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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현 소설 겨울엔 김장 여름엔 에어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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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투데이지원도서
매년 11월이 되면 겨울을 나기 위한 행사로 맛있는 김장을 담근다. 김장을 담그기 위해선 미리 준비해야 하는 것들이 있는데, 작년에 담갔던 김치통을 비우기 위해 만두를 만드는 것이다. 김치냉장고가 보편화되어 쉬어꼬부라지진 김치는 아니지만 김치통을 비우기 위해 남은 김치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만두만 한 게 없다. 설날에 먹는 만두도 맛있지만 진짜 겨울을 준비하기 위해 만들어 먹는 만두는 나의 소울푸드가 되었다.
겨울맞이 연례행사인 김장을 돕기 위해 외할머니 댁으로 내려갔다가 외할머니와 함께 그 겨울을 지내고 산딸기가 열리지 않는 계절에 도시로 돌아온다. 오랜만에 내려간 외할머니 시골집과 동네는 많이 변해있었다. 다이빙을 하며 놀았던 강은 메말라 냇가가 되었고, 언젠가 방학 때 함께 놀았던 성철이는 강 다리 아래에서 목을 매고 죽었다. 죽음과 가까운 남자들의 삶과 음식을 매개체로 관계가 만들어지는 여자들의 이야기.
외할머니에서 엄마로, 엄마에서 딸에게로 전해지는 김장 담그는 연례행사를 보면서, 영화 <리틀 포레스트>가 자연스럽게 생각이 났다. 도시에서 사 먹는 음식은 허기짐을 채워주지 못한다. 시골집에서 엄마의 음식을 맛보면서 배웠던 음식들은 서둘지 말아야 한다. 스스로 만들면서 시간이 채워져야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야말로 최고의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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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어릴 때 그곳은 시내가 아니라 얕은 강이었다고 했다. 다리에서 다이빙도 하고 그랬다고. 나는 방학을 시골에서 보냈는데, 낮 동안 내에서 다슬기를 잡았다. 저녁엔 그걸 삶아 먹었다. 할머니는 저녁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 그중 나를 잠 못들게 한 이야기는 이랬다. 때는 전쟁이 한창이던 시절이다. 할머니는 캔 뚜껑에 달린 고리가 반지처럼 예뻐서 그것을 곧잘 주우러 다닌다. (-9-) 지금은 시내라고 하기에는 민망하게 물줄기 몇 개가 갈라져 흐르고 있다. (-10-) 우리는 가져온 옷으로 갈아입고 사랑방에 누웠다. 사랑방은 원래 외삼촌이 쓰던 방이었다. 나는 어린 시절 이곳에서 삼촌의 만화책을 몰래 읽었다. "아직도 있나." 내가 장롱을 뒤지자 동생이 뭘 찾느냐고 물었다. 장롱엔 잡다한 물건들이 많았다. (-21-) 나는 삼촌의 장롱에서 앨범을 꺼냈다. 거기엔 삼촌의 고등학교 시절 사진들이 있었다. 삼촌도 이렇게 어릴 때가 있었다. 삼촌은 우리집에 살면서 공부를 해 기관사가 되었다. 그러나 하루 동안 사람을, 자살하려는 사람을 세명이나 쳐버렸다. 그 전엔 꽤웃기는 사람이었는데 그날 이후로 말이 없어졌다. 지금은 이혼하고 읍내 근처에 오피스텔을 얻어 혼자 살고 있다고 들었다. 명절 때조차 얼굴을 비치지 않아서, 그거 하나 전해들은 것이 다였다. 적적해져서 동생에게 '폐가 사진 찍고 싶지 않아?' (-29-)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송지현 작가의 『김장』이다. 이 소설에는 두 편의 단편 소설 「김장」,「난쟁이 그리고 에어컨 없는 여름에 관하여」 로 이루어져 있다. 이 소설은 어린 시절 과거의 시골 정서를 소환하고 있었다. 어린 시절 방학이면, 꼭 외갓집 시골로 물방개를 잡고, 다슬기를 줍고, 붕어, 장어를 잡으며 하루하루 보냈던 기억이 있다. 겨울이면, 뜨겁다 못해 핫한, 사랑방 아랫목에 둘러 앉아서,고구마,감자를 먹으면서,주말의 명화를 보았먹던 기억도 남아 있다. 물질적으로 풍요롭지 않았지만, 마음은 가난하지 않았던 그 시절이다. 특히 「김장」은 친근하였고, 매우 시골틱했다. 