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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에 빛나는 50년 전 나와의 조우 [여자아이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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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기) 노벨문학상에 빛나는 50년 전 나와의 조우 <여자아이 기억>     “나 역시 그 여자아이를 잊고 싶었다. 정말로 그녀를 잊기를, 그러니까 그녀에 대해서 더 이상 쓰고 싶은 욕구를 갖지 않기를. 그녀와 그녀의 욕망과 광기, 그녀의 어리석음과 오만, 그녀의 허기와 말라버린 피에 대해 써야만 한다고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를. 나는 끝내 그렇게 되지 못했다.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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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기) 노벨문학상에 빛나는 50년 전 나와의 조우 여자아이 기억

 

 

나 역시 그 여자아이를 잊고 싶었다. 정말로 그녀를 잊기를, 그러니까 그녀에 대해서 더 이상 쓰고 싶은 욕구를 갖지 않기를. 그녀와 그녀의 욕망과 광기, 그녀의 어리석음과 오만, 그녀의 허기와 말라버린 피에 대해 써야만 한다고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를. 나는 끝내 그렇게 되지 못했다. (16)

 

끝내 그러지 못해서 탄생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오히려 더 자세하게, 꼼꼼히 어린 시절의 기억을 복원하면서, 리마스터링하고 디지털화하여 1958년의 그녀를 소환시켰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AI를 결합하고, VR로 죽어버린 자녀를 만나는 홀로그램 장치처럼, 완벽하게 그리고 괴롭게 그녀는 자신의 잊고 싶은 자신을 끔찍하게 만나고 기록한다.

 

나는 매일, 빠르게, 내가 쓰는 날짜를 1958년의 날짜와 정확히 일치시키려고 노력하면서 글을 이어갔다. 무질서하게 떠오르는 디테일을 하나하나 기록하면서, 중단되지 않는, 매일 매일의 기념일을 챙기는 방식의 글쓰기가 45년이란 세월의 간극을 무너뜨리는 데 가장 적합한 것처럼 느껴졌다. (17)

 

그녀는 1958, 잊을 수 없는 H와의 만남의 기억이, 50년의 세월에도 무색하게 불쑥 나타나 또 다른 그녀의 마음을 무너뜨린다. 그녀는 글을 쓰면서 다시 무너지고, 1958년의 아이를 일으켜 세운다.

 

“1958년의 그 여자아이는 그러니까 내 안에 숨은 채 확고부동하게 존재하고 있다. ... 그 여자아이는 내가 아니지만 내 안에서 실재다. 일종의 실재하는 현존.” (24)

 

그녀는 기억 속의 여자아이가 실재하지 않는 추상적인 이야기일 거라고 회피하지만 여전히 세월을 뛰어넘어 실재하는 현존임을 깨닫는다. 무섭다. 그러니까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이 글을 써야 했고, 자신의 인생을 다시 블록쌓기처럼 배열해야 했다. 그것이 결국 50년 전의 여자아이가 지금의 늙은 작가와 합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렇지만 과연 이런 장르를 소설이라 부를 수 있을까, 주인공과 작가가 책에 동시에 존재하는 이 아이러니한 비극을. 저자는 3인칭 시점도 아니고, 소설 속 화자가 되어 자신의 소설쓰기를 함께 버무린다. 마치 그림을 그리는 손을 그리는 바로 그런 작품처럼.

 

글을 써나갈수록, 내 기억 속 이야기가 지금까지 지녀온 단순함이 사라진다. ... 의심 : 나는 내 글쓰기의 한계를 실험하고 글쓰기가 현실에 가능한 한 가까이 밀착할 수 있또록 밀어붙이기 위해 내 인생에서 이 순간을 펼쳐보이길 은연중에 원했던 건 아니었을까.” (74)

 

1958년 여름방학 캠프에서 H와 하룻밤을 보내고, 여자아이는 사랑에 목마른 사람이 된다. H만을 갈구하면서, 여러 남자와 계속해서 육체적 관계를 가진다. H는 여자아이의 인생에 50년이 지나서까지 그를 생각하고, 그 일을 잊지 못하게 하는 파괴적인 기억을 남겼는데, 정작 H는 그녀를 기억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는 결혼해서 잘 살고 있다.

 

신문에 따르면, 그 부부는 1960년대에 결혼했고, 그들에겐 많은 자녀와 손주들, 증손주까지 있다고 한다. 남자의 인생.

...

이 남자와 보낸 두 밤이 내 인생에 영향을 미쳤는데도 나는 그의 인생에 아무것도 남기지 못했다는, 이 믿기 힘들 만큼 놀라운 불균형.

