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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다정함에 대하여 - [구름은 대답하지 않았다]를 읽고
"어떤 다정함에 대하여 - [구름은 대답하지 않았다]를 읽고" 내용보기
어떤 다정함에 대하여 <구름은 대답하지 않았다>를 읽고     "저한테는 남편의 죽음이 전적으로 개인적인 일지만, 그의 입장을 생각하면 그 죽음에는 공공적인 의미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걸 생각하면 복지에 쏟은 남편의 노력을 제가 말해주기를 남편도 바랄 것 같아요."(11쪽)   1990년 12월 5일, 일본 환경청의 한 관료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십대 청년 고레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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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다정함에 대하여
<구름은 대답하지 않았다>를 읽고

 

 

"저한테는 남편의 죽음이 전적으로 개인적인 일지만, 그의 입장을 생각하면 그 죽음에는 공공적인 의미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걸 생각하면 복지에 쏟은 남편의 노력을 제가 말해주기를 남편도 바랄 것 같아요."(11쪽)


  1990년 12월 5일, 일본 환경청의 한 관료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십대 청년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야마노우치 도요노리의 죽음에 대한 취재를 위해 그의 아내 다카하시 도모코를 만났다. 타인의 죽음은 개인적이면서도 공공적인 성격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는 도모코의 말은 <구름은 대답하지 않았다>를 읽는 데에 나침반과 같은 역할로 볼 수 있다. 영화 『아무도 모른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어느 가족』, 『브로커』 등을 감독한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영화계 데뷔 전에 텔레비전 디렉터로 일을 시작했다. 그는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를 만든 후 다시 책으로 펴내는 작업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그 출발점이 다름 아닌 『그러나··· 복지를 버리는 시대로』라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쓴 첫 논픽션 <구름은 대답하지 않았다>이다.

  야마노우치는 대학을 졸업한 후 우리나라로 치면, 행정고시 차석으로 정부 조직에 들어간 우수한 인재였다. 남들처럼 엘리트 코스를 이탈하지 않고 정주행만 했다면 차관의 자리도 떼어 놓은 당상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통상산업성 등 소위 힘 있는 부처를 마다하고 후생성을 선택하여 복지 행정에 첫 발을 내딛었다. 그때가 1959년으로 후생성이 '미나마타병(미나마타시에 소재한 한 기업에서 무분별하게 배출한 수은으로 인해 인근 사람들과 자연환경에 극심한 피해를 일으킨 병)'이라는 문제에 직면한 해이기도 하다. 일본 사회에서 수십 년에 걸쳐 경제와 환경 이슈로 부침을 겪게 되는 미나마타병은 야마노우치의 관료 인생의 시작과 끝을 관통한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기업이나 어용학자의 협력으로 유기수은설을 수습한 통상산업성의 죄는 물론 중대하다. 하지만 성청 간의 이해나 힘 관계에 따라 스스로 규명한 결론이 불합리한 형태로 부정당했음에도 반론조차 할 수 없었던 후생성의 죄도 마찬가지로 중대하다.(67쪽)


  여기서 읽기를 멈춘다면, 독자로 하여금 그가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해 죽음을 택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저자는 야마노우치가 어려서부터 써온 글들을 통해 ‘강박관념 같은 형태로 문장 여기저기에 표현된 적극적인 절실함에서’ 죽음의 냄새를 맡게 되고, 그가 평생 느꼈던 감정의 기저에 깔려 있는 ‘초조감’에 주목한다. 그는 군인인 아버지가 병사하고 어머니 또한 가출하여 어린 시절에 부모로부터 충분한 애정을 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창시절에 과묵하지만 또래보다 성숙한 자세로 학업에 두각을 나타냈을 뿐 아니라, 대학시절까지 시, 소설 등을 써서 문예지에 투고할 정도로 문학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관료 세계로 들어서면서 한풀 꺾였던 글쓰기 열정은, 도모코를 만난 후 일 얘기가 태반이지만 나름의 방식으로 애정을 표현한 연애편지에서 얼마간 되살아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책에 실린 그가 쓴 글들에서 무심함과 인간에 대한 관심을 오가는 야마노우치를 그려볼 수 있다.

