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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으면서 없는 대상만큼 낯설고 기이한 것은 없다. 평범하게 존재하고 있지만 말이 안 되는 사건의 흐름이 우리에게 친숙하다는 것은, 의식으로 의식의 세계를 볼 때 또는 무의식으로 무의식에 대응할 때의 느낌일 뿐이다. 그의 세계에서 가장 낯익은 것들이 그것을 뒤집어 놓은 시선에서 포착되는, 자기 자신마저에 대해서까지 느끼는 낯설음. 무의식 혹은 잠재된 의식으로 바라볼 때 친숙해 온 모든 것들이 이질감, 이물감, 낯설음으로 바뀌어 버리는 것을 확인한다.
그는 여전히 실종된 말을 찾을 수 있다는 관념이 무척이나 황당하게 여겨진다는 사실과 싸우는 중이었다.
꿈에서 만난 말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써 내려간 이 작품은 활주로에서 도주한 말을 찾는다는 목표로 떠나는 도중 신비롭고 이상한 일들을 경험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오로지 주관이 경험한 바에 따라서만 때로는 극사실적으로, 때로는 초현실적이라는 관형어로는 충분치 않을 만큼 꿈결같은 이 작품은 종잡을 수 없는 진행과, 현실과 꿈 사이의 모호한 경계를 오가며 이완 없는 긴장 상태를 오래 유지해야 하는 피로가 독서 과정 내내 나를 괴롭혔다.
<말과 꿈>을 느끼면서 느꼈던 양선형 작가의 정밀한 묘사는 하성란 작가의 마이크로 묘사를 떠올리게 했다. 모든 사물의 동작과 내면의 움직임이 세밀하게 포착된 관찰자의 시선은 그의 상상에서, 자신의 의식세계 안에서 주관적으로 기록한다. 그러나 여기서 묘사된 모습과 행위 자체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흔하게 해 보고 타인의 그것을 발견할 수 있는, 매우 상투적이고 친숙한 것들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이 작품을 읽을 때 우리는 전혀 낯선 장면을 본듯하고 거기서 낯선 경험을 하게 된다.
몇 해가 흐르고 그 나라에 큰 지진이 있었소. 지반이 침하해 도로가 갈라지고 가옥들이 붕괴했소. 대피하지 못한 사상자들이 속출했소. 가족과 집을 잃은 난민들이 거리로 나앉았고, 도시는 와해된 판자와 어마어마한 규모로 내려앉은 돌무더기 사이에서 어수선한 폐허가 되어 있었소. 나는 매일이 절박한 심정이었소. 대사관에 전화해 뒤늦게 오열하며 딸의 소식을 물었다. "나는 딸의 안부를 규명할 수 없었소. 나는 뉴스를 보았지. 황톳빛 얼굴로 미간을 찌푸린 어린아이의 굶주림, 현장에서 시신을 운구하는 어깨가 가냘픈 승려들, 바닥에 모포를 깔고 김이 나는 양철통 주위에 둘러앉아 수프를 끊이는 낯선 사람들을 보았소. 딸이 살고 있는 나라의 사람들이었소. 그들에게 분배된 비탄과 절망이 내가 기억하는 딸의 얼굴에 환영처럼 드리워졌다오. 그래도 나는 딸이 재해에 휩쓸렸으리라는 가능성은 상상하지 않았소. 그것이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언제든 딸이 살아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오. 나는 구호 작업을 벌이는 사람들과 황폐한 거리에 기진맥진한 모습으로 퍼더앉은 사람들의 얼굴을 살펴보았소. 나는 나를 안심시킬 긍휼한 착각을 갈망했다오. 그들 사이에서 혹여 딸을 닮은 사람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나는 그것이 불가능하거나 희박한 확률임을 예감하고 있었소. 애통한 수심과 계속되는 여진으로 인한 공포와 불면이 켜켜이 퇴적된 그들의 얼굴을 녹화된 비디오의 일시정지 화면 속에서 일일이 헤아리며 뚫어져라 바라보았소. 나는 그렇게 딸의 실마리를 찾아다녔소. 