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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너였던 나>?...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는데도 선뜻 책에 눈길에 갔던 것은 보라색 표지 때문이었다. 단색, 그것도 보라색 하나로 표지를 꾸민 데서, 작가나 출판사의 강한 자부심을 느꼈다. 결론적으로 예감은 틀리지 않은 것 같다.
작가는 삶에 대한 열정으로 불타는 사람이다. 그리고 자유롭길 원한다. 우주의 품에 안긴 연(kite)처럼. 그런데 작가는 마냥, 불타기만 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아마추어의 길에 지나지 않기에. 작가는 제대로 타고, 의미 있게 타길 원한다. 그 ‘제대로’와 ‘의미 있게’ 가 무엇인지 규명하고, 실제로 적용하기 위해 작가는 끊임없이 노력한다. 공부하고, 사색한다.
작가는 순간을 잃지 않으려고 애쓴 듯도 하다. 찰나 속에서도 자신을 보고, 주변에 자신을 투영하고, 그 속에서 자신의 나아갈 바를 끊임없이 생각해보고 교정해 나가면서. 흘러가는 사물들 가운데 자기 자신을 방치하는 것을 싫어한다. 찰나를 잡아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내고, 스스로를 더욱 튼튼하게 붙들어매는 밧줄로 삼을 줄 아는, 강한 사람이다.
이 책의 목차 구성(생활 속의 존재, 존재 속의 사색, 사색 속의 진리, 진리 속의 공감)을 보면 삶을 대하는 작가의 방식을 비교적 쉽게 짐작할 수 있는데, 요약하자면 작가는, 생활에서 부딪히는 존재들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그 생각의 끝에 삶이 숨겨놓은 진리를 깨달으며, 그 진리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이웃들과 공감하는 방식으로 인생을 공부하는 것 같다. 이런 사이클이 반복되지만 매번 같지 않도록, 매번 치열하게 노력함으로써 삶을 더 다채롭게 깨우쳐 가는 것. 그런 삶을 작가는 지향하는 것 같다. 어쩌면 페미니즘도 나와 나의 삶에 대한 깊은 사색과 깨달음의 한 결과물일 것이다.
그렇지만 동시에, 작가는 실패하고, 아파한다. 치열함은 외적 성취를 가져다 주지만 내적 외로움과 자신의 상처를 보듬는 것은 오롯이 자신의 몫이기에.
책은 이처럼, 작가가 생에 대한 넘치는 열정의 방향을 잡아가는 과정, 그 방향을 제대로 잡기 위해 스스로 통제하고, 공부하고, 사색하고, 실패 중에 다시 마음을 다잡는 여러 가지 시도들에 대한 얘기들로 가득하다. 뜨거움을 지켜가고, 절제를 통해 유지해가는 방식, 그런 방식이 작동했던 상황들, 그 상황들을 기억해내는 마음가짐에 대한 얘기가 때로는 선문답처럼, 때로는 영화처럼 그렇지만 과하지 않게 그려진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표지, 보라색은 작가를 잘 표현하는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한 색깔이란 생각이 들었다. 붉은색에 파란색을 섞으면 보라색이 된다. 뜨거운 열정에 차디찬 절제를 섞을 줄 아는, 작가는 보라색이다. 책은 이런 보라색 글자와 의미들로 가득하다.
<언젠가 너였던 나>는, 앞으로 작가와 같은 처지에 놓여 이 비슷한 고민을 하게 될 독자들에 대한 선배의 따뜻한 손인사로 느껴졌다. 이렇게 해, 이렇게 하지 마...류의 얘기가 절대 아니다. 그래서, 쉽지 않다. 난이도로 치면 ‘상’이다.
그렇지만 세대를 뛰어넘는 연대의 손짓 앞에, 나는 잠자코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나 스스로를 돌아볼 수밖에 없었다. 먼저 길을 걸어가며 많은 것을 성취해 낸 작가의 손인사를 받을 준비가 돼 있는지 스스로 확신은 없지만, 작가처럼 나답게, 치열하게 살아보고 싶단 욕심이 스멀스멀 생겨난다. 언젠가, 미래의 나를 더 사랑할 수 있도록.
