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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의 기록인 역사를 허구와 결합된 역사소설로 다시 쓴다는 것은 상당한 노력을 필요로 한다. 실제의 기록과 작가의 상상력이 어느 정도로 조화를 이루어야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 그리 쉽지 않기 때문이다. 상상력이 너무나 발휘된다면 역사에 대한 왜곡으로 비춰질 수 있으며, 반대의 경우에는 역사와 별다른 차이점이 없기에 굳이 소설로 쓸 필요가 없음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역사와는 정반대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쓰는 경우에는 그러한 부담이 더욱 커지게 된다. 비록 소설이지만, 역사 왜곡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조정우 작가의 <기황후>는 그 출발이 상당히 부담스러우 보인다. 주인공인 기황후는 역사적으로 고려 말기 권문세족으로 대표되는 기씨 일가의 횡포와 직접적으로 연계된 인물이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이들의 만행은 극에 달하였기 때문에 공민왕에 의한 기씨 일가의 처형은 긍정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에 반하여 자신의 일가에 대한 복수를 다짐한 기황후는 악녀로 비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저자는 이러한 역사적인 사실을 어떠한 소설로 만들어내고 있는 것일까? 점점 쇠락해져가고 있었지만, 당시 원나라는 패권을 장악한 국가였다. 고려 역시 그러한 원나라의 원정에 시달리면서 결국 굴복하여 그들의 간섭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고려 출신의 여자가 바로 원나라의 후궁이 아닌 황후가 되었다는 사실은 분명 호기심을 가져볼만한 대목이다. 단순히 고려의 공녀로서 원나라로 가게 된 이후 원의 순제의 눈에 들어 결국 황태자를 낳으면서 황후의 자리에 오르는 과정은 그리 자세히 기록되어 있지 않다. <기황후>는 바로 그러한 과정을 작가의 상상력과 더불어 역사적인 인물들과 연계하여 쓰고 있기에 관심을 이끌어낸다. 기록 자체가 거의 없기에 이러한 부분은 저자의 상상력으로 하여금 각색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기에 소설의 소재가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실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기황후의 본명이 기완자라는 사실과 더불어 그녀를 둘러싼 다양한 부류의 인물들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을 것이다. 기황후 주변의 인물은 실제 역사적으로 존재하였으나, 기록이 그리 많지 않으며 대부분 부정적으로 묘사되고 있기에 아마 이 책을 통하여 그들의 새로운 면을 작가와 함께 상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 기황후의 오빠인 기철, 박불화 등은 역사적으로 존재한 인물이지만, 우리 역사에서는 부정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원나라의 힘을 믿고 고려에 대하여 갖은 만행을 자행한 인물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들을 그러한 역사적인 기록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기완자에 대한 연민을 가진 인물로 재탄생시키고 있다. 박불화의 경우 사모하던 기완자와 연을 맺지 못하지만, 스스로 내시가 되어 끝까지 기황후의 곁에 남아있는 충신의 이미지로 재탄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기황후 주변의 모든 인물들이 그녀에게 반하여 연정을 품으며 동시에 충성을 갖게 만드는 인물로 설정하고 있다. 고려인은 물론이거니와 원나라의 인물까지도 포함해서 말이다. 이러한 설정은 사실 역사의 왜곡이라기 보다는 로맨스라는 측면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저자가 설정한 것처럼 원나라 순제의 눈에 들어올 정도의 미모였다면 분명 기완자의 미모는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을 뛰게 만들 수도 있었을 것이고, 그러한 설레임은 그녀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으로도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설정은 기완자 역시 역사의 피해자로 볼 수 있다는 동정론에 기인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녀가 원나라의 공녀로 간 것은 그녀의 의지가 아니라 당시 힘이 약한 고려의 상황에 의한 것이었기에 연민의 정으로 그녀에 대한 이미지를 재창조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이는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꽤 큰 인기를 얻었던 것으로도 증명이 된 부분이다. 물론 역사적으로 보면 이야기의 관점과 주체가 완전히 바뀌었지만 말이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분명 역사와는 다른 허구의 이미지가 강하게 느껴졌지만, 그 안에서 작가 나름의 고증을 걸친 역사적인 사실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과 더불어 역사에서는 그리 상세히 기록되지 않은 인물들에 대한 나름의 설정은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하지만, 최영 장군을 이 작품에 끌어들인 점은 조금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기황후가 사모하고, 최영 장군 역시 그러한 기황후를 위한 호위무사의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는데, 이는 작가의 상상을 넘어선 부분이 아닌가 생각된다. 오히려 잘 알려지지 않은 박불화와 같은 인물들에 대한 재가공은 높게 평할 수 있으나, 역사적으로 뚜렷한 족적을 남긴 최영을 기황후의 상대역에 배치한 것은 조금은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된다. 실제 역사적으로도 최영은 고려의 충신으로서 훗날 원나라를 공격하자는 강경론자였으며, 그것이 나중에는 원나라를 뒤이은 명나라에 대한 정벌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인물을 기황후의 로맨스 대상으로 설정하는 것은 무리수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역사소설은 초반에 언급한 것처럼 양날의 검으로 비춰지게 된다. 