그들은 저마다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딸이 그곳에서 짓고 있을 어떤 표정의 그림자를 함께 공유하고 있었다오. 이내 기사 할아버지는 트럭 적재함에 쪼그려 앉은 난민들 사이에서 딸의 뒷모습을 본 것 같다고 말했다. 노후한 적재함 안쪽으로 헐벗은 난민들과 암소나 노새 같은 가축들이 더불어 바글거렸소. 석회 분진에 오염된 자줏빛 벙거지를 쓴 여자가 카메라를 등진 채 털이 민둥한 작은 원숭이에게 노란 참외를 먹이고 있었소. 저 나라에도 참외는 노랗구나. 나는 생각했다오. 이내 기사 할아버지는 그 사람이 딸이 아니어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사람이 무사했던 것처럼 그 사람과 닮은 자신이 딸이 무사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품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p.79
시각적으로는 평범하지만 내용적으로는 사변적이며 지극히 주관적이기도 한 문장들 속에서 헤매고 있었다. 평범한 의식에서 무언가를 사유하게 되는 것이 정상의 상태이며 우리에게 안도감을 주는 계기이지만, 이 작품의 주인공처럼 의식과 무의식이 착종하여 위치가 뒤바뀔 때는, 사유를 한다는 것은 긴장의 끊김이다. 그것은 잠에서 깨어나기 전 내던져 저 무한한 하강을 시작하는 순간의 그것과도 다르지 않다.
누군가에 의해 깨어났지만 그 깨어남조차 의심되기 시작했다. 꿈인지 현실의 상태인지 모를 세계에서 받은 죽음이란 질문은 어떤 의미인 것인가. 그가 얻은 깨달음이란 말을 찾기 위한, 활주로로 가기 위한 그 여행이 결국엔 제자리, 곧 삶이 시작되기 이전의 죽음일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혹시 죽음만이 우리를 자기로부터 해방시켜주는 것은 아닌가. 여행 내내 등장했던 뱀의 존재도 죽음의 다른 모습이며 인간 내면에 공존하는 다양한 시간 체험을 통해 '영원한 죽음'을 꿈꾸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양선형 #말과꿈 #트리플 #자음과모음 #필사하기좋은책 #선물하기좋은책 #어른을위한동화 #한국문학 #한국소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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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마, 친구, 너구리를 소재로 한 단편소설 모음집
"말과 꿈"은
"너구리 외교관",
"말과 꿈",
"퇴거 와 나중에 함께 묶인 다른 산문들" 로 구성된
단편 소설집이다.
너구리 외교관 에서는
단조로운 오솔길 덤불을 헤치며 나간다.
잡목림 사이로 노을이 배어들 무렵
산장 입구에 도착한다.
산장 현관 계단 아래 너구리들이 벌러덩 누워있다.
아픈 몸으로 산장 대문을 두들겼지만
아무런 인기척이 없다.
나는 산장 촛불 관리인과 너구리들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데....
말과 꿈 에서는
말이 활주로에 달아나 공항 스케줄이 마비된다.
해외 수의센터로 이송되어 치료받을 예정이었다.
몸에 얼룩덜룩 피어난 세계지도 모양의 반점,
휘날리는 갈기, 단정하게 튀어나온 앞 턱,
고요하게 진동하는 육체, 매끄러운 살갗,
지치지 않는 인내심으로 경기 후반 역전 드라마를
연출하는 것이 매력이다.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달려가면서
교통사고로 사경을 헤메며 살아남으려
애쓰던 순간의 기억들, 경주마의 일생이
오버랩된다.
경주장의 경주마들은 불굴의 의지로
결승점을 향해 달려가며,
생명은 죽음과 정직하고 결사적으로
대결하면서 찬란하게 불타오른다.
공항에서는 탈출한 말을 생포하려고
시도하는데 ....
슬럼프에 빠진 경주마와
해외로 떠난 택시 기사의 딸,
경주마 약물 사용 문제 등의
이야기와 함께 펼쳐진다.