 

나는 그가 부럽지 않다. 글을 쓰고 있는 건 나니까.” (131)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그녀는 여전히 40년이 지나서도 여자이이로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글을 씀으로써 오히려 더 확고하게, 50년 전의 여자아이의 기억을 미라처럼 만들어 놓는 것.

그래서 여자아이가 50년이 지난 뒤, 지금의 자신으로 환생하듯 완벽하게 복원되는 것.

 

매우 작고 얇아, 문고책 같아, 한 손에 쥐고 후르륵 면치기하듯 읽어낼 수 있을 것 같은 앙증맞은 책.

 

그러나 책 속에는 1958년부터 지금까지 기억의 더께가 의식의 흐름과 세월의 왜곡과 의지의 거부와 켜켜이 엎어지고 얽히고 꼬이고 쌓여있어, 한 장 한 장 넘기는 게 쉽지 않다.

 

그러나 그녀가 결연한 의지로 끝내 이 책을 다 완성한 것처럼, 독자인 나도 결연하게 글쓰는 그녀와 1958년의 그녀를 동시에 읽어낸다. 그 호흡을 따라간다.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1958년의 여자아이는 욕망, 광기, 어리석음, 오만, 허기였을까.

아니면, 사랑, 사랑, 사랑이었을까.

 

나는 그래서 50년 전, 40년 전의 남자아이를 떠올린다.

결국 그때의 나를 만나지 않고서 내 인생을 완성시킬 수 없다면,

나 역시 1980년의 남자아이를 만나러 가야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i*******n 2023.03.13. 신고 공감 26 댓글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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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에르노의 여자아이 기억 (에르노의 기억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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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아니 에르노의 이 소설은, 1958년의 충격적인 사건을 현재의 '나'의 시선과 과거의 '여자 아이'의 감성을 오가며 펼쳐놓는 오토 픽션이다.여자아이가 섣부른 치기, 한 때(?)의 일탈이자 열정을 넘어 '자유로운 주체는 어떻게 행동해야하는가'라는 인간의 물음에 이르는 꽤 충격적인 성장 서사이기도 하다. 흔히 생각하는 페미니즘은 아닌 것 같다. 그 이상이
"아니 에르노의 여자아이 기억 (에르노의 기억과 글쓰기)" 내용보기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아니 에르노의 이 소설은, 1958년의 충격적인 사건을 현재의 '나'의 시선과 과거의 '여자 아이'의 감성을 오가며 펼쳐놓는 오토 픽션이다.
여자아이가 섣부른 치기, 한 때(?)의 일탈이자 열정을 넘어 '자유로운 주체는 어떻게 행동해야하는가'라는 인간의 물음에 이르는 꽤 충격적인 성장 서사이기도 하다. 흔히 생각하는 페미니즘은 아닌 것 같다. 그 이상이다!
처음부터 암시된 거침없는 장면의 묘사와는 별개로 전반부의 조각나고 정체되고 반복되는 그 때의 기억을 풀어가는 에르노의 글쓰기 그리고 여자아이의 시간과 공간적 거리의 낯설음에 익숙해진 순간, 마지막 장만 남아 아쉽다.
p*******e 2022.12.07.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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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아이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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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아이 기억를 책을 구매후 이책 작가님을 글을 리뷰를 몇군데 찾아서 읽어 봤다 웬지 믿음과 신뢰가 가능할것같아서 말이다 책을 읽고 있는동안 너무나 충격적이 였다. 이게 진실일까? 아니면 허구일까? 하고 생각이 들정도로 세심하게 글을 적은것을 보고 난 어떠한 내용 보다도 슬픔과 절망과 충격을 가졌다.  사랑은 거짓말 같다는 말이 나한테도 느낌이 온다 너무나 힘들었을것이
"여자아이 기억" 내용보기

여자아이 기억를 책을 구매후 이책 작가님을 글을 리뷰를 몇군데 찾아서 읽어 봤다 웬지 믿음과 신뢰가 가능할것같아서 말이다 책을 읽고 있는동안 너무나 충격적이 였다. 이게 진실일까? 아니면 허구일까? 하고 생각이 들정도로 세심하게 글을 적은것을 보고 난 어떠한 내용 보다도 슬픔과 절망과 충격을 가졌다.  사랑은 거짓말 같다는 말이 나한테도 느낌이 온다 너무나 힘들었을것이다. 이책은 한번쯤 꼭 읽어 봤으면 좋겠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이달의 사락 p******2 2023.09.07.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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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아이 기억] 청춘은 아름답다는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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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에르노의 글은 솔직하다. 외동딸인 자신을 끔찍이 사랑했지만 자신이 원하는 부와 사회적 지위는 주지 못했던 부모에 대한 애증, 부르주아 계급을 경멸하지만 부르주아 계급에 편입되기 위해 발버둥 쳐야 했던 과거에 대한 환멸, 남자를 사랑하지만 남자를 사랑할수록 낮아지는 자존감과 높아지는 불안감, 우울감 등을 자신의 실제 체험을 통해 낱낱이 보여준다. 2016년에 발표
"[여자아이 기억] 청춘은 아름답다는 거짓말" 내용보기