이 책은 이런 다짐을 하게 하는 힘이 있다. 터질 것만 같은 이 열정, 이 마음을 주체할 수 없는 사람에게는 다소 쿨함을, 지금처럼 이렇게 계속 살아도 될까 싶은 사람에게는 은은하게, 열정의 따귀 한 방을 선사한다. 뭣이 중헌디? 삶. 바로, 나의 삶! 다음에는 좀 더 빨간색에 가까운 표지의, 작가 후속작이 나오길 바라본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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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남녀를 불문하고 누구나 홀로 선다. 홀로 서야 타인과 더불어 살 수 있다. 카렌이 그랬듯, 홀로 가는 여정에 별처럼 반짝이는 인연들로 비단을 짠다. (58쪽)" 나는 유정아님께서 저술하시고 <마음의숲>에서 출간하신 이책? <언젠가 너였던 나>를 읽다가 윗글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아~ 윗글의 내용이 정말 확와닿았다. 동시에 내가 즐겨 읊던 <홀로서기>란 시도 생각이 났다. 정말 인간은 빈손으로 홀로 태어나 빈손으로 혼자 떠난다. 윗글에 나오는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카렌도 고향을 떠나 아프리카 땅에 자리를 잡고 홀로 살아가는 강인한 여인이라 생각되었다. 글고 이책의 저자이신 유정아님께서는?1989 ~ 1996년 KBS 아나운서로 일했다. 이후 서울대학교 말하기 강의와 프리랜서로 방송, 음악회 진행 등을 했고, 연극ㆍ영화 등에도 출연했으며 다수의 저서들을 저술했다. 그리하여 이책에서는?아욱 - 생활속의 존재, 성당 - 존재속의 사색, 봄 - 사색속의 진리, 표절 - 진리속의 공감 등 총 4부 359쪽에 걸쳐 프리랜서로 활약중이신 저자께서 일상의 단상들을 이 한권의 산문집에 담담하게 담으셨다. 유정아... 나는 예전부터 유정아님을 잘알고 있다. KBS 아나운서로서 탄탄하게 앞길이 보장되었지만, 프리를 선언해 프리랜서로 당당하게 활동하는 그녀... 강사, 칼럼니스트, 연극배우, 영화배우로도 활발히 활동하는 그녀... 근데, 세상에나 정치에도 뛰어들어 자신의 이상을 널리 전파하는 등 종횡무진 활동하다 제6대 노무현 시민학교 교장직책도 훌륭하게 소화하던 그녀...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던 저자를 잘알기에 이책에도 관심이 많았는데 솔직담백한 저자의 이야기에 푹빠졌다. 나는 특히, 개인의 사생활이어서 아픈 손가락일 수도 있는 상황들도 진솔하게 들려주시는데 놀라기도 하였다. 저자의 솔직담백함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맥도날드 햄버거집에서 느끼는 세가지 슬픔의 이유도 공감되었다. 그래서, 나는 유정아님께서 저술하시고 <마음의숲>에서 출간하신 이책 아주 잘읽었고 이에 나에게도 뜻깊은 독서가 되었다. 그래서, 이책은 유정아님께서 진솔하게 들려주시는 삶의 단상들을 듣고싶으신 분들께서는 놓치지않고 꼭읽어보시길 권유드리고싶다. 지금도 생각나네... 저자께서 들려주셨던 다음의 말씀이... "내가 책이기를 바란다. 읽힌 책이고 싶다. 보잘 것 없지만 온전한 하나인 나를 헐고 무너뜨리고 나누어, 시원의 정신과, 다가올 미래와, 세상을 지나며 비슷한 것을 염려하는 당신과 연결되고 싶다.(356쪽)" (출판사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후기 정성껏 써올립니다. 