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부분의 에세이는 약간의 아쉬움을 남기게 마련인데 유미리의 에세이는 매우 재미있었다. 일단 가식이 없다는 점에서 책에 더 빠져들기가 쉽다. 유미리의 성장배경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어서 이 책을 보면서 더 잘 이해할수가 있었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도 신선하다. 유미리의 사전이라고 할수 있는데 특정 사물에 대해 유미리가 느끼는 점들을 담담히 적었다. 유미리의 대부분의 단어들은 가족과 학창시절에 받은 상처들과 관련이 있는 듯하다. 가족사를 비롯해 자신의 과거를 낱낱히 공개한 작가는 자신에게 비밀은 없다고 말하며 '절대로 지켜지지 않는 약속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공유하는 친해지기 위한 의식' 이라고 정의하며결혼은 붕괴해 가는 공동 환상의 하나라고 정의한다. 이 책은 유미리라는 작가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읽어두면 좋을 책이다. 유미리의 작품이 대부분 자전적인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유미리의 에세이는 유미리뿐만 아니라 유미리의 작품도 더 잘 이해해 주게 해주는 매개체가 될 것이다. 유미리를 사랑하는 독자라면 꼭 읽어볼 만한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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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전부터 나는 유미리 작가에 관한 기사가 신문에 실릴 적마다 스크랩을 해두었다. 신간소식, 스토킹에 관한 이야기, 최근 미혼모가 된 이야기까지. 그것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녀의 삶 자체가 소설이란 생각을 한다. 유미리 작가의 성장과정은, 다들 아시겠지만, 남다른 데가 너무 많다. 이지메, 고교 중퇴 후에 극작가 겸 연출가로 활동했고, <풀하우스>부터 각종 문학상을 휩쓴다. 사실 <풀하우스>와 <가족시네마>는 그녀의 그러한 과정이 어느 정도 엿볼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위 두 권의 책을 정말 좋아한다.
유미리의 <훔치다, 도망치다, 타다>는 ‘언어’ 그리고 ‘의미’에 대해서이다.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모르는 말이 나오면 사전을 찾아보며 작가의 말대로 나도 여러번 감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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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나만의 사전'을 만들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분명 미완성의 노트에 그쳤을 것이다. 나만의 사전을 편하려는 욕망은 탐스런 글이나 주옥같은 명언을 읽으면서 따로 수집하던 버릇과 기실 일맥상통한다. 자의식이 너무 강해서 그런지도 모른다. 외국어를 배울 때 모르는 낱말이 나오면 그 단어만 들쳐보는 것이 아니라 그 말의 동서남북에 해당하는 낱말을 모조리 찾아보는 습관도 마찬가지다. 나는 유미리의 《훔치다 도망치다 타다》를 읽으면서 말과 글에 대한 작가의 사랑과 애착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간단히 말해서 유미리판 '감성사전'이다. 십대 중반 무렵, 저자가 극단배우로 일할 때 늘 사전을 가방에 넣고 다니며 전철 속에서 펼쳐본 경험과도 연관이 깊다.
글쓰기와 책읽기가 궁극적으로 "언어와의 밀월"이라면, 두툼한 국어사전은 이런 밀월에 대한 공식적인 태도를 밝힌 외교언어에 해당한다. 반면에 이 책은 유미리의 사적인 감각적인 언어 에세이들을 모은 것으로, 독자들은 저자의 사유의 속살과 내밀한 감수성을 엿볼 수 있다.
"사전 속의 언어는 항상 생의 총체 속에서 검증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공동 환상이 뒷받침하고 있는 언어보다는, 사적인 감각의 언어를 소유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지나치게 사적인 언어가 많아지면, 언어가 광기를 띠게 될 테지만. 나는 글을 쓰는 인간으로서, 그 상황을 두려워하면서도 사적인 언어로 세계를 표현하고 싶은 기묘한 정열을 품고 있다. "(180-1쪽)
유미리는 경증의 자폐성과 낭만적인 기질을 지닌 글쟁이다. 책의 원제는 '사어사전(私語辭典)'인데 국역본은 '훔치다 도망치다 타다'라는 단어를 선택했다. 아무래도 이 세 단어가 젊은 여성의 여린 감성과 잘 맞아 떨어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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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세상의 여성중에 단 한번 만나본적 없고, 목소리조차 들어본적 없으며, 단지 그녀에 대해 내가 아는 것이라곤 이름과, 출생 그리고 그녀가 쓴 몇권의 에세이를 통해 가늠하는 정도? 하지만, 그녀에게로 향하는 나의 관심은 몇해가 지나도 식을줄을 모르며 오히려 나날이 커지는 듯한 기분이 드는데... 바로 재일 한국인 2세 작가 '유미리'에 대한 나의 느낌이다.
