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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가족이 함께 읽는 사람다움 가득한 ㅣ 『조선 청소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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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청소년 이야기』는 예상보다 훨씬 더 재밌었다. 단편 모음집이라 한 편의 길이도 짧고 글씨도 큼지막했다. 무엇보다 표지가 엄청 엄청 예쁘다. 국립중앙박물관 굿즈 느낌으로 책과 개다리소반, 향로와 연필 등 조선시대를 연상시키는 사물로 가득 차 있다. 튼튼한 양장본에 황금색 가름끈도 있다. 그런데 가름끈을 쓸 필요 없다는 게 함정이다. 후후룩 빨리 읽혀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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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청소년 이야기』는 예상보다 훨씬 더 재밌었다.

단편 모음집이라 한 편의 길이도 짧고 글씨도 큼지막했다. 무엇보다 표지가 엄청 엄청 예쁘다. 국립중앙박물관 굿즈 느낌으로 책과 개다리소반, 향로와 연필 등 조선시대를 연상시키는 사물로 가득 차 있다. 튼튼한 양장본에 황금색 가름끈도 있다. 그런데 가름끈을 쓸 필요 없다는 게 함정이다. 후후룩 빨리 읽혀서 책을 접어 둘 일이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은 16~19세기 조선시대 쓰인 한문소설을 사실적이게, 개연성 있게, 핍진성 있게, 진실성이 느껴지도록 각색한 단편 소설집이다. 김종광 소설가가 오로지 재미로만 각색하여 ‘교훈은 개나 줘’라는 마음으로 썼다니 그저 읽고 즐기려는 가벼운 마음으로 보면 된다. 모두 12편이 실려 있고 다양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매 단편 앞에는 간략한 출처와 소개 글이 실려 있다.

 

 

 


12편의 이야기를 하나로 묶는 주제를 생각해 본다면 '기존의 틀을 벗어난 변화'라고 생각한다.

인재상의 변화, 여성 인권의 변화, 신분제의 변화 등이 이야기에 담겨 있었다. 당시에 많은 사람들이 요구하는 가치가 글에 담겨 있다. 부유한 서민의 등장으로 신분제가 흔들리고, 기술과 상업의 발달을 인정하고, 고른 인재 등용을 인정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여러 이야기 중에서도 <노래가 좋다>가 기억에 남는다. 주인공 '석개'에서 나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기술자 최천약>의 '최천약'과는 다르게 '석개'는 타고난 재능이 없다. 노래가 좋다는 그 이유 한 가지를 붙자고 쉬지 않고 노래를 부른다. 포기하지 않고 끈기를 갖고 노래하는 '열정'을 알아주는 이는 '명창' 단 한 사람이다. 석개의 노래를 들은 모든 사람이 석개를 비웃는 힘든 순간을 맞이하지만 '명창의 지지'는 석개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주는 계기가 된다.

 

"혼을 다 바쳐 노래하기를 석 달이나 계속해온 끈기와 노력이 재능입니다." (중략) 그리고 저 아이는 그때까지 줄기차게 노래할 것이고 명창이 돼서도 더 좋은 노래를 부르기 위해서 피를 몇 번이고 더 쏟을 아이입니다. 노력을 타고난 아이죠. 노력보다 더한 재능이 어디 있겠습니다?" P. 95 <노래가 좋다>

 

 

 

나는 석개처럼 타고난 재능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성인이 된지 한참 후에 책이 읽고 싶어졌다. 단지 그 마음 하나로 남들은 하루 만에 읽을 책을 몇 날 며칠을 붙잡고 읽었다. 글을 쓰고 싶어서 어설픈 글을 끙끙대며 적어 포스팅했다. 소유 필력 있는 글을 보면 나의 보잘것없는 글이 부끄럽게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딨어?'하며 정신승리(?)를 감행했다. 이 '열정'을 믿어주신 분들 덕분에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기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또한 6년 가까이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독서하며 차곡차곡 글을 쌓아온 나에게도 애정이 듬뿍 담긴 칭찬을 해주고 싶다. 타고난 재능은 없지만 끈기와 노력이라는 희망을 알려준 '석개'가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것 같다.

