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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고 있다. 겨울이라는 터널이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더니 봄이 어느새 성큼 다가와 있다. 매일 불어오는 바람에서도 향기가 나고 매일 바라보는 햇볕도 따스한 빛을 품고 있다.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좋은 나날들이다. 봄이 지나면 여름이 오고 가을 지나 겨울. 사계절을 모두 겪으면서 삶이 좀 더 단단해졌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본다. 인생을 사계절로 나누어 내 삶을 돌아보면 지금은 아마도 가을쯤이지 싶다. 봄처럼 인생을 시작하고 계획하고 실행하던 이십대를 지나 사랑과 일에서 여름처럼 아름답고 푸르며 찬란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모든 것에서 시들해져 추운 겨울을 예비해야만 하는 지금의 가을. 나에게도 그런 여름이 존재했었지.
『뼈가 자라는 여름』을 읽으면서 그때 그 여름의 내가 떠올랐다. 잠 못 드는 새벽, 어스름한 창밖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때론 비관하고 때론 좌절하고, 또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불안과 고독의 나날을 보내던 젊은 날의 나,는 이제야 그 날들이 지금의 가을을 맞이하기 위함이었음을 깨닫곤 한다. 젊은 날 감내했던 모든 고독과 우울, 슬픔, 눈물이 이제는 내 안에서 인생의 가을을 잘 보낼 수 있게 해주고 있으니까. 그래서일까, 이 서정적인 문장들이 감동이었다. 비가 오는 날 소주를 드링킹 하고, 써지지 않는 문장에 시를 찬미하고야 마는 시인의 몸부림들이 낯설지 않아 좋았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으며 아프지 않고 성장할 수 있는 사람 또한 없다. 비를 맞지 않고 곡식이 자랄 수 없듯이 우리의 삶에 슬픔과 고독과 아픔은 인생을 완성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자원이다. 그 여름에 맘껏 아프고 슬퍼하고 나면 농익은 가을이 기다리고 있다고 작가에게 전해주고 싶다. 그대의 아픔은 당연한 거라고. 뼈가 단단해지려면 그 찬란한 여름을 잘 견뎌야 한다고.
사람들은 모른다. 내가 사람들에게 얼마나 커다란 적대심을 갖고 있는지. 어리석은 마음으로 얼마나 많은 시간을 허비했는지. 내 인생에는 쓰다 만 일기처럼 공란인 계절이 많다. 그 순간 그 공간에 우리가 같이 있었다 할지라도 나는 그것을 쓰려고 하지 않았다. 내 모든 에세이는 거짓이다. 지금 이 순간까지도. 미친 척하면서 과잉된 슬픔으로 세상을 벽으로 몰고 두들겨 팼던 끔찍한 폭력을 감추고 살았다.-<화동> 중에서-
살이 녹고 뼈가 무너지는 고통 속에서 아무렇지 않게 거짓말을 하는 수많은 죽음으로 애도하기 위하여 내가 선택한 문장은 여름이었지만 그것으로부터 작별을 당한 지는 꽤 오래되었다. 누구한테도 이야기하지 않은 불면의 나날들. 나는 그날의 일들을 조금씩 글자로 옮기고 있다. 여전히 뮤즈가 있다고 믿는 불량배들로부터 이 은신처는 아직 발각되지 않았다.허리춤에 칼을 숨겨 놓고 쓰는 마음이란 예술적인가. -<비 오는 화동>
비. 비 온다. 비 오면 술 생각. 비 왔던 곳에 서서 그리워진다.
