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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타지역으로 이사했을 때 느꼈던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갑자기 시작된 육아에 적응할 수 없었고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도시는 감옥에 가까웠다. 그 생활을 삼사 년 하고,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좀 더 빨리 책을 읽을 걸 하고 후회했다. 물론 아이들 위주의 책은 읽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소설을 읽지 못했다는 뜻이다. 다시 직장을 나가면서 책에 대한 간단한 감상을 블로그에 적기 시작했다. 다양한 블로그를 탐색하던 중 만났던 게 곽아람 작가가 운영하던 블로그였다. 작가가 쓴 글에 감동을 받았다. 특히 그림에 관련된 글에 감탄했고, 자주 들여다보았다.
나만 아는 작가와의 인연이 좋았다. 작가가 펴낸 책을 꽤 읽었고, 신간 소식에 늘 귀 기울인다. 이번 책은 작가가 20년 동안 신문기자로 일하면서 느끼는 쓰는 직업에 대하여 말한다. 작가의 글을 쓰는 직업과 주말에 쓰는 글로 인해 20년을 버틸 수 있었다고 말하는 부분은 인상적이다. 우리도 매일 직장을 그만두고 싶지만 그렇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다양한 분야에 눈을 돌린다. 어떤 사람들은 요리를 배우고 어떤 사람들은 바리스타 자격증을 딸 수 있는 학원을 다닌다. 나는 요가를 하고 책을 읽었다. 퇴근 후 읽는 책으로 인해 일로 인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내일의 힘을 얻을 수 있었다.
개인의 감정이나 문체가 들어가지 않은 건조한 글이 신문의 역할이다. 최대한 건조한 문체로 사실만 전달할 것을 배우는 신문기자의 일을 좀 더 다르게 보게 된 거 같다. 신문기자라는 직업인이 가져야 할 냉정함이 있어야 하는데, 사적인 작가의 글은 무척 다정했다. 신문기자라는 직업과 잘 어울리지 않은 것 같은데, 이 말은 자주 듣는 모양이었다. 아마 여성적인 외모와 감성적인 글 때문일 것이다. 자기의 문체를 버리고 최대한 객관적인 사실을 말해야 하는, 나를 버리는 작업을 거쳐야 하는 기자도 녹록치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모든 직장인에게 월요일은 맞이하고 싶지 않은 요일이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일주일에 한 번은 당직을 서고 토요일 출판팀을 이끄는 작가는 금요일까지 마감을 마쳐야 토요일 신문을 낼 수 있다. 월요일을 맞이하는 것을 보고는 우리와 다르지 않음을 느꼈다. 새로운 일에 적응하고 있는 나도 일요일 저녁부터 부담스러워지니 모든 직장인의 애환이 아닐까.
토요일 책 관련 기사를 좋아하여 오랫동안 보수신문을 구독해왔다. 인터넷 기사가 일반화되고 신문을 읽지 않은 기간이 길어지자 구독 해지를 했었다. 정치면을 잘 보지 않기 때문에 관심 없었는데 보수신문을 읽는다고 주변에서 꽤 많은 말을 들었었다. 저자도 보수 신문인 조선일보의 기자로 20년을 근무하고 있다. 기사를 올렸을 때 정치적 성향이 다른 네티즌들로부터 비난의 댓글을 많이 받는 것 같다.
취재를 할 때마다 자문한다. 이 일은 옳은가? 기사를 쓸 때마다 생각한다. 이 글은 공정한가? 나 자신이나 회사의 이익보다 공익을, 옳고 그름을 먼저 생각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직업을 가진 것에 때로 감사하다. (179페이지)
문화부 출판 담당 기자로 일하면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의 직업의식을 제대로 알 수 있었던 부분이었다. 오르한 파묵을 인터뷰하며 찍었던 사진이 표지에 사용됐고, 『빨간 머리 앤』을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번역해 소개했던 역자 신지식 선생님을 향한 그리움, 키라 나이틀리를 인터뷰하며 느꼈던 감정을 말했다.