특히 기존의 역사적인 관점이 아닌 새로운 관점에서 쓰여지는 것이라면 더욱더 그렇게 느껴지게 된다. 역사가 실제의 기록이라고는 하지만, 승자의 기록이라는 또다른 모습이 존재하고 있는 것처럼 분명 역사는 재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소설은 그러한 각색의 과정의 일환으로 나름 의미를 지닐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역사에 순응하는 역사소설은 왠지 소설로서의 느낌이 강하지 않기에 <기황후>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관점에서 역사를 들여다보려는 시도를 하는 것이 아닐까? 이례적으로 고려 초기의 악녀라 일컬어지는 천추태후를 대하드라마로 재구성하여 방영한 것도 그러한 시도의 하나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조정우 작가의 <기황후>는 역사적인 사실보다는 기황후를 둘러싼 인물들의 로맨스를 소재로 한 역사소설로 보아야 할 것이다. 비록 최영을 끌어들여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지만, 역사적인 무게보다는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간의 있음직한 사랑을 소재로 하여 조금은 자유롭게 이야기에 몰두할 수 있게끔 하기 위한 것이었으리라 보여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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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지나가버린 시간들에 대한 기록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 기록에 의존하여 역사를 기억한다. 또한 그 기록을 바탕으로 아마 그러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과 그 추측를 기반으로 상상을 해보는 그런 소설이 탄생하기도 한다. 그것이 일반 소설과는 다른 역사소설의 재미라는 생각이다, 역사적인 사실에 근간을 둔 픽션.. 기록속의 한줄이 이야기의 꼬리에 꼬리를 물어 새로운 이야기로 탄생한다. 하지만 그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시대적인 배경이나 인물에 대한 경계가 있기에 그것을 넘어서지 않는 한도내에서의 이야기를 구상하는 것이 참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번에는 그런 역사속의 인물 중 '기황후'를 만나봤다. 고려의 규수였던 그녀.. 원나라의 공녀로 끌려가 치욕적인 삶을 살아야했던 그녀.. 그러한 몽골의 황궁에서 황후의 자리까지 올라 원나라를 호령했던 여인의 이야기.. 책의 겉표지에는 기황후와 최영의 운명같은 사랑이야기라는 문구가 있었다. 최영장군과의 사랑?? 파란만장한 삶 그 자체도 극적인데 거기에 사랑이야기 그것도 황금을 보기를 돌 같이 하는 최영장군과,, 얼마전에 방영한 드라마 신의에서 최영장군과 기황후의 오라비인 기철에 대한 이야기를 보았다. 기황후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원나라 황후인 누이의 권력을 등에 업고 왕권을 얕잡아보고 도전하는 기철의 모습.. 그리고 그 왕을 지키며 미래에서 온 은수와의 사랑을 나누는 최영의 모습을 보았다. 그 드라마속에서의 기씨가문은 고려의 역적집안이나 다름이 없었다. 여기서도 그들이 등장하고 왕권에 도전하는 모습도 보이고 그런 이유로 멸문을 당하자 보복으로 고려에 원군을 파병하는 기황후의 모습도 보인다. 그렇기에 기황후에 대한 드라마가 방영된다고 했을때 많은 논란이 되었다고 한다. 자신의 고국으로 파병을 하여 전쟁을 일으킨 여인에 대한 미화가 아닌가 하는... 작가도 이 부분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동국여지지>에 기황후의 묘가 몽고가 아닌 경기도 연천에 있다는 것에 대해 무엇인가 사연이 있지는 않을까.. 누군가를 그리워하여 이곳에 까지 와서 묻힌게 아닐까.. 그렇다면 가까운 곳인 철원에 살고 있는 최영은 어떨까.. 하는 추측으로 이 글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많은 이야기를 해야했기에 이야기는 빠른 속도로 전개가 되었다. 운명적인 만남부터 시작해서 기황후의 안타까운 죽음까지.. 그런데 웬지 책을 읽으면서 가독력은 있지만 뭔가 허전한 느낌이 계속 들었다. 등장하는 인물들과 다루고자 하는 사건들은 무척 많았다. 그렇기에 그 인물들로 인해 벌어지는 일들.. 그 일들에는 단순하지 않은 이면들이 있었을 것이고 그것들에 대한 흥미와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사건들의 과정이 주는 극적인 재미보다는 사전의 배경과 ,'그랬다..' 하는 결과로 마무리를 짓고 또 다름 이야기로 넘어간다고 해야하나.. 소설이 주는 재미보다는 사건을 그들의 대화를 통해 나열한 듯 한 느낌을 받았다고나 할까... 역사적으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한 여인의 삶이 좀 평면적으로 나열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공녀로 끌려간 자신의 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새로운 운명을 개척했던 그리하여 원나라에 고려의 풍습을 전파하고 공녀라는 말도 안 되는 제도를 폐지하고 그것에 그친 것이 아니라 권력을 쥐고 한때 원나라를 호령했던 기완자.. 기황후.. 역사속의 인물에 대해 이렇게 기억하고 생각해보는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것도 이러한 역사소설의 역할이라는 생각이다. 작가가 이야기한 두번째 여인을 만나본 듯 하다 그 첫번째가 장옥정이었고 이번이 두번째 여인이었다. 아마 곧 세번째 네번째... 여인들도 만나보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역사속의 여인을 이야기하는 작가로서의 차별화도 좋을 것 같다.. 앞으로 작가님의 또 다른 이야기를 기대해보며 재미 있는 책을 만나게 해준 작가님께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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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기황후란 드라마가 연일 최고 시청률을 자랑한다고 한다. 드라마가 방영되기 전부터 역사 왜곡이네, 그런 드라마에 출연하는 주연 배우들이 개념이 없네 하며 말들이 많았지만, 그래서 그랬을까? 드라마는 인기 고공행진이다. 내가 처음 기황후에 관심을 가진 건 작년이었던가? 드라마 신의에 나왔던 덕성부원군 기철 때문이었다. 누이동생 기황후를 등에 업고 고려에서 왕처럼 생활하고 왕을 제 아래 두려고 했던 인물. 기황후란 어떤 인물이기에 그녀를 등에 업은 그가 그렇게 기고만장했을까?