가을비는 차갑지. 저기 멀리 있는 겨울에서 오는 것 가이. 무성한 소문을 품고 폭설처럼 쏟는 빗줄기 속에서 나는 문득. 사랑은 본성이라고. 사랑은 기쁘고, 아프고, 설레고, 그립고, 좋고, 슬프고, 나쁘고, 외롭고, 고맙고. 그렇지만 사랑은 언제나 하나라고. 저 수많은 빗방울을 보고 그냥 비라고 하듯이. -<비오는 화동>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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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기까지. 마지막 장을 덮기까지. 숨을 몇번이나 멈추었는지 모르겠다. 몇번이나 다시 호흡을 가다듬었는지. 그리고 다음장을 넘기고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모순되게도 얼마나 많이 다음장을 넘기기를 저어했는지.... 그리고 그 순간순간이 모이고 모여, 시간이 되어, 이윽고 그 마지막 순간 마지막장을 넘기고 나서... 표지를 다시 보았다. 표지의 오른쪽 꽃부분이 마치 사람같았다. 이 글의 텍스트에서 보여준 그 불안을, 감정을.. 형상화한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모습이 한발자국 한발자국 내딛는 힘겹지만 지치지만 오르고 있는 그 순간순간을 표현한것 같아서. 삶을 표현하는 고전적인 어떤 춤사위같기도 하여, 예술의 한 부분 같기도 하여. 자꾸만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리고 동시에 수어번 아니 수십번 울컥했던 그 마음들을 지금 내뱉고 싶지는 않았다. 조금 더 곁에 두고 싶었다. 작가가 가감없이 날것 그대로 전한 수많은 사색과 불안과 캄캄함이 작가가 서술한 그 여름이,독자에게도 끝없이 질문하는 듯 했다. 너의 여름은...? 너의 불안은? 너의 성장통은? 너의 뼈가 자라던 날들은? 그리고 지금은...?
나에게도 있었던, 있는, 그리고 있을 수많은 여름이 생각이 났다.
외면하기도, 회피하기도, 부정하기도, 압도되어 선택권 없이 그냥 두기도, 맞서보기도 했던 그 수많은 순간들. 지나고나면 다시 건드리는 순간 생생해질까 두려워, 사색하는 순간 깊어질까 염려되어 치워두곤 했던 캄캄함들. 한장한장 넘기면서, 그런 순간들과 조우... 아니 결코 우연이 아니었으리라. 필연적으로 다시 인사하게 되었다. 외면하지도 회피하지도 부정하지도 그냥 두지도 않고, 맞서지도 않고, 오롯이 그 순간을 다시 느끼게, 마주하게 하는 책. 불안정함을 오롯이 돌아보며 나의 감정의 편린들과 화해하게 하는 책. 그 수많은 순간들을 날것처럼 해체해주지만 그 마지막장을 덮으면서는 어느새 다시 상처를 봉합하게 하는 책. 유리조각처럼 박혀있는 감정의 편린들을 꺼내게 하여 통증을 야기하는 듯 하면서도, 진정 반짝거릴 수 있게 다시 감정을 배열하게 해주는 책.
날것같은 텍스트 속에서 정신없이 헤매게 하는 듯 하다가 종내 다정한 손길을 내미는듯 한 책. 다음 계절 역시 기다리게 하는 책. 그리고 다시 돌아올 여름까지도 한뼘 나아가 맞이할 수 있게 하는 책.
17p 슬픔이 만져진다. 볼 수도 없고 느길 수도 없지만 슬픔은 분명한 촉감으로 나를 에워싸고 있다. 창문으로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지만 방안은 차갑게 식어있다. 겨울도 아닌 여름도 아닌 캄캄한 어둠 속에서 발 없는 유령이 다만 빛을 내고 있는 것처럼. 그러나 이것만으론 슬픔의 증거가 충분하지 못해서 나는 또 이유를 찾는다.
48p 진심으로 살고 싶어졌다. 무거운 몸이 달이 있는 쪽으로 기우뚱, 쏟아진다.
구석구석 잘못 살아온 날들의 파편이 흩어져 있다. 오늘은 울컥하지 않는다.
모든 감각이 한 점으로 모여드는 그 순간 별이 된 것 같았다. 고통은 별이구나.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유일하게 반짝이는 마침표 같은 거구나.
몇 구절을 공유해 보았으나, 책 전체가 담고 있는 깊이를 몇구절의 공유로 담기에는 너무나도 부족해 보인다. 따로 구절을 떼어보니 비로소 더 보인다. 모든 이전의 텍스트가 다음 텍스를 향한 복선 같았음을. 모든 장을 넘겨야하는 책. 촘촘하게 짜여진 그 모든 텍스트들이 하나의 완성품이라 덜어내기 힘든 책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의 마음에 꼭 필요한 책이라 꼭 많은 분들이 읽어보실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맺는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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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를 품은 산문집이다. 단어와 문장이 참 맑다.
순수의 샘물에서 퍼다 놓은 물에 머리를 감은 느낌이 든다.
시인(詩人)으로 살아가기에 녹록치 않은 현실과, 그래도 단 한줄의 시를 쓰기 위해서 치열하게 고민하는 작가의 애잔함이 맑은 시어(詩語)를 통해 전해져 온다.
