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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비무장지대 DMZ는 전쟁이 있었다는 흔적이자, 아직도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는 징표이다. 하지만 인간 없는 70년 세월은 그곳을 사람과 자연이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생태의 보고(寶庫)라 할 수 있다. 이념이나 호오(好惡), 빈부도 없이 각종 생물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국립생태원은 2015년부터 2020년까지 DMZ 일원을 5개 권역으로 나눠 생태계를 조사했다고 한다. 그리고 조사를 하면서 얻은 정보와 사진들을 책으로 펴냈다. 이 책 [DMZ 생태로 만나는 디엠지 이야기]는 DMZ 일원의 동식물 이야기와 함께 DMZ의 정의나 생태문화지도 등 한반도 DMZ에 관한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생명 이념이라는 대의명분 아래/생명이 짓밟히고/인간의 이해관계에 의해/인적이 사라진 곳.//참으로 아이러니하게도/바로 그곳에서/생명은 더욱 다양하고/풍요로워졌다. (15쪽) DMZ 일원의 생태계 조사에는 제약조건이 많다. 그중에서도 조사를 가장 제한한 것은 안전이 답보 된 곳에서만 조사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수많은 지뢰가 널려 있는 그곳에서 그저 눈으로 보이는 곳, 발을 디딜 수 있는 곳, 무인 센서 카메라를 설치할 수 있는 곳에서만 조사가 진행되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DMZ 일원에서 확인한 생물 종 수는 우리나라 전체 생물 종 수의 16.5퍼센트인 4,315종이었다. 이 중에는 우리나라 고유종 138종과 멸종위기 1급 종 7종, 2급 종 37종이 포함되어 있다. 특정 지역의 생태계를 대표하는 주요 동식물인 깃대종으로는 두루미, 재두루미, 산양, 사향노루, 버들가지, 반달가슴곰 등 6종을 꼽고 있다. 책에는 식물, 포유류, 조류, 양서·파충류, 육상 곤충, 어류, 저서성대형무척추동물, 거미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조사한 생태계의 모습을 동식물 사진과 함께 싣고 있다.
긴장 마치 이곳이/한때 아픔의 땅이었다는/사실을 잊지 말라는 듯,/곳곳에 나타나는/경고의 표지판//끝나지 않은 전쟁은 그렇게,/아직 우리 삶의 지척에/있음을 깨닫는다. (11쪽) 비무장지대인 DMZ는 군사분계선(MDL)을 중심으로 남북 각 2킬로미터의 지역, 즉 북방한계선(NLL)부터 남방한계선(SLL)까지의 공간을 말한다. DMZ 일원이란 군사분계선에서 민간인 통제선(CCL)까지와 그 인근 접경지역을 뜻한다. 민간인 출입 통제구역인 민통선(CCL)은 군사분계선으로부터 10킬로미터 이내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철책선은 남방한계선에 설치되어 있다. 일반전초인 GOP는 철책선에서 경계근무를 하는 초소를 말하고, 경계초소인 GP는 군사분계선과 남방한계선 사이에서 DMZ를 관측하는 초소이다. 군사분계선은 임진강에서 동해안까지 248킬로미터이며 200미터 간격으로 나무말뚝 1,292개가 박혀있다. 지금은 시간이 오래되어 대부분 유실되거나 일부 보수된 상태라고 한다. 이러한 DMZ는 전 세계에 남극과 한반도 DMZ를 포함하여 모두 12개가 있는데, 역사적 배경이나 분쟁 양상에 따라 성격이 다양하다. 그중에서 가장 중무장 되어 있는 곳이 바로 한반도 DMZ라고 한다. 책에는 이처럼 DMZ와 관련하여 우리가 미처 모르고 있었던 것까지 다양한 내용을 수록하고 있다.
평화 지도 위에 그려진/선을 따라 말뚝이 박히고/철책이 세워졌다.//그러나 먹이와 쉼터를 찾아/자유로이 날아다니는/철새들에게/그것은 아무런 장애물이/되지 않는다. (16쪽) 책에는 이 밖에도 DMZ 박물관(강원도 고성)이나 DMZ 자생식물원(강원도 양구) 같은 DMZ 일원의 생태문화 공간과 생태평화에 힘쓰는 사람들을 소개한다. 우리가 말로만 듣던 DMZ를 사진을 통해 생생하게 보여주고 생태문화 공간은 직접 찾아가서 역사와 생태를 알 수 있게 해준다. 한계와 위험 속에서도 연구원들이 조사한 결과물은 우리에게 DMZ의 인문과 지리, 생태를 보여주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요 쉴새 없이 울려 대던/포화와 총성 너머로/마침내 찾아온 고요의 시간.//자연은 느리지만/한 발짝씩/회복의 걸음을 내디뎌/스스로 치유의 길에/나섰다. (12쪽) 군 생활을 경기도 연천에서 했다. GOP 근무도 해보고 GP 근무도 해보았기에 DMZ와는 친근한 편이다. 물론 당시에는 아무런 관심 없이 시간이 흐르기만을 고대하며 지낸 날들이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우리가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알지 못하는 곳, 책에는 DMZ에 관한 모든 이야기가 실려있다. 생태에 방점을 찍고 있지만 어쩌면 DMZ 또한 우리가 보존해야 할 유산이란 생각을 해보게 만드는 책 읽기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