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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사이일지라도 종교와 더불어 정치 얘기를 하는 순간 멀어질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대개가 수긍을 한다. 물론 서로 같은 종교와 정치 성향을 가졌다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텐데 그렇지 않는다면 문제가 된다. 특히 이 부분에 있어서 매사에 확증편향적 사고를 갖고 있거나 모든 것에 있어 '나는 맞고 너는 틀리다, 그러니 내 말을 들어라'는 식으로 접근하는 사람과의 만남에선 매우 불편함을 느낀다. 아니 시간 낭비처럼 여겨진다. 해서 친소관계를 떠나 그런 자리는 되도록 피하려고 한다. 하지만 사람의 속내가 어디 얼굴에 붙어 있는 것도 아니고 하니, 매번 불필요한 단계를 거치는 경우도 많다.
어느 새인가 한국사회에 혐오 조장이라는 좋지 않은 방식으로 자신의 이득을 취하려는 세력들이 많아졌다. 가장 먼저 정치 세력이 떠오르지만 권력에 빌붙어 기생하는 걸 당연시하거나 그게 돈이 된다는 걸 체득한 재벌, 언론, 시민단체등도 동조하는 기세가 확연해지고 있다. 재미를 본 경험이 있으니 자꾸 반복될 뿐 아니라 더 자극적이고 파국적인 혐오를 만들어내려고 골몰한다. 일부 세력에겐 득이 될 지 모르지만 사회 전체적으로는 독이 된다는 걸 왜 모르나.
얼마전 정치권에서 소위 물먹은 인사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방송에 나와 지난 1년을 회고하는 듯한, 거기에 더해 몇 마디 현 상황에 대해 비꼬는 듯한 언사를 하는 걸 우연히 들었다. 마뜩치 않았다. 본인이 지금의 상황을 만드는데 일조해놓고 난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었다. 더 듣고 싶지 않아 방송을 꺼버렸다. 작년 상반기 어느 시점부터 정치 뉴스를 듣지 않았다. 들어봐야 헛소리에 과장 뉴스에 아부 방송이 지천할 텐데 정신 건강에 해가 될까 해서였다. 그런 참에 이태원 참사가 터지고 도대체 어찌된 일인가 싶어 다시 뉴스를 보게 되었지만 한국 사회는 달라지기는 커녕 더 악마화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누군가의 마지막 생에 위로는 커녕 자신이 몸담고 있는 기득권에 유불리만 따지려는 레토릭만 난무했다. 이래서야 사람 사는 세상이 맞기는 한가? 아무도 책임지기는 커녕 나랑 무슨 상관이냐면서 발뺌하는 인간을 보면서 자리가 도의보다 우선인가 묻고 싶어졌다.
이 책은 바로 이태원 참사로 인한 희생자에 대해 언급하는 부분으로 시작되었다. 부지런히 방송인으로 살다 엉뚱한 설화에 휘말려 주춤하는 듯 보기 힘들었던 저자의 에세이에서 가장 강조되는 부분이 '나는 잘났으니 내 행동, 내 말이 무조건 맞고 네 말은 들어볼 것도 없이 틀려, 그러니 넌 나빠' 라고 떠드는 세력과 사람들에 대한 질책이었다.구체적으로 실명이 언급된 정치 세력과 정치인, 언론인, 시민단체등등, 그 사이엔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를 좀 고쳤으면 좋겠다라는 개인적인 소회가 담겨져 있었다.
그녀가 진보적 성향을 가진 방송인이라는 건 그녀의 방송을 몇 번만 들어봤으면 다 알 것 같다. 책에선 방송인으로서의 그녀의 일상은 크게 다루지 않고 있다. 그보다도 시대를 살아가는 30대 초반 여성의 입장을 편견없이 그리고 과감하게 언급하고 있다. 외양으로는 단정하고 강단있어 보이는 저자에게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 내면에 차마 다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펼쳐져 있다. 중간에 이해를 돕기 위해 고전의 한 자락을 가져다 은유하고 있는데 무슨 말인지 눈치를 채긴 했다. 말미에 정치에 대한 짧은 소회를 피력했다. 내년이면 또 한번의 정치 이슈가 다가온다. 그녀가 언급한 것 처럼 누군가의 옆에서 마이크가 되지 말고 앞에 나서 뿌옇게 흐려져 있는 사회를 일신하는 기회를 잡아보면 어떨까 싶은 마음도 든다. 말도 안되는 일들이 벌어지는 판국에 자꾸 밟히는 일들이 또 벌어지는 걸 바라만 볼 수는 없지 않겠는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 해내는 것이다.
더 좋은 세상을 위해 꿈꾸는 것이 쓸모없는 일이 아님을, 세상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 한들 그 소망의 힘이 이 사회의 축을 지탱해 왔음을, 그러니 힘 있는 자들의 부당함을 지적하는 일에 조금더 당당해도 된다는 얘길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다. p11
사람은 누구나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 나와 상대방의 위치가 다르더라도 서로 지켜야 할 예의란 게 있다. 어떤 경우에는 예의를 넘어 정중하게 대우하는 예우로 대해야 할때가 있다. 바로 정치인이 사회적 약자를 대할 때여야 한다고 본다. 스스로 가치를 올리려면 가장 어려운 이들의 가치를 소중히 하는 것 부터 시작해야 한다. p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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