 

 

이러저러한 일로 미련하고 고약한 아이에서, 똑똑하고 착한 아이로 탈바꿈했다. 내가 바뀐 것이 아닐 것이다. 몇 살 더 먹은 것뿐이다. 진짜로 바뀐 것은 어른들의 눈이다. 어른들에게 도움 되고 돈도 되는 신기한 손재주와 영민한 지혜를 보여주자, 어른들이 나를 다른 눈으로 보게 된 것이다. P.173 <기술자 최천약>

 

 

 


 


환경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개척한 주인공도 꽤 여러 번 나온다. 결혼이라는 삶의 기로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쟁취하려는 여성의 모습을 보면서 당시 많은 독자들도 용기를 얻고 희망을 가졌을 것이다. 특히 <내 인생은 내가 되찾겠다>의 유낭자는 적절한 명분을 대며 대차게 행동했다. 최근 협상에 관해서 배우고 있는데 상대방의 '면을 세우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한다. 윤감 판서 대감과 그의 아들들의 면을 세우면서 본능적으로 자신의 요구사항을 효과적으로 전달한 유낭자가 현대에 태어났으면 협상의 천재로 이름을 날렸을 것이라 상상해 보았다.

 

 

정말이지 첩이 되기 싫었다. 멀쩡하고 인물 좋은 총각의 첩이 되라고 해도 싫다고 할 판인데, 예순 살 홀아비의 첩이 되라니. P. 36 <내 인생은 내가 되찾겠다>


 

대감과 혼례를 치른 지 일 년이 지났다. 이대로 소박데기로 살 수는 없다. 집에서는 구박받고 밖에서는 온갖 놈의 손가락질 받으며 살 수는 없다. 내 인생은 내가 되찾아야겠다. 모든 것을 걸고 떠나기로 했다. P.45 <내 인생은 내가 되찾겠다>


 

"저들은 가짜입니다. 저들이 내 진짜 신랑을 광에 가두고 죽일 뻔했습니다. 내 진짜 신랑은 무사합니다. 어서 저자들을 붙잡아야 합니다." P. 222 <신부, 신랑을 구하다>

 

 


 

 

부조리가 판치는 것은 시대와 나라를 막론하고 존재하지만 조선시대에는 특히나 심했던 것을 볼 수 있다. 양반은 과거를 통해 벼슬을 얹는 것을 목표로 매우 한정된 삶을 살았고, 양반이 아닌 나머지 사람들은 입에 풀칠할 농지조차 갖기 버거웠다. 사람은 늘어나고 재화는 부족한 상황이 현재에도 이어지고 있다. 한정된 공직을 차지하기 위해 부조리가 판치는 과거제도를 보면 현대 사회에도 크게 바뀐 건 없는 것 같다.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이 생각나면서 출중한 능력을 지녀도 관직에 나갈 수 없는 당시 현실도 매우 안타까웠다. <박문수의 변명>을 읽으면서도 정직을 위한 권모술수가 옳은 것인가 계속 생각해 봤다.

 

 

"과거야말로 권모술수 판입니다. 진짜 제대로 된 선비는 단 한 명도 시험에 합격할 수 없어요. 형님이 세 번이나 낙방한 게 실력이 모자라서였습니까? 형님은 정직하셨기 때문에 낙방한 것입니다." P.58 <박문수의 변명>


 

 

"대체 뭐가 억울하냐? 양반이라고 사는 게 편안하냐? 과거 급제 못 하면 바보 신세고, 관리가 돼서도 툭하면 역모다 뭐다 걸려서 모가지가 달아날 걱정에 잠이나 편히 자겠느냐?" P.191 <나무꾼 시인>


