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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 승무원과 글쓰기, 쉽지 않은 길을 동행하고 있는 작가가 경이롭다. 그의 삶이 생경하게 느껴지고 그의 글이 새로움을 가득 가지고 다가든다. 아마 그 생경함이 이 책을 읽게 만든 요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비행이라는 것은 안전한 상태가 아니기에 항상 긴장을 해야 한다. 그런 속에서 마음에 떠올리는 생각이 어떨까? 그런 것들이 정리가 될 수 있을까? 승무원으로 기내에서 근무할 때와 땅에 발을 붙이고 있을 때는 마음 상태가 아주 다르리라고 생각한다. 땅에 있을 때는 하늘에 있을 때의 그 기억을 떠올리고 싶을까도 생각한다. 아마 보편적이라면 긴장을 놓아버리고 싶지 않을까
조카가 비행기를 조종했다. 공군사관학교를 나와 조종사의 길을 걸었다. 비행기를 타고 운행할 때의 그 스릴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고 한다. 전투기를 몰 때는 속도가 대단하기에 긴장감이 말 할 수 없을 정도라 한다. 촌각을 다투는 결정과 섬세한 움직임도 주시해야 하는 상황에서 다른 것들을 생각할 여력이 없다고 한다. 조종사가 아니더라도 승무원들은 비행기에서 많은 시간의 삶을 지닌다. 그리고 하늘을 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늘 긴장감을 놓지 않아야 하는 것이 승무원의 자세다. 그런 상황에서 어찌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있을까? 비행기 승무원과 글쓰기의 관계가 나에게 심히 신비로운 이유다. 저자는 그 길을 가고 있다. 그러기에 이 책을 통한 저자의 삶에 대하 궁금함과 기대감은 무엇보다도 높았다고 할 수 있다.
책은 3개의 장으로 나누고 단편적인 얘기들을 풀어서 제시하고 있다. <마음을 지켜내는 일> <뒤에서 닫히는 문> <사람만이 가능한 일> 등의 세 개의 항으로 묶어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비행기 속에서 사는 일들을 떠올릴 수 있게 하는 항목들이다. 비행기를 탄다는 것은 자신과의 싸움이 지대할 것으로 여겨진다. 그 싸움이 언어가 되고 있다. 문이 닫히고 밀폐된 공간이 될 때 이제는 하나의 항아리 안에 들어있는 생사의 공유하는 사람들과의 연대감은 대단할 것이다. 그 나눔, 그 하나 됨 등은 소중한 기억이리라. 이런 이야기들이 사람이기에 가능한 이야기다. 그들을 떠올리고 다스려나가는 일들이 내 마음에도 새로운 세계의 한 모퉁이를 공유하는 기회로 다가가게 한다.
“애초부터 마음이라는 게 없었던 것처럼/ 그래야 사람들에게 상처받지 않을 수 있어요.” 기내에서 생활하면서 쉽게 말에 의해서 상처를 받던 저자에게 어느 선배가 해준 말이다. 수많은 다양한 사람들과 공통의 공간에서 만나면서 자존심과 개인적인 마음을 가졌을 때 가질 수 있는 아픔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조언이다. 이 말이 저자의 생활에 좌우명이 되어 자신을 지킬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자신을 꼿꼿하게 내세우다가 일어날 일을 미연에 방지하는 거다. 참 지혜로운 마음 상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마음 상태가 되면 어떤 사람이 어떻게 말을 해 와도 마음을 비우고 도와줄 수가 있다. 유니폼은 그런 마음 상태를 만드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저자의 마음이 산문과 운문으로 처리되어 있다. 한 편의 운문으로 자신의 삶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그것을 풀이해 보여주는 이중적 구조로 만들어진 글이다. 이 방법은 저자의 마음을 간단명료하게 읽을 수 있고 또 미진한 부분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읽게 한다. 저자의 마음이 세밀하게 다가오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터뷸런스는 ‘유속이나 압력 등이 불규칙적으로 변하는 유체의 흐름’을 말한다. 승무원들은 많은 시간 터뷸런스를 많은 시간 겪는다.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갑자기 찾아와 언제 끝날 줄 모르는 터뷸런스// 끝을 알 수 없기에 얼마나 더 안간힘을 써야/ 캄캄한 먹구름 속에서 벗어날지 모르는 상태// 인생의 한 구간을 자신만의 보폭으로/ 성실하게 걷고 있을 뿐인데/ 터뷸런스은 예보도 없이 찾아온다. 비행하면서 느끼게 되는 공포의 순간을 이렇게 운율적인 언어로 표현하고 그것을 실제의 경험을 이용해 산문적으로 표현한다. 이런 표현 방법이 글의 많은 부분을 이루고 있다. 색다른 표현 방법이 상큼하게 다가온다.