퇴거 와 나중에 함께 묶인 다른 산문들 에서는
밤공기는 선선했지만, 편의점 간판 아래를
지나자 얼굴이 이글거린다.
친구의 환상과 상처, 자폐적 열정을 지켜보며
슬픔을 느끼면서도 인정하게 된다.
어둠 속에서 강물이 동요하고,
강물 위에 반사된 붉은 빛들이 바스러진다.
공원에서 친구와의 만남과 동거,
난잡해져 가는 친구의 노트를 바라본다.
소설을 쓰면서 살아가는 대리기사의 삶,
유년 시절의 기억, 글쓰기 이야기,
동료 작가와 인연을 적으며,
친구가 퇴거한 후 친구에 대해 회상한다.
친구의 강박관념, 친구의 독특한 성격,
친구의 감정에 동화하며 고통에 접근하는
시선에서 벗어나려는 자기 반성 등을 이야기 한다.
너구리 외교관 에서 주인공은 심한 상처를 입고
산장에 도움을 청하지만 인기척이 없다.
산장 앞 너구리들은 산장 촛불 관리인에게
도움을 청할 유일한 존재다.
너구리들은 주인공을 도울 수 있을지....
말과 꿈 에서는
공항에서 해외로 떠나야 할 말들이
난동을 피우면서 공항 업무가 마비된다.
활주로로 도망간 말과의 인연과 추억,
경주마는 경마장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이기며
결승점으로 달려간다.
경주마의 일생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롭다.
경주마는 혈관이 터지는 고통을 참고 사력을 다해
불굴의 의지로 경기장을 질주한다.
공항에서 탈출한 경주마는 영예로운 종마 생활의
미래를 포기했고,
택시 기사의 딸은 편의점 알바를 그만두고
해외로 떠나버린다.
새로운 삶에 대한 그들의 열망은 성공했을지.....
퇴거 와 나중에 함께 묶인 다른 산문들 에서는
친구와 동거하며, 친구의 환상과 상처,
자폐적 내면의 심리 상태를 지켜본다.
친구를 소재로 소설 퇴거를 쓰게 되며,
소설 퇴거를 쓴 과정을 소개하면서,
소설가의 삶과 일상을 이야기 하고,
소설 퇴거의 내용과 실제 친구의 차이를 말한다.
소설을 구상하고 작품 소재를 관찰하고,
어떻게 글쓰기로 표출하는지 살펴볼 수 있다.
"말과 꿈"은 감각적 문체로 표현하고,
시각적으로 연상되는 스토리를 구성한다.
필사하며 문체를 따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복잡한 구조는 아니지만 다양한 상황과
시점이 혼동되다가 현재로 돌아가면서
흥미롭게 내용을 풀어간다.
상상과 현실이 교차하면서
어른을 위한 동화를 선물 받은 느낌이 든다.
읽는 도중 내용의 연결 과정을 상상하면서
흥미롭게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자음과 모음 에서
"말과 꿈"을 증정해주셨다.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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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신진작가들을 만나볼 수 있는 핫한 통로인 트리플 시리즈 16번째 책 『말과 꿈』
이 책을 통해 양선형 작가의 세계에 발을 딛게 되었다. 한 작가를 새로이 알게 된다는 것은 두근두근 설레고 떨리는 일이다. 작가마다 지니고 있는 고유한 파장에 나를 맡기고 흡수될 수 있느냐 한걸음 한걸음 확인하면서 내딛는 시간은 짧을 수도 있고, 길 수도 있다. 그 긴장감이 새로운 만남을 계속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양선형 작가는 몽환적인 세계로 나를 인도하였다. 익숙하지 않은 길을 걸어가는 내내 생경하면서도 감각화되어가는 신기한 경험을 하였다.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읽어나가면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찾고자 하는 바를 단락에서, 문장에서, 단어에서 건져내고 싶었다.