해마다 10월이면 출판계는 들썩인다. 노벨문학상을 누가 탈 것인가 인데, 늘 예상을 벗어난다. 노벨문학상에 관한 글은 직업인으로서 노벨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알 수 있었다. 무라카미 하루키나 조이스 캐럴 오츠보다는 덜 유명한 사람일 것, 출판 자료가 적당한 맞춤형 수상자가 받기를 바랐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작가의 수상. 노벨문학상 특집을 준비해야 하는 노고까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기자들의 진면모를 발견할 수 있었다.
바쁜 와중에도 책을 꺼내 읽는다. 출퇴근 시 읽으려고 가방에 책 한 권은 꼭 가지고 다니고, 자려고 누운 침대에서 책을 읽어야 한다. 나를 버티게 하는 책읽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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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의 아니게 최근 마음산책 출판사의 책들을 자주 읽게 되었다. 그리고 이게 같은 시리즈의 하나인줄도 모르고 ~직업으로 끝나는 책들이 많네 하면서 이 책도 구매했다. 나란히 그 책들을 두고 보니 이 책들이 출판사의 의도로 만들어진 책들임을 알게 되었다. 뭐 의도를 모르고 샀으면 어떠랴. 내 취향과 출판사의 의도가 맞아떨어진 것을 ㅎㅎ
저자 곽아람은 20년차 신문기자이면서 출판팀장이다. 편집자의 직업이 "읽는 직업"이었다면 기자의 업은 "쓰는 직업"일 것이다. 단순하지만 다른 어떤 말보다 확 와 닿는 말이다. 쓰는 직업. 쓰는 직업에는 많은 직업군이 있을게다. 소설가, 시인, 평론가, 교수... 미약하나마 나도 한때 읽고 쓰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 직장에서 세달에 한번 발간되는 50페이지 남짓되는 소식지가 그것이었는데, 첫 15년간은 내가 소속된 집단을 대표하는 소식지였고, 그 이후에는 재단소식지가 되어 발행부수가 이만부를 넘겼던 때가 있었다. 별것 아니었지만 편집회의를 하고, 글을 의뢰하고, 마감을 쳐냈었다. 그걸 매일 한다고? 그 하나의 사실만으로도 존경할만 하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여럿이 있는 술자리에서 한 선배가 말했다. "기사의 문장은 효율적이지만 어디까지나 산문을 위한 글이야. 자신만의 글을 계속 쓰는 연습을 해야 해. 그러지 않으면 문장이 망가져." 친한 선배도 아니었는데 그 말만은 가슴에 콕 박혔다. 그래, 자아실현은 회사 밖에서 하자! 나는 언제나 퇴근 후에 쓰는 사람이었다. 싸이월드에 썼고, 당시 기자 1인당 1블로그 운영 정책을 시행하고 있던 우리 회사 블로그에도 썼다.
가르쳐주는 선배도 없었고, 망가질 문장도 없었지만 어쨌든 글 비슷한 걸 계속 써내야했다. 내부 의뢰, 외부 의뢰도 있었지만 일단 뉴스 같은 건 내가 써야했고, 글쓰는 일이 서툰 사람들, 특히 내부 원고는 내 손을 거치지 않으면 읽기 힘든 지경의 글도 많았다. 한 문장을 스무줄 가까이 쓰면서도 이상한 줄 모르는 사람들, 주어와 서술어가 맞지 않아도 상관 없는 사람들, 너무 길고 너무 짧은 글을 주는 사람들 등등 참 세상은 넓고 글을 쓸 줄 모르는 사람은 많았다. 공부를 많이 한다고, 아는 것이 많다고, 말을 잘 한다고 글을 잘 쓰는 것도 아니었다.
저자는 '외고' 고치는 것에 대한 어려움더 토로하는데, 정말 동감한다. 어디선가 한자리씩 하고 계신 분들, 특히 글쓰는 일이 주업인 분들께 글을 받았는데 그걸 양에 맞게 고쳐야 한다든가, 단어를 좀 수정해야 한다든가 할 때는 정말 난감하다. 내 기억에 제일 황당했던 건 우리 조직에 대해 안 좋은 기억이 많은 분께 글을 받았을 때였다. 얼마나 신랄한 비판을 썼던지. 이걸 과연 권두언에 실어도 되나 싶을 정도라 솔직하게 CEO에게 보고드렸다. 이정도의 비판은 감수해야할 것 같지만 마지막 어투만 조금 고쳐달라고 요청드려보라고 해서 중재를 했던 기억이 난다.