드라마 때문인지 기황후에 대한 책을 검색해보니 다양한 출판사에 다양한 작가들이 기황후를 이야기 한다. 네이버에 검색을 해보니 기황후의 고려 이름은 나와 있지 않고 원나라식 이름만 기록되어 있다. 원나라에 공녀로 끌려간 기황후의 제대로 된 고려 이름이 없는 것으로 보아 당시 고려는 기황후를 무척이나 미워했거나,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일까? 다른 책들은 기황후를 어떻게 이야기 하는지 모르겠지만 조정우 작가는 동시대를 산 최영 장군과 혹 사랑하지 않았을까 하는 가정에서 이야기를 끌어나간다.
기황후의 아버지는 기자오이다. 위로는 오빠 다섯, 언니 둘이 있다. 기완자(기황후의 이름)는 행주와 철원 고을의 격구시합에서 최영을 보고 첫눈에 반한다. 결혼하지 않은 여성을 공녀로 선발하려는 움직임이 있자 기완자는 최영과 혼인하고 싶어 했으나 간발(?)의 차로 그렇게 할 수 없었고, 원으로 끌려가게 된다. 원에는 고려 사람들이 환관으로 선발되어있어 아름다운 기완자를 토곤(원나라 황제)의 처소에 찻상을 나르도록 했다. 기완자를 본 토곤은 그녀에게 반하고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이후 기완자와 엘테무르의 딸 타나실리는 토곤을 두고 적이 되어 가는데...
기황후에 대한 기록이 우리나라엔 많지 않은 모양이다. 다만 기황후가 힘을 발휘하면서 공녀 선발을 중지시키고 고려의 복색이나 풍습이 원나라에 유행처럼 번졌다고 한다. 역사책에선 그 이상은 기술되지 않았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지만 나는 생각해 본다. 만약 내가 공녀로 끌려가 원나라에서 살게 되었다면 어떤 생각을 가졌을까? 기황후를 욕하고, 고려를 배신(?)한 '나쁜 ㄴ‘으로만 기억하고 싶은 것은 당시의 남자들 생각 아니었을까? 내 나라의 여자도 지키지 못한 자신들의 치부는 생각하지 않고, 나쁜 여자로 기록하는 것은 웃긴 일 아닐까? 역사 왜곡이나 사실들을 떠나 다른 나라에서 제1황후까지 오를 정도의 여자라면 어디 미인계 하나뿐이었을까?
당시의 상황을 자세히 알 수 없지만 기황후가 고려를 칠 생각을 한 이유는 1356년 공민왕이 자신의 가문을 멸문 시킨 것에 대한 복수라고 말한다. 이후 최유의 모략에 속아 고려를 침략했다는 사과 서찰을 보냈다고 하는데... 어디까지가 진실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녀를 평가 하는데 엔 말이 많다. 하지만 같은 여자 입장에서 지존의 자리까지 오른 사람이 고려의 여인이었다는 것은 역사의 한 획을 그을 대단한 일임에는 틀림없다. 바람 앞에 등불인 내 나라를 외국에서 바라보는 시선은 어떤 것이었고,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혼자서 고분 분투했을 그녀의 마음도 이해된다.
솔직히 최영장군과의 사랑이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신선한 상상력은 나쁘지 않다. 나는 MBC에서 하는 기황후를 시청한 적은 없지만, 이 책과 어떻게 다른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기존에 나와 있는 다른 책들은 기황후를 어떻게 서술했고, 어떻게 평가했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학창시절에 역사를 단순 암기 과목으로 공부하지 않았다면, 역사를 단편적인 지식으로 생각하지 않았을 것 같다. 역사적 사실에서 조그마한 의문으로 시작된 기황후의 일대기. 긍정할 것은 긍정하고, 부정할 것은 부정하고, 반성해야 할 것은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불리한 행동을 했다고 해서 그녀의 일생이 부정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녀로 인해 득이 되었던 것, 그리고 실이 되었던 것. 냉정하게 판단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역사를 알아야 하는 이유 아닐까?
