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1)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100%
  • 리뷰 총점8 0%
  • 리뷰 총점6 0%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0.0
  • 40대 0.0
  • 50대 10.0
리뷰 총점 종이책
무협을 넘어 문학으로 : 쟁선계
"무협을 넘어 문학으로 : 쟁선계" 내용보기
<쟁선계>는 작가 이재일이 장장 11년에 걸쳐 쓰고 있는 장편 무협 소설이다.   앞(先)을 다투는(爭) 이들의 세계(界)라는 타이틀 그대로 자신의 야망과 물려받은 숙원을 이루기 위해 힘과 세력을 겨루는 이들의 세상을 그린 것인데   한국 판타지 소설의 지평을 열었던 이영도의 <드래곤 라자>와 같이  한국 무협 소설의 새로운 역사를 써가고 있다.    이재일의 <쟁선계
"무협을 넘어 문학으로 : 쟁선계" 내용보기

쟁선계는 작가 이재일이 장장 11년에 걸쳐 쓰고 있는 장편 무협 소설이다.

 

()을 다투는() 이들의 세계()라는 타이틀 그대로

자신의 야망과 물려받은 숙원을 이루기 위해

힘과 세력을 겨루는 이들의 세상을 그린 것인데

 

한국 판타지 소설의 지평을 열었던 이영도의드래곤 라자와 같이 

한국 무협 소설의 새로운 역사를 써가고 있다

 

이재일의쟁선계 곧잘 용대운의군림천하가 비교되지만

군림천하가 舊무협이라 불리우던 전통적 서사와 문학적 수사의 집약이라면

쟁선계는 新무협의 정수를 표상하는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다

 

이재일은 좌백, 진산, 풍종호, 장경 , 수담 옥, 임준욱, 설봉 등과 함께 

1980년대 말에 전격적으로 등장한 新무협 작가군에 속하는 사람인데

 

新무협 작가들이 와룡강, 사마달, 야설록, 서효원 등의

舊무협 작가들과 가장 뚜렷하게 다른 점은

 

무협 소설 고유의 장르적 세계관을 지키면서도

소위 말하는 일반 소설들에 비해 문학적으로도 전혀 손색이 없는 미학적 수사를 선보였다는 것이고

그 중에서도 이재일은 좌백과 함께 인명록의 제일 앞을 다툰다.

 

쟁선계에는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들 만큼의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우리가 주변에서 만나는 서로 다른 얼굴과 목소리의 실제 인물들처럼

모든 등장 캐릭터들은 각자의 분명한 개성이 담긴 어조를 가지고 있고 

필연의 인과관계가 그물처럼 짜여진 촘촘한 서사의 스토리텔링 속에서

저마다의 신념을 저마다의 최선을 다해 겨루는 유장한 이야기로 펼쳐진다.  

 

그 이야기에는 기구한 팔자를 타고난 한 소년의 성장이 그려져 있고,

엇갈린 운명의 연인이 마음을 울리게 하는 가슴 아픈 로맨스도 있고,

모략과 음모, 배신으로 이합집산하는 현실의 정치가 있고,

의문과 부조리를 차례로 파헤치는 치밀한 추리가 있고,

사악하고 부정한 무리를 징치하는 통쾌한 액션이 담겨있다.   

 

말 그대로 상품으로서의 장르문학이 갖춰야 할 미덕들이

종합선물세트의 결정판처럼 한데 담겨있는 것인데 

 

이재일의 쟁선계가 舊구협은 물론이고

新무협의 레전드가 된 다른 작가의 책들과 비교했을 때도 단연 군계일학인 것은 

무서울 만큼 힘이 센 이재일의 필력때문이다.

 

이야기의 곳곳에서 오래고 방대한 자료 조사와 고민의 흔적이 묻어나고

이야기를 풀어내는 문장들은 고아한 아취를 흘리다가 박력있게 뻗어나가며

저녁놀 어스럼처럼 아스라하다가 아련하도록 아름답다.

 

주류 상업 문학의 어느 작품에 견주어도 모자라지 않는 이 글이

무협을 보는 장르적 편견에 갇혀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은

너무 안타깝고 안타까운 일이다.

 

 글을 쓰면서 문득 떠오르는 생각인데,

 

그러고보면 지금껏 내가 만나고 알고있는 친구들과 지인들 가운데

무협 소설을 읽고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주변 인물들의 친구와 지인까지 모집단을 넓혀봐도

그 숫자는 요지부동이고

 

한번이라도 읽어봤거나 접해본 사람까지 헤아린다고 해도

손가락 10개로 아마 충분할 것이다.

 

직업상 영화,방송,광고,게임,공연을 만드는 많은 이들을 알고 있지만

그들의 대부분은 무협에는 무지했고, 더러는 오해하고 있었고

일부는 오히려 부정적인 선입견까지 가지고 있었다

 

쟁선계를 포함해서 좌백, 진산, 풍종호, 임준욱, 설봉의 작품들 중에는

기존의 어느 한국 드라마와 영화보다도 크리에이티브한 작품들이 많지만

무협에 대한 오해와 편견은 정당한 평가의 기회마저도 가로막을만큼 부조리하다.

 

무협소설에 대해서 지금껏 내가 보고 들은 세상의 공감대는

황당하고 허황되며 구태의연하고 지루하며 유치한데다

심지어 나쁘고 유해한 활자물이라는 것이었다

 

전통적으로 무협 소설은소외보다는천대에 가깝게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에게 가벼이 여겨져왔고

 

가뜩이나 책을 안 읽는 시대를 맞아서는

마이너스 성장 속에 힘겨운 생존을 고민하는 출판시장에서도

무협 장르는 고립과 위축을 넘어 이미 영면에 든 지 오래다.  