작가는 슬픔을 간직한 시를 쓰고, 슬픔을 통해서 한뼘 자라나는 뼈는 여름이라는 배경 안에서 내면의 성장을 상징한다.
<책 속으로> 떠난 사람이 돌아오는 일은 드문 일이다. 그렇게 믿으면 뒷모습이 조금씩 더 빨리 흐려지는 것 같고, 차가운 도로 끝에서 용해되는 사람들의 그림자를 바라보면서 나도 누군가에겐 뒷모습이었을까 반성하게 된다. ---「오늘도 사람들이 떠난다」 중에서
암전보다 조용한 침묵을 견디고 선다. 마음속에선 이미 할 수 없는 말까지 다 했으니까. 속이 매스꺼웠다. 소음은 뒤틀린 벽을 마주 본 다음, 있는 힘껏 울었다. ---「자취방 1」 중에서
저수지 끝에서 다시 시작된 물결은 한가운데까지 힘차게 헤엄쳐 가고, 나는 그 물결을 조용히 바라보면서 기억을 정리했다. 물결은 조금씩 멀어져, 다른 물결을 만난다. 물결들이 뒤섞이며 유약해지다 방향을 잃는다. ---「기억」 중에서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다가, 가장 깊은 어둠 속에서 여린 얼굴을 발견한 다. 상념에 갇힌 불안의 얼굴. 미세하게 떨고 있는 미래의 얼굴. 헤어진 사람에게 보내는 편지 같은 내 얼굴. ---「나무처럼」 중에서
해석으로 침침해진 눈을 닦아내는 데 있어 정직함은 필요 이상의 통증을 요구하는 듯했다. 나는 여전히 그걸 잘 못한다. 본질적인 인간이 되지 못하고 있다. ---「낮달」 중에서
겨울엔 겨울의 언어로 말해야지. 차갑고 투명한 글자들이 내 어깨에 내려앉았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있었다...... -중략- 스스로 일어나는 법을 배운 적 없다는 사실을 그제야 깨닫는 곳. 스스로 빛을 낼 수도, 스스로 움직일 수도 없는 곳. 스스로라는 말이 용기가 되는 곳. 방안 가득한 외풍도 가난의 의지였다 는 걸 나는 알아버린 것이다. ---「자취방 3」 중에서
다시 열심히 일하는 나. 꺼지지 않는 촛불처럼 나의 눈은 밤을 환하게 만들어요. 차곡차곡 개어 놓은 어둠을 바라보면 슬픔은 질서정연해 집니다. ---「여력이 없습니다」 중에서
이 사람을 잘 알지 못한다는 말을 하면서도, 이 사람이 사실은 나일 수도 있다는, 엄청난 예감 때문에 자꾸만 죄를 짓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고, 그렇지만 아무도 나에게 그 죄를 묻지 않고 이 사람을 허락한다면, 나의 삶은 조금씩 나아질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긴다. ---「페소아」 중에서
외로움과 생활의 허위를 떠나서 본질적인 삶을 위해 내가 노력했던 것은 무엇이었을지 생각 하게 만드는 말과 얼굴들. 어쩌면 나는 나에게 제일 해로웠던 건 아니었을까 하는 두려움. ---「시 쓰는 저녁」 중에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아무것도 보지 않으면 무엇이든 보게 되리라. 눈은 하나의 욕망 이란 사실을 그때 알았지. 그러므로 환상에 가까운 내 생각은 애초부터 그릇된 것이었다. ---「비 오는 화동」 중에서
사랑 때문에 삶이 기껍고. 그런 아이러니는 시의 어깨뼈쯤은 되는 것 같아서. 기대고자 한다 면 기대어도 된다고. 나는 또 사람 좋은 사람처럼 말했다. ---「고양이」 중에서
■ 리뷰 요약 시인인 작가가 아껴두었던 단어들을 산문의 형식을 빌어 고이 접고 다듬어서, 누구나 한번쯤은 느껴봤던 슬픔을 담아 아름다운 글로 한권의 책을 탄생시켰다.
책을 읽다 보면 마냥 슬프기만 한 것은 아니다. 가끔 슬픔을 비트는 페이소스로 입가에 살짝 미소를 떠오르게 한다.
작가의 글은 책의 표지처럼 순백의 언어에 파란 슬픔을 살짝 얹어서, 절망적이지 않은 희망이 담긴 슬픔을 전해준다.