3년만에 다시 돌아간 학교에서 역시 3년만에 찾은 도서관을 거닐다가 문득 뽑아든 한권의 책. 이미 과거에 한번 읽어 보았음에도 주저없이 대출을 하고는 정신없이 읽어내려가던... 누구의 흔적이었을까? 한쪽 귀퉁이를 접어논듯한 자국이 남아있는... 읽다만 것을 표시하려는...? 아니면 인상깊은 구절을 표시하려는...?
나의 이런 시시콜콜한 의문은 책의 중반도 채 읽기 전에 밝혀 지고 말았다. 이 책은 3년전 내가 빌려 보았던, 동류의 몇권 중에 바로 그 책이었던 것이었다.
그 표시는 평소 인상 깊은 문구의 페이지 한쪽 귀퉁이를 살짝 접어놓던 내 버릇의 흔적이었다.
과거의 흔적들이 책장을 넘길때 다시금 내 손길을 닿자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의 느낌이 생생히 살아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작가 '유미리'식 언어 사전이라고도 말할수 있는 이 책은 이미 몇차례 그녀의 '과거'를 소재로 씌여진 에세이 중의 한권이다. 단지 이 책의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그녀의 '과거'와 '가치관'이 여실하게 투영되어 있는 결정체인 '유미리'식 언어의 정의를 매 세션 문두에 위치해 놓았다는 점이랄까? 그녀의 문체에는 그녀만의 독특한 향기가 배어 있다. 그것이 그녀의 '과거'가 만들어낸 농도 짙은 기억의 잔해라면 그녀의 불행했던 과거는 작가로서의 그녀에겐 더 없이 풍부한 창작의 토양이 되어주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녀의 언어에 매료된 독자들에겐 더없이 좋은 일이 아니었을까?란 다소 이기적인 생각에 빠지곤 한다.
그녀에 대한 나의 외사랑이 언제까지 이어질런지는 정확하게 가늠하기 어려우나, 고독의 나락으로 빠져드는 어둠의 시간이 다가올때면 언제나 그녀를 추억하게 될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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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누구든 그의 일생이 벅찬 드라마가 아닌 이가 없을 것이다. 그가 비록 인생을 정리할 노년의 단계에 이르지는 않았더라도 지나온 짧은 생애나마 되돌아본다면 나름의 회한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구나 누구보다 치열하게 때론 격정적으로 혹은 연민이 들 정도로 음울한 삶을 살아온 유미리에게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이를 타인에게 고백하려 할 때 그러한 감정이 더욱 각별할 것이다. 하지만 유미리는 그러한 내면의 떨림을 직설적으로 노출하지 않고 조용히 안으로 삭이며 이를 사전적 형식으로 조심스레 드러내 보이고 있다. 이 글은 시간순도 아니고 주제별로 특별히 분류되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따라가다 보면 자연 유미리의 삶의 굴곡 전반이 또렷이 그려지게 되고 차분하게 그의 삶에 대한 평가를 내릴 수 있게까지 된다. 어두운 이야기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듯 경쾌하게 때론 재미있게 그리고 있어 억지 감정을 유발하지 않고 편안하게 가벼이 읽을 수 있다. [인상깊은구절] 사람이 자신의 과거를 토로할 때, 거기에는 반드시 거짓과 지어낸 말이 섞여 있다고 단언해도 좋다. |