다만.. ^^ 기황후는 여자이기에 좀 더 섬세하고 세심한 감정 선을 이야기 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 자료가 부족하고, 일부는 상상력으로 그려야 하는 건 충분히 알지만 뭐랄까? 너무 휙 지나간 느낌이라고나 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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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 없는 나라에서 태어난 죄로 머나먼 나라까지 '공녀'로 끌려가야만 했던 한 여인이 있다. 싫다고 아니 갈 수도 없고 도망칠 수도 없고 순순히 끌려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끌려가야만 했던 여인은 '공녀'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황후'의 지위에까지 오르게 된다. 그 당시, 혹은 지금 사람들이 알기에도 이는 천지가 개벽할 정도로 무척 놀랄 일이 아니었을까?
여러 성씨 중 '기'씨는 흔한 성은 아니어서 역사를 처음 배울 때만 해도 중국사람인가하고 고개를 갸웃했었던 것 같다. 헌데 그녀가 고려 사람이고 황후까지 된 인물이라 하니 어떻게 황후가 될 수 있었는지 의아해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내가 알고 있는, 기억하고 있는 그녀는 고려 공녀 출신으로 황후의 지위에까지 오른 대단한 여인이지만 오라버니인 '기철'등을 배후 조종해 고려에 이런저런 간섭까지 한 그닥 좋은 인상을 받지 못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역사적 사실이고 진실이라 하여도 그녀 역시 시대를 잘못 타고나 희생을 강요 당한 여인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녀가 공녀로 그저 그런 삶을 살았더라면 우리는 과연 그녀를 기억이나 했을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이웃나라를 좌지우지했던 원나라의 황후가 되기까지 그녀의 고충은 또 어떠했을까?
기완자(소설에서 나오는 기황후의 본명)는 격구 시합에 나갔다가 최영을 보게 되고 이후 그를 마음에 품게 되어 우여곡절 끝에 그와 혼인까지 약속하게 되지만 불행하게도 공녀로 끌려가게 되면서 원나라 황제를 만나 총애를 받아 아들 아이유시리다라를 낳게 되며 마침내 황후로 책봉이 되는데...!!!
큰 줄기라고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역사적 사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최영과의 사랑이야기는 비단 기황후뿐만이 아닌 그 당시 공녀로 끌려간 여인들 사이에서도 있을 법한 이야기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이를 사모하고 혼약을 맺었음에도 불구하고 끌려가 억울한 생을 살았을 이들...
기황후의 애잔한 삶을 다룬 이야기는 한 여인의 일대기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상당히 무겁고 긴 분량을 지루할 틈이 없을 정도로 빠르게 전개된다. 허나 지난 작품에서도 언급했던 적이 있듯 바로 그 점이 장점이자 단점이 아닐까 한다. 빠른 전개는 좋으나 인물들의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고 몇몇 부분에선 개연성이 부족해보였다.
예를 들면 기완자가 최영을 좋아하게 되는 부분이나 어떤 일을 계기로 공녀로 끌려가던 유화를 최영이 구하고 그로 인해 유화가 최영을 사모하게 되는 이유가 왠지 '첫눈에 반했다'는 건데 물론 첫눈에 반할 수도 있지만 그걸 기완자는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와 같고 유화도 천하절색의 미인이며, 최영 역시 모든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수려한 외모를 가지고 있다는 설명만으로는 납득이 불가하다. 외모를 떠나 그럴 만한 감정이 싹 틀 여지를 줘야할 텐데 휙휙 넘어가는 느낌이다. 즉 자연스럽게 감정이입이 되어야 하는데 왠지 주입받고 있는 느낌이 든다.
개인적으로 꼭 한번쯤 펼쳐보고 싶게끔 표지도 무척 세련되게 잘 나왔고 역사적 사실 여부를 떠나 기황후와 최영의 사랑이라는 소재도 괜찮아 인물들의 개성과 감정선만 잘 살려준다면 안타깝고 슬프더라도, 보고 또 보고 싶은 이야기가 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래서인지 조금만 더...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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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을 참 좋아하는 편이다. 역사를 잘 모르기에 읽다보면 관심을 갖게 되기도 하지만 역사소설 대부분이 한 줄의 '의문,호기심'에서 비롯된 것들이 많아 상상력의 끝은 어디까지일까 생각을 하며 읽다보면 재밌다. '기황후' 그녀에 대한 소설은 일찍 기회를 만드려 하였는데 그러지 못했다.관심만 가지고 있던 인물이었는데 요즘 한참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동명의 드라마를 보질 않으니 그 또한 내용을 잘 모르겠고 드라마의 원작을 읽어볼까 하고 기회를 만들려 했는데 그도 날 빗겨갔다. 그러다 만나게 된 조정우 작가의 <기황후>,말 위에서 하는 '격구'로 시작하여서인지 소설은 속도감이 있고 그는 격구장에서 기완자가 최영을 만났고 그 순간 둘은 사랑하지 않았을까? 로 상상의 날개를 펼쳐본다.왜,그럴까? 고려인이었지만 공녀로 원에 가 황후의 자리까지 오른 그녀가 호령했던 땅이 아니라 고향이라 할 수 있는 곳에 묻혀 있다는 역사적 한 줄 진실에서 시작한다.