출근과 함께 옷을 갈아입고 비행기에 오른다. 그들의 하루는 어느 누구보다도 길다. 늘 같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도 그런데, 초긴장 상태로 있어야 하니까 더욱 그렇다. 그러기에 비행기에서 내리면 다른 무엇과도 어울리고 싶은 마음이 되지 않는다. 퇴근길에 누가 뒤에서 불러도 돌아보지 않는다. 그것은 쉬고 싶다는 다른 말이다. 그만큼 긴장을 하는 상황에서도 글을 쓰고, 마음을 다스리고 했을 저자의 생활은 기내 삶은 어려움을 잊고자 하는 마음도 있을 게다. 개인적인 일을 하면서 승객들과 관계가 어색해 지는 것도 마음의 상처가 된다. 모두가 어려운 삶이다. 그 마음들이 적나라하게 우리들에게 들려온다. 읽고 있는 상태에서 아픈 정서가 공유되는 것을 느낀다.
시간의 흐름이 이별의 순간에 못 박힌 것처럼 느껴지던 날, 나 또한 마음이 구겨진 채 기내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때처럼 사무실 직원의 삶이 부러울 때가 없었다. 자신의 기내에서의 삶에 대한 아픔이 적나라하게 표현되고 있다. 이별, 두려움, 트라우마, 격앙된 상황, 손님들의 심리적 상태 등이 외부환경과 더불어 항상 요동하는 하늘 공간에서의 삶이 땅에 근무하는 직원들에 대한 부러움으로 치장되어 나타나고 있다. 얼마나 아팠으면 그런 표현이 사용될까? 그 마음이 절절하게 다가온다.
세계의 유수한 곳을 다닌다. 그것이 여행의 개념이라면 넉넉한 마음과 풍요로운 삶이 될 것인데, 로마도 뉴욕도, 파리도, 런던도 다른 곳들도 숙소로만 남는다. 그냥 지쳐 술로 몸을 달래고 숙면을 취하고자 노력한다. 사람들이 그렇게 아름답다고 얘기하는 도시들이 낭만보다는 몸과 마음이 부대끼는 공간이 되는 것이 승무원들의 삶이다. 그런 상태에서 긴장감을 풀어내고 도시의 거리라도 거닐어 볼 수 있으면 그것을 축복받은 삶의 태도다. 하지만 거의 그렇게 하지 못한다. 내일에 대한 걱정과 심리적 상황 때문이다. 손님들이 그리 아름답게 여기는 도시들도 저자에게는 하나의 정거장과 숙소로 남는다. 아픔이 아닐 수 없다.
기내에서 가장 어려운 일 가운데 하나는 비행기가 요동칠 때 화장실 가야 한다고 손님들이 일어서는 경우다. 어쩔 수가 없다. 터 뷸런스가 짧을 때는 별 문제인데, 길어질 때 손님들의 간절한 눈빛을 보면서 어쩔 수 없는 상황들이 많이 있다. 원칙은 터뷸런스가 일어날 때 손님들은 안전을 위해 벨트를 매고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원칙대로만 살아지는 게 아니고 그런 결정을 해야 할 때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런 극심한 스트레스의 유일한 탈출구가 비행이 끝났을 때 술을 마시는 일이라고 한다. ‘얼마나 아플까?’를 느껴볼 수 있겠다.
