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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하는 여자들의 이야기"
홍현진의 <나를 키운 여자들> 을 읽고
"우리에게는 우리와 같은 미친 여자들의 이야기가 필요하다."
-27편의 영화와 5편의 드라마 속 여자들 -
나에게는 두 가지 모습이 있다. 세상이 나에게 기대하는 나의 모습과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이다. 세상이 나에게 기대하는 모습은 나의 역할에 따라 엄마, 아내, 며느리 등이 있고,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은 역할과 책임을 제외한 나 그대로의 모습이다.
그런데 인생을 살다보면 이 두가지 모습의 내가 충돌할 때가 있다. 어떨 때는 세상이 바라는 나의 모습을 유지하기가 너무나 힘들고 그런 내 모습이 가식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냥 내가 바라는, 있는 그대로의 나의 모습으로 머물고 싶다. 이렇개 두 가지 모습의 내가 충돌할 때 나는 어떤 모습의 나를 선택해야 할까?
이 책 『나를 키운 여자들』의 저자는 이 해답을 영화와 드라마 속의 여자 주인공들로부터 찾았다. 그들은 스스로 똑바로 서고 자기 자신들을 들여다보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이 책의 저자는 9년 동안 기자로 일하면서 열심히 성실하게 살아왔다. 세상의 다양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열정적으로 기사를 작성하고, 엄마들을 위한 웹진을 만들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일과 삶이 분리되지 않은 상황 속에서 그녀에게 번아웃이 찾아왔다. 지금까지 세상이 정해준 기준대로 모범생처럼 열심히 살아온 결과는 멘탈붕괴, 번아웃이었던 것이다. 몸과 마음이 지친 나머지 , 모든 의무와 책임을 벗어던지고 더이상 열심히 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영화와 드라마를 보았는데, 그 속에서 저자는 그녀처럼 어딘가 뒤틀려버린 '미친 여자들'을 발견하였다.
그 영화와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세상의 기준에 비추어 판단해보면, 소위 '미친 여자들' 이었다. 세상애 길들여지기를 거부하고, 눈을 똑바로 뜨고 싸우고, 마음껏 욕망하고, 경계를 넘어 끝까지 가보는 여자들이 어찌 미친 여자들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나에게는 미친 여자들이 세상의 편견과 차별에 맞서는 용기있고 매력적인 여자들로 비춰졌다. 그녀들은 '여성'이라는 굴레를 벗어던지고, 진짜 그녀 자신들로 살고자 하는 당당하고 멋진, 미(美)친 여자였다.
이 책에 수록된 27편의 영화와 5편의 드라마를 통해 우리는 그동안 경험해보지도 못한 다른 인생을 엿보게 된다. 지금까지 단순히 영화를 재미로만 보았는데, 내가 본 영화들 속의 여성 주인공들이 이처럼 미친 여자들이었는지 몰랐었다.
왜 영화 속 그녀들은 평범하지 않는 다른 삶을 선택한 것일까? 잘 사는 것처럼 , 아무 문제가 없어 보였던 그녀들은 왜 미친 여자가 될 수 밖에 없었을까? 왜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에서 그녀는 남편의 죽음이 슬퍼서 모든 직원들과 잠을 잤던 것일까? <로스터 도더>에서 그녀는 두 아이를 돌보는 대신 자신의 욕망을 선택한 것일까? <체실 비치에서>에서 그녀는 결혼 여섯 시간 만에 파혼을 선택할 것일까?
이렇게 각 영화 속 여자 주인공들의 선택과 행동에 의문을 제기하다 보면, 한 가지 해답이 나온다. 그녀들은 세상이 정한 기준의 껍데기를 벗어던지고, 오로지 그녀 자신으로만 존재하고 싶었기 때문에, 이 세상 누구보다 자유로워지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현실에서는 여러 제약들과 어려움이 있어서 그런지 영화 속 그녀들이 너무나 매력적이고 용감해보였다. 인간이 인권을 가지듯, 여성으로서 인권을 가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많은 여성들이 영화 속 그녀들처럼 이런 자유로운, 용기있는 선택을 하지 못한다. 아직도 세상이 정한 기준에 허덕이며 <82년생 김지영>의 '김지영'처럼 그런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힘들다고, 도와달라고" 우리 여성들이 외쳐도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목소리에, 그 하소연에 귀기울여줄까.
