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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펼친 쇼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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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펼친 쇼를 보며 시집 『육체쇼와 전집』 문학과지성사, 2013.   20년대 초 미래파라는 담론의 태두에 섰던 황병승의 시집을 처음 읽은 나로서는 여러 가지 놀라운 지점이 있었다. 그가 어떤 사건에 휘말려 쓸쓸히 죽어 간 시인이라는 내막을 알고 있어서 순순한 마음으로 읽어 내려갈 수 없었다는 것을 미리 밝힌다.   그 형식에서 한 편의 시가 너무 길었다. 행과 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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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펼친 쇼를 보며

  • 시집 육체쇼와 전집문학과지성사, 2013.

 

20년대 초 미래파라는 담론의 태두에 섰던 황병승의 시집을 처음 읽은 나로서는 여러 가지 놀라운 지점이 있었다. 그가 어떤 사건에 휘말려 쓸쓸히 죽어 간 시인이라는 내막을 알고 있어서 순순한 마음으로 읽어 내려갈 수 없었다는 것을 미리 밝힌다.

 

그 형식에서 한 편의 시가 너무 길었다. 행과 연의 파괴는 물론 한 편의 시 속에 서체가 바뀌기도 했다. 또한, 두 편의 시를 한 편의 시에 짜깁기해서 쓴 것처럼 이 말을 했다가 건너뛰어 저 말을 하는 식의 전개 방식이 매우 낯설었다.

 

그 내용에서도 책의 제목이 육체쇼와 전집이듯 외설스런 장면들이 자주 나와서 읽어내기 민망한 지점도 많았다. 옛 시인들의 이름을 빌어다가 자기작품에 쓰는 시작법도 특이하고 낯설기는 마찬가지였다.

 

개새끼들”, “악마 새끼들”, “호모 새끼”, “나쁜 새끼등의 욕설을 거침없이 내뱉는다. 그는 마치 야생의 날것 그대로의 감정을 시라는 장치를 통해 세상에 합법적으로 욕을 하고 있다. 꿈속에 빗대어, 죽음에 빗대어 쓰여진 시들이 많았다. 흐느적거리며 버릇없는 독설을 서슴없이 내뱉는 자세가 일반 시에서는 보기 어려운 것들이어서 거치적거림이 느껴진다.

 

전체적인 시의 면면에서 불편한 시선으로 읽고 있다가 서정성이 빛나는 시를 발견했다.

 

방과 후

 

텅 빈 교실에 남아

유리창에 침을 뱉어도 되는 걸까

발자국이 어지럽게 널려 있는 복도에 누워

잠이 들어도 되는 걸까

선생님은 어떻게 어른이 되었을까

종이 울리면 미련 없이 집으로 가겠지

학교 집 학교 집을 오가며

저 넓은 운동장을 얼마나 많이 가로질러야 할까

 

중략......

 

형처럼 소년원에 가고 싶다

춥고 배고픈 오후, 친구들도 선생님도

운동장의 왁자지껄한 소음도 흙먼지도

모두 어딘가로 사라져버리고

칠이 벗겨진 축구 골대 위에

식어가는 둥근 해만, 차갑게 걸려 있었지 - 방과 후중에서

 

중간 부분에 거친 표현들이 나오지만, 가난한 그의 사정이 밝혀지는 후반부를 읽으면 왠지 서글픈 소년이 안타까워지는 마음을 만날 수 있다. 대부분 내용이 어둡고 거칠고 함부로 말하는 것 같지만 순수하고 올바른 삶을 동경하고 있다는 한 측면을 읽어낼 수도 있다.

 

스스로 실패를 보여주기 위한 작전에 실패했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에 이 시집은 성공적이아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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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쇼와 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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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병승에 대해서는 언급하기 어려운 시인임은 맞다. 여기서는 그저 그의 시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시집은 파격적인 제목을 들고 있다. 내용도 그렇다.  그러나 단순히 선정적인 내용만이 주목할 만한 시집은 아니다. 그의 시는 난해하지만 새로운 시 감각을 보여준다. 그동안 새롭지 못하고 난해하기만한 시를 쓰는 시인들을 많이 보았지만 황병승은 혼자 다른 세계에 떨어져 그만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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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병승에 대해서는 언급하기 어려운 시인임은 맞다. 여기서는 그저 그의 시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시집은 파격적인 제목을 들고 있다. 내용도 그렇다.

 그러나 단순히 선정적인 내용만이 주목할 만한 시집은 아니다. 그의 시는 난해하지만 새로운 시 감각을 보여준다. 그동안 새롭지 못하고 난해하기만한 시를 쓰는 시인들을 많이 보았지만 황병승은 혼자 다른 세계에 떨어져 그만의 시를 쓰는 듯이 보인다.

 이런 시적 감각은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임은 틀림없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d*****3 2023.06.02.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