'<동국여지지>에 의하면 기황후의 묘가 경기도 연천에 있다고 전해지는데,원나라를 호령했던 그녀가 이곳에 안치되었다는 점이 무언가 사연이 있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이끌어 냈고 바로 이 소설의 모티브가 되었다.혹시 연천에 사모했던 사람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연천이 최영의 고향인 철원과 연접해 있어 기황후가 사모했던 사람이 불세출 명장 최영이 아니었을까 하는 추축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작가의 말에서 발췌한 것처럼 왜 원을 호령했던 그녀가 연천에 묘가 있을까? 역사는 아이러니 하기도 하고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한다. 승자의 역사라 어느 시선으로 보느냐에 따라 다른 역사 앞에서 우리는 어느 한 편으로 치우치기 보다는 중도를 지키며 바른 판단을 해야할 것이다. 아무리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기황후와 최영의 사랑으로 각색되었다고 해도 좀더 넓게 보는 역사관을 가져야 할 것이다.
기완자는 위로 오빠 다섯 명과 언니 둘을 두고 있었다고 하니 오빠들 속에서 격구도 하고 좀더 남성다운 면을 가지며 자랐던가 보다. 말을 타고 하는 격구도 시원스레 할 수 있는 그녀가 어느 날 격구대회에 나갔다가 운명처럼 상대편인 철원의 최영을 보게 되고 그들의 운명은 씨실과 날실로 엮이기 시작했다. 첫 눈에 운명을 나누어 가지듯 했지만 최영의 집에서 기씨집안을 받아 들일 수 없어 둘의 운명은 갈라지게 되고 거기에 원의 공녀축출로 인해 둘은 마지막 그 순간에 다시 이어질듯 하던 운명의 끈이 그만 끊어지고 만다. 끝까지 완자를 구해내려고 했지만 완자의 오빠들과 영은 그녀를 원에 보내야 했고 공녀로 끌려 간 그녀의 미모는 출중하여 그들을 이끌던 털털에게도 그리고 황제 토곤에게도 눈에 띄어 귀빈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하지만 토곤은 엘테무르의 딸 타나실리와 그의 세력들에 의해 견제를 받고 있었으니 기완자를 황후의 자리에 앉힐수도 없었지만 그의 기귀빈에 대한 사랑은 대단했던가 보다.
고려의 공녀로 자신의 어긋난 운명을 아는 기완자,그녀는 그런 자신의 처지를 알기에 황후에 오른 후 2년 후에 공녀 선발을 중단했다고 한다. 공녀에서 황후까지 그런가하면 소용돌이 속의 원이나 고려에 큰 입김으로 기황후가 작용했다는 것은 그녀가 미인계 뿐만이 이니라 지략이 뛰어나기도 했지만 원에 고려의 복식등을 유행시키기도 한 것을 보면 비록 타지에서 권력을 힘을 주무르고 있다고 안일하기 보다는 자신의 위치와 자리를 그야말로 여인네의 섬세함으로 잘 휘두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권력이란 똑같은 힘으로 작용할 수 없다. 어느 한 쪽을 밟고 올라서야 비로소 자신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고 그렇다고 일인자인 왕의 자리에 올라서도 한시도 자신의 자리를 여유롭게 지킬 수 없었던,바늘방석과 같은 왕위를 지키기 위하여 자신 또한 주위를 견제하고 자신을 밟고 올라서려는 세력을 처단해야 하며 밑에서 그런가 하면 옆에서도 찌르는 세력을 늘 견제해야 했으니 얼마나 고달픈 자리인가. 원도 고려도 한참 힘이 안으로 밖으로 들쑥날쑥 하던 시대에 기황후는 고향이나 마찬가지인 고려를 도우며 자신의 자리 또한 보전해야 했으니 얼마나 힘든 자리였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런가하면 그녀의 오빠들은 여동생이 원의 황후가 되었으니 얼마나 또 기세등등하였을까? 엘테무르가 자신의 딸과 양아들을 이용하여 천하를 호령하려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그녀의 오빠들 중에도 분명 그런 인물이 있었던가 보다. 오빠의 그런 행동으로 인해 원이 고려와 전쟁을 하기도 했다지만 그 속에서는 오해도 있고 그 오해로 인해 사과가 있었다고 하지만 그런 그녀가 아무리 힘이 기울었다고 연천에 묘를 썼을까? 그녀와 힘을 겨루었던 고려의 공민왕,학창시절 그의 노국공주와의 사랑이야기에 역사를 좀더 재밌게 풀어 내었던 선생님의 수업이 기억나기도해서 노국공주와 공민왕의 이야기를 찾아 읽기도 하고 드라마를 재밌게 보았던 그런 때도 있었는데 이 소설에서는 어느 한부분 이야기 보다는 전체적인 역사적 흐름을 볼 수 있게 속도감 있게 역사를 펼쳐 보인다. 기황후와 함게 원에서 십여년을 머물렀던 왕기 공민왕,그가 원에서 반한 처자 노국공주와 사랑을 이루게 되기도 하지만 그 사랑 때문에 자신의 인생을 망치기도 했던 인물.힘은 처음과 똑같은 크기로 작용하지 않고 점점 세력을 키워 나가던가 아니면 점점 세력을 일던가. 나라가 기울면서 기황후의 힘도 기울었듯 기황후와 최영의 사랑도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갈라져 평행선을 달리듯 서로 다른 길을 가야만 했고 기완자가 공녀에서 기황후라는 운명을 받아 들이고 자신의 운명에 휩쓸리며 그녀만의 대륙적 힘을 발휘했듯이 최영이라는 인물 또한 그녀와는 이루어지 않았지만 그나름 그녀 못지 않은 힘을 발휘하며 한시대를 호령하지 않았나 싶다.