회사 생활을 못 견뎌 하는 회사원이 회사에서 운영하는 블로그에 쓴 회사에서 힘들었던 이야기로 첫 책을 내게 되다니 인생은 그래서 아이러니한 것이다. 그리고 여전히 나는 책을 쓰고 있다. 이 책이 꼭 아홉 번째다. 이제는 안다. 회사원으로서의 글쓰기가 있기 때문에 내가 '선데이 라이터'라 칭하는 에세이스트로서의 주말 글쓰기도 있다는 사실을. 주중의 글쓰기에서 끊임없이 나를 지우고, 주말의 글쓰기에서 지웠던 나를 되살려낸다. 흐릿하거나 투명해졌던 내가 선명하게 살아났다가 월요일이 되면 다시 흐릿해진다. 그렇게 회사에서의 나와 회사 밖에서의 나, 기자로서의 나와 에세이스트로서의 나 사이 균형을 맞춘다. 나의 '워라밸'은 쓰는 일을 통해 지켜지는 셈이다.
회사원으로서의 글쓰기만으로도 지칠텐데, 자신만의 글을 주말에 쓰다니. 그래서 이렇게 책을 계속 출판할 수 있는 것이겠지. 쓰는 것이 자신의 정체성이라 느끼지 않고서야 할 수 없는 일인듯 하다. 용감하게도 개인 블로그에 회사에서의 어려움을 토로해놓고 그걸 또 책으로 펴낸다. 곽아람 작가도 보통은 아니지 않나 싶네. 나도 블로그 홍보를 지시받고 내 개인계정으로 연습하려고 이 블로그를 만들게 되었다. 처음엔 신변잡기적인 글을 썼는데 "나"와 "내 가족"을 드러내는 일이 두려웠다. 그래서 만만한게 책이라고, 책은 늘 읽으니까. 그래서 책 리뷰를 올리기 시작했다. 뭐. 기자님과는 다르게 허접한 리뷰올리는 블로그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책 읽고 월급 받는다는 그 좋은 직업에도 나름의 고충이 있다. 직업은 어디까지나 직업일 뿐, 취미가 아니기 떄문이다. 세상에 공짜란 없는 법. 옛날 어른들은 말씀하셨다. "남의 주머니에서 돈 빼 먹기가 어디 쉬운 줄 아니?" 이렇게 말하는 인생 선배들도 있다. "일이 즐거우면 회사에 돈을 내고 다녀야지, 회사에서 왜 네게 돈을 주겠니?" 내게는 이 말들보단 얼마 전 출판평론가이자 작가 한미화가 소셜 미디어에 쓴 문장이 더 와 닿는다. "취미가 직업이 되면 밀월은 끝난다." 직업 서평가의 고통에 대한 글의 첫 문장이었는데 밑줄을 100번쯤 긋고 싶었다.
내가 이렇게 내 블로그에 허접한 리뷰를 올리는 게 취미라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이게 직업이 된다면 수준미달의 글이 태반일텐데 스트레스를 받겠지. 신간을 자동(?)으로 받아본다는 꿀보직(!) 도서담당 기자에게도 이런 아픔이 있다니 남일은 다 쉬워보이는 게 맞는 것 같다. 이 책의 표지를 봐도 뭔가 멋있는 장소에서 글을 쓰는 "연출된 장면"이라 지레짐작 했는데 책을 읽다보면 이 사진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나온다. 오르한 파묵이라는 액자가 보여서 어디 카페인가 했다가, 책상을 보니 개인 사무실인가 했다가, 기자가 무슨 개인 사무실이 있지 의아해했는데 정말 오르한 파묵과 인터뷰했을 당시의 사진이란다. 오르한 파묵은 예민했고, 기자는 감기몸살이 심해 오들오들 떨며 타이핑을 했다는데 사진은 왜 저렇게 평화롭고 있어보이게 나왔는지 모르겠다. 기자가 무릎에 코 푼 휴지가 있다는 말을 안했더라면 거짓말이라고 할뻔.