특히과거에는 시골 빨래터에서,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빨래를 했고, 동네 바보가 있었던 그곳이 이제, 사람들이 도시로 도시로 옮겨가면서, 텅비어 있는 집이 늘어나고 있다. 시골집 다락방이나 장롱에는 신기한 잡다한 물건이 있었다. 할머니가 정리해놓은 물건들이지만, 삼촌,이모가 학창 시절 가지고 있었던 앨범, 졸업장 등이 있었다. 나 또한 이모의 졸업장을 할머니가 도아가실 때,유품으로 챈겼던 기억이 있다.물론 물이 가득했던 개울가에서, 개울가 위 돌다리에서 뛰어내렸던 , 높은 나무 위에 올라가서 위험천만한 가운데, 땅으로 뛰어내렸던 기억을 소환한다.특히 김장은 일년 추운 겨울을 날 수 있었던 시골의 정서이며, 동네에서는 큰 잔치였다. 한 집에 100포기는 다반사였던 그 때 당시, 작가는 김장을 통해, 기관사였던 삼촌을 소환하고 있다. 자신과 함께 살았고, 기관사가 되었지만, 결국 삼촌은 불행한 삶을 살아갈 수 밖에 없었다. 기관사라는 특수한 직업이 숙명적으로 안고 가야 하는 현실, 기찻길 위에 투신함으로서, 익명의 누군가의 행동이 삼촌에겐 직업에 대한 트라우마로 남아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속상하면서, 디스토피아적인 요소가 소설에 담겨져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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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
송지현 작가의 <김장>과 <난쟁이 그리고 에어컨 없는 여름에 관하여> 두 편의 단편 소설이 담겨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소소한 에피소드들 사이에서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김장>을 읽으면서 어린 시절 할머니 댁에서 보냈던 아름다운 추억들이 떠오르기도 했고, 죽음과 삶의 연속성에 대해 생각하기도 했다. <난쟁이 그리고 에어컨 없는 여름에 관하여>는 청년의 불안감과 불안정한 그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즐거운 파티 속에 있지만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사람들의 현실의 혼란을 느낀다.
뭔가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이 느껴지는 소설이다. 동시에 점점 그 정이 사라져감을 느낀다. 함께 김장을 하고, 이웃과 김치를 나눈다. 김치를 받은 이웃은 그냥 보내지 않고 손에 무언가를 쥐어준다. 이런 모습은 더이상 도시의 삶에서 보기 힘들다. 예전보다 수위가 낮아진 냇가의 물도 점점 말라간다. 점차 사라져가는 사람들의 정이 비유적으로 표현된게 아닌가 싶다.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했다. 잉여 인력이라는 이유로 김장 노동 현장에 발탁된다. 짧은 소설 안에 이런 저런 에피소드가 결합되어 있는데, 할머니는 몇 차례나 죽음을 마주한다. 캔 뚜껑을 모으다가 캔 무덤 속에서 시체를 발견했다. 동네 다리에서 우연히 이웃의 손자의 목메단 시체를 봤다. 할머니는 이상하리만큼 차분하고 동요가 없다. 삶과 죽음의 경계가 이토록 쉽사리 무너질 수 있으나 그마저도 초월한 할머니의 모습이 초연하다. 옆 집 가게와 실랑이를 벌이던 엄마의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는다. 가게의 주차 문제로 쉽사리 갈등이 해결되지 않을 듯 싶어 보였는데, 손주의 귀여운 모습을 칭찬한 이 후로 관계가 스르르 풀렸다. 첨예하게 대립하는 갈등 안에서 직접적인 칭찬이 아닌 손주를 칭찬했는데도, 관계는 극적인 우호를 맺는다. 참 사람사는 모습이 재미있고 정이 모든 것을 감싸주지 않나 생각해 본다.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 떠오르는 제목이다. 소설 안에 불안감이 도사리고 있다. 에이컨이 설치되지 않은 집에 살며 집 외벽의 에어컨 구멍으로 작은 사람의 형태가 보인다. "...엔 날개가 없다. ...은 추락"이라는 목소리의 울림도 들려왔다. 불안한 자신의 모습이 투영된 것일까. 마치 그 난쟁이처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불안하게 껴있는 자신의 모습이지 않을까 조심스레 가늠해 본다.