'그래, 내가 생각해도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된 듯 하구나! 이제 여인으로서의 삶은 끝나고 어미로서의 삶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기황후가 원의 황후였고 비록 고려와 전쟁을 치르기도 해야 했지만 그녀의 본성 안에는 '고려인'의 피가 흐르고 있고 아들을 낳은 후 모성에 의해 더 단단한 대륙의 힘이 나오지 않았을까? 대륙에서 자신을 지켜야 하고 아들을 지켜야 하는 어머니로서의 힘은 누구도 그 단단한 껍질을 깨지 못했을 듯 하다. 황후보다 강한 것은 그녀 안에 있는 어머니의 힘이었을 것이다. 우리에겐 기황후에 대한 기록이 얼마 없다고 해도 공녀의 신분으로 황후의 자리에까지 오른 그녀의 힘은 실로 대단하다고 본다.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어느 프로에서 잠깐 보았는데 그들이 뿌리를 내리기까지는 정말 글로 다 풀어낼 수 없는 고통의 시간들이,그리고 그들의 힘을 키우기 위해서는 서로 이민자들끼리 뭉쳐서 한덩이로 힘을 발휘해야만 했다는 이야기를 보았다.그녀가 우뚝 서기까지 어떠한 힘이 작용했는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결코 나쁘게만 볼 수 없는 대단함이라고 본다. 한 나라를 호령하고 고려까지 그 힘을 뻗친 기황후,이 책을 읽으니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어진다. 저자가 기황후와 최영의 사랑에 촛점을 맞추어 풀어냈다면 다른 시선은 어떻게 그녀를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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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에서 기황후라는 인물을 소재로하는 드라마가 만들어 진다고 했을때... 기황후라는 인물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알게된 인물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많은 것도 알게 되었다.
그녀가 원의 공녀로 간 것까지는 괜찮았으나... 그후...그녀의 행보로 인해.... 흠흠....어쨌든 이야기를 봐야 어떤 판단이라도 할 수 있을 듯 해서...책을 펼쳐들었다. ![]() 그녀 기완자는 천방지축의 소녀다. 그런 그녀가 사모하는 이가 있으니 그는 바로 최영도령!!! 사실 최영도령도 그녀를 사모하는데...그녀의 집에서 그의 집에 혼담을 넣지만...그의 집에선 너무나도 차이나는 그들의 집으로 데려오기엔 그녀가 너무 아깝다. 그렇게 혼담을 거절하고....시간이 흘러..그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 3년상이 거의 끝나갈 무렵.. 기완자는 최영을 찾아가 혼인해 줄 것을 권한다. 때마침 원에서 혼인하지 않은 처녀들을 공녀로 데려가는 시기인지라 그녀의 마음은 무척 조급하다. 그리하여 그들은 둘만의 혼약을 치르고 정식 혼인을 하기 위해 그녀의 집으로 향한다. 허나..운명은 그들을 함께 할 수 없게 하기로 했는지....원군들은 기완자가 혼약을 했다 하는데도 공녀로 데려가게 되고..최영은 그녀를 구하기 위해 그들의 뒤를 쫓는데...
음..그런데 이 책의 요지는 그녀의 역사적인 행보가 아니라...사랑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듯하다. 공녀로 끌려가는 그녀를 구하기 위한 최영의 노력이 헛되긴 했지만...그녀를 지켜내기 위해 자신도 원으로 가는 부분에선...그래...참 멋진 남자구나...했다. 그런데...한권의 분량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기엔 조금 부족함이 있지 않았나 싶다. 세부적인 내용이 조금 더 설명을 깃들여서 표현되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그런 느낌이 든다. 역사적인 어떤 사건에 대한 언급도 사랑이야기도 살짝 금장 지나가버린 듯해서 아쉽다는 느낌이랄까...
다만 그녀가 기황후로...아주 높은 곳에 있었지만 결코 행복한 건 만은 아니었을 거란 느낌이 들어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그리고 악한 모습으로 고려에게는 참 못된 여인이었지만...죽음을 앞두고 자신을 고려의 연천에 묻어달라고 할 만큼 그녀도 어쩌면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그녀의 첫정에 대한 사무침이 느껴져서... 사실 그녀가 황제를 사랑했는지 안했는지의 여부에 대해선 알 수 없는듯 하다..어찌보면 사랑했을지도 모르지만....정말 사모했던 님과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 조금은 새드란 느낌이 들어서...
여하튼 참 슬픈 이야기인데..그것을 담담히 적어내려간 작가님께는 박수를 드리고 싶다.. 왠지 자신의 마음을 묶어두려는 그녀의 모습이 자꾸 눈앞에 그려져서....
