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에 도둑이 들어서 귀중품이 싹다 사라졌다면, 도둑이야 소리조차 제대로 못질렀다면, 맨손인 도둑에게 저항해보지도 못했다면, 아니면 도둑이 칼을 들고 있어서 살고싶어서 순순히 돈을 다 꺼내서 내어줬다면 피해자한테 왜 그렇게 했냐고 뭐라할 수 있을까? 놀라도 소리를 어떻게든 질렀어야했나? 칼들고 있어도 버텼어야했나?
상담소 지원금도 피해자 지원을 숫자로 수치화해서 실적화 하고 오히려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활동들은 실적에 들어가지 못하고 결론적으로 지원금 받는 거에 포함이 안된다는 것도! 들여다보니 정말... 말이 안되는데 이런 현실이었구나 싶었다
|
|
성폭력 가해자들이 감형을 받기 위해 여성단체 후원금 기부 내역을 제출하는 꼼수를 쓴다는 걸 알고서 분노했던 터라 이 책을 꼭 읽어야만 했다..! 여성단체 후원은 수많은 감형 전략의 일부라는 것이 책에 잘 나타나 있었고, 독서모임원들과 한 번 더 분노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법률 서비스 판매자 정체성으로 무장한 성범죄 전담법인은 가해자들을 그야말로 여러 각도에서 지원한다. 가해자가 반성하고 있음을 보여주려고 여성운동단체를 후원하거나 '그럴 사람'이 아님을 내세우며 가해자의 평판, 사회적 유대관계를 입증하기 위해 자원봉사 기록, 표창장, 헌혈증까지 동원한다고 한다. 심지어 온라인 카페를 운영하며 가해자의 상황에 따라 필요한 유료 법률서식을 올려두고, 이 카페에서 가해자끼리의 공감과 독려의 '임파워먼트'가 이뤄진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구구절절 화나는 사례들이 이어지는데 저자가 말하는 문제의 핵심은 "성폭력 사건 해결의 법시장화"다. 활동가이자 연구자인 저자의 박사논문으로 인터뷰와 판례 인용 위주로 전개되어서 많이 어렵지 않게 읽혔다. 더더더 많은 사람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
|
이 책은 남성중심적 한국사회가 법률시장의 개방과 변화된 법구조 변화를 틈타 가해자를 지원하는 성범죄전담법인이 어떻게 생겨났고, 가해자를 소비자의 위치로 치환시켜 시장화하고 지원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가장 화가 났던 건, 반성은커녕 가해자들이 제출하는 반성문과 탄원서 등이 유용한 정보인양 3천 원에서 5만 원까지 가격이 형성되어 판매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사과라는 이름으로 피해자가 원치 않음에도 접근을 시도하는 여러 행위가 양형 사유에 적용이 된다는 것이었다. 한편, 피해자는 피해자로 인정받기 위해 남성중심적인 법질서와 담론과도 싸우며 피해를 입증해야 하는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는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숨통이 트였던 건 피해자 분들의 용기와 연대의 마음이었다. “다른 피해자를 또 만들 수 없다”,“나 같은 피해자가 더는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또 다른 피해를 막기 위해 지난한 싸움을 결심하게 된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언제까지 피해자분들의 용기에 기댈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공고한 남성중심적 문화에 문제를 제기하고, 변화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