제이라는 인물은 소아암을 이겨내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래서 머리가 듬성듬성하다. 캐나다 교포 2세다. 파티에서 만나게 되었는데 버선을 모으는 게 취미란다. 별난 취미도 다 있다 싶다. 버선을 타고 미끄러지는 매력에 빠졌다나. 다시 돌아간다고 한다. "미끄러져봐"라는 그녀의 말에 묘한 위로를 받는다. g라는 인물은 남편과 이혼하고 고양이를 유기했다. 홀로 아이를 키운다. 술에 취해 아이에게 죽으라고 소리를 지르는 엄마다. 돌아갈 곳이 없다. 제이는 자신이 사는 곳으로 돌아가고, g는 아이의 엄마로 돌아간다. 불안하고 어디하나 발 붙이기 힘든 느낌의 현실이 느껴진다. 사진기에 파티에서 사람들을 담는다. 그들과의 대화와 만남을 통해 불안한 그들의 삶을 목도한다. 청년의 어지러운 삶, 불안하고 불면증이 솟아나는 현실을 보여주는 듯 하다. 신나는 파티의 현장에 서 있지만 어디 발 붙이지 못하고 다시 돌아가야 하는 그 불안하고 초조한 감정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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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재단은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을 통해서 경기도에 거주하는 문인들에게 창작지원금을 지원하고 그들의 작품을 시리즈로 출간하는 뜻깊은 기획물을 제작했다. 이번에 출간된 시리즈는 9명의 소설가들의 소설집 9권과 13명의 시인들의 신작시를 묶은 앤솔러지 시집 1권으로 구성되어있다. 《김장》은 9명의 소설가중 한 명인 송지현 작가의 두개 작품을 담고있는 소설집이다.
송지현은 201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펑크록 스타일 빨대 디자인에 관한 연구」의 당선으로 등단한 작가로 2021년 제6회 내일의 한국작가상, 2022년 제55회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소설집『이를테면 에필로그의방식으로』『여름에 우리가 먹는 것』,에세이『동해 생활』을 발표했다. 아직 만나보지못한 작가의 작품이기에 더욱 흥미롭게 만날 수 있었다.
두 작품중 한 작품은 일상을 담은 에세이처럼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다른 한 작품은 작은 형체의 등장이 이야기 전체를 특별하게 만든다. 거기에 주인공의 지인g가 자신의 아이에게 보이는 행동은 정말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짧은 이야기에 어떤 깊은 생각을 담으려한 것일까? 이 소설집은 친절하게도 해설을 담고 있다. 단편 소설집을 읽는 재미중에서 가장 큰 재미가 '해설'이다. 보통의 단편소설집에는 해설이 함께하고 그 해설을 통해서 또 다른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같은 작품 다른 느낌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문학평론가 노지영의 해설을 만나보는 즐거움을 맛보길 바란다.
「김장」 시골집 옆엔 얕은 시내가 있다라는 감성적인 글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몸이 좋지않은 할머님과 김장을 하기위해 떠난 자매의 여행으로 시작한다. 평범한 여행에서 어려서 함께 놀았다는 시골 친구의 자살 소식을 접한다.그런데 그 친구가 기억나지 않는다. 스토리는 기억하지만 그 기억속에 인물들의 얼굴도 이름도 생각하지 못하는 경험을 떠오르게 하는 이야기이다. 잔잔한 흐름이 왠지 모를 긴장감을 유발하는 묘한 매력이 있는 소설이다.
「난쟁이 그리고 에어컨 없는 여름에 관하여」는 조금은 기괴한 경험을 보여준다. 설치되지 않은 에어컨 배관 구멍으로 작은 형체가 들어오려고 한다. "……엔 날개가 없다.……은 추락."이라는 말과 함께. 이 문장에 어떤 단어를 넣으면 좋을까? 이 소설은 흥미로운 인물 제이와의 만남으로 시작하고 이별로 마무리 짓는다. 제이가 들려주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나보길 바란다.
"교유서가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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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은 슬픔들의 결정체가 인간이다 『 김장 』 송지현 소설 / 교유서가
나의 가난한 어린 시절 또한 먹고 살기 힘들었다. 가까스로 버텨냈던 계절 중에 겨울은 시리도록 힘들었던 기억들로 가득차 있었고 지금도 떠올리기 싫은 계절이 바로 겨울이다. 농담을 던지듯 곰처럼 겨울잠을 잘거라 선포하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정말이지 시린 바람이 불어올때면 아프지 않은 곳이 없는 나... 그렇게 계절의 변화를 마음껏 느끼지 못한 채 중년이 되어버렸다.