일상의 언어들을 시로 표현하기 위해 치열하게 사유하는 모습과 한 개인으로서 우뚝 서야 하는 생활의 고단함, 스쳐가는 만남 사이사이 마다 끼어드는 아쉬움과 외로움의 극복을 통해 작가는 희망적인 노래를 독자에게 전해준다.
시인의 정제된 감수성으로 빚어낸 맑은 슬픔이 느껴지는 책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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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경 작가님의 산문집 “뼈가 자라는 여름”
김해경 작가님의 형식에 관계없이 생각과 느낌을 자유롭게 쓴 글이라 시인의 고민과 외로움, 그리고 일상의 번뇌들이 잘 녹여있는 글입니다.
글쓰는 작업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오랜 생각을 통해 비로소 하나의 더치커피 추출기로 결실이 방울, 방울로 떨어진다는것을 느꼈습니다. 저는 글에 대해 잘 모르지만 작가님의 외로움과 고민들을 보며 한걸음 옆에 다가가 같이 있어주고 싶었습니다.
뼈가 자라는 여름은 그럼에도 작가님은 할일이 남은 사람처럼 걸어가겠다고 합니다.
니체는 용기있는 자는 두려움을 알지만 그 두려움을 제어하는 자, 자부심을 가지고 심연을 바라보는자, 그러니까 독수리의 눈으로 심연을 바라보는 자, 독수리의 발톱으로 심연을 움켜지는 자, 그런자가 용기 있다고 했습니다.
오히려 작가님의 글을 통해 심하게 흔들려오는 저는 자화상을 보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끊임없이 자신에게 문답하는것 그래서 사유하는것만으로도 나아지리라는 희망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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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서평 차가운 여름, 보여지기 위한 글을 내려놓은 작가의 고백 김해경, <뼈가 자라는 여름>, 결, 2023.
한줄 소감 단어 하나마다, 문장 한 줄마다, 제목마다 곱씹으며 생각하는 맛이 있는 책
내용 뼈가 자랄 때 몇몇은 성장통을 겪기도 합니다. 신기하게도 이 성장통은 아침에 찾아오지 않고 밤에 찾아와 잠을 못 들게 괴롭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성장통은 역설적이게도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가 되어줍니다. 햇빛이 쨍쨍한 여름에 대조적으로 더욱 어둡게 느껴지는 밤, 머릿속을 채우는 고민들처럼. 작가님의 뼈가 자라는 여름이라는 작품이 궁금했습니다. 보통 글의 제목은 내용을 압축하여 정리하며, 내용을 대표할 수 있는 것으로 정합니다. 즉 보통의경우에는 내용이 하나의 제목을 가리킵니다. 하지만 <뼈가 자라는 여름은> 제목 또한 내용의 일부인 것처럼 느꼈습니다. 다시 말해, 제목을 붙임으로써 내용이 방향성이 생기고 하나의 글이 완성됩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제가 작가님이나 출판사로부터 허락을 받지 않아서 책의 원문이 아니라 제가 작성한 예시입니다. ‘포근하다. 햇빛이 따스하다. 오늘은 밖에 나가 놀아볼까? 하지만 밖으로 나가기에는 이곳이 너무 좋다.’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제목은 무엇일까요? 저는 구름 속 물방울을 생각하고 쓴 내용입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휴일’, ‘집’을 떠올렸을 수도, 또 누군가는 ‘이불 밖은 위험해~’를 떠올렸을 수도 있습니다. <뼈가 자라는 여름>을 읽으며 독자들은 자신의 경험을 투영할 수도, 작가의 글에 독자 자신의 방식으로 공감을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뼈가 자라는 여름은> 숨쉬듯 문장을 쓴다는 것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는당황했습니다. 이렇게 쓰고싶은 대로 쓴 문장들은 처음 봤습니다. 이상의 <날개> 이후로 이런 문장들은 처음이었습니다. “피가 나면 헝겊보다 하얀 시로 내 상처를 아물게 했던 그리운 말들을 되뇌며 떠난 친구를 위해 가만히 시를 외우는 늙은 저녁에, 아픔이 아픔을 덮는다. 사랑이 세상을 덮는다. 초록 풀 무성한 여기는 나의 평원이다. 햇살이 눕고 내 마음도 그 옆에 누워서 여전히 푸르뎅뎅해진다. 다시 만나도 변할 수 없는 것이 있다고 믿는다. ---「산책」중에서” *출처: yes24 <뼈가 자라는 여름> 책 속으로 중 “아픔이 아픔을 덮는다.”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아픔이 아픔을 덮는다.” 