 


 

복지에 쏟은 그의 노력, 약자를 향한 그의 다정함은 아내나 딸이라는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도저히 제대로 전할 수 없는 다정함의 대가였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관료로서 그의 노력이 진지하면 할수록 그의 인생이 얼마나 서툴고 슬픈 것이었는가 하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118~119쪽)


  저자가 쓴 『작은 이야기를 계속하겠습니다』에는 "생명은 그 안에 결여를 품고 그것을 타자로부터 채운다."라는 요시노 히로시의 시구를 인용하면서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감독한 여러 영화 속 '결여'와 '부재'가 늘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타자를 향해 열린 가능성을 표현한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대목이 있다. 그의 말에 기대어보자면, 야마노우치 역시 어릴 적부터 갖고 있던 애정 결핍을 그만의 다정함으로 채운 것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다만 어째서 그것이 가장 가까이에 있는 가족이 아닌 타인들을 향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문이 남는다. 이러한 그야마노우치의 '이상주의나 인간적인 다정함, 복지에 대한 열정'은 직위가 올라감에 따라 현실의 벽에 부딪치는 결과를 낳는다. 현실에 행정을 맞춰가는 동료들과 다른 길을 걸어간 그를 지켜보며 저자는 이렇게 지적한다. "야마노우치가 안고 있던 불행은 그 본질이 직위 문제 있는 게 아니라 이상주의가 현실주의에 압도당하는 현재라는 시대 전체가 안고 있는 문제였음을 관청 사람들은 과연 이해하고 있었을까.(239쪽)"

  만일 이 책을 읽지 않고 어느날 우연한 계기로 야마노우치의 죽음을 다룬 기사만 접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그는 흔한 고급 관료 가운데 하나이자 행정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으로 잠시 기억되고 말았을 것이다. 당시 여론에서도 개인사보다는 그가 속한 관료주의 시스템의 해묵은 문제에 더 관심을 보였으리라 짐작된다. 이러한 점을 꿰뚫어 알아차린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일찍이 신영복 선생이 이야기했듯 '떨리는 지남철의 바늘 끝이 가리키는 방향'을 향해 사명감을 가지고 취재에 임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물론 책을 다 읽어도 '대답하지 않는 구름'처럼 명쾌한 결론은 얻지 못하지만 말이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힌 바와 같이 '어떠한 주제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쓴 책'이 아니기 때문에 사건과 인물에 대한 해석과 판단은 독자의 몫이 되어야 할 것이다.

  같은 책이 세 번이나 출간되었다는 사실이 퍽 흥미로웠다. 1992년에 『그러나··· 어느 복지 고급 관료, 죽음의 궤적』부터 2001년에 『관료는 왜 죽음을 택했는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를 거쳐 2014년에 『구름은 대답하지 않았다』까지, 책제목의 변천이 저자가 어떠한 마음으로 사건을 취재하고 글을 고쳐 써나갔는지를 말해주는 듯하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제목에서 사실성과 공공성에 초점을 맞춘 르포르타주의 기운을, 세 번째 제목에서는 개인의 서사와 심리를 표현한 에세이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구름은 대답하지 않았다>는 당대의 복지 행정과 관료에 대한 사회고발적 시선에만 머물지 않고, 야마노우치와 도모코라는 개별자이자 부부인 두 사람의 삶을 톺아봄으로써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곳을 비추어 새로운 질문을 던지도록 이끌어주는 책으로 읽혀졌다.

 

먼 창
                       내 마음에 있는 먼 창
     언젠가는
              이 창으로 밖을
                바라보려고 한다
     언젠가는
                         하면, 쓸쓸한 말이지만
     아, 먼 창

야마노우치가 고교시절에 지은 시, 「먼 창」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달의 사락 k*****o 2023.02.25. 신고 공감 11 댓글 2
리뷰 총점 종이책
외로움과 쓸쓸함이 감도는
"외로움과 쓸쓸함이 감도는" 내용보기
작가의 이름만으로 책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 기존에 만났던 느낌이 좋아서,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그렇다. 다수의 팬을 지닌 영화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란 이름이 주는 영향력, 아마도 이 책을 선택한 다른 이들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에세이를 읽은 기억이 나를 이 책을 이끌었다. 구름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도 한 몫 거들었다. 그러나 이 책은 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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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이름만으로 책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 기존에 만났던 느낌이 좋아서,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그렇다. 다수의 팬을 지닌 영화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란 이름이 주는 영향력, 아마도 이 책을 선택한 다른 이들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에세이를 읽은 기억이 나를 이 책을 이끌었다. 구름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도 한 몫 거들었다. 그러나 이 책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에세이가 아닌 취재기라고 해야 맞다.