근데, 중학교시절에 도서부장도 2년간 하고 고교 도서반 동아리활동도 하는 등 어려서부터 책읽기를 엄청 좋아하는 독서매니아로서 이책도 느낀그대로 솔직하게 써올려드렸음을 알려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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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언젠가 너였던 나』는 에세이다. 신변잡기를 적은 에세이가 아니라, 페미니즘과 인간의 삶, 삶의 진리에 대해 썼다. 주제가 무겁다. '언젠가 너였던 나'란 제목만으로는 도저히 짐작할 수 없는 주제다. 저자 유정아는 「프롤로그」를 통해 쉽지 않은 질문을 던진다. "지금 여기의 나는 과거의 '나'들의 총합인가?" 그렇다면 미래의 나는 지금 여기의 나까지를 포함한 나일 것인가? 미래의 우리는 지금 여기에 이른 우리가 어떤 태도로 나아갈 때 보다 아름다울 수 있을 것인가? 저자는 시작부터 강렬한 느낌의 가설을 내세운다. 어쩌면 우리 사회 문제, 혹은 인류 삶의 문제에 대한 사유를 시작할 때 필요할 듯한 명제들이다. "작금의 이성주의적 시선들은 역사가 축적해 길어 올린 것이지 뜬금없이 외부로부터 침입한 것이 아니다. 한 평범한 인간의 궤적 안에서도 그 시선들은 자라왔다. 여성인 나만이 아니라 남성이나 그 시각에 반대하는 누구라 할지라도 자신 안에 상처 받은 약자가, 소수자가 들어 있다." 저자의 전제는 매우 단호하다. 반대할 수 없는 명확한 전제나 명제를 글의 서두에 내놓는 것은 자신의 사유가 진리에 가깝다는 것을 증명할 때 주로 사용한다. 여성주의자들은 누구든지 상처 안에 소수자가 들어 있기 때문에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는 전제 말이다. 저자는 다시 설명을 붙인다. '여성'이 들어가 있을 뿐 여성주의는 여성만을 위하자는 것이 아니다. 강자와 승리자만의 세상은 오래 가지 못함을 역사는 말해준다는 저자의 주장이 예사롭지 않다.
저자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신(神)이 있다고, 대문자(God)가 아니라 소문자(god)로 자신을 낮추는 신이 있다고” 말한다. 그 신은 남과 여를 갈라서 사랑하지 않고 수염이 없는 자와 수염이 있는 자를 차별하지 않는다고 역설한다. 인간은 인간이라서 지닐 수 있는 마음과 만들어낼 수 있는 기적이 있다. 신만큼 대단하지는 않아도 신을 본떠 그 다정함을 닮을 수는 있다. 나 아닌 ‘너’에게서 내 흔적을 찾을 수 있고 그 기억으로 너를 공감하며 너의 옆에 같이 설 수 있다. 저자는 다시 말한다. “신이 있다면 그에게는 성령이나 천사가 아니라 사람을 보낼 것 같았거든요.” 사람이 사람의 옆에 서는 기적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이 같은 저자의 인식은 아마 기독교 문화권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주장일 수도 있다. 어쩌면 인류학이나 생물학, 문화인류학 등 과학 부문에서는 가능성을 말하더라도. 저자의 남녀 구별이 없는 원시(태초) 시대를 말하는 것이라고 받아들여진다. 1부 1장 「부치지 않은 편지-아욱」에서 주장을 뒷받침하는 전설 같은 주장도 이어진다. 사실상 이 책의 첫 부분에서 전설을 이야기하고 있는 이유는 아마 남녀 구별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라고 생각된다. 이 장에서 저자는 독일의 수도원에 힐데가르트. 폰 빙엔(1098~1179)이 살았던 12세기 중반. 장소는 아직 칭기즈칸(1162~1227)이 세계를 제패하기 위해 이 지역을 휩쓸기 전의 중앙아시아다. "어느 날 황양의 한쪽 목초지에 차려진 흉노의 천막에서 붉고 찬 기운의 남자아이와 검고 울지 않는 여자아이가 한꺼번에 태어났어요. 물론 세상으로의 완벽한 동시 입장은 아니어서 여자아이가 먼저 엄마 뱃속에서 나왔고 조금 시차를 두고 남자아이가 떨어져 나왔지요."(p.13)