자신은 원래부터 만개한 꽃이었다는 사실을 잊은 채로, 화려한 미소와 좋은 향기만 유지하면 꽃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믿으면서 , 오늘도 서서히 조화가 되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본래의 모습을 전부 잃어간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잠시 멈춰서 창가에 비친 내 모습을 들여다본다. p 80 글을 쓰는 이유를 읽어볼 수 있는 부분이다. 자신의 본 모습이 상실되어 가고 상품화 되어 간다는 생각은 자신을 힘들게 한다. 기내의 제복이 화려하게 보이는 듯하지만 삶이 없는 생활이다. 개성이 없고 고유한 향기가 없다. 시들 꽃조차 없는 생활, 그것을 이겨나가기 위해 언어를 선택한 저자라고 마음에 온다.
이 책이 그런 저자의 심리적 위로를 겸하는 것이리라 생각한다. 우리의 현실을 살아내야 꿈도 꿀 수 있다고. 꿈꾸기 위해서 이 닫힌 문 안에서도 살아내 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스스로를 단속하고 긍정하려 애를 쓴다. 현실을 이겨야 미래도 있는 것이라고. 미래를 꿈꾸는 일에는 과거가 많이 동반된다. 과거는 늘 사진으로 함께 한다. 사진은 그리움이 되고 그리움은 미래에 대한 약속이 된다. 그 수단의 한 가지로 언어가 되고 그림이 된다. 마음에 품은 것들을 채색해 나갈 수 있게 되는 것도 현재를 이길 때 가능한 일이다. 그 현재에 위로가 되는 것이 사진이요 언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저자의 미래가 되는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일이 고되다고 투정을 부리면서도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사람들을 마주하며 생각지도 못했던 기억과 마음이 하나로 연결되는 그 순간을 잊을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p202 먼 미래의 모든 일이 기계로 대체될지라도/ 최후까지 살아남을 사람의 일 p203
자신의 직장에 온전히 만족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 듯하다. 특히 생명을 담보로 하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더할 것으로 여겨진다. 원양어선이나 외국을 다니는 비행기를 타는 사람들이 도리를 다하는 삶을 살기는 힘이 든다. 저자도 가까운 사람들이 운명할 때 옆에 있기가 지난했던 경험을 얘기하고 있다. 자신은 운이 좋아 곁을 지킬 수 있었던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다고 한다. 이런 일을 많이 당할 경우 과연 이렇게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도 가지게 된다. 하지만 그런 일들을 계속하게 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사람의 일이기 때문이다. 소통이 있고 교류가 있는 사람의 일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많은 어려움을 상쇄하면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게 하는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다. 지신의 일에 긍정의 마음을 지니는 인식은 보배롭다. 모두가 지녀야 할 생각이라고 여겨진다.
많은 내용들이 승무원으로서의 고민과 아픔, 그리고 삶을 그리고 있다. 더러는 아픔으로, 더러는 간절함으로, 더러는 긍정으로 그리고 있다. 하지만 특수한 상황에서의 일은 특별한 많은 심리적 상황을 만들고 있다. 그런 마음들이 언어로 채색되고 있다. 저자의 리듬이 담긴 언어들이 마음에 많이 감기어 온다. 그것을 읽고 도움을 받으면서 산문을 읽을 때 내 의식 속에서 조화를 이룬다. 비행일지, 숨 막힘과 아득함, 아픔이 가득히 담겨 있는 언어다. 이 글들도 그러한 것들을 해소해 나가고자 하는 저자의 노력이 아닐까? 비행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잔잔하면서도 애처롭게 내 마음에 들어온다. 절절한 마음이 담겨진 특별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간접 경험이 나의 삶의 폭을 넓혀 나간다. 비행사인 조카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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