두 계절을 가로지르는 청춘의 이야기와는 어울리지 않을 것같은 <김장>이란 제목이 무척 인상깊게 다가왔다. 누구에게는 지긋지근한 일 일수도 있으나 누군가에게는 그저 신나는 연례행사처럼 느껴질 수도 있으리라... 이 소재로 이시대의 청출을 그려냈다니 요즘 읽을만한 책으로 제격인듯 싶다.
유년 시절 방학만 되면 할머니 댁을 찾았다. 동네 언니 오빠들과 아이 엠 그라운드를 하고 엄마와는 산딸기를 땄던 추억도 있었다. 삼촌 장롱엔 야한 잡지와 김전일을 보면서 지냈던 기억도... 잊고 있었는데 간만에 할머니 댁으로 오니 기억이 새록새록 올라왔다.
할머니가 우리집에 계실 적엔 늘 김장을 했다. 우리만 먹을 게 아니라 이모와 삼촌네꺼까지... 병환으로 수술을 받은 할머니는 다시 시골로 내려가셨는데 올해는 혼자 김장을 하기 힘드시다며 우리를 불렀다. 성인이 된 지금 옛 추억을 떠올려보니 나의 길을 가느라 점점 늙어지는 내 곁의 사람들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는거... 겨울나기를 준비하는 김장을 시작으로 산딸기를 수확하는 여름까지, 두 계절은 어김없이 찾아오는데 나는 여전히 어디로 향하는지...
<김장>은 과거로 흘러간 시간을 붙잡아 둘 수 없다는 청춘의 이야기다. 김장이란 핑계로 할머니댁을 찾았던 나는 깊었던 강이 작은 시내로 변모한 것을 보았고 갈라진 물줄기에 내 삶이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여전히 갈래길에 선 나를 발견하게 된다.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내가 알던 이들도 예전과는 달랐고 이미 생을 마감한 이들도 있으니 나의 삶 또한 위태로운 길을 걷고 있는지 모르겠다.
혼란한 세상에 갈팡질팡하는 청년들의 모습을 그린 <김장>은 짧은 단편임에도 불구하고 오랜 사색의 시간을 선사한다. 지금 내 자신이 존재하는 곳이 어디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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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으로 아프신 할머니의 김장을 돕기 위해 아무 데도 안 가는 잉여인간인 '나'와 동생이 시골집으로 내려간다. 할머니 집의 사랑방에는 옛날 앨범, 지난 만화잡지, 편지 등의 물건이 쌓여 있다. 모두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물건들이다. '나'는 어릴 때 외삼촌의 만화잡지를 몰래 보던 것을 기억해 낸다. 할머니는 김장을 담근 후 작년 김장으로 만두소를 만들어 빗는다.
음식을 나누고 함께 먹는다는 것은 서로에게 자신의 일부를 내어주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음식을 먹으며 조용히 먹기보다는 대화를 나누게 되고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 놓는다. 그렇게 연결 고리가 생기게 된다. 할머니에서 엄마, 그리고 '나'와 동생으로 이어져 오는 연대의 끈은 회사고 가게고 아무 데도 갈 데가 없는 불안한 청춘이지만 어둠을 향해 걸어가는 시골 밤길을 걸어도 무섭지 않게 한다.
곳곳에서 발견되는 「작은 슬픔들의 결정체」에도 불구하고 책은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미성숙한 청춘들의 세계 속에도 꿈은 있다. 무엇을 찾아가고 있는지 방향을 알지 못하고 나아가는 이들이라도 꿈속에서는 무언가 새로 시작할 수 있다. 그렇게 새로이 시작하는 방법을 찾아가는며 성숙을 향해 가고 있다고 길 잃은 청년들을 대신해 변명해 본다. 그리하다 보면 언젠가는 제 궤도를 찾아가지 않을까?
엄마는 어린아이일 때의 딸들의 모습을 보고 싶어 꿈도 꾼다고 한다. 시간은 매 순간 사라져가며 과거와는 다른 모습으로 변해간다. 사라져 잊힌 시간들에 대한 미련일까, 그리움일까 아니면 후회일까? 무엇이 돌아오지 않을 과거를 꿈꾸게 하는 것일까? 엄마 자신 또한 어린 날로 돌아가고 싶은 것일까?