뭐 딱히 문학계와 관련이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노벨문학상 발표 때가 되면 혹시 아는 작가가 수상을 하게되는 건 아닌가 궁금한 마음에 기다려보곤 한다. 괜히 인터넷 서점이 얼마나 빨리 반응하는지도 지켜보는데(악취미인듯), 다들 야근을 하고 계셨는지 발표하자마자 사진과 함께 팝업이 올라오고 그의 저서 중 출판된 책이 있으면 소개도 해준다. 얼마나 준비를 했을까, 예상도 하고 그랬겠지 싶었는데 이 책에 신문사에서의 노벨문학상 발표날 이야기가 그려져서 흥미롭게 읽었다.
보통은 개인플레이를 하지만 그날만큼은 문화부 기자들이 단합해 일을 한다고. 보통 우리나라 시간으로 목요일 8시에 발표되는 노벨문학상은 지방판 신문 강판이 9시 15분이라 그야말로 혼자서는 불감당인 벼락치기 일을 해내야한단다. 비워둔 지면을 9시 전에는 마감하고 채워야하니 어떤 사람은 기사를 쓰고, 어떤 사람은 해설을 쓰고, 또 어떤 이는 외신을 찾아 번역하고, 누구는 연표를 만들고, 번역서 낸 국내출판사 취재까지 들어간단다. 저자는 이 과정을 '집단 지성의 출현'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기자들은 '마감 맞춤형 수상자'를 기대해보지만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발음하기도 어려운 수상자들의 이름을 보면, 아니 이 사람들을 어찌 알고 국내 출판물이 있나 매년 신기해했는데, 인터넷 서점들도 '서점 맞춤형 수상자'를 기대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상상해본다.
읽는 직업과 쓰는 직업, 그 어느 것이 쉽고 어렵고 따질 일은 아닌 것 같다. 읽는 직업은 좀 쉬울라나 했는데 그것도 아니고, 쓰는 직업이야 말할 것도 없고. 좋아서 하는 일들도 직업이 되면 힘든 점들이 많으니 무작정 부러워할 일은 아니나 그래도 부러웠던 것은 내가 꿈꾸던 직업이기 때문이다.
남들에게 잘 읽히는 글과 책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직업의 세계를 그린 책, 곽아람 기자의 <쓰는 직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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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아람의 미술 관련 책을 읽었었는데 괜찮았던 기억이 있다. 친구와 함께 읽기로 해서 샀는데 정말 별로다. 10년 가까이 한 직장에서 기자 생활을 한 이야기를 에세이로 써낸 책. 책을 쓴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 기자에 대해서 소개한 내용도 있는데 이 부분은 몇 년 전 보았던 드라마 '피노키오'가 훨씬 잘 설명한 것 같다. 더구나 본인이 책을 읽고 서평을 써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일을 하고 있음에도 는 직업을 이렇게 별 내용도 없이 책을 펴내다니.. 많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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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은 일이고 나는 나였다" 이 말때문에 이 책을 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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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아람 저자 첫 책은 <어릴 적 그 책>입니다. 책 자체가 아름다워 도서관 서가에서도 존재감을 잔뜩 발산했습니다. 책표지를 예쁘게 만드는 마음산책에서 책이 출간된다는 소식을 듣고 이번만큼은 구매해서 책장에 꽂아 두고 싶었습니다 . 직장생활 초기부터 지금까지 과정을 보니 같이 성장한 기분이었습니다. 하루하루가 더디게 흘러 고달픈 몇 페이지도 있었고 갑자기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간 쪽도 있습니다. 기자라는 직업 특성상 공개적으로 위치가 들어나 부모와 비밀이 없다는 에피소드와 곽아람 기자의 독자 선생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독자란 무엇인가> 장이 가장 재밌던 이유는 곽아람 기자님을 통해 그림을 보게된 경험 덕분입니다. 앞으로의 책도 기사도 그림소개도 기대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