역사적으로 비판받아야할 인물일지 모르지만..그녀도 여자로서의 일생은 참 고달프고 어렵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그러니..너무 미워만 하지 마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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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와 제목에 대한 느낌> 양귀비꽃은 개인적으로 별로지만 이렇게 표지로 장식하니 어여쁘다. 고급스런 이미지에다 옆에서 내려다보는 꽃으로 배치하니 달리 보여진다. 제목까지도 멋스럽다. 그냥 읽고 싶은 마음이 물씬 들게 하는 표지다. <이책은> 파란토끼 1호 님의 개인 이벤트 당첨 도서. <저자는>
<책내용 맛보기>
<책읽은 소감> 언젠가부터 퓨전사극이 대세다. 사극하면 왠지 고리타분하고 가부장적이며 뻔한 틀에서 유영하는 바, 남자들이 아니고서는 대개 비인기 프로그램. 그런 공식을 깨면서 젊은이들까지도 흡수할만치 창의성을 발휘한데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마찬가지로 퓨전사극이 뜨면서 원작도 덩달아 춤을 추는 상부상조하는 정신도 좋다고 하자. 문제는 역사교육도 등한시되고 있는 현실서 재미나 흥미 위주의 역사공부를 하고 있다는 한심함이 남는다. 물론 역사는 승자에 의해 씌어진 기록이라 말할 수도 있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그 시대를 말함이니 현세의 잣대로 왈가왈부는 그리 타당하다는 생각이 아니다.
여러 각도에서의 해석이나 재해석이 빛을 발하는 건 좋은데, 나를 포함한 정통으로 알고 있지 않은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렇게 각인하는 결과가 큼이 대단히 문제라 본다. 와전되거나 통용된다는 이유만으로 옳게 치부되는건 옳지 않다. '기황후'에 대해서도 나는 잘 모른다. 드라마가 뜨면서 원작 소설이 춤을 추고, 역사학자들이나 여타 사람들의 지적이 일어나면서 나도 검색을 해봤다. 본질은 제대로 알고서 각색이구나, 새로운 캐릭터구나를 알아야지 판별능력도 없이 그저 한쪽으로만 치우치는 그런 사고는 지향하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 아쉬움을 가졌다.
제목을 꼭 기황후로 해야했을까. 시류에 편승하고픈 마음은 이해가 간다. 처음 접한 저자다. 글은 매끄럽게 잘 써나간다. 오히려 너무 쉬이 쓴 글이 아닐까 싶게 술술 읽힌다. 조금의 깊이나 사색을 요하는 글은 아니라는 말이다. 장르문학이자 로맨스 소설로 치부하기엔 역사 소설이다. 그렇다고 정통한 역사소설도 아닌 팩션 소설에 가깝다. 기황후는 공녀로 차출되어 노예와 같은 삶을 살아야 했다고 출판사 리뷰에서 나오지만 책을 읽어보면 어디 노예와 같은 삶이 나오는지 새빨간 거짓말을 잘도 한다. 여기서의 공녀들은 대부분 대우받는 공녀들이다. 양반집 규수들인지라 덜컹거리는 수레에 실려 끌려갈때만 힘들었다는 묘사가 나올뿐, 설렁설렁 대강대강 휙휙 지나가는 몇 글귀에서 보면 강규수는 누구랑 벌써 연정이 싹텄고, 상대남인 원나라 장수는 마음은 기낭자에게 있으나 현실이 어쩌지 못하니 대신하지만...
예전에 읽었던 '사미라에게 장미를' 에서 오로지 여자인 최선실 경위만이 추리하고 행동하고 혼자서 다 활약을 했다. 최선실 경위만을 위한 모든 남자들이 들러리. 이 책은 제목도 그렇지만 기낭자만을 위한 들러리들. 기낭자를 둘러싼 난다긴다 하는 남자들이 그렇고 친정어머니가 베필로 지정한 남자는 거세까지 해가며 기낭자 곁에 머문다. 기낭자가 원나라에 갔어도 금방 상관의 눈에 들어 차 나르는 나인이 되니 황제의 눈에 드는 건 일도 아니고, 원나라의 뭇 장수는 물론 사내들도 기낭자에게 홀리는 꼴이란. 최선실 경위가 따로 없구나. 모든 일은 기낭자를 중심으로 돌아가는데 읽다가, 또야 싶고, 읽다가 또야, 나중에는 후회하는 일이 하나 있었다. '기낭자는 눈물을 흘렸다' 는 대목이 도대체 몇 번인가 세어볼 걸. 그렇게 끄떡하면 눈물 흘리고, 눈물 글썽이고, 눈물 삼키고, 눈물이 앞을 가리고, 눈물을 감추느라...그런데도 그닥 슬프다는 느낌은 전해오지 않음이여.
여기서 기황후는 매우 현명하고 나긋하고 사리분별 확실하고 또 이렇게 아름다운 선녀같은 여인네는 없다고 묘사된다. 그런 여인네가 뜬금없이 사내대장부 같은 발언을 할때는 뭥미?. 카리스마 넘치는 기상을 그린 것도 아니고, 오로지 황제의 사랑이란 사랑은 다 받으며 아들까지 낳고서도 최영을 향한 그리움을 어쩌지 못하는게 많이도 이율배반적으로 그렸다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사모하는 연정이야 막아서 되는 건 아니지만, 황제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도 놓친 고기인 최영은 아깝고, 그립고. 또 기황후의 오빠들을 매우 의리 있고, 공명정대한 사람들로 그렸는데 그건 기황후의 입장서는 그럴 수 있지만 읽는 독자는 좀 거부감이 들었다. 그들의 누이를 구하기 위한 초반부가 너무 거창했던 반면 후반에는 몇 줄로 요약되면서 억울한 죽음이라는 형식이니 말이다.
