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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 한 달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미국에 머물렀다. 남들은 일주일이면 적응하는 시차이지만 매일 오후 3시가 되면 어김없이 졸며 한 달을 보내다 귀국했다. (...) 여행에서 얻은 깨달음은 그 먼 곳에서도 온전히 혼자일 수 없다는 것, 그럼에도 혼자이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 책의 첫 번째 소설, <몰라도 되는 마음>의 문은 새로운 삶을 위해 한국을 떠나고 그것을 ‘떠남 후’에야 지인들에게 알린다. 하지만 난 사돈의 팔촌의 친구까지 연락을 했더랬다. 이유는 간단했다. 로밍 비용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 ('할 말이 있다면 꼭 카톡 해주세요 ㅠㅠ'를 외쳤음에도 미국에서 받은 전화는 이렇다. ‘도서 반납 기일이 두 달이나 지났는데 왜 반납을 안 하시나요?’ ‘아… 제가 지금 외국에 체류하고 있어서요.’ (덕분에 연체를 풀기 위해 반나절 동안 책장의 먼지를 닦았다)) 또한 문은 ‘모두에게 잊혔다는 확신이 들 때’ 돌아올 것이라는 목표를 가졌지만 나의 미국행의 목표는 단순히 '잘 쉬는 것' 하나였고, 이미 한 달이라는 시간 (+ 유류세 때문에 천정부지로 오른 리턴 티켓과 개강일에 미국에서 출발하는 패기)을 한계로 두고 ‘돌아와야 함’을 알고 있어 그러했다. 연호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고백의 순간들을 떠올렸다. 내가 한 첫 고백과 내가 들은 첫 고백. 이 글의 주인공은 이 책이기에 내 경험을 길게 밝힐 수는 없겠지만, 덕분에 사랑의 순간들을 더듬어볼 수 있었다고 말하고 싶다. '이런 게 사랑이라면 사랑을 하고 싶어진다.'라고 생각했지만 이미 이렇게 누군가를 사랑한 기억이 있었다. 기억은 좋았거나 나빴다는 감정보다 강렬함으로 추억되는 법이고,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떠올리는 사람들은 분명히 내가 사랑했던 기억이라고. *이 글은 출판사 ‘파도’에서 서평 지원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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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평소 즐겨 보던, 문학 출판사 <파도>의 첫 번째 소설 앤솔러지 <몰라도 되는 마음, 땅속의 귀신들도 이미, 여름의 봄>
김여진, 서계수, 김청귤 작가가 <한 시간>을 주제로 각자의 시선에 담긴 상대적인 '시간'을 논한 글이 담겨있다. 책의 첫 장엔 이런 당부의 말씀이.
내가 속독하는 편이라 그런가, 아니면 글이 깔끔하고 간결해서 술술 읽히는 편이라 그런가. 아무튼 신기하게도 이 책을 읽는데 걸린 시간은 약 1시간(58분 정도) 이었다. 노림수인가?! 싶기도 할 정도로, 첫 장의 저 문구가 꼭 독자인 내게도 해당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 책은 어떤 책이냐면,
'뻔한' 다양성과 다채로움을 여실히 표현한 책이다.
이 앤솔로지엔 3개의 이야기가 있는데, 첫 번째 이야기는 <몰라도 되는 마음>이고, 두 번째 이야기는 <땅속의 귀신들도 이미>, 마지막 이야기는 <여름의 봄>이다.
나는 이중 첫 번째 이야기인 <몰라도 되는 마음>을 가장 감명 깊게 읽어서, 모든 이야기에 대한 코멘트를 하면 궁금증이 반감될 수 있으므로 김여진 작가의 이야기에 대해 후기를 써보려고 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세상을 살면서 사람의 원초적인 '사랑'이란 감정만큼 가벼운 소재가 있을까, 하는데 감정에 단 한 방울의 삶이라도 떨어트리게 되면 그때부턴 그 무엇보다 무거운 소재가 된다. 그래서 사랑은 무섭고, 나는 이야기 속 '문'처럼 도망치고 싶어진다.
이 글을 읽으면서, 거미줄같이 얽혀있는 사람들의 관계를 생각했다.
시작은 문으로, 그다음은 문의 동생인 선이의 이야기로, 그다음은 선이와 함께 등장한 연호 이야기, 연호의 엄마 원숙의 이야기, 선이에게 고백했다 차여 이야깃거리를 만들어준 선재의 이야기로, 선재의 사랑 이야기 속 예시로 등장했던 민재와 미연의 이야기로, 다시 돌고 돌아 문의 '미련'인 찬의 이야기로.
시작은 문의 한 시간이지만, 각자의 이야기 속 조연으로 등장하는 이들의 한 시간이 함께 담겼다. 진득하고, 징글징글하고, 함께 살아있어서 다행스럽다.