다음에 “사랑이 세상을 덮는다.”가 왜 갑자기 나오는지, “초록 풀 무성한 여기는 나의 평원이다.”에서 ‘여기’는 어디인지, 푸르다는 의미를 가진 말은 많은데 왜 하필 “푸르뎅뎅”이라는 단어를 썼는지, “다시 만나도 변할 수 없는 것이 있다고 믿는다.”는 문장을 쓴 작가는 어떤 추억을 떠올리며 이 문장을 썼을지, 저는 고작 이 다섯 줄을 읽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습니다. 긴 시간동안 이 책 덕분에 사색을 하게 되어 즐거웠습니다. 작가는 이 책의 곳곳에서 자신의 진심을 솔직하게 고백합니다. “친구들은 다 잘 사는 것 같다. 나도 잘 사는 것처럼 보이려고 이러쿵저러쿵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중략) 혼자 술을 따르다 말고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생각에 잠긴다. 숨을 꾹 참는다. 그러나 끝나지 않는 터널처럼 어둡고 긴 의식의 방랑 속에서, 내가 원하는 것은 아직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대로 죽는다면 정말 볼품없는 인생이었다고 사람들이 욕하겠지? 다시 숨을 몰아쉰다. (162쪽)” 저도 이런 경험이 있습니다. 다른 독자분들에게도 이런 경험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모임에서 자랑하는 친구들 앞에서 한없이 초라해지는 자신. 모임이 끝나고 늦은 시간 들어온 적막한 집에 감도는 고독과 잠 못드는 괴로움. 이 문장을 읽으며 마치 저의 이야기인 것 같아 위로를 받았습니다. 한편, 작가는 작품을 쓰는 자신의 거짓된 모습에 대해서도 고백합니다. “엄마. 시집을 냈어요. 거짓말을 잔뜩 했어요. 나는 벌 받을 거예요. (172쪽)”, “아이에겐 자기만의 문장이 없었다. (152쪽)”과 같이 간접적으로 고백하기도 하고 책의 마지막인 178쪽에서 직접적으로 고백하기도 한다. 나는 178쪽이 다시 전쟁터로 나가야 하는 군인의 마지막 일기처럼 느껴졌습니다. “네가 있을 곳은 네가 없을 곳이다. (153쪽)”을 해석해보면 ‘네가 있을 곳’은 작가로서의 삶, ‘네가 없을 곳’의 ‘네’는 너의 진정한 모습, ‘네’가 너 자체로 존재할 수 있는 솔직한 모습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이 문장 또한 각자의 페르소나를 가지고 살아가는 현대인들 모두에게 해당되는 문장인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책에서 작가의 말은 책 내용이 시작되기 전에 초반부에 들어가는 글이라는 제목으로 나옵니다. 하지만 <뼈가 자라는 여름>의 작가의 말은 마지막에 나옵니다. 책이 다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마지막에 나오는 작가의 말을 읽으며 책의 여운은 배가 됩니다. 178쪽의 다시 전쟁터로 나가야 하는 군인의 비장한 마지막 일기는 한 페이지밖에 안되는 181쪽의 작가의 말을 통해 그리운 추억을 담은 일기로 재탄생하여 책의 끝을 매듭 짓습니다. “그러나 지워지지 않는 희망이 있다는 건 언제나 괴로운 일이다. (163쪽)”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말이 유행했던 적이 있었는데 기억하시나요? 이 말이 처음 등장한 건 다른 곳이었지만 2022 FIFA 월드컵 카타르에서 대한민국 국가대표 팀이 강팀을 계속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16강까지 진출하며 전국민들 사이에서 유행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마음이 꺾여도 희망은 남아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이미 처음부터 망한 것 같아서 더 이상 열심히 일할 마음이 들지 않아도 상황이 나아질 수도 있다는 근거 없는 희망을 가질 수도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또 마음은 작심삼일이라는 말로부터 알 수 있듯이 생각보다 쉽게 꺾이는 것 같습니다. 저는 마음이 꺾여도 지워지지 않는 희망을 마음 속에 간직하면서 중도포기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작가는 지워지지 않는 희망이 괴롭다고 이야기 했지만 반대로 저는 ‘지워지지 않는 희망 덕분에 사람들은 살아갈 수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책을 읽게 될 다른 독자분들의 ‘책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읽을 권리’를 이 서평을 통해 조금 빼앗은 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하지만 제가 그랬듯이 김해경 작가님과 출판사 결의 <뼈가 자라는 여름>은 읽으면 읽을수록 보이는 것이 달라지는 책이기 때문에 독자분들 나름의 감상이 모두 다 다를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에 죄송스럽지는 않아 다행입니다. 