 

 

"돈만 있으면 양반 신분을 사고팔 수 있는 세상이네. 부가 모든 것을 말하네. 부유한 상민은 가난한 양반을 집 없는 개처럼 하찮게 보네. 어떤 상민이 나 같은 걸 사위로 들이겠나? 양반이 조약돌처럼 널린 세상에." P. 207 <신부, 신랑을 구하다>

 

 

 


 

 

어떻게 옛날 청소년을 제대로 그릴 수 있겠어요. '타산지석 이야기'로 꾸미는 데 집중했습니다. 다만 교훈이 부족할 수 있어요. "교훈은 강아지에게나 갖다 줘!"라는 마음으로 썼어요. (중략) 저는 그런 억지스러운 교훈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었습니다. 교훈보다는 그 인물의 사람다움을 나타내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중략) 판타지가 넘치는 세상입니다만, 이런 사개핍진한 이야기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P. 259 <작가의 말>

 

 

열두 편의 이야기마다 각각의 사람다움이 심겨 있었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어서 '온 가족이 함께 읽는 이야기'시리즈로 채택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자녀가 있다면 함께 읽고 이야기해 보면 참 좋을 것 같다. 나에게는 즐거운 일탈(?)이었던 『조선 청소년 이야기』를 꼭 한 번쯤은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교유서가에서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조선청소년이야기 #김종광 #교유서가 #각색소설 #청소년소설 #교유당 #책추천 #온가족이함께읽는이야기

b******i 2023.05.31.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우리 모두의 미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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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청소년이야기 #교유서가 #김종광 #역사 #역사소설 #야사 #조선청소년이야기_교유서가 #교유당서포터즈 #도서제공 한 줄 평 : 역사의 어린 세포를 들여다보는 상상력나는 작년 봄에 코로나로 격리된 동안 #미스터션샤인 이라는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고 말았다. 이걸 왜 이제 봤나 싶은 명작인데다가 소재도, 스토리도, 배우들의 연기도, 대사 하나하나도 다 너무 빛나는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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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청소년이야기 #교유서가 #김종광 #역사 #역사소설 #야사 #조선청소년이야기_교유서가 #교유당서포터즈 #도서제공

한 줄 평 : 역사의 어린 세포를 들여다보는 상상력

나는 작년 봄에 코로나로 격리된 동안 #미스터션샤인 이라는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고 말았다. 이걸 왜 이제 봤나 싶은 명작인데다가 소재도, 스토리도, 배우들의 연기도, 대사 하나하나도 다 너무 빛나는 이야기들이어서 드라마 보는 눈이 너무 높아져버렸다. 이후 #호텔델루나 외에 완주한 드라마가 없어서 아무래도 다시 미스터션샤인을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 차다. 그런데 무엇보다 미스터션샤인이 내게 전무후무한 명작인 이유는 다소 긴 러닝타임이 짧게 느껴질 만큼, 거시사와 미시사의 균형을 완벽하게 맞춘 드라마였기 때문이다. 나는 역사를 좋아해서 역사교육을 이중전공했지만, 수많은 역덕후들의 열정과 애정을 이기지 못해 학점을 처절하게 처발린 역사가 있다. 나의 안타까운 미시사. 이런 미시사들이 모여 그 시대의 한 축을 만들고 그런 철골들이나 조각들이 모여서 하나의 시대를 그려내는 것이 거시사가 아니겠는가. 그런 거시사들조차도 다 섭렵하기 버거운 자의 눈물겨운 차선책이었는지, 아니면 그렇기 때문에 다른 가능성을 모색한 것인지는 몰라도 나는 거시사도 거시사지만 그 안에서 살아가는 한 명의 미시사 주인공들의 삶을 상상하기를 좋아하는 파워 'N'이었다. 그런 나의 상상과 로망을 완벽하게 구현해준 드라마가 미스터 션샤인이었다. 마치 내가 찾아보고 싶었지만 찾아보지 못했던 많은 야담들 속에 나올 것만 같은 영웅들이 역사 속에서 살아숨쉬던 이야기.