아이들이 자라며 자신들이 좋아하는 야채죽의 야채 이름이 무엇인지 어미에게 물었다. 검은 고요는 자신의 이름을 못 전하더라도 그 야채의 이름만큼은 아이들에게 일러주고 싶었다. 형제와 함께 좋아하던 그 야채. 검은 고요는 온 힘을 다해 입을 벌려 발음해 보았다. "아-흑-." 애정과 그리움과 사무침이 그의 입에서 터져 만든 말이었다. 아흑. 그렇게 중앙아시아의 동규 혹은 파루초는 이 땅으로 와서 '아흑'이 되고 '아옥'이 되었다가 오늘날 '아욱'이라고 부르는 채소로 남았다는 인류 창조 신화를 이야기한다. 검은 고요는 어떻게 됐을까? 책에 따르면 늘 말 달리던 검은 고요는 말에서 내린 삶을 받아들였다. 한곳에 머무르며 아흑을 기르고 거두고 끓여먹으며 사는 삶. "탈출하는 길을 발견한다면 그 누구도 마다치 않는다"라고 한 이븐 할둔(1332~1406)의 『역사서설』 속의 글처럼, 정주의 삶이 초원의 삶보다 좀 더 편안하다고 느꼈을지도 모른다. 달라진 삶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것 또한 용기와 담대함일 수 있다. 하지만 늘 가슴 한편에서는 말 위에서 보던 풍경이 그리웠고, 그 속도를 잊지 못했고, 빨리 살고 빨리 죽는 황야의 삶, 죽어서 자연으로 돌아가는 삶이 익숙하다 여겼다. 검은 고요는 자신이 낳은 두 아들을 깊이 사랑했지만 검은 고요가 더욱 깊이 사랑하는 건 그와 함께 세상에 나온 형제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형제이자 자기 자신이라고 여겼던 소년. 말 못하는 자신의 몫까지 수많은 이야기를 머금은 채 굳게 다문 입술. 자신이 따스하게 잡아주던 붉게 찬 손. 검은 고요가 진정으로 그리워한 건 나였던 너, 남성과 여성을 넘어선 자신, 말하는 자이자 말 안하는 자, 붉고 찬 자이자 검거나 따스한 자, 말과 함께 살아가던 저 너른 들의 존재들이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아욱은 형제의 굳게 다문 입술 같은 단어이라는 것. 그 입술 너머의 접촉이자 침묵이다.
독자로서는 난감하다. 저자의 글이 너무 수준이 높은 데다가 인용되는 부분 역시 처음 듣는 이름의 연속이고, 또 내용조차 쉽게 수긍이 안 되어서 더욱 당황스럽긴 하다. 그러나 정준희(언론학자, KBS 열린토론, MBC 100분 토론 진행자)의 추천평을 읽고서 내용의 이해에 좀더 다가갈 수 있다. "유정아라는 인물 안에, 우아함과 소년스러움이라는, 성별과 나이를 가로지르는 복합적 품성이 병존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던 이유를 마침내 이 책을 통해서 확인한다. '성(城)안에 살면서 성(性)에 갇혀 있지 않은 만능 마녀'와 그런 '사람(을) 볼 줄 아는 소년'에게 내지른 만세는 아마도 작가 자신의 네 가지 자아상 모두를 향한 환호성이었을 테다. 그/녀의 성(城/性/聲) 안에 가꿔온 도서관과 화실, 정원과 호수를 구경하러 온 여러분 앞에서, 이 소년/마녀는 “손님이 오실 줄 몰라 머리 손질을 못 했다”라며 머쓱하게 그러나 주저 없이 투구를 벗을 참이다." 추천평과 다음 저자의 페미니즘적인 주장을 읽어보니 비로서 말뜻이 이해되기 시작한다. "페미니즘은 여성도 남성같이 힘과 권력을 가지자는 것이 아니다. 과도기적으로 권력을 가져야만 바꿀 수 있다면 수단으로서는 가질 수 있겠지만 궁극에는 다 같이 힘을 빼자는 것이다. 