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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집을 읽을 땐 표제작부터 찾는다. 전쟁을 치르는 승조원들의 참담한 심정을 그려낸 <환영의 방주>를 보면서 영화 '데시벨' 속 승조원들을 떠올렸다. 좁은 공간에서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 임무를 수행하는 그들. 파멸에 이를지라도 명령에 따라야 하는 그들을. 소설의 등장인물들에게 닥친 현실은 너무 가혹하다. 육지로 가든 바다로 가든 발 뻗고 잘 수 없는 상황에 처했으니 말이다. 희망이라곤 쌀 한 톨만큼도 없는 결말이라니. 앞으로 세계전쟁이 일어난다면 우리에게 닥칠 일이기도 하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타이탄의 날>에서 그 욕심이 빚어낸 행성 멸망기를 확인할 수 있다. 좋은 것을 가질수록 더 원하게 되는 마음은 어디서 오는 걸까.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 마음은 너무나 강력해서 저 멀리 우주에서도 충분히 힘을 발휘할 듯. <번 아웃>을 읽으며 힘이 빠졌다. 어딘가 아픈 것 같기도 하고 눕고 싶다는 느낌도 들고. <들림 받은 자들> 마지막 부분을 보면서 실소했다. 환경문제와 환경 산업과 각종 부조리가 존재의 이유로까지 뻗어나가는 휘황찬란한 언변에 이게 무슨 궤변인가 싶어 집중하고 있는데. 와, 이렇게 뒤통수를 맞다니.
소설도 소설이지만 단편 한 편 분량은 족히 넘는 작가 노트도 빠뜨릴 수 없다. 각 단편을 쓰게 된 경위와 단상 등이 나오는데 소설보다 소설 같은 현실을 사는 작가를 만날 수 있다. 남들 다 춤추는 시끄러운 클럽에서 소파에 죽치고 앉아 밤새 책을 읽지를 않나 여덟 시간 글쓰고 두 시간 자는 생활을 반복하지 않나. 작가 노트를 읽을 때마다 평범한 사람은 아니다 싶었는데 정말 아닌가 보다. 아무튼 임성순 작가의 장편소설이 기다려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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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순 소설/ 은행나무(펴냄)
젊은 작가 상, SF 어워드 대상 수상 작가!!! 다운 면모를 이 책에서도 보여주는 작가님!! 〈타이탄의 날〉을 비롯한 일곱 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었다. 이번 단편 모음은 각각 의도하는 주제가 다른 점, 장르의 다양성도 눈에 띄었다. SF, 미스터리 등 다양한 장르를 포함하며 환경, 성소수자, 사랑, 자본주의, 근 미래, 은둔형 외톨이 등 소재 역시 다양했다.
기억에 남는 작품 중에 개인적으로 충격적이면서 또한 독특한 소재로 다가왔던 것은 〈히카리〉라는 작품이었다. 리얼돌과 함께 여행하는 남자, 이 소설의 등장인물은 작가님이 여행 중에 실제로 만났던 분을 모델로 했다고 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에만 치중하다 보면 이 인물이 다소 왜곡되어 보일 수도 있는데, 처음에는 놀랍다고 생각했으나 차츰 작품에 빠져들게 되었다. 반려동물, 반려 식물, 사람들은 사람에게서 찾을 수 없는 온기를 또 다른 것에서 찾으려 한다. 작품 속 남자의 심리도 그런 걸까?
트랜스 젠더를 소재로 한 〈퍼스트 제너레이션〉도 인상 깊었다. 트랜스 젠더를 바라보는 시각이 글쎄, 이제는 조금 여유로워졌다고 말한다면 내 착각일까? 성소수자인 주인공의 시점도 독특했고, 그의 사랑에 대한 인식을 고민하는 장면, 심리적인 갈등이 다뤄졌다. 그의 사랑도 그저 평범한 한 사람의 사랑과 다르지 않았다는 점이 나 스스로에게 놀란 점이다.
관계란 사람 사이의 역학이야. 거기겐 관성이 있어서 일단 작용된 힘의 방향은 바뀌지 않아, 웬만한 노력으로는 P189.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한 〈타이탄의 날〉 역시 강한 이미지로 다가왔던 작품이다. 우리 인류의 근 미래 모습일까? 지구를 버리고 뉴베니스 물의 도시로 떠나온 사람들, 아웃포스트 이주민들! 그들은 결국 쓸모 없는 자가 되어서 버려진다. 노인이 할 수 있는 선택은 아무것도 없었다는 씁쓸한 여운이 길고 오래갔다.
가볍게 시작한 단편이 결국 무겁게 느껴지는 것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가 매우 무겁기 때문이라는 작가의 말이 와닿는 순간이다. 현재와 미래를 오가며 인간 군상의 다양한 모습을 담아낸 소설. 무거운 주제가 블랙코미디 특유의 해학적, 풍자적으로 그려져서 오히려 더 슬프게 다가왔던 소설이다.....
표지는 표제작인 환영의 방주를 의미하는 파랑 물의 이미지인 것 같다. 죽음이 내려앉은 도시를 바라보는 심정, 소설에서 미래는 흔히 디스토피아로 그려지지만 그래도 살아볼 만한 세상임을 간절하게 말하고 있는 건 아닌지..