나는 고전소설을 가르칠 때, 15, 16살쯤 되는 주인공들이 과거에도 막 급제하고 공도 세우고, 또 당대의 기준을 뛰어넘어서 자신의 짝도 자기가 고르며 새삼 당돌하고 대담하게 행동하는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곤 한다. 물론 비범한 일이며, 사실 당시의 15, 16살은 지금으로 따지만 30대쯤 되는 나이일 거라고 나중에 말해주기는 하지만, 아이들이 그렇게 흥미로워할 수가 없다. 아무래도 대단해 보이던 소설 속의 주인공들이 자기 또래의 나이라면 좀 더 친근하고 흥미로운 건 어쩔 수 없겠지. 근데 그들은 비범한 이들이니까. 조금 더 평범한 이들은 어땠을까 그런 상상을 해본다. 물론 야담집에라도 실릴 정도면 준 비범정도는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생각보다 사람들은 저마다 비범하지 않은가. 자신의 삶에 찾아온 비범한 기회를 놓치지 않은 평범한 이들의 이야기가 야담집에 흘러오고,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인생 전체를 팔로우하는 것이 아닌 그 비범한 순간을 사진 한 장처럼 열린 결말로 간직하게 되는 게 아닐까. 대단한 용은 아니었더라도 지렁이가, 실뱀이, 구렁이도 밟으면 꿈틀하고 또 자신의 허물을 벗고 나가는 순간들은 저마다 신비롭듯이 사실은 한 사람의 비범한 행동이 그은 획도 역사를 이끌고 가지만 숱한 사람들의 범상치 않은 순간들이 모여서 마치 조용한 듯하지만 세포들이 부산히 움직이고 나고 죽으며 모르는 사이에 육체가 성장하는 것처럼 역사를 조금씩 성장하게 한 것은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 야담 속에 등장하는 12편의 이야기를 모티프로, 사뭇 냉정한 전지적 작가 시점이 아니라 치열한 1인칭 혹은 초점화자 시점에서 시대의 고난을 들이받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는 흥미로움을 넘어 웅장한 느낌을 준다. 비범한 인물들의 결말 빤한 이야기가 아니라 아주 평범한 인물들이 밟혀서 꿈틀하면서도 온몸으로 현실을 헤쳐나간 이야기. 그것도 나이로는 15~20세 방년 향년의 청소년, 그러나 현재의 나이로 환산하면 청년쯤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같은 나이인 청소년들에게도, 혹은 삶의 무게 면에서 공감하는 많은 청년들에게도 한층 흥미로운 이야기일 수 밖에 없다. 또한 열두 편의 이야기가 판타지처럼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밟혀서 꿈틀한 뒤의 이야기는 또 끊임없이 헤쳐나가야했던 당대의 미시사 주인공 1인의 시점에서, 그리고 앞으로의 가능성이 충분히 증명된 사람들의 남은 생을 건 투쟁의 모습을 열린 결말로 처리한 각 편의 이야기들은 그들이 어떻게 되었을까를 넘어서 나라면 어떻게 되었을까를 통해 어떻게 살아가야할까라는 생각에까지 미치게 된다.