힘과 권력의 개념 정의를 다시 하자는 것, 누구나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하지 않아도, 못해도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보자는 것, 뺌으로써 더할 수 있는 다른 셈법을 가져보자는 것, 돌고 돌아 다시 남성의 세상이 올 것이라는 위로를 건네는 것이 아니라 그런 구분 없이 다른 차원의 세상을 향해 가자는 것, 좀 더 공상해 보면 남녀 구분 없이 ‘헤아리는 더듬이’를 가진 새로운 종의 출현을 기다려보자는 것이 내가 이해하는 페미니즘의 깊이이다."(p.30)
어떤 작가의 문장은 과거의 문장이 현재에도 시사성을 가진다. 과거에 이미 현재의 지점을 앞서 고민하고 문장으로 적어내는 것, 이를 진보라 표현해도 될 것이다. 유정아 작가는 과거의 삶에서도 페미니즘으로 사유하고 깊이 있게 현상을 바라봤다. 페미니즘이 가시화되기 이전부터 삶으로써 이를 직감하고 문제를 제기했던 작가의 문장은 현재에도 그 가치가 희석되지 않는다. 오히려 현재에 날카롭게 회귀하여 우리의 지금을 다시 고민하게 만든다. “헤아리는 더듬이”는 타인의 슬픔을 공감하며 연대로 나아갈 것이다. 무지개 빛깔로 거리를 채우며 자신들의 목소리를 공유하기도 할 것이고, 환경을 위해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운동을 실천하기도 할 것이고, 바로 옆의 여성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도 할 것이다. 혼자서 부르짖던 작가는 연대의 움직임을 미리 예견했을지도 모른다. 그 예견이 미래(지금의 현재)에는 당연한 문장이 되길 소망했을지도 모른다. 유정아 작가의 과거를 들여다보면 현재의 삶은 어떨지 저절로 궁금해진다. 과거에 지녔던 가치관이 현재에는 어떻게 변모하고 예리하게 다져졌을지 호기심과 기대가 싹튼다. 궁금증은 과거를 진보적으로 살아왔던 작가이기에 현재를 누구보다도 적확하게 살아가지 않을까라는 믿음에서 비롯된다. 또한 이 궁금증은 2000년대 이전의 ‘진정성’으로부터 경험한 희망에서 비롯된다.
"수염 없는 삶을 택하겠다는 작은 의지 하나 수용할 수 없는 사회는 엄청난 바람이 불어 버림받아 보아야 한다. 세상에서 버려져야 할 것은 그 의지를 가진 존재가 아니라 바로 그 사회 자체이다."(p.181) 위의 문장을 보며 어떤 이는 성별 구분에 맞서는 여러 인물이 떠오를 것이고 또 어떤 이는 현 사회의 세태를 가늠해 볼 것이다. 세상에 버려져야 할 것은 의지를 가진 존재가 아닌 사회 자체라고 말하는 작가의 문장은 비장함과 의지를 가진 존재에 대한 슬픔이 공존한다. 의지를 가진 존재들의 희생으로 우리는 조금씩 진보했다. 그 진보의 자리에 서 있는 자들은 슬픔을 함께 통념해야 한다. 진보는 과거를 올바르게 애도하는 데서 시작된다. 잊지 말아야 할 순간을 잘 애도하고 그 힘으로 다음을 도모하는 것. 거기서 미래라는 창구가 열릴 것이다. 저자의 과거의 문장이 지금의 현재를 예감했듯이 현재의 문장은 미래의 어느 날을 예감한다.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역사적 데이터와 현재의 트렌드를 잘 읽어나갈 때 가능하기 때문이다. 작가가 주목한 미래의 창구는 김초엽 작가에게서 시작된다. "김초엽의 작품 속 존재들은 성이 지워진 채 유기체로서 삶을 살아간다. 두 가지 성(性과 姓) 모두 여간해선 드러나지 않는다. 여전히 약자와 소수자가 존재하고 차별과 배제가 남아있고 약탈과 희생이 따르고 장애와 고통이 선명하지만, 전 우주로 공간이 확장되고 미래로 시간이 확장된 김초엽의 세계에서 두 성이 지워진 존재들은 한결 숭고한 차원의 고민을 한다. 숭고한 고민의 세계로의 초대가 김초엽의 미덕이다. 그 묵직한 초대가 고맙기 그지없다.(p.295-296)