저는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서평을 어떻게 써야할지 난감했습니다. 단어 하나마다, 문장 한 줄마다, 제목마다 곱씹으며 생각하는 맛이 있는 책입니다. 저는 이 책을 좀 더 읽어보며 작가님이 생각하는 ‘뼈’의 의미, 1부부터 4부까지 부를 나눈 기준에 대하여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참고 출처 작가 소개: yes24, (n.d.), <뼈가 자라는 여름>, yes24-도서소개, http://www.yes24.com/Product/Goods/116889631, (검색일 2022.02.09). 도서 소개: yes24, (n.d.), <뼈가 자라는 여름>, yes24-도서소개, http://www.yes24.com/Product/Goods/116889631, (검색일 2022.02.09).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의서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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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며 시를 곁에 두는 사람, 김해경 작가님의 산문집을 읽게 되었습니다. 작가님은 여름을 연약한 존재들에게 더욱 눈길 가는 계절, 그런데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 슬픈 계절, 슬픔이 깨지지 않도록 조심하는 계절이라고 하셨습니다. 여름 하면 보통 열정적이고 가장 뜨거운 시기를 일컫는다고 생각했었는데 책을 읽으며 새로운 여름에 대한 해석이 신박했고 재밌었습니다. 또한 슬픔과 아픔을 주제로 한 글도 많이 있어서 같이 감성을 자극당했습니다. 인생에 대한 희망이나 사랑과 관련된 시를 읽으며 공감과 위로를 많이 받았습니다. 끊임없이 헤어지고 끊임없이 제외하는 어처구니 없는 이 사랑을 지속하게 만드는 겨울의 틈바구니에서 놓치고 붙잡고 찾아온 것들을 외면하고 그리워하면서 메워지지 않는 빈틈을 그러나 사랑했다. 가슴이 뜨거워질 만큼 화날 일도 없었는데 우리는 왜 이렇게 많이 헤어지고 있을까. 그런 걸 생각해보면 떠난다는 건 미워서가 아니라 아무렇지 않아서 생기는 일 같다 나는 이제 아무런 표정 없이도 떠나는 너를 바라볼 수 있다. 세상의 전부가 나하고는 그런 관계다. 그러니 미워할 일도 아닌데 오늘도 사람들이 떠난다. 그러나 삶이란, 아 이런 말은 너무 무겁다. 삶의 무게를 알지도 못하면서 들어보려 할 때마다 좌절했던 어떤 날들에, 조은도 얻지 못하고 함부로 삶이란, 하고 발음 해버렸다. 오늘 맞으면 내일 틀릴 것. 내일 고치면 어제는 잊혀지고 과거가 중요하다는데 나는 글자를 믿는 사람이면서 과거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네. 개인적으로는 '여름의 뼈' 라는 소제목의 글, 가장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따뜻하고 가슴아픈, 진심어린 글들이 가득한 산문집 한 번 읽어보는 것 너무 좋았던 시간이었습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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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 전, 산문집에 대한 서평은 처음이라 학창 시절 배웠던 시와 산문에 대한 얕은 지식으로 분석을 해야 하나 잠깐 고민했었다. 그러나 책의 첫 장을 읽자마자 분석보다는 책에서 느껴지는 감정과 분위기를 온전히 받아들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마다 각자에게 견디기 힘든 일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견디기 힘들어하는 것은 '사람과의 헤어짐'이다. 차라리 이유라도 있으면 덜 힘들 것 같은데 그저 시간의 흐름에 따라, 혹은 자연스럽게 맺어진 인연이 끊어지는 것은 나에게 엄청난 감정 소모로 다가온다. 그래서 그런가 마지막의 '그러니 나도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이라는 말을 계속 곱씹어 보게 되었고, 쓴맛을 남기며 외롭게 읽혔다.
