 누가 누구를 받아들였는가에 대해 직접적으로 묻기 전에는 알 길이 없었다지만, 주인공의 머릿속에서 행해진 선인/악인 구분은 전적으로 작위적이었다는 점이 밝혀지는 순간 나는 망치로 머리를 한 대 얻어 맞은 것만 같은 기분에 휩싸였다. 나에게도 이런 관계가 많을 것이다. 홀로 미루어 짐작하고 도망치듯 뒷걸음질 쳤는데 정작 상대는 기억에서 지웠다거나, 반대로 대수롭지 않게 여긴 무언가가 상대를 짓눌렀다거나. 왜 우리의 인지 사이에는 이와 같은 간극이 존재해 결과적으로 관계의 붕괴 원인으로 작용하는 걸까.

무덤 밖으로는 아마도 어린 아이인 주인공의 말 한 마디가 비극을 빚어내는 것만 같은 상황의 전개로 독자들을 긴장시킨다. 사람을 먹는 이모에 대해 그가 지어낸 이야기는 처음에는 난데 없을 따름이었는데, 무덤이 하나둘 파헤쳐지고 급기야 사람이 죽기까지 한다. 주인공이 죄책감을 느꼈을까? 이모를 찾아온 죽은 아이의 아버지가 보인 행동은 주인공에게 어떠한 심경을 부여했을까. 친절하게도 저자는 이모를 더는 곤경에 빠트리지 않으려는 장치를 제공한다. 이미 마음을 다친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게 흠이긴 하지만. 일련의 사건 뒤에 숨은 원인을 알고 난 주인공은 이모가 식인종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자신이 거짓이 빚어낸 일말의 의심과 진실을 놓고 아마 저울질을 벌였을 것이다. 하나는 확실히 진실이고 다른 하나는 분명한 거짓이지만 어린 아이의 시선에, 아니, 당사자인 이모에게도 이 둘 사이의 경계는 모호하기만 하다.

까마귀는 서양에서 길조라고 들었다. 여전히 내 귀에는 그 울음소리가 기괴하게 들린다. 아침에 까마귀 우는 소리를 들었다면 어딘가 모를 으스스함을 느끼면서 오늘은 왠지 조심해야만 할 거 같단 생각을 절로 품는다. 내 안의 이와 같은 사고가 이 책을 받아들이는데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쳤을지가 궁금하다. 현재 내가 바라보는 세상 또한 나의 시선, 나의 믿음, 나의 모든 것에 의해 뒤틀린, 진실을 가장한 거짓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어 큰일이다.

이달의 사락 q*****2 2022.11.10.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