이 책은 모두 4부로 구성돼 있다. 1부 〈아욱-생활 속의 존재〉, 2부 〈성당-존재 속의 사색〉, 3부 〈사색 속의 진리〉, 4부 〈표절-진리 속의 공감〉이다. 각 부에는 모두 60의 장이 마련돼 독자들을 기다린다. 아직 완전히 저자의 글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각 부의 제목으로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생활 속의 존재-존재 속의 사색-사색 속의 진리-진리 속의 공감'은 집중해 살펴볼 작정이다. 책의 내용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저자의 의도적 제목 배치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고 싶은 내용을 독자가 이해하는 수준에서 표현한다면 미래에는 우리들이 남성과 여성의 구분이 아닌 좀 더 고차원적인 문제를 직면하게 되지 않을까 예측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화 속 인간의 태초의 모습이 남성과 여성으로 구별되지 않았듯이, 우리의 내면에는 그 진실이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는 주장이다. 남성과 여성이라서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인간이기에 해야 하는 일이 우리 자신에게 담겨 있는 것이다. 이는 역사적 순간들이 보장하고 현재의 문장들이 꿈꾸게 만든다. 미래의 우리가 성별의 구분과 상관없이 인간으로서 인간 옆에 서는 일을, 우리는 상상하고 실현하게 될 것라는 저자의 주장에 공감한다.
저자 : 유정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사회학과와 연세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을 졸업했다. 1989~1996년 동안 KBS 아나운서로 일했다. 이후 서울대학교 말하기 강의와 프리랜서로 방송, 음악회 진행 등을 했고 연극 <죽음에 이르는 병>, <그와 그녀의 목요일>과 영화 <재회>에 출연했다. 영화 <재회>는 베를린영화제에 출품되었다. 저서로 《언제나 지금이 아름다운 여자》, 《클래식 에세이 마주침》, 《유정아의 서울대 말하기 강의》, 《클래식의 사생활》, 《당신의 말이 당신을 말한다》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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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너였던 나 저자 : 유정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사회학과와 연세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을 졸업했다. 1989~1996년 동안 KBS 아나운서로 일했다. 이후 서울대학교 말하기 강의와 프리랜서로 방송, 음악회 진행 등을 했고 연극 <죽음에 이르는 병>, <그와 그녀의 목요일>과 영화 <재회>에 출연했다. 영화 <재회>는 베를린영화제에 출품되었다. 저서로 《언제나 지금이 아름다운 여자》, 《클래식 에세이 마주침》, 《유정아의 서울대 말하기 강의》, 《클래식의 사생활》, 《당신의 말이 당신을 말한다》가 있다.