위인들의 운과 타이밍이 모두 기가막히게 맞아떨어져 크게 된 삶보다 하나씩은 어긋난 평범한 사람들이 삶을 헤쳐나가는 방식을 통해 시공을 꿰뚫는 진리와 같은 삶의 방향을 모색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w*******y 2023.04.1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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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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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각색에 관심이 있긴 하지만 이 책은 정말 각색을 통하지 않으면 못 읽을 것 같다. 조선의 고소설을 원문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공자가 아니면 읽기가 어렵지 않을까. 물론 그것을 현대어로 풀어서 쓸 수도 있겠지만 각색은 그보다 더 나아가 작가의 상상력과 등장인물에 더 많은 비중을 두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일까? 요즘의 언어 감각을 최대한 살리면서 등장인물을 더 적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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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각색에 관심이 있긴 하지만 이 책은 정말 각색을 통하지 않으면 못 읽을 것 같다. 조선의 고소설을 원문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공자가 아니면 읽기가 어렵지 않을까. 물론 그것을 현대어로 풀어서 쓸 수도 있겠지만 각색은 그보다 더 나아가 작가의 상상력과 등장인물에 더 많은 비중을 두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일까? 요즘의 언어 감각을 최대한 살리면서 등장인물을 더 적극적이면서 실존적으로 그렸다는 생각이 든다. 

 

난 처음에 이 책을 읽지 않으려고 했다. 아무래도 책 제목도 그렇고 나 같이 청소년기를 지나도 한참 지나 온 사람이 과연 읽을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막상 읽어 보니 모처럼 무슨 동화 모음집을 읽듯 산뜻하고 편안한 느낌이어서 좋았다.

 

이 책은 특징이 있었다. 민담이나 설화 전기 등에서 뽑았는데 모두가 화자 내지는 주인공이 청소년이라는 것이다. 하긴 옛날엔 청소년이 따로 없었다. 대충 15,6세만 해도 혼례가 가능했으니 당시론 젊은이들을 위한 교훈 집 정도가 되지 않았을까.   

 

좀 놀라웠던 건, 조선사회라면 남존여비 사상이 팽배해 있을 텐데도 작가가 지나치게 부풀린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여자를 적극적이고 실존적으로 그렸다. 이쯤되니 내가 조선사회에 대해서 몰라도 너무 모르고 있었나 의문스럽기까지 했다. 각색이란 것도 원문을 바탕으로 했을 것이니 나 같이 귀가 얇은 사람은 과연 그런가 싶기도 하다. 12편 다 얘기할 할 수는 없고 몇 편만 소개해 보면, 

 

첫 번째 수록작 '내 남자는 내가 선택한다'는 <<이조 한문 단편집>>의 '정기룡'을 다룬다. 정기룡은 실존했던 인물로 관노비였지만 훗날 훌륭한 육군 장수가 되었고 아이들 사이에서는 "바다에는 이순신, 육지에는 정기룡!"이란 노래가 있을 정도로 유명한 사람이 되었다. 그의 운명의 시작은 어느 노인에게 무예를 배워 군대에 징집되면 시작이 되는데, 이야기는 또 어느새 전주 관아에 이방의 딸의 이야기로 바뀌어 정기룡을 사모하여 결혼하게 된 과정을 전하고 있다. 조선의 봉건 사회에서 딸은 당연히 부모가 맺어준 사람과 혼인해야 하는데 참 당차다 싶다.

 

두 번째 수록작은 <<동야휘집>>에 '채교거랑 책귀자(한자는 이 책에서 확인할 것)' 즉 신행 온 부인이 행랑에 앉아 귀한 아들을 꾸짖다란 뜻으로, 몰락한 양반의 어린 신부가 자신의 할아비 뻘 되는 양반집에 시집을 가게 된 사연을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늙은 신랑은 무슨 이유에선지 장인의 집에서 초야를 치르고 다음 날 아무 말 없이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소박을 맞은 것이나 다름없는 어린 신부는 귀신이 되어도 남편의 집에서 귀신에 되야겠으니 아버지의 힘을 빌려 꽃가마를 타고 늙은 남편의 집으로 간다. 그러고는 남편의 집에서 전처의 두 아들을 다짜고짜로 꾸짖는다. 자신이 비록 그들의 서 모이긴 하지만 그들의 어미가 됐음을 가르치며 권위를 세우기 위함이었다. 다소 황당할 수도 있겠지만 어린 나이에도 한 집안의 안주인의 역할을 잘하고자 하는 당찬 의지가 엿보인다.

