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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마 겐고, 나의 모든 일/ 구마 겐고/ 이정환/ 나무생각/ 2023 일본 4세대 건축가의 대표 주자인 구마 겐고가 자신의 건축가로서의 행적을 크게 4기로 나누어 집대성한 책입니다. 각 시기마다 건축을 둘러싼 경제적, 철학적 시대 환경의 변화와 그 자신이 나름 추구하고자 애썼던 방향을 글로 먼저 쓰고 나서 자신이 작업한 건축물들의 사진과 도면을 수록한 형식. 도판이 정말 멋집니다. 1기 일본 버블 시기이자 건축가로서 초입 시기를 회상하는 글과 작품들. 2기 버블 경제가 꺼지고 대도시에서의 건축 수주가 들어오지 않으면서 위기를 맞았지만 지방에서 소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지역의 물산을 이용하는 다채로운 작업으로 내실을 다졌던 시기를 회상하는 글과 작품들. 그를 유명하게 만든 히로시게 미술관과 돌 미술관을 만들었던 시기. 3기 건축가로서 크게 도약하게 된 시기로. 중국의 만리장성에 만들어진 전통이 아니라 실제 중국 전통의 분위기에 잘 맞는 대나무집을 만들면서 격찬을 받으면서 내외적으로 유명 인사들이나 고급 브랜드 회사들과의 협업이 이루어지고 국제적이다 싶을 만큼 크거나 혹은 지역의 작은 프로젝트로 맡는 등 다채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시기를 그림. 4기 자신만의 건축 방식을 터득하고 환경을 생각하는 천연 소재와 관계 지향적인 건축물을 지금까지 지어오고 있음을 서술. 2020 도쿄 메이지진구 쪽에 지어진 올림픽 경기장을 비롯 카도카와 무사시노 뮤지엄과 시드니의 익스체인지 등등. 우리에게도 많이 알려진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3세대. 구마 겐고는 그 이후 세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20세기 전반기는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르 코르뷔지에, 미스 반 데어 로에 스타일이 한창 유행했던 시기인데, 안도 다다오와도 다소 통하는 면이 있지요. 콘크리트 일색?인 이들의 건축물들에게 대해 상당히 비판적이지만 동시대의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지금도 건재하는 일본의 제국호텔을 지었다)에 대해서는 옹호적. 프랭크 게리도 좋게 평하지만 많은 이들이 멋지다고 말하는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에 대해서는 별로 라는 식인 걸 보면 확실히 자연 소재와 관계 중심의 건축을 선호하는 건축가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비슷한 이유로 나치를 피해 일본으로 망명한(일본과 나치가 편먹긴 했지만 워낙 멀어서인지 거기까지 잡으러 오진 않았다) 브루노 타우트에 대한 이야기도 상당히 우호적으로 나옵니다. 어릴 적 단게 겐조가 지은 1962년 도쿄 올림픽 요요기운동장에서 감명받아 건축가가 될 꿈을 꾸었지만 1세대 건축가들이 공업화 시대를 맞이하여 고도 성장을 상징하며 지은 수직 구조물에 대한 감흥을 점차 잃고 자신만의 방식을 추구하게 되었다고. 스스로도 탑이 아닌 다리를 짓는 게 어울린다고 생각한다고. 자신이 2020(2021?) 도쿄 올림픽 경기장을 지을 때는 단게 겐조와 완전히 차별화되는 경기장을 짓기 위해 애썼고 실제 그렇게 되었습니다. 죽 읽다보니 회화에서 우키요에가 서구에 영향을 줬듯이 건축에 대해서도 일본이 서구의 영향 주거나 깊은 인상을 준 게 꽤 있었던 듯. 필력도 상당하며 활달하면서도 자신만의 주관이 뚜렷한 면모가 엿보입니다. 커다란 프로젝트와 작은 프로젝트 그리고 글쓰기라는 세 가지 일을 병행하는 3륜차로서 자신을 묘사하고 있으며 그렇게 균형을 잡아서 여지껏 올 수 있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죠. 정말 개인적으로 부러운 능력자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건축은 공학적 뒷받침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기술에 영역이면서 또한 예술의 영역이기도 합니다. 더구나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보니 소재며 실용적인 측면 역시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예술적인 견지에서 호불호가 갈리는 등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닐 수 없죠. 저자가 콘크리트 시대에 대해 비판적이지만, 콘크리트 세대는 그럴 수 밖에 없는 사연이 나름 있죠. 세계 대전 이후 전 지구적으로 주택 공급이라는 엄청난 압박에 시달렸던 시대니까 말이지요. 메타볼리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대를 지나, 동일본 대지진을 겪은 구마의 세대는 보다 자연 친화적이고, 관계 지향적(뭉쳐야 사니까)으로 변할 수 밖에 없다 싶기도 합니다. 책 속에서 제가 최근에 놀러갔던 후쿠오카의 다자이후에 있던 스타벅스도 등장하고 몇 년 전에 가 보고 저건 누가 만들었을까 잠시 생각했던 아사쿠사의 문화관광센터가 보여서 반가웠습니다. 내년에 도쿄에 가면 그가 지은 네즈미술관이며 ONE오모테산도도 둘러볼 생각입니다. 물론 기회가 된다면 더 많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