프롤로그 * 4 1부 아욱 - 생활 속의 존재 부치지 않은 편지-아욱 * 13 반동과 반성과 연대 * 27 수염 * 32 남편이 된 여성의 어느 날 * 39 내가 살던 동네 화곡동 * 43 그래, 우리 모두를 부탁해 * 47 비와 나 * 51 작은 행복 * 53 열정과 은근 사이 * 57 학교 일일 교사를 다녀오고 나서 * 59 맥도날드에 가서 슬픈 세 가지 이유 * 62 가끔은 눈시울이 * 65 오늘도 난 쓰레기를 버린다 * 68 계란과자와 복숭아 * 71 그 연은 어디로 날아갔을까 * 74 2부 성당 - 존재 속의 사색 부치지 않은 편지-성당 * 79 사운드 오브 뮤직 * 87 소설-미지의 자아 * 93 오치균의 뉴욕뉴욕 * 101 행복에 대한 강박관념 * 107 집안일과 집 밖 일-여성의 노동 신의 목요일 * 111 친구, 영혼의 주소에 접속하다 * 115 썸머 밸런타인 * 119 희미한 인연에 대한 단상 * 123 먼지를 닦으며 * 127 바람이 분다 * 129 서울에서 산다는 것 * 132 짱의 시대를 말하다 * 135 마크 로스코 소유하기 * 138 3부 봄 - 사색 속의 진리 부치지 않은 편지-봄 * 159 소잉카, 그 설레는 이름 * 165 다섯 가지 * 169 전장에 있는 그녀에게 * 171 스키 타는 아프리카인 * 175 상하이 올드 데이스 * 177 세상을 말하다 * 181 오전 9시의 성소 * 185 3종 세트 * 188 가장 우스운 단어, 멘토 * 196 왜곡된 기억들 * 198 비행술과 축지법 * 200 조금 다른 욕망 * 203 진지함에 대한 진지한 논의 * 209 성녀와 마녀 사이 * 212 혁명가이자 아내였던-요한나 킨켈 * 218 시대를 초월한 두 성악가의 만남-마리아와 체칠리아 * 229 4부 표절 - 진리 속의 공감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의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회상록》 21세기 표절본 * 243 부킹회의 어느 날 * 276 삼국지와 김초엽 * 284 비인간 이구아나와 도나 해러웨이 * 293 권여선의 이모 최진영의 고모 이기호의 삼촌 * 303 70년의 고독 * 314 인간의 위엄을 완성시켜주는 울분 * 323 ‘적절함’의 그 눈물겨움에 대하여 -로힌턴 미스트리의 장편 《적절한 균형(a Fine Balance)》 * 331 우리, 책의 사람들 * 335 이영아 《육체의 탄생》 * 339 메리 앤 셰퍼 & 애니 배로우즈 《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 클럽》 * 343 르 클레지오 《조서》, 프레모 레비 《이것이 인간인가》, 다자이 오사무 《인간실격》 * 347 정대영 《조선시대의 못》 * 351 ‘책 헐다’와 ‘책 맺다’ * 355 본문에서 인용한 책 * 357
부치지 않은 편지 아욱 아욱에 대한 어떤 이야기가 떠올랐어요 때는 독일의 수도원에 힐데가르트 폰 빙엔이 살았던 12세기 중반 장소는 아직 칭기즈칸이 세계를 제패하기 위해 이 지역을 휩쓸기 전의 중앙아시아 어느 날 황야의 한쪽 목초기에 차려진 흉노의 천막에서 붉고 찬 기운의 남자아이와 검고 울지 않는 여자아이가 한꺼번에 태어났어요 물론 세상으로의 완벽한 동시 입장은 아니어서 여자아이가 먼저 엄마 뱃속에서 나왔고 조금 시차를 두고 남자아이가 떨어져 나왔지요.
부치지 않은 편지 성당 성당과 관련한 저의 한가득 세속적인 이야기는 그냥 나누지 못했어요 당신을 알기 전 제가 이 세상에서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해 이야기가 잘 나오지 않아요 조금씩 자랐다는 것 말고는 할 말이 없기도 해요 이미 진부한 이야기라 느껴져서인것도 같고 무의미하게 느껴져서이기도 해요 나름 훌륭한 영화였는데 캐롤을 보며 느꼈던 지루함이 생각나요
부치지 않은 편지 봄 사람들은 봄을 기다리지요 기다리면 봄은 오고 왔다가는 어김없이 가버리고 인간은 또 기다리지요 봄을 왜 기다리는지 모르겠어요 봄을 뒤쫒아 다니면 될텐데 항상 한 걸음 바로 앞에서 어디론가 바삐 달려가는 봄을 뒤따라 다니면서 구경하면 굳이 기다리지 않아도 될 텐데 말이에요 당신도 봄을 기다려요?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의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회상록 21세기 표절본 1903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프랑스인 아버지와 벨기에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작가 마르그리트 크레앵쿠르를 나는 이전에 전혀 알지 못했다. 20세기 벽두에 태어나 세계 1, 2차 대전을 온몸으로 겪은 여성이 1800년 전인 2세기의 로마 황제 하드리아누스의 회상록을 썼다는 것은 더더욱 알지 못했다. 