 

『구름은 대답하지 않았다』는 1991년 3월 12일 심야에 후지 텔레비전에서 방송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기초로, 방송 이후 다시 취재를 거듭하여 쓴 것이다. 그 방송은 그가 스스로 기획한 첫 다큐멘터리이고 처음으로 이십 대에 쓴 책이라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그가 기획한 다큐멘터리가 무엇일까. 그것은 한 고위 관료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다. 당시 일본 사회에서 관료의 죽음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환경청 소속 관료 ?‘야마노우치 도요노리’로 이 책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 53세의 야마노우치는 당시 일본 사회를 뒤흔든 ?‘미나마타’병의 국가 측 책임자였다. 오래 이어진 정부와 피해 환자 간 소설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그런 일이 일어난 것이다.

 

야마노우치의 일생과 미나마타병의 시작과 보상 문제 진행과정에 대한 상세한 취재가 이 책의 중심이다. 잠시 쉬겠다는 말을 남긴 채 2층 자신의 방에서 가족과 직장 동료에게 짧은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연 최초 발견자는 아내 ‘도모코’였다. 그 황망함을 어찌 말할 수 있을까. 2층에 빨리 갔더라면, 조금이라도 남편을 귀찮게 했더라면, 일에 대해 물어봤더라면 죽음을 막을 수 있을 거라 자책한다. 아내의 인터뷰가 이 책의 시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편의 죽음에 대해 알고 싶은 마음, 그리고 애도하는 마음 말이다.

 

 

야마노우치의 아버지는 전쟁 중에 죽었고 어머니는 그전에 자신을 떠났다. 불운한 가정환경에서 그는 글쓰기를 좋아했는데 소설가가 되고자 하는 마음도 품고 있었다. 그가 지는 시, 편지, 메모를 통해서도 그가 어떤 감성의 소유자인지 잘 알 수 있다. 어쩌면 그런 성향이었기에 관료 사회에서 공무원으로 지내는 일이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집에 와서는 아내나 아이들에게 한 번도 일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일뿐 아니라 다른 이야기도 많이 하지는 않았다. 그러다 미나마타병(화학공장에서 방류한 수은으로 인한 중독)을 맡은 후로는 귀가도 늦었고 집에 들어오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책임감이 뛰어난 그였고 정부와 피해 환자 사이에서 정신적으로 힘든 상태로 보인다. 수은중독이라는 걸 밝히는 과정부터 패해 보상까지 길고 지루한 싸움이었다. 국가를 대변하고 있지만 그 역할은 그에게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과 같았던 건 아닐까. 야마노우치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그가 남긴 글과 그가 한 말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인간은요,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면 인간이 아니에요. 이건 복지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행정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의 기본은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는 것입니다.” (116쪽)

 

“상대의 마음을 읽어내 대처하려고 해야 합니다. 자신의 입장만으로 판단하면 복지 업무는 안 됩니다.” (116쪽)

 

그는 미나마타병의 발병지로 가는 출장을 다른 사람에게 인계하고 집으로 귀가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목숨을 끊었다. 얼마나 괴로웠을까. 한 인간의 내면을 알아가는 일은 불가능하기에 아내 도모코조차 그 죽음을 이해할 수 없다. 남편의 죽음 이후 괴로운 그녀를 주변 이들이 떠받쳐주었고 그런 시간이 지나면서 아내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을 조금 바꾼다.