 

'노래가 좋다'는 우리가 한 번쯤 들어봤을 <<어우야담>>의 '명창 석개'의 일대기를 다룬 이야기다. 석개는 굉장히 못생긴 노비다. 너무 못생겨 친구하겠다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노래를 접하고 그때부터 실성한 사람처럼 자신을 사로잡아 버린다. 그때부터 그녀는 뭔지 모르게 노래만 들으면 넋이 나가 자주 일하던 손 놓을 정도가 되어버린다. 못생긴 외모 덕분에 온갖 핍박과 설움을 당하지만 굴하지 않고 특별한 선생을 만나 명창이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사랑은 공부다'는 <<계서야담>>에 나온 이야기로 계서 이희평이 편찬한 것아라고 한다. 세창은 양반의 자제로 과거 시험을 앞두고 있고, 자란은 기생의 딸로 이들은 어려서 친구처럼 자라다 이성으로 발전한다. 세창은 자란과의 인연을 끊고 과거 공부에 매진하지만 그럴수록 자란에 대한 그리움만 커져간다. 어느 날 자란이 너무 보고 싶어 있던 곳을 탈출하여 자란을 만나러 오지만 그녀의 엄마에게 문전 박대를 당한다. 그 과정에서 사랑도 공부해야 하는 것임을 깨닫는다는 내용인데 얼핏 '춘향전'이 생각나기도 한다.

 

그 시대에 여자가 뜻을 펼칠 기회가 얼마나 되겠는가 싶기도 하지만 어떤 모양과 형식으로든 그런 이야기가 보존되어 있다는 게 놀랍고 신기했다. 무엇보다 조선 후기 사회의 모습도 간간이 볼 수가 흥미롭다. 어느 시대나 사람 사는 모습은 다 비슷해 보인다. 

 

그중 가장 흥미로운 건 마지막 수록작 '우울증을 이겨내는 방법'이다. 이것은 연암 박지원의 청소년 시절을 다룬 자서를 소설 형식으로 풀어낸 이야기로, <<방경각 외전>>에 나온 이야기를 토대로 썼다고 한다. 연암이 열두어 살 때 쥐젖을 알았다고 한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쥐젖이란 사마귀 같은 것이 살에 돋아나는 피부병이다. 그는 이 때문에 우울증에 걸릴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가 귀에 들려오기 시작한다. 알다시피 조선은 계급 사회이니 상놈은 상놈대로, 평민은 평민대로, 노비는 노비대로 할 얘기가 제각각이고 흥미로웠다. 그는 그것을 조금 조금씩 글로 쓰게 되고 나중엔 아예 대놓고 글을 써 우울증을 극복하게 됐다는 내용이다.

 

사실 글 쓰는 과정은 쉽지 않다. 오죽하면 사망률에 높은 직업군에 작가가 들어가 있겠는가. 하지만 연암은 오히려 글쓰기를 통해 우울증을 극복했다. 그것도 어린 나이에. 이는 작년인가 올 초에 연암에 관한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이 이야기는 새롭게 안 사실로  역시 연암이다 싶기도 하다. 

 

요즘 청소년들 어른이 뭐라고만 하면 무조건 꼰대라는 말부터 하던데 이 책 보고 꼰대를 넘어 고리짝이라고 할지 모르겠다. 그런데 그렇게 말하기엔 나는 너무 편하고 즐겁게 읽었다. 안 읽으면 손해란 생각까지란 생각도 든다. 특히 여자 청소년들은 더더욱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물론 조선시대에 비하면 지금은 여자들이 훨씬 더 많은 기회들이 있지만 말이다. 작가가 너무 여성을 의식한 것 같기도 하고. ㅋ 글자도 다른 책에 비해 큰 편이어서 편하다. 머리 식힐 겸 한 편씩 읽어도 좋을 것 같다. 

m****9 2023.10.0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