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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의 각본집을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본 영화면서 뛰어난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 외에도 시나리오에 대한 기대도 꽤 컸기에 기쁜 마음으로 받아 보았습니다.
영화를 못 보신 분들을 위해 설명하면 평론가들의 점수도 상당히 높았던 데다가 다소 자극적으로 느껴지는 제목으로 궁금증을 이끌어낸 독립 영화이자 김세인 감독의 장편 데뷔작 이기도 합니다. 모든 저예산 혹은 독립 영화에 해당되는 부분은 아니라지만 외견상으론 오락성과는 거리가 있고 소재 역시 어두워 보입니다. 거기다 생각보다 긴 러닝타임 까지요.
하지만 모두의 취향일 영화는 아닐지라도 담담한 톤에 감정의 마찰이 가득한 드라마를 좋아한다면 꼭 보시기 바랍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없던 모녀 관계를 다루면서도 노골적인 감정 호소나 뻔한 줄거리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섬세하면서도 입체적인 감정선을 구축하는 과정을 관찰하는 영화입니다.
한 집에 살아가는 모녀는 너무 다릅니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늘 티격태격하는 사이입니다. 어느 날, 마트 주차장에서 사고가 발생하면서 모녀의 갈등은 폭발하고 마는데, 전부터 쌓여온 감정이 터져버린 것입니다.
겉보기에는 속옷도 공유할 만큼 가까운 사이지만, 마음의 거리는 그 누구보다도 멀기만 합니다.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는 관망하는 듯한 연출의 흐름으로 드라마를 이어갑니다. 거기엔 배우의 내면을 대변하고 부각시키는 은유적인 묘사가 있는데, 변호하거나 감정 호소가 아닌 그저 서로를 비추면서 이들의 관계성을 자연스레 방치해 갈등을 키워갑니다. 복잡한 모녀 관계의 갈등을 세심하게 그려낸 작가(감독)의 관찰력이 이 각본집에 고스란히 씌여 있습니다.
이 책에는 영화의 각본과 함께 뒷 부분에는 영화와 관련한 짧은 에세이 여러 편이 실려 있습니다. 총 101씬으로 이뤄진 각본에는 꽤 많은 분량의 지문이 보여집니다. 근본적으로 불필요한 대사와 행동을 사전에 절제하고자 한 설정 의도로 보입니다.
사실 드라마나 영화의 각본집을 읽는다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낯설은 집필 방식과 연출 용어 등이 섞여 있고, 영상으로 본 것과는 다른 느낌을 받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언덕만 넘어서면 새로운 매력을 느끼게 되는데요. 영상에서 본 배우의 표정과 감정을 글로 확인하는 재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각본에선 이렇게 써 있는데, 배우는 어떻게 연기했고, 작가는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 그런 것들을 비교해 보면 영화나 드라마가 다시 보이기 시작합니다. 지문이나 감정 연출 지시도 그렇고 다시 한번 상기해볼 수 있거든요.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는 영화도 대단했지만, 스스로 단단해지는 인물들의 모습과 변화, 관계들을 겪으며 강해지는 과정도 텍스트로 잘 풀고 있는 각본집 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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