 

아니 에르노의 글은 솔직하다. 외동딸인 자신을 끔찍이 사랑했지만 자신이 원하는 부와 사회적 지위는 주지 못했던 부모에 대한 애증, 부르주아 계급을 경멸하지만 부르주아 계급에 편입되기 위해 발버둥 쳐야 했던 과거에 대한 환멸, 남자를 사랑하지만 남자를 사랑할수록 낮아지는 자존감과 높아지는 불안감, 우울감 등을 자신의 실제 체험을 통해 낱낱이 보여준다. 2016년에 발표한 <여자아이 기억>도 그렇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자신의 첫 성경험에 대해 들려준다. 

 

1958년. 열여덟 살이었던 저자는 방학을 맞아 여름방학 캠프에서 지도강사로 일하게 된다. 그 전까지 부모의 엄격한 감시와 통제를 받으며 가톨릭계 여학교에 다녔던 저자로서는 몸도 마음도 해방되는 최초의 기회였다. 그동안 소설이나 잡지, 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낭만적인 사랑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던 저자에게 거짓말처럼 이상형의 남자가 다가왔고, 자신보다 나이도 많고 캠프에서의 지위도 높은 그의 요구를 거절하기가 어려워서 그와 밤을 보내게 된다. 

 

이튿날 아침. 식사를 하러 식당으로 간 저자는 남자가 전날 밤 자신과 잤다는 사실을 동료 강사들에게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눈 깜짝할 새에 소문이 퍼졌고, 그 때부터 남자 강사들은 저자를 '창녀', '걸레'라고 부르고, 여자 강사들도 저자를 따돌리고 무시했다. 저자와 밤을 보낸 남자도 저자를 피했다. 그 때부터 저자에게 여름방학 캠프는 지옥이 되었다. 저자는 남자를 사랑했지만, 돌이켜보면 그것이 사랑이었는지 아니면 명예 회복에 대한 미련이었는지 모르겠다. 

 

저자는 남자와 딱 하룻밤 잤다는 이유로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같이 잔 남자는 아무 문제 없이 생활하는데 자신만 처벌을 받는 것도 납득하기 어려웠다. 이것이 남자를 사랑한 여자가 감내해야 할 대가라면 또 다시 남자를 사랑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러면서도 개학 후 학교에서 동급생들을 보면서 '나는 너희들과 달리 성경험이 있다'고 뿌듯해 하고, 자신을 버린 그 남자의 약혼녀처럼 금발로 염색하고 초등 교사가 되려고 했다니. 내가 다 부끄럽다. 

 

사실 난 저자가 자신의 첫 성경험을 고백한 것보다 영국에서 오페어로 일할 때 친구와 벌인 절도 사건을 밝힌 것이 훨씬 더 충격적이었다. 첫 성경험은 저자가 피해자였지만, 절도는 저자가 가해자이고 엄연한 범죄인데 이걸 고백하다니. 심지어 저자 자신이 식료품점 딸인데 식료품점을 비롯한 여러 가게에서 물건을 훔쳤다는 게 이해가 안 되었다. 근데 생각해 보면 영화 <벌새>에도 떡집 딸인 주인공이 친구와 문방구에서 물건을 훔치는 장면이 있었다. 의외로 흔한가?

이달의 사락 j****y 2023.06.29.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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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아이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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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고 화나는 안 좋은 기억들을 잊고 싶어서 일기에도 쓰지 않는 사람으로서, 아니 에르노가 치열하게 과거를 되새긴 글을 읽는 건 고통스럽고도 감격적인 일이다. 백수린 작가의 유려한 문장도 마음에 든다... 나는 이런 마음가짐으로 글을 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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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고 화나는 안 좋은 기억들을 잊고 싶어서 일기에도 쓰지 않는 사람으로서, 아니 에르노가 치열하게 과거를 되새긴 글을 읽는 건 고통스럽고도 감격적인 일이다. 백수린 작가의 유려한 문장도 마음에 든다... 나는 이런 마음가짐으로 글을 쓸 수 있을까.
p*****7 2024.11.1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