역사를 아예 모른체하고 소설로만 본다면 그래도 재미 있는 편이다. 최영과의 인연을 붙잡기 위한 당돌한 기낭자의 행동은 조금은 우유부단한 측면이 강한 최영과 잘 어울린다. 첫눈에 반한 사랑이 운명적인 사랑이 될 수 있음이라. 그러나 사랑은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도 적용될 수 있음이라. 어차피 인연의 끝자락을 그리도 따라 갔건만 될 수 없는 인연임을 일찌기 포기하지 못한 최영인지라 역시 우유부단한 남자라는 거다. 유화 낭자가 오히려 인연이 될 사람이었음을. 때론 좋아하지만 비껴갈 수 밖에 없는 인연이 있다는 생각도 든다. 한 평생을 마음으로만 은애해야 하는 사랑은 참 아플 것이다. 다른 사랑이 대신할 수 없는 마음일테고 가지지 못한 사랑에 대한 그리움이자 미련이고 또 소유욕일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자신이 가진 사랑에서 또 사랑을 찾아야하는게 그나마 자신을 위하는게 아닐런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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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황후 / 장영철,정경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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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역사 속에서 자신의 이름을 남긴 인물은 얼마나 될까? 아마 우리가 책을 통해 익히 배운 인물들 빼고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역사란 것이 항상 승자에 의해서 쓰여지다보니 진실 속에 가려진 비밀들 또한 많다. '기황후' 지금 가장 핫한 mbc 드라마다.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는 드라마지만 사실 기황후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 사람보다는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았을 것이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기황후... 하지원이란 배우가 연기한 인물이 누구인지 이전까지는 잘 알지도 못했고 관심 또한 없었다. 허나 드라마가 인기를 얻으면서 기황후가 누구이며 그녀의 삶이 얼마나 파란만장 했는지 알게 되었고 한 명의 여자이며 어머니인 그녀의 이야기에 공감도 하고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원나라 황제 순제의 황후로 살다가 죽은 기황후... 그녀는 고려 말의 혼란스런 상황에서 오빠와 언니, 아버지의 사랑을 받으며 자란다. 남자들이 하는 격구 시합에서 평생을 가슴 속에 묻고 살아야 하는 운명적인 사랑을 만난다. 최영... 기황후가 되기 전 기완자였던 시절에 만난 첫사랑의 남자다. 원나라에 공녀로 착출되지 않기 위해 갖은 노력 끝에 최영과의 결혼을 앞두고 있던 기완자에게 날벼락 같은 소식이 들려온다. 혼약을 맺고 혼례식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 더더욱 안타까운 공녀로서의 착출... 허나 벗어날 수 없는 현실 앞에 기완자는 결국 떠나는데....
두 사람의 질긴 인연의 끈은 계속된다. 순제의 깊은 애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결코 최영에 대한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최영 역시 순제의 황후에게 모진 채찍을 당하며 생과 사의 갈림길에 서 있어야 했던 기완자를 잊을 수 없다. 오히려 그녀의 안위가 걱정이 되어 그녀 곁을 떠나지 못한다.
주위에 믿을 사람 하나 없는 상황에서도 자신을 자신과 고려인을 생각하는 기황후의 모습은 당차다. 오빠의 억울한 죽음과 가문의 몰락을 두고 볼 수 없기에 원나라 군대를 파견해 공민왕과 오빠의 죽음에 대한 보복을 하고 만다. 가문이 살아야 자신도 살기에 기황후의 이런 모습은 당연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론 우리로서는 안타까운 일이다. 기황후를 시기하고 질투하는 타나실리와 그녀의 아버지 엘테무르의 막강한 권력 앞에 기황후는 물론이고 황제 순제 역시 힘을 쓰지 못하고 속으로 삭이고만 있을 뿐이다.
책을 덮으며 모든 것을 자신의 손에 넣고 호령하는 기황후의 모습이 눈에 연상이 된다. 고려인의 피를 이어받은 아들과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온갖 음모와 계락이 난무하는 궁궐에서도 당당히 자신의 위치를 지켰던 여인... 그녀의 모습은 긍지 높은 고려인이며 어머니이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한 권의 책이지만 기황후란 인물이 가진 단호함과 지략 넘친 패기, 용감함이 여인으로서의 나약함을 넘어 생동감 있게 다가온다. 평범하게 사랑하는 한 남자 최영의 품에서 행복을 찾지는 못했지만 운명을 개척하며 드넓은 대륙을 호령했던 그녀의 모습이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기황후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 여러권 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다른 책에서는 기황후를 어떤 식으로 표현해 놓았을지 궁금증이 생겨 읽어보고 싶어진다. 기황후... 내가 미처 몰랐던 고려인의 뜨거운 피로 넓은 대륙을 호령하며 역사에 남을 인물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거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