 

사람은 고독하다. 철저하게 혼자다. 그러나 그것을 확실히 인식하고 거기에서 출발해야만 사람은 사람을 사랑할 수 있다. 고독하다는 것을 인식하지 않으면 사람은 사람을 이해할 수 없다. (259쪽)

 

일본에서 일어난 사건을 바탕으로 한 기록이지만 어떤 사회에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사회문제와 복지제도의 허점은 바로 우리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국가와 개인 간의 분쟁, 화해와 보상 문제로 갈등하는 모습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당사자가 아니라고 함부로 말하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기억해야 한다.

 

쓸쓸함이 감도는 책에서 유난히 눈에 밟히는 건 바로 소개로 만난 아내에게 쓴 편지의 내용이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차분하게 써 내려간 편지에 좋아하는 것 가운데 “바라보는 것 - 구름”이라는 부분이다. 그가 편안하게 구름을 바라보는 모습을 상상해 보지만 외로움과 슬픔이 떠나지 않는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r*********s 2023.02.23. 신고 공감 3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숟가락 3월 독서모임]구름은 대답하지 않았다
"[숟가락 3월 독서모임]구름은 대답하지 않았다" 내용보기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원더풀 라이프'라는 작품을 무척 인상깊게 보았다. 그래서 이 감독의 영화를 거의 다 찾아서 보다가 이책을 접하게 되었다. 감독의 말대로 영화든 소설이든 그 작가의 모든 것이 첫 작품에 담겨 있다고 이야기를 흔히 한다.  감독은 만약 그 말이 옳다면 자신에게는 그 작품은 영화 데뷔작이 아니라 분명히 이 책 '구름은 대답하지 않았다'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숟가락 3월 독서모임]구름은 대답하지 않았다" 내용보기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원더풀 라이프'라는 작품을 무척 인상깊게 보았다. 그래서 이 감독의 영화를 거의 다 찾아서 보다가 이책을 접하게 되었다. 감독의 말대로 영화든 소설이든 그 작가의 모든 것이 첫 작품에 담겨 있다고 이야기를 흔히 한다.  감독은 만약 그 말이 옳다면 자신에게는 그 작품은 영화 데뷔작이 아니라 분명히 이 책 '구름은 대답하지 않았다'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 논픽션은 1991년 3월 12일 심야에 후지텔레비전에서 방송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기초로, 방송 후 다시 취재를 거듭하여 쓰여진 것이다. 이미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야마노우치 도요노리라는 한 인간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감독은 꼭 그 부인과 인터뷰를 하고 싶어했다. 마치다의 자택으로 여러 차례 찾아가며 도모코 씨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 목소리를 원고지에 적어 나갔다고 한다. 그리고 한 권의 책이 완성되었다고 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 책을 자신의 원점이라고 소개한다. 스스로 기획한 첫 다큐멘터리이고 처음으로 이십 대에 쓴 책이였기 때문이다. 이 작품이 없었다면 지금의 자신도 존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영화든 책이든 읽는 방법, 보는 방법, 받아들이는 방법은 만든 사람이 정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사람이 각자의 방식으로 발견해가는 것이기 때문에 첫 장을 넘겨주는 것도 감사하다라고 말하고 있다. 

야마노우치 도요노리 라는 사람이 어떻게 자살하게 되었는지 아내 도모코의 이야기를 덧붙이면서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태어났는지부터 시작한다. 어떤 환경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어떤 가정환경으로 살아 왔는지 그런 환경이 그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말해주고 있다.  야마노우치는 정리벽이 있는 사람으로 특히 자신이 지은 시나 작문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죽기 직전까지 40년 이상에 걸쳐 손수 정리하여 모아두고 있었다. 그는 모든 과거를 과거의 자신을 청년기의 빛나는 것으로 가득 찬 모든 말을 마음속에서 질질 끌고, 그리고 그것들에 속박되어 현실의 자신을 간신히 지탱하고 있었다. 그러나 미나마타병 화해 권고 거부라는 사건, 그리고 그 뒤에서 자신이 행했던 여러가지 무의미한 획책은 항상 약자 측에 서고자 한 지금까지의 자세를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었다. 패배를 당한 야마노우치는 거기에서 눈을 돌릴 것인가, 패배라는 현실을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선택에 봉착했다. 자신 안에서 차례로 축적되어가는 상실감과 패배감을 그는 어떻게든 잊고싶었다. 그러나 그의 진지함이 거기에서 눈을 돌리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그는 그 자신에게 망각이라는 행위를 금하고 말았다. 그리고 가장 소중한 것을 상실해버린 자신을 긍정하며 살아가는 것도 그에게 도저히 불가능했다.  그 결벽과 강한 자기애가 그를 자기 부정으로 향하게 했다. 죽기 전 마지막으로 본것은 2층 유리창 너머로 멀리 떠오르는 겨울 구름이었을까. 야마노우치에게 그 구름은 어디까지나 아름답고 순수하여 패배와는 무관한 존재로 보였을지는 모른다. 그래서 구름은 대답하지 않았다 라고 책의 제목을 선택한 것 같다.