이 책 속 영화 속 그녀들처럼 이제는 우리도 우리의 목소리를 낼 때라고 생각한다. 힘들다고 도와달라고, 이렇게 지내다가 미쳐버릴 것 같다고 솔직하게 말해보자. 어쩌면 영화 속 여자 주인공들의 이야기에만 그치는 것이 아닌 현실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가 되는 날이 올지 모른다. 그러기 위해서는 저자의 말처럼 아직도 우리에겐 미친 여자들의 이야기가 더 필요한 것 같다. 더 이상 세상이 바라는 내가 아니라, 내가 바라는 있는 그대로의 나의 모습이 되자고!
우리는 완벽해질 필요가 없다. "우리에게는 그저 우리와 같은 미친 여자들의 이야기가 필요하다."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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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이런 걸까 한번씩 생각이 들 때마다, 다른 여자들의 이야기가 몹시도 궁금했다. 원래 다 이런 거냐고 물어보고 싶었다. 그럴 때마다 곁에 두고 펼쳐볼 책이 생겨 무척 반가운 마음이다.
너만 그런 게 아니라고, 우리 모두 그랬고 그게 이상하지 않다고 말해줄 뿐더러- 이렇게도 생각하고 살 수 있다고 상상력을 열어보여주기도 하는 책.
그리고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 무엇보다 나를 키워준 수많은 여자들이 떠올랐다. 나를 참고 견뎌준 여자들, 지키고 믿어준 여자들, 지금까지 내 곁에 함께해준 수많은 여자들. 고마운 여자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여자로 곁에 있을 수 있길 바래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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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은 지금껏 세상이 전해준 기준에 모범생처럼 착실히 살아오다 번아웃을 겪고 질풍노도의 시기를 맞이했다고 한다. 그러다 영화와 드라마 속에서 나와 비슷한, 어딘가 뒤틀린 여자들을 만나게 되었다. 이해할 수 없다가도 자기 내면의 목소리를 따르는 여자들을 만나면서 해방감을 느꼈다고 한다. 최근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있다. 아니, 이 질풍노도의 시기는 도대체 언제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게 시작되어 언제 끝나는 걸까? 전혀 다른 직업으로 전업을 두 번 하고, 다른 지역으로 오게 되면서 제법 오래 다닌 직장을 그만두었다. 재취업을 하려니 애매한 경력에 나이 많은 여자가 되어 버린 것 같다. 영화 <아워바디>에 나오는 자영처럼. 오랫동안 행정고시를 준비하다 서른한 살에 갓 졸업한 취준생을과 일당 5만원짜리 사무직 아르바이트를 하는 그 자영처럼. 애매한 경력의 나이 많은 여자는 기업의 기피 대상일 것이다. 어리고 적은 돈을 줘도 되는 신입들을 써도 된다고 생각하는 기업들이 많다. 특히 내가 사는 지방은 더할 것이다. 영화 <우리들>을 보며 왕따였던 나와 화해를 청하는 작가님을 보며 나 또한 잠시 왕따를 당했던 초등학교 때 일을 떠올렸다. 잠깐 아르바이트로 초등학생들을 가르친 적이 있는데 여자애들 네댓명이서 몇 달은 A를, 그리고 다시 A는 무리로 들어오고 B가 왕따 대상으로 바뀌고, 다시 B가 들어오면서 C가 왕따가 되는 일을 본 적이 있다. 작가님 표현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일상을 그렸을 뿐인데 그토록 공포스러울 수가 없다. 아는 맛이 더 무섭다’ 어쩌면 누구나 다 조금씩은 겪어봤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 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영화 <82년생 김지영>을 함께 보고서는 요즘은 여자들의 사회적 지위가 더 높은 거 아니냐며 오히려 남자들이 역차별 당한다며 나를 답답하게 했던 사람이 생각났다. 말이 통하지 않아 고구마를 먹은 것 같았던 그 속이 뻥 뚫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자세한 건 책을 읽어보시길 바라며.. 기자 출신이신 작가님의 술술 읽히는 글, 한 꼭지의 분량이 많지 않아 부담스럽지 않게 잘 읽힌다. 요즘 워낙 영상과 짧은 글을 담은 SNS의 영향으로 나도 긴 글을 읽는 것이 꽤 부담스러울 때가 있는데 이 책은 아주 잘 읽힌다. 여기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 중에서 본 게 거의 없었는데도 전혀 문제 없이 읽을 수 있었고 심지어 아주 흥미로웠다. 정말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