출판사 협찬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환영의방주, #임성순, #은행나무, #SF소설, #한국소설, #단편소설, #북리뷰,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소설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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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만 줄 수 있는 설렘 중 하나는 하루 하나씩 맛있게 읽으며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계획만 그렇고 참지 못해 덮은 책을 펼쳐 다 읽어버리는 만행도 자주 저지른다. 일곱 편이니 7일간 즐겁자고 결심했으나...
연말에는 대개 몸은 지쳐있고 생각은 복잡하고 감정은 들쑥날쑥 할 때가 잦다. 어둡고 추우니 노안은 더 흐려지기도 한다. 그럴 땐 길지 않게 집중해서 단편 한 작품을 읽는 것이 침잠하지 않게 돕는 치료행위이기도 하다.
아주 좋아하는 SF와 블랙코미디의 어울림... 읽기 전부터 기대가 높이높이 치솟았다. 더구나 의미가 없다는 존재도 우연이라는 먹먹한 과학적 팩트의 시절, ‘존재의 이유’에 대해 들려줄 문학을 만나는 일은 상당히 뭉클했다.
‘객관’이라는 것도, 고정된 현실도 없다면, 오히려 존재하는 동안 각자의 이유와 의미를 찾고 간직해도 괜찮지 않을까. 단단해 보이지만 허술하기도 하고, 외압으로 가해지면 엄청나지만 안전망으로는 부족한 사회와 시스템...
작가는 사회학 연구처럼 자료 조사를 했나보다. 묘사된 풍경 속에는 르포처럼 느껴지는 숨찬 현실이 가득했다. 오래 전 어느 세미나에서 들은 내용들이 불쑥, 툭, 요즘 현실로 나타난다. 오해였으면 했던 크고 작은 비극들이 모두 현실이 되는 두려움...
?? 돈이 든다, 돈 때문이다
문 밖(지구 밖)에 버려둔 사람들, 더 많이 가져서 이 모든 위기에 더 많은 책임을 가진 자들이 정한 이방인의 경계... 유기화합물 우주선, 자동화 공장, 대멸종의 시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들은 보험사와 투자사를 운영 중이라는... [타이탄의 날]
?? 이럴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일까
표제작 [환영의 방주]는 제목 때문에 성탄절에 골라 읽었다. 짐작과는 전혀 다른 전개라 흥미롭고 두근거렸다. 무책임의 극단적 인간 유형을 만났다. 스포가 될까봐 스토리 소개를 하지 않겠지만, 이런 완벽한 절망이라니... 현실에선 전혀 불가능한 일일까... 너무 두려웠다.
?? 뭘 할 수 있었을까
[번아웃]은 현실의 형편들이 겹쳐져서... 속상하고 아프고, 번아웃 정도면 양호한 노동환경에 정치 판단에 결국엔 화가 났다. 너무 이상한, 현실이면 안 되는 사고들이 일어난다. 고용을 꺼리는 운영방식, 충원하지 않고 기존 직원들이 과로하게 만드는 학대가 큰 원인이다.
다치거나 죽지 않기 위해 파업을 하면 이기적이라는 소리나 듣는다. 그렇게 회사든 시스템은 다시 돌아가고, 울던 사람들은 숨쉴 틈 없이 과도한 업무에 시달린다. 이런 방식으로 살면서 우리가 기대하는 미래란 어떤 모습일까.
“가볍게 출발한 것 치고 결과물이 꽤 무거워진 것은 아마도 우리를 둘러싼 세상이 가볍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날카롭지만 분명 흥미롭고 재밌고 놀랍고 통쾌하기도 한 작품들인데 쓸수록 글이 가라앉는다. 사려 깊은 작가의 말로 독자의 변명도 대신한다. 각각의 단편이 장편이었더라도 여전히 즐겁게 읽었을 것이다. 일곱 편을 다 읽어버려서 섭섭하고 아쉽다. 다음 출간 소식을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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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과 성장 그리고 과도기를 지나 지금의 시대에 도래한 시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어떤 것 하나를 선택할 수 없는 지금의 시대에 문학과 과학이 일맥상통한 미래의 상황을 모르는 만큼, 인간성이 또 어떤 양상으로 변화할지 감히 예상할 수 없다. 이 허무함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살아가는 우리는 무엇을 좇아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볼 수 있을 것 같다. 일상이라는 버거움에 밀려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 우리가 살아가면서 느꼈던 일들이 책 ‘환영의 방주’를 통해 다양한 시각으로 나타난다. 인식하지 못했던 사회문제들을 관통하며 경험해보지 못한 미래의 상황을 고민해보는 시간이었다. 9개의 단편도 매우 인상적이지만 작가 노트를 차근차근 읽어본다면 작가님의 의도와 내가 파악한 것이 맞는지 비교해볼 수 있다. 때론 재난의 모습으로 때론 과학 기술 발전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이야기들은 묵직하면서 매우 날카롭게 느껴진다. 비극으로 치닫는 이야기들은 현재의 모습에 집중하고 있다. 오늘 해야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않을 방법이 있다면 이젠 미루지 않고 할 수 있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