 

 

a*****n 2023.03.2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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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가 찾아야하는 해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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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은 대답하지 않았다>는 일본의 영화 감독이자 텔레비전 다큐멘터리 연출가인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기획한 1991년 후지텔레비전에서 방송된 다큐멘터리 <그러나… 복지를 버리는 시대로> 프로그램 이후 취재를 계속해 1992년 <그러나... 어느 복지 고급 관료, 죽음의 궤적>이라는 이름으로 출간, 2001년도 재출간에 이어 2014년도에 문고판으로 나온 책이다. 1956년 일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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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은 대답하지 않았다>는 일본의 영화 감독이자 텔레비전 다큐멘터리 연출가인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기획한 1991년 후지텔레비전에서 방송된 다큐멘터리 <그러나… 복지를 버리는 시대로> 프로그램 이후 취재를 계속해 1992년 <그러나... 어느 복지 고급 관료, 죽음의 궤적>이라는 이름으로 출간, 2001년도 재출간에 이어 2014년도에 문고판으로 나온 책이다. 1956년 일본의 구마모토현 미나마타시에서 메틸수은이 포함된 해산물들를 먹은 주민들에게서 집단적으로 발생한 미나마타병 관련 국가 측 책임자이자 환경청 소속 관료였던 야마노우치 도요노리가 주인공으로 정부와 피해환자 간 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까지의 그의 인생 이야기가 담겨있다.

 

의문의 죽음에 대해서 파헤치는 책을 읽으며 사실 그의 죽음에 주목하는것도 결국 그의 '직업'과 '배경'이 특출나기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꼭 고급관료가 아니더라도 여전히 업무과중 및 스트레스로 자살하는 사람들이 많다는것에 다시 한번 공감을 하면서 책을 읽었다.

출세 경쟁에 휩쓸리며 일이 생활의 전부였던 '야마노우치 도요노리'는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살았을까. 가 책을 읽으면서 계속 떠오르는 질문이었다. 유난히 과묵하고 진중한 성격의 문학을 좋아한 소년 도요노리의 어린시절부터 결혼, 직장생활, 그리고 인생의 마지막순간까지 본인의 꿈보다는 우선의 성공, 성적에 따른 엘리트코스가 과연 어울리는 옷인가라는 생각도 한편, 가정과 본인이 가진 사명을 어떻게든 지키고 싶었던 그가 마지막에 명함에 남긴 인삿말들이 자꾸 맴돈다. 현대의 근로자들도 본인에게 과중하게 떨어지는 업무들을 처리하다가 급작스럽게 사망했다는 뉴스를 종종 접하곤한다. 근로자의 사전적 정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자'이다. 사실 쉽게 생각하면 본인의 업무가 필요이상으로 과하다 생각하면 그냥 회사를 퇴사하면 되는 일이다. 돈보다도 나의 목숨과 정신건강이 더 소중하다고 도망가면 된다. 그러나 그런 말을 하지 못하고 본인의 업무를 수행하는게 마지막 순간이 되었다는 뉴스를 보면서 착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일수록 살아가기 힘든 세상이라는게 참 서글프픈 현실이다.

