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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세계에서 그리 흔하지 않은 단일민족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왔다. 학교에서 배워온 역사대로 단군의 자손이라는 신화에서 유래된 이 믿음은 이데올로기로서 작용했다. 그러나 우리의 기원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이 믿음은 조금씩 균열되는 느낌이다. 나는 역사에 문외한이지만 단일민족이라는 신화에 의구심을 가지고 있던터라, 이 책의 제목을 보고 흥미가 동해 읽게 되었다. 고고학자인 저자는 우리가 단일민족이라는 증명되지 않은 신화를 벗어던지고 유라시아 여러 지역과 끊임없이 교류하며 살아온 우리의 역사를 이 책에 담았다고 한다. 고고학 유물과 DNA라는 과학적 추론을 통해 한민족의 기원을 찾아가는 저자의 노력이 이 책에 오롯이 담겨있다.
저자는 먼저 한반도와 교류했던 북방 유라시아의 문화가 유입된 루트로 세 곳을 꼽고 있다. 첫 번째는 요하의 하류 유역을 통해 비파형동검문화를 발달시킨 원동력이 된 고조선의 길이고, 두 번째는 몽골과 시베리아초원에서 발흥한 유목민의 기마 문화가 들어온 북방 루트, 그리고 마지막은 발해의 성립 기반이 된 동해안을 따라 이루어진 교역 루트이다. 저자는 이 세 가지 루트와 DNA 연구를 이 책의 키워드로 삼는다.
비파형동검은 고조선을 상징하는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유물이다. 청동기를 도입한 시점은 문명마다 모두 다르지만 청동기와 함께 모든 문명이 새로운 사회로 발돋음했다는 것은 특징적인 공통점이라고 한다. 고조선은 분명 역사시대이지만 정작 자신들이 남긴 기록이 없는 원사시대에 해당된다. 중국기록에 고조선이 처음 등장하는 기원전 7세기는 만주와 한반도 일대에 청동기문화가 발달한 때이다. 저자는 청동기가 유라시아 초원에서 내몽골지역을 거쳐 만주와 고조선으로 유입되었을 것이라며, 문물의 유입은 교역과 함께 이루어졌을 것이라고 말한다.
신라를 상징하는 유적은 단연 금관이다. 그리고 황금 문명을 열었던 문화의 시조는 실크로드에 살았던 유목민의 문명인 사카문화이다. 유라시아 초원 문명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특징은 거대한 고분과 금속세공 기술이라고 한다. 그들은 황금을 세공하여 몸에 부착할 수 있는 장식으로 만들었고 이 장식들이 무덤까지 따라갔다. 경주와 중국, 몽골에서 발견된 유물들은 한반도와 중국, 유라시아의 금속 세공기술의 유사성을 확인해주는 유물로, 초원문화가 확산되던 시기 신라까지 들어오게 되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당시의 혼란스러운 정세와도 관련되어 초원의 기술자들이 동과 서로 이동했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신라와의 교류가 이어졌을 것이라고 저자는 고고학적 유물을 통해 추정한다.
저자는 또 우리가 잊어버린 역사로 환동해를 들고 있다. 환동해란 한반도의 동쪽, 중국의 동북부, 러시아의 극동이 감싸고 있는 동해권역으로, 백두대간의 동쪽에서 연해주까지 길게 이어진 동해안 일대의 문화를 탄생시킨 곳이다. 부여의 동남쪽 두만강 유역에는 부여에서 갈라져 나온 옥저가 있었고, 그 북쪽에는 발해에 복속되어 있던 말갈족이 세운 나라 읍루가 있었다. 옥저인들의 발명품인 온돌 유적이 러시아 바이칼 호수 부근에서 발견되고, 선사시대의 유적인 울주 반구대의 그림은 스칸디나비아반도에서 동쪽으로는 아무르강, 북쪽으로는 베링해까지 곳곳에서 나타나는 초원의 예술이라고 한다. 이는 환동해를 따라 남하한 북방 초원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퍼졌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한반도와 북방 유라시아 문화가 서로 교류한 증거로써 청동기, 금관, 환동해의 루트를 살펴본 저자는 마지막으로 최근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DNA를 통한 조상찾기에 주목한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땅의 산성도가 높아 뼈가 거의 삭고 남아있지 않아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전 세계 역사를 보면 빙하기가 되면서 환경이 변하고,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사라졌다 다시 돌아오지만 동아시아는 예외라고 한다. 토기의 발견으로 미루어 보면 2만 년에서 1만5천 년 전부터 꾸준히 사람들이 살았다. 즉 빙하기가 끝날 무렵부터 한반도와 주변 지역에 살던 사람들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남한지역에서만 구석기 시대의 유적이 거의 발견되지 않고 있는 점이라고 한다. 어찌 되었든 저자는 우리가 단일민족이라고 하는 것은 스스로 믿고 싶은 환상일 뿐 생물학적으로 성립할 수 없으며, 기원은 순수하고 우월한 것이 아니라 누가 더 환경에 잘 적응했는가를 가늠하는 기준일 뿐이라고 말한다. 즉 우리 민족은 이 땅에서 살아남기 위해 여러 문화권과 교류했으며, 한민족이 가진 힘은 주변과 단절된 순수함이 아니라 끊임없이 움직이며 지리 환경에 맞게 적응한 생존력에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처럼 고고학에 기반한 상상과 과학적 추론을 통해 한민족이 단일민족이라는 신화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한다. 한반도만이 아닌 유라시아의 넓은 초원지대 문명과 수천 년 동안 끊임없는 교류 속에서 지금의 우리가 있다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가졌던 생각이 우리 스스로의 환상이었음을 돌아보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 추가적인 고고학적 유물의 발견과 DNA를 통한 우리의 기원이 좀 더 상세하게 밝혀지겠지만, 그것을 떠나 우리 민족이 한반도만이 아닌 북방 유라시아의 넓은 초원과의 교류 속에서 적응해왔다는 사실은 우리의 미래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시사해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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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기원은 무엇인가 하는 건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는 주제입니다. 이 주제에 너무 몰입해 한민족의 역사가 수메르를 훨씬 앞서는 그런 대단한 문명이었다고 포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과학과 신화의 합리적인 해석으로 한민족의 기원이라는 주제를 다룹니다. 아쉽게도 삼국시대라 부르는 한국의 고대시대의 사료도 부족하지만 그 이전 고조선 부터 원삼국시대라 이르는 시대는 사료는 더 부족합니다. 중국의 사료와 고고학적 발굴로 예측할 수 밖에 없는데 여기에 DNA라는 도구가 하나 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