 

경향신문에 연재된 김광주의 정협지(情俠誌)

한국에 무협소설이란 문학적 장르를 처음 알린 1961년에서 50여년이 지났지만

 

무협소설은 모두의 세상과 떨어져있고 

나날이 모두의 세상에서 잊혀지듯 멀어져 왔다

 

한낱 독자로서의 내가 체감할 수 있으리만치

디지털 제네레이션의 시의성에 부합하기 어려운 장르 본연의 한계에다

오랜 세월 동안 공급자들의 몰염치와 수요자들의 무분별까지 한데 뒤섞여 

오늘날 무협소설의 사양화를 이끌어냈는데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말을 웅변이라도 하듯이

마구잡이로 써낸 수준 이하의 무협들이 신무협이란 이름으로 등장해서

안 그래도 좁고 흐린 물에 누렇고 구린 악취까지 풍기게 하다보니

 

이어지는 당연한 결과로 전통 무협을 추억하는 신실한 독자들은 실망해서 떠나가고

가벼운 세대의 새로운 독자들은 무협이 아닌 무협 위주로 골라 읽다가

이제는 그마저도 안 읽는 상황이 된 것이다.  

 

바야흐로 지금은

 <반지의 제왕왕좌의 게임에는 그리도 열광하면서

아시아적 가치가 가득한 무협은 왜 읽지 않느냐고 따질 겨를도 없이

악화든 양화든 무협이라는 장르 자체가 사라져가는 시점이다.

 

오늘날 삶의 경제학적 비중에서 엔터테인먼트는 나날이 파이를 키워가고 있는데

청명한 햇살 아래 제대로 한 번 서 본 적도 없이 해가 저물어가는 한국 무협은 

그렇게 안타깝고 어려운 길만 걸어왔다

 

가만히 생각해본다.

무협이란 장르문학의 저 애처로운 포지셔닝은 온당한 것인가.

 

온갖 분야의 OO빠와 매니아와 오타쿠가 활약하는 이 시대에

무협이라는 크리에이티브 콘텐츠는 왜 힘이 없을까.

 

마케팅적으로 말하자면

무협에는 확실히 더 많은 숫자가, 더 의미있는 숫자가 필요할 것 같다.

 

구매력있는 유효 수요를 지속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 크리에이티브한 공급자들이 유입되고

사용자 경험을 지향하는 콘텐츠 생산과 유통의 개선과 혁신으로

마침내 Customer Engagement를 구축하는 선순환 사이클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저변이 있어야 하는데, 저변을 넓히는 스타트업은 어쩔 수 없이 공급에서 시작해야 한다.

 

확실히 무협소설에는 저변의 확대를 가로막는 Entry Barrier가 있다.

 

SF와 판타지가 과학적 준거를 기준으로 장르가 나뉘듯이

무협소설을 쓰는 작가에게 요구되는 기본적 교양에 대한 기준이 있고,

무협소설을 읽는 독자들도 최소한 알고 있어야 할 사전 지식이 필요하다

 

사정이 그렇다보니

공부까지 해가면서 팔리지도 않을 책을 쓸 사람이 없고

공부까지 해가면서 머리 아프게 소설 읽을 사람이 드문 게 당연하다.

 

91, 4대 세가의 이름과 연원을 알고 

내공과 외공이란 무엇인지, 초식이 무엇인지,

사매와 사저, 사백과 사숙조는 누구를 말하는 것인지,

보법과 신법이 뭐가 다르고, 조법과 수법과 권법이 어떻게 다른지를 알아야

 

비로소 기화요초가 만발한 무협이라는 골짜기에 들어설 수 있는데

그게 쉽지가 않은 것이다.

 

피곤하고 지루한 입문과정없이도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이른바 퓨전 무협이란 것들이 그래서 나온 것인데

오히려 무협의 저변만 갉아먹고 있는 막장 무협의 출현이라는 참담한 결과만을 낳았다.  

 

400페이지가 넘는 페이퍼백 장정으로 서른 권이 넘는 시리즈인데도

시놉시스로 요약하면 3줄이 안 넘어가는 빈약한 서사구조에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로 점철되는 스토리텔링으로

독자에게 카타르시스는 커녕 무슨 흡입력과 재미를 줄 수 있을 것인가.  

 

그래서 지금의 무협에는 더더욱쟁선계와 같은 작품이 필요하고

이재일과 같은 작가가 소중한 것이다.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에

기본 지식이 필요하고 어느 정도의 과정이 필요하면 뭐 어떤가.

 

무협의 저변은 무협의 수준과 문턱을 낮추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쟁선계와 같은 작품이 가득한 서가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반지의 제왕을 읽고 보기 위해

중간계를 종족별로 레이아웃해서 드워프와 오크, 엘프의 차이를 익히고

 

웨스테로스 지도와 7왕국의 그 복잡한 가계도와 가언을 구글링하며왕좌의 게임 보는 것은

이야기의 힘이 독자와 관객을 그리 하도록 만든 것이다

 

독자와 관객은 불평 한 마디없이

서로 정보까지 나눠가며 기꺼운 마음으로 그 길을 간다.

 

무협이란 세계로 가는 길이

구비구비 심산유곡에 자리한 구곡양장인데다 

힘들게 다다른 입구마저도 기문둔갑의 기관진식과 결계가 가득하긴 하지만

 

생문을 찾아 안으로 들기만 하면

쟁선계와 같은 천외천의 별천지가 펼쳐져 있고

그렇게 만난 기연은 평생을 두고 마음을 붙든다.

 

그것이 비록 그들만의 리그, 그들만의 세상일지라도.

 

n******0 2014.01.09. 신고 공감 5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