 

1960-90년대 일본에서 일어난 한 개인의 삶이라 사실 나와 굉장히 멀리 떨어진 이야기처럼 들리곤한다. 하지만 가족, 사람, 사회문제을 나라와 시대를 넘어 어떤 깨달음이나 울림이 주는것은 여전히 우리 주변에서도 이런일들이 비일비재하다는것이다. 고레에다의 문고판 후기에도 나오듯 도요노리는 미나마타병 관련한 정부측 인물로써 가해자이자 피해자이다. 하지만 그의 사망 이후에도 본인과 유족 동의없이 정치적 의도에 휩쓸리고 자극적인 기사가 나오고 딸의 결혼식을 앞뒀으면 죽지 않았을지 모른다는 말따위는 결국 미나마타병을 둘러싼 논쟁들을 도요노리를 빌미로 슬쩍 덮고 어물쩡 넘어갈려는듯한 태도가 화가났다. 그래서 그 이후 그의 죽음이 '공무상 재해'가 인정되고 다시 도요노리의 가족들의 시간이 흐르기까지 책에서는 아주 짧게 언급하지만 작은 희망의 빛으로 다가온다.

이 책의 기반이 되었던 다큐멘터리는 고레에다의 다큐멘터리 데뷔작으로 방송분 47분안에 못들어갔던 내용이 담겨있다. 고레에다 본인 작품의 원점이라고 표현할 만큼 장편영화로 데뷔하기 전 스스로 기획하고 취재, 편집했던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그의 작품을 좋아하고 작품세계의 근간이 무엇인지 궁금했던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보길바란다. 책 제목이자 도요노리 시에서 나온 구름의 의미는 명확히 밝혀지지않지만 바람에 따라 흩어지고 다시 모이고 빛에 따라 색을 달리하는 구름처럼 고고한 인생을 살고싶었을까. 그의 대답을 추측만 할뿐이다.

 

YES24 리뷰어 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m******4 2023.02.22.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많은 이들을 바라보던 구름은 유유히 흘러가는 것으로 만족했을까
"많은 이들을 바라보던 구름은 유유히 흘러가는 것으로 만족했을까" 내용보기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과거 뉴스를 한참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을 기점으로 취재했던 정보를 수집했던 PD가 쓴 책으로 집필하게 된 계기가 우선 등장한다.누군가의 죽음이 그리고 그 과거와 주변이 어떤 길을 밟았는지, 어떤 역경들이 괴롭게 하고 극적으로 만들었는지 꽤 머나먼 흐린 일지의 일들도 기록되어있다.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몇 년을 걸
"많은 이들을 바라보던 구름은 유유히 흘러가는 것으로 만족했을까" 내용보기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과거 뉴스를 한참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을 기점으로 취재했던 정보를 수집했던 PD가 쓴 책으로 집필하게 된 계기가 우선 등장한다.

누군가의 죽음이 그리고 그 과거와 주변이 어떤 길을 밟았는지, 어떤 역경들이 괴롭게 하고 극적으로 만들었는지 꽤 머나먼 흐린 일지의 일들도 기록되어있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몇 년을 걸쳐 연구하고 발표해온 자료를 단 몇 개월만에 무마시켜버린 묻음이 떠올랐다. 책 속의 이야기 주인은 그토록 복지를 위해 현장에 뛰어들고 더 많은 대책들을 강구하여 사회를 발전시키고자 하였는데, 위에선 그저 덮는 것이 우선되어버린 현실이 막막하게도 보였다.

정의를 추구할뿐만 아니라 지위를 막론하고 어긋남이 보일 때에는 쓴 말을 할 수 있는 자세를 배움과 더불어 얼마나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이면 이토록 열중할 수 있는지, 괜히 부끄러워지는 마음이었다.

하나의 사건을, 불의에 맞서는 사회의 관료가 진실을 밝히고자 애를 썼음에도 불구하고 쉬이 풀리는 일이 없었고 되려 절벽으로 내세웠던 꼴이라는 것이 안타까웠다.

나는 누군가를 위해 이렇게 희생하고 또 나설 수 있을까? 배우려고 애쓸 수 있을까? 하는 생각들이 한가득이었다. 비록 끝까지 싸워낼 순 없었지만 내면에서는 지독하게 싸웠으리라 본다.
언젠가 나도 타인을 앞세우지 않고도 정의로운 자가 될 수 있길 바라게 된 동기가 될 것 같다.



h********1 2023.02.2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