사랑하기에 미워하고, 지워지길 바라지만 영원히 기억하길 바라는 모순(矛盾). 창과 방패, 결국은 둘이어야 한다. 문은, 찬은, 각자 혼자 남은 사람들은 오래도록 서로를 잊으며 기다릴 것이다.
아무 말 없이 한국에서 도망친 문과 문의 내면을 알아차렸던, 찬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휴대폰을 들어 날씨 앱을 켜" 서로의 들키지 않았으면 했던 속내를 되짚어본다.
너의 날씨는 어때, 그렇게 메시지를 보낼 것만 같은 텐션이다.
미래를 생각할수록 이 이야기는 미지로 빠져든다.
창작 동인에 더 가까운 스터디 모임을 하면서 멤버들과 함께 자주 하나의 주제로 정해진 시간 내에 글을 쓰곤 하는데, 그때마다 느끼는 건 "세상에 같은 이야기는 없다"는 것.
그리고 그 이유는 *작가는 거짓말을 잘해서가 아니라, 세상 모든 사람의 눈이 향하는 곳이 다르기 때문이고, 흔히 말하는 '시선'을 작가는 가시적이게 풀어내는 것에 능하기 때문이다. *"선생님, 작가는 다 선생님처럼 거짓말 잘해요?"-<땅속의 귀신들도 이미> 70p.
모든 시간을 바라보며 저마다의 시간대로 살아가길. 우리는 늘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테지만, 오늘로 하여금 조금 더 오래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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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앤솔로지 형식으로, 세 명의 작가가 단편 하나씩을 실은 얇은 책이다. 각각의 단편은 작가만의 색채가 뚜렷하다. 그중에서 제일 마음에 들었던 단편은 김여진 작가의 <몰라도 되는 마음>이다. 곳곳에 적어두고 싶은 문장들이 있었다. 과거를 청산할 것. 지난날을 유기하고 떠날 것. 작가와 내 생각의 흐름도 조금 비슷한 것 같았다. 나도 한국을 떠나고 싶다. 나와 연결된 이곳을 벗어나고 싶다. 그래서 내년에 독일에 가기로 했다. "쉬러 간다"는 나의 말에 아빠는 "쉬러 독일까지 가?"라고 물었다. 외국에 가는 이유는 새로운 경험을 하기 위한 것. 울퉁불퉁한 모양의 경험들을 내 안으로 엉성하게 쌓아놓는 것이라고 했다. 나는 적당히 동조했다.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비우러 가는 것이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문은 구체적인 이유는 조금 달라도 나의 소망과 닮은 여행을 떠났다. 모두에게서 잊혔다는 확신이 들면 그때 돌아올 것이다. 꼭 내가 먼저 잊을 것이다. 이야기는 이어진다. 다른 인물을 시점으로 두고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유기성이 있다. 이야기를 읽다 보면 깨닫는다. 마지막장에서 찬은 문의 바람을 들어주기 위해 그와의 사진을 지운다. 한 장씩, 한 장씩. 가속도가 붙어 다다른 곳에, 오래 전 알고 지내다 언젠가 잊어버린 누군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듯이. 두 번째 서계수 작가의 <땅속의 귀신들도 이미>는 호러 소설이다. 호러 소설이라니, 짧은 썰 형식의 괴담은 읽어봤지만 호러 소설은 처음이었다. 호러 영화, 호러 웹툰, 호러 소설 중에 호러 소설이 제일 무섭지 않다. 글은 내 상상을 바탕으로 실현되기 때문일까. 내 상상력은 호러에 특화되지 않았다. 오히려 퇴화되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호러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도 신선했다. 소설은 장르 안에 갇히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장르를 넘어서 전하고 싶은 말, 단어의 힘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장르는 그저 수단일 뿐. 작가는 악몽보다 무서운 현실을 쓰고 싶다고 말한다. 주인공 김중호가 그런 인물이다. 세 번째 김청귤 작가의 <여름의 봄>은 환상적이며 동시에 현실적이다. 어떤 사랑은 마치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운명적으로 보이는 순간을 가지고 있더라도 대부분 의도적인 것, 나쁨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달콤한 향에 뒤덮인 것이다. 여름은 차원문을 넘어다니며 운명적인 사랑을 찾아 다닌다. 여름, 가을, 겨울, 세 개의 계절을 걸쳐 반복되는 열아홉 살을 끝낼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운명을 만나는 것. 잘생기고 다정한 강수호는 마치 운명인 것처럼 여름에게 다가오지만 갈수록 본색을 드러낸다. 이 이야기가 나에게 낯설지 않았다. 이미 내 지인을 통해 들어본 이야기였다. 나는 진실한 관계를 기다리고 있다. 사실 나도 운명적인 만남을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닐까. 그래서 연애를 못하나보다. 운명을 만나기에 현실은 그리 아름답지 않고 나는 그걸 잘 알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