어디에선가 꿈을 꾸지 않고 잠을 자야 푹 잔 것이라는 말을 들었던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깊은 어둠은 긍정의 의미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어둠이 한 줄기 사랑의 빛도 바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라면 왠지 서글프게 느껴졌다. 무언가를 결단하는 것이 한 줄기 사랑의 빛도 기대할 수 없는, 오롯이 혼자 감내하는 것이라면 스스로 외로움의 길을 선택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필자가 다른 작가에 대해 쓴 것 같은데 나는 이 글에서 필자를 느꼈다. 지금까지 살면서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작가 스스로에 대해 드러내는 책들 중 '잘 읽히는 책'들이 많았다. 물론 그것이 좋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지만, 때로는 너무나 잘 정돈된 말들이 되려 마음에 와닿지 않았던 적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느꼈던 것은 어떤 정돈된 말들을 쓰기 위해 노력한다기보다는 그저 스스로에게 충실한 글쓰기를 한다는 것이었다. 작가가 자신과 자신이 느낀 것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것 같았다.
'뼈가 자라는 인고의 시간이 담긴 이 책은 한낮 햇빛처럼 파고드는 사랑과 문학, 홀연히 드리우는 외로움과 그리움, 나아지리라는 희망에 관하여 이야기한다. 모두 김해경의 뼈대를 이루는 일이다.' 위의 내용은 책 소개 부분에 있는 내용이다. 책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와 감정을 오롯이 받아들이겠다고 생각하고 책을 다 읽은 후 나에게 남은 감정은 '외로움, 서글픔, 그리고 희망'이었다. 필자의 여름과 마주하다 보니 이 책의 여름은 나의 여름이기도, 우리의 여름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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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문장을 읽었을 때 한 번만 읽고 다음 문장으로 넘어갈 때가 있는가 하면, 다시 문장 제일 앞으로 돌아와서 읽게 될 때도 있다.
적어도 두세 번씩 읽게 되는 문장은 이해하기 어려워서 다시 읽거나 그 문장이 좋아서 다시 읽는 경우다.
이번에 읽은 책은 후자이다. 출판사에서 책을 소개할 때 두세 번씩 읽게 될 거라 했는데 진짜였다. 그 덕에 책을 한번 읽었는데 한번 읽은 것 같지가 않다. 모든 문장을 최소 두 번 이상씩은 읽은 듯하다.
글을 쓰며 시를 곁에 두는 사람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작가의 글에서 글을 쓰는 고뇌와 시를 대하는 자세를 엿볼 수 있었다.
아주 조심스럽게 왈츠를 추는 발처럼 조용히 사라지는 태양을 바라본다. 이제 시집을 덮어야 할 것 같다. 45p.
시는 굴러가고 또 굴러가고, 어마어마해진 시 앞에서 부끄럽지 말자고, 시를 굴려 가는 우리의 손은 정직한 거울이외다. 69p.
피가 나면 헝겊보다 하얀 시로 내 상처를 아물게 했던 그리운 말들을 되뇌며 떠난 친구를 위해 가만히 시를 외우는 늙은 저녁에, 아픔이 아픔을 덮는다. 사랑이 세상을 덮는다. 109p.
문장을 읽으면서 고생하며 썼겠구나. 육체, 정신 모두 고생하며 썼겠구나 싶었다. 아무리 거짓으로 쓴대도 어떤 고생 없이 이런 단어를 이리 쉽게 내뱉을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래서였나 갖은 고생과 정성을 들여서 해주시는 엄마의 요리처럼 문장이 잘 읽히고 좋아서 읽었던 부분을 읽고 또 읽었다.
어떤 고뇌와 고생을 했길래 이 작가는 이다지도 맑은 단어를 길어 올린 것인가 싶었다.
나도 같이 고민해 보았다. 시는 무엇이며 문학은 무엇인가 하고...
170페이지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 도저히 후루룩 빨리 읽을 수 없었다.
작가가 길어올린 단어를 하나하나 곱씹으며 떠오르는 이미지를 같이 그려가며 같이 생각해 보았다.
그러느라 책을 끝까지 보는데 시간이 제법 걸렸다. 곁에 두고 자주 꺼내서 필사를 해도 좋을 책이다.
이 작가의 다른 책도 읽어보고 다음에 나올 책도 응원하는 마음으로 기다리겠다.
#YES24 리뷰어 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