| '풀하우스', '가족 시네마' 등으로 잘 알려진 유미리는 대단히 솔직한 작가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감추고 싶어할 어두운 과거를 그녀는 소설로, 에세이로 솔직 담백하게 풀어 놓는다. 유미리의 에세이 '훔치다 도망치다 타다' 역시 그녀의 솔직한 느낌과 고백들로 가득 차 있는 책이다. 먼저 특이한 책 제목이 눈에 들어온다. 훔치다? 도망치다? 타다? 무엇을 훔쳐서 도망치고, 또 무엇을 탄다는 말인지? 하며 책장을 열어보면 여러가지 단어들이 죽 나열되어 있는 차례가 보인다. 이 책의 원제는 '사어사전(The Private Glossary)'. 그러니까 이 책은 44개의 단어를 작가 나름대로 정의하고, 각 단어에 해당하는 사적 이야기들을 곁들인 일종의 사전인 셈이다. 책 제목인 '훔치다 도망치다 타다' 역시 작가가 선택한 단어들 중 3개이다. (왜 많은 단어들 중 이 단어들을 제목으로 선택했는가는 역자의 말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그 중 무난해서일까..?) 작가가 정의한 단어들의 뜻은 매우 기발하고 재미있는 것들이 많다. 예를 들어보자. '보조열쇠 : 어떤 유의 남자들은 여자한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착각. 아내가 남편의 주머니 안에서 발견했을 때는 혼란' '이름 : 두가지 이름을 갖고 있는 사람은 작가, 탤런트, 사기꾼, 종교인 등이다. 그리고 재일 한국인' '헤어짐 : 싫어 싫어, 주춤주춤, 미련 줄줄, 울며 불며, 후련하고, 싫증이 났으니까, 헤어진다' 기발한 단어 정의 이외에도 학창시절에 겪은 집단적 이지메, 정상적이지 못한 가정환경(그녀의 가족들 모습은 소설 '풀하우스'에 잘 묘사되어 있다) 이야기 등 자신의 아름답지 못한 과거의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담아 놓은 이 책을 읽으면 유미리라는 사람이 정말 독특한 성격을 지니고 있구나란 생각이 든다. 힘들고 고통스런 과거를 겪으면서 이제는 모든 것을 초월해 버린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작가의 이야기는 담담하고 더 나아가 익살스럽기까지 하다. 너무나 솔직하기에 더욱 친근하게 작가를 느낄 수 있었던 책 '훔치다 도망치다 타다' 10대 시절, 항상 사전을 가지고 다니며 읽었을 정도로 언어를 사랑했다는 작가가 '사적 언어로 표현한 기묘한 정열'이 담긴 에세이집. 짧은 글을 모아놓은 책인 만큼 지루하지 않게, 쉽게 읽힌다는 점 또한 이 책의 매력이다. 이 개인적인 사전을 읽으면서 나도 내 자신만의 사전을 만들고 싶다는 '기묘한 정열을 품'게 된다. |
| 유미리는 대단히 솔직한 작가다. 어떤 면에서는 그 솔직함이 불편스러워하는이도 있을게다. 내 주위에는 유미리라는 작가에 대해 막연한 기대를 갖고 있는데 그녀가 재일교포로서 당당히 일본 권위의 문학상을 탔기 때문에 약간은 부풀려진 것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또한 책은 읽어보지 않고 그녀에 대한 표면적인 정보를 갖고 있어서겠지만... 이 책에서 40개가 넘는 단어의 정의는 우리가 예상치 못한 일상에서의 그녀의 세심한 관찰력과 일본 사회에서의 재일교포로써의 경험 , 혼돈 ,과도기적인 세대로서의 한 개인의 인생관을 찾아볼수 있다. 작거가 자신의 아픈 과거와 평탄치 않은 가족사를 , 즉 자신의사생활에 대해서도 아무 거리낌 없이 드러낼수 있는 것은 한국 작가들에서는 쉽게 볼수 없는 면들이다. 얼핏 그녀의 솔직함이 자칫 부담스러울수 있지만 그게 오히려 강한 흡인력으로 독자에게 접근할수 있지 않나 싶다. 우리는 대개 요즘의 일본 문학은 기껏해야 하루키라든가 무라카미 류정도로 알려져 있는게 사실이다. 섬이라는 폐쇄적인 일본사회에서 작가 스스로 밝혔다시피 비주류로서 이지메를 당하며 아웃사이더로적인 삶은 겪은 그녀의 글들은 우리에게 단순히 같은 민족 ,동족인 재일교포라는 측면에서 다가오기 보다 하나의 인간으로써 동시대의 소외된 인간에 대한 관심으로 다가오기에 그녀의 글이 더욱 현실적이고 공감할수 있지 않나 싶다. 번역자 김난주는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을 비롯 깔끔하게 일본 소설을 번역하기에 읽는데는 그리 큰 불편을 느끼지 않을 듯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