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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사적인 기록에서 가장 공적인 역사를 이끌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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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컬렉터를 자처하는 박건호의 두 번째 책이다. 사실 매우 재미있고, 의미있게 읽은 그의 첫 번째 책 『컬렉터, 역사를 수집하다』에서 아쉬웠던 점 하나가 있다면 집요함이었다. 예를 들면, 한 통의 편지에서 주인공이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까지는 추적했지만, 그가 나중에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해서는 금세 포기해버리는 것 같았다(내 느낌이다). 아무래도 미시사 같은 것을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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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컬렉터를 자처하는 박건호의 두 번째 책이다. 사실 매우 재미있고, 의미있게 읽은 그의 첫 번째 책 컬렉터, 역사를 수집하다에서 아쉬웠던 점 하나가 있다면 집요함이었다. 예를 들면, 한 통의 편지에서 주인공이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까지는 추적했지만, 그가 나중에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해서는 금세 포기해버리는 것 같았다(내 느낌이다). 아무래도 미시사 같은 것을 연구하는 역사가는 아니기 때문에 문헌을 찾아 파헤치는 작업까지는 하지 못했을 것이라 이해한다. 다만 조금 아쉬웠을 따름이다.

 

그런데 그 아쉬움을 저자도 느꼈던 것일까? 역사 컬렉터, 탐정이 되다에서는 제목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탐정처럼 자료 너머의 진실을 몇 꺼풀씩 벗겨내고 있다. 역사적 사실에 비추어 상상력이 중심이었던 게 전작이었다면 여기서는 훨씬 근거에 기반을 두고 개인의 삶을 추적하고 있는 셈이다.

 


 

 

편지나 사진, 유언장 등과 같은 가장 사적인 자료에서 가장 공적인 역사를 이끌어내며, 미시사와 거시사를 통합시키는 작업은 여전하다. 사람이 태어나면 그 순간부터 시대의 자식의 된다고 하면서, 역사와는 무관할 것 같은 개인의 삶이 역사적 상황과 너무나도 굳건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박건호의 책을 읽으며 다시 깨닫는다. 그리고 역사 속 그 상황에서 그럴 수 밖에 없었던, 무력했던 개인도 이해하게 되는데, 창씨개명이나 징용에 끌려가면서(혹은 자원하면서) 유언장에 아내에게 국방헌금을 내라고 한 것 등이 그 흔적들이다. 그들을 어떻게 비난할 수 있으랴! (다만 그 역사적 비극을 다시 겪지 않기 위해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충격적인(?) 사실을 소개한다. 윤석중의 먼 길이라는 동시다.

 

아기가 잠드는 걸 보고 가려고

아빠는 머리맡에 앉아 계시고,

아빠가 가시는 걸 보고 자려고

아기는 말똥말똥 잠을 안 자고.

 

알고 있던 동시다. 젊은 아빠와 아가의 평온한 이별 장면으로 마음이 따뜻해지는 동시로 기억한다. 그런데 이 동시가 징용 가는 아빠가 모티브라는 것이다. 윤석중 작가 자신이 1939년 징용 통지를 받고 아내와 2살짜리 아들을 두고 떠나야 했다고 한다. 이제 이 동시가 달리 읽힐 수 밖에 없다.

 

역사를 이끌어 나가겠다는 생각를 했던 적이 있었다. 주인공은 아니더라도 조금이라도 그 길에 서겠다는, 젊었을 적의 각오는 희미해졌다. 나의 삶, 가족의 삶 하나 제대로 건사하는 게 쉽지 않아는 걸 깨달으면서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박건호의 책을 읽으며 지금 내가 남기는 기록 하나하나가 역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조금은 막중해지는 느낌이 든다. 나의 삶이 시대의 흔적, 기록이 된다.

 
YES마니아 : 골드 이달의 사락 n*****m 2023.03.12. 신고 공감 14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역사 컬렉터, 탐정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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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역사 컬렉터인 저자가 자신이 수집한 옛 물건들과 자료들을 바탕으로 한 역사 고증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야기는 총 10개의 이야기로 호적 문서 속 111세까지 해방되지 못한 노비의 비밀, 내 이름은 '개새끼' 하루 아침에 성을 갈고 이름을 바꿔야만 했던 이유, 졸업 사진 속 3.1운동 중 행방이 묘연해진 소년의 사연, 세상에 단 55장만 남은 크리스마스 실에서 들려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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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역사 컬렉터인 저자가 자신이 수집한 옛 물건들과 자료들을 바탕으로 한 역사 고증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야기는 총 10개의 이야기로 호적 문서 속 111세까지 해방되지 못한 노비의 비밀, 내 이름은 '개새끼' 하루 아침에 성을 갈고 이름을 바꿔야만 했던 이유, 졸업 사진 속 3.1운동 중 행방이 묘연해진 소년의 사연, 세상에 단 55장만 남은 크리스마스 실에서 들려오는 한 여자아이의 목소리 등 책 소개글을 보면 무엇하나 평범한 이야기가 없습니다. 

 

 

조선시대 일반 백성의 평균 수명을 찾아보니 35세라고 하는데, 노비의 수명이 111세라니요?터무니없는 수치인데 혹시 년도가 잘못 기재되었거나 호적 문서를 올릴 때 이름에 착오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저자가 소장하고 있는 자료들을 기반으로 어떻게 된 것인지 추리해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습니다. 과연 탐정이라고 할 만합니다.


가난한 양반이 돈을 마련하기 위해 전당포에 탕건을 맡긴 증서를 보면 당시 시대상을 볼 수 있어 생생함이 느껴집니다. 일본은 백의민족이라고 불리는 우리 민족의 정신을 없애기 위해 하얀 옷 대신 색깔 옷을 입도록 권장하고 여자들에게 일본의 몸빼를 입도록 했다고 합니다.

 



과거 결핵 환자들을 돕기 위해 발행했던 크리스마스 실도 일제의 검열을 피해갈 수는 없었나 봅니다. 거북선 도안은 처음부터 통과하지 못했고 다음 도안은 금강산이 너무 크게 그려졌다는 이유로(금강산이 독립정신을 심어준다는 이유에서) 대문을 그려넣어 산은 뒷 배경으로 작게 보이도록 했다고 합니다. 일제가 초판을 금지하고 압수를 해버린 덕분에 남대문을 그려넣지 않은 초판은 55장만이 남아있어 현재는 귀한 대접을 받게 되었다고 합니다.


다른 역사서들을 읽게 되면 우리가 모두 알고 있는 나라의 큰 사건들을 중심으로 서술되는 반면 이 책은 개개인이 남긴 자료로 역사를 되돌아볼 수 있어 더 실감나게 받아들여졌습니다. 다른 저서인 <컬렉터, 역사를 수집하다>도 한번 읽어볼 생각입니다. 

 

n*****1 2023.05.08.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