이 책은 유정아 저자의 산문집입니다. 저자는 kBS 아나운서로 일했으며 대학에서 강의와 방송, 음악회 진행,연극에 출연하며 문화와 예술에 많은 일을 하였으며 책도 여러권 집필한 작가입니다. 역사적인 이야기 종교관련 이야기와 자신의 어린시절 이야기를 적절히 글로 표현한 책입니다. 글 중에 수염에 관련된 내용이 있어서 눈여겨 보게 되었습니다. 저 또한 어릴때 바닥에 미끄러져서 턱을 꿰멘 자국이 있고 그 기억이 선명한데 저자도 있어서 공감이 가는 부분입니다. 나의 수염 한 올도 분류하자면 턱수염이라 할 수 있겠다. 그것을 솜털이라 하지 않고 수염이라 생각하게 된 이유는 유일하게 까끌까끌하며 선명한 검정으로 내 몸의 어디에서도 본 바가 없는 분명한 다른 털 수염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수염이 집합적으로 난다고 해서 수염 나는 존재들이 다 한 묶음으로 집합적으로 묶이지 않음은 물론이다. 내 턱에 나는 바람의 수염 같은 것이 누구의 마음이나 몸에도 하나씩 있었으면 좋겠다. 마음의숲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언젠가너였던 나 #마음의숲 #한국에세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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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너였던 나, 유정아 산문집이다.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다 했는데 KBS 아나운서의 경력을 소유한 강의와 프리랜서 음악회 진행과 연극과 영화등 많은 저서로 알려진 분이었다.본인만의 독특한 매력을 가진 오늘의 주인공이다. 부치지 않은 편지에는 어떤 일이 기록되어 있을까? 당신과 내가 아욱죽을 먹으며 남녘의 시골집을 방문하기로 작당한 건 참 어울리는 일이었습니다.핏속에 밭들사람의 유전자를 간직한 검은 고요가 좋아할 만한 곳이 아니겠는지요.그곳 텃밭에 아욱도 심겨 있을지 궁금합니다.
열정과 은근 사이, 학교 일일 교사를 다녀오고 나서를 읽고 인간관계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저자의 경험에서 얻어지는 지혜들을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다.역시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이 수필에서 배울 수 있다.맥도날드에 가서 슬픈 세가지 이유를 들어보면 내 아이들의 한 끼 식사를 패스트푸드로 쉽게 해결하고 있다는 죄책감이고 두번째는 아빠랑도 지난번에 맥도날드 갔었는데 세번 째는 획일과 관련된 것이다.하지만 햄버그를 먹으면서 한 번쯤은 생각해 보는 의미도 편리함보다는 가족간의 세계를 더욱 사랑으로 나눌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언젠가 너였던 나 자식을 볼 때마다 나를 보는듯 아니 내가 저렇게 변해가는 모습을 이 책에서 작가는 그려주고 있다.눈물에도 반사적인 눈물과 기본적인 눈물이 있다니...어쩌면 우리는 기쁨보다는 슬픔에 익숙해져 눈물을 삼키고 살아왔던 날들이 많았을까?표현하는 건 자유라지만 그런 것에 자신을 너무 억제하는 미덕? 아니 자연의 법칙도 우리에게 사물로 보여주고 있는데 유정아님의 산문집은 정말 좋은 책이다.
언젠가 너였던 나에게 보내는 대서사시 같은 인생 선배 유정아님께서 주신 선물같은 산문집이다.풀어낼 수 없는 어떠한 방정식도 삶의 의미를 살려 만든 결과물이다.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에서 다양한 패턴으로 새롭게 우리의 삶에 자양분으로 작용하고 있다.누구를 위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닌 내 삶을 살아가는 것인데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면서 자신의 길을 묵묵히 살아가고 있는 책이다.고만고만한 내 인생의 고비마다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수필집이다. 힘든 당신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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