친정엄마가 돌아가시고 1년하고 한두 달 뒤에 마지막 김장 김치로 음식을 하였다. 몇 년 전이라 무슨 음식이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아마도 김치찌개이지 않았을까? 통 속에 조금 남은 김장 김치를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그땐 내가 힘들어서. 내 딸이 우는 줄도 모르고. P34>라는 할머니의 말이 가슴 밑바닥을 치는 것은 어느새 엄마를 이해할 정도로 든 나이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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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현 작가님의 「김장」과 「난쟁이 그리고 에어컨 없는 여름에 관하여」 두 편의 단편은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표제작 「김장」은 일상 그대로의 느낌이었다. 할머니께서 김장하시는 날, 유휴인력으로 뽑혀 여동생과 시골집으로 향한 주인공. 김장은 일련의 과정을 가진 행사였다. 김칫소를 다 버무릴 때쯤 보쌈을 삶고, 김장이 끝난 뒤 묵은지를 씻어 만드는 김치만두까지, 야무진 과정이다. 우리 집은 김장하고 나서 김치만두를 만드는 이어지는 과정은 없었는데. 신 김치를 좋아하기도 하고, 우리 집은 부추 만두 파이기 때문에… 고단한 노동이 아니라 일상의 과정으로 그려져서 좋았다. 시골집의 일상도 너무나 일장적이어서 유별난 점도 평범한 일상에 잘 녹아있는 소설이었다. 참, 보쌈은 사 먹어도 만두 사 먹는 돈은 아깝다는 P의 견해에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 나는 혼자서 만두를 만들어 본 적이 없는걸. 반면, 또 하나의 단편 「난쟁이 그리고 에어컨 없는 여름에 관하여」은 정체불명의 파티와 정체불명의 인물들이 나온다. 그런데 이 또한 현실적인 게 묘하다. 아주 한국적인 시골집 김장의 풍경을 그리다가, 혼란한 젊은 날들의 목적 없는 파티가 이어지는 생활이라니. 이런 이중생활은 의외로 한국적이다. 게다가, 난쟁이는 에어컨 없는 여름에 아른거린다. 진짜 난쟁이가. 묘한 부조화, 판타지적 요소인데, 송지현 작가님의 어조는 유별난 걸 유별나지 않게 그리는 묘미가 있는 것 같다. ‘작은 슬픔들이 모여서 나를 만들고 있다.’며 작은 슬픔과 나를 동일시하는 이어지는 문장들은 몇 번이고 읽어본다. 그러면서, 유별나지 않게 희망을 보여주며 마무리했기에, 이 소설을 사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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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재단 선정작] 김장 송지현 (지음) | 교유서가 (펴냄)
김장철이 되면 김치소에 넣을 무를 채썰던 일과 묵은 김치로 만들어 먹던 만두피 두껍던 투박한 김치만두가 생각난다. 어른이 되어 맞는 김장이라는 연례 행사는 이벤트 같았던 어린시절과 달리 노동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일이 되어버렸다. 들인 노고에 비해 대접 받지 못하는 김치라는 존재처럼 나의 존재도 그러했을까. <김장>과 <난쟁이 그리고 에어컨 없는 여름에 관하여> 두 단편을 읽으며 개인적인 기억들이 조각조각 부서진 파편처럼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집집마다 김장하는 날을 다르게 잡아 서로 도와가며 하던 김장은 이젠 옛일이 되고 음식을 나누는 일도 드문 일이 되었다. 따뜻함은 기억에 있고 현실에는 그 계절의 차가움만 남은 느낌이랄까. <난쟁이 그리고 에어컨 없는 여름에 관하여>에서 아이를 키우는 이혼녀 g는 반려묘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 이유로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했지만 그 자신은 반려묘를 유기하고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인물이다. 그 죄책감을 아이에게 투사하며 폭력적인 언어를 일삼지만 훗날 아이에 대한 죄책감은 또 어디에 투사하게 될까. 첫 줄 "아주 작은 슬픔들의 결정체가 인간이다"라는 문장에서 숨이 턱 막히며 시선을 한참동안 뗄 수 없었다. 다이아몬드의 원소는 탄소, 흑연의 원소도 탄소. 원자의 배열 방법이 달라 결과물도 달라진 탄소는 그 쓰임과 가격도 큰 차이를 보인다. 내게 모인 슬픔과 g의 슬픔과 그리고 또다른 수많은 '너'의 슬픔은 모이고 모여 어떤 결정체가 될까, 어떤 인간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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