'양선형'의 세계를 여는, 순한 맛의 단편인 <너구리 외교관>은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누군가 알려준 오솔길을 향해 무의지적인 걸음으로 나아가는 나그네는 드디어 목적지 '산장'에 도착했다. 멀리서 등대처럼 불빛으로 인도하던 그곳이 그의 노크에 칠흑 같은 어둠으로 사그라져 가는 것을 목도하는 그 주위에 너구리들이 몰려들었다. 너구리와 피 흘리는 낯선 이 그리고 너구리를 돌보는 산장 관리인, 마치 삼각형처럼 마음이 흐르고 그들의 이야기가 끝이 난다. 마지막에 나오는 촛불의 의미는 낯선 이의 생명일까?
촛불이 희미해졌다. 테이블 위로 올라선 너구리 전령이 양손으로 촛불을 감쌌다. 포개진 손바닥 사이의 캄캄한 우물 속으로 황금빛 물고기가 헤엄쳤다. (너구리 외교관, 17)
표제작인 <말과 꿈>은 사건과 시간이 얽히고설켜있는 구조이다. 주인공 그는 예전 교통사고 당시 병원에서 만났다고 믿는, 그를 찾아왔다고 믿는 말이 활주로에서 탈출했다는 소식을 접한다. 무작정 택시를 잡아타고 공항으로 향한다. 공항으로 향하는 길에서 그는 지난날 말과의 인연을 회상하면서 사라진 말의 일생을 들려준다. 시간의 흐름은 순차적이지 않아 독자의 집중을 유도한다. 사건 또한 '그와 말'뿐이 아니라 '택시 기사 할아버지와 딸' 이야기와 '그와 가족' 이야기가 추가되어 시선을 분산시킨다.
그는 자신을 둘러싼 비자발적인 흐름을 기꺼이 중단시킬 수 있는 이들을 사랑했다. (말과 꿈, 24) 녀석의 이미지는 그의 기억 한가운데에 새겨진 공백의 모양에 들어맞는 마지막 퍼즐 조각, 그가 망각으로부터 돌려받은 아주 각별한 퍼즐 조각이 되었다. (말과 꿈, 27)
약속, 죽음, 뱀, 복숭아, 공항 전혀 연결고리가 없는 듯한 존재들이 카테고리 안에서 비슷한 소재들로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엮어내고 있다. 택시 기사 할아버지의 말처럼 딸에 대한 이야기가 말을 찾아 떠나는 그에게 도움이 되는지 고민하게 된다. 딸과 비슷한 용모의 누군가를 보고 딸의 생존을 간절히 믿는 기사 할아버지의 자책 어린 고백이 약속 아닌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기꺼이 나선 그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죽음에 대한 환상을 보여주는 꿈과 환영 그리고 이를 쫓는 듯하면서도 억누르는 듯한 모습들을 소설 전반에서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소설인지 에세인지 헷갈린 소설이었다. 100% 허구의 인물, 사건이 없겠지만, 이는 진짜 같았다. 그런데 작가는 소설이라 칭했다. 친구의 진짜 모습과 상상이 버무려져 나온 결과물, '퇴거'는 지독히도 날것이었다. 그래서 양선형 작가와 양선형 글쓰기를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마음을 잘 간수해야 돼. 결국 자신을 아낄 사람은 자신밖에 없어지잖아. (2018:「퇴거」, 126) 타인에 관해 말하는 일은 타인에 대한 고질적인 착각에 대해 말하는 것과 얼마나 다를까. 친구가 겪은 사연에 관해 쓰는 일은 나의 무지를 근사하게 봉합해 친구를 어떤 선형적인 가이드라인 속의 전형으로 박제하는 일과 얼마나 다를까. (2024:「퇴거」에 관한 소설, 202)
양선형 작가가 소개해 주는 아름다운 글들을 만날 수 있다. 「말과 꿈」 소설 플롯을 고민하는 이야기에서 그가 추구하는 글쓰기 세계관을 피력한다. 이 에세이와 윤아랑 문학평론가 해설을 참조하여 양선형 작가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낯설다. 하지만 시도하고 꿈꾸는 작가의 의지를 존중한다. 찰나의 마음을 끊임없이 들여다보고 기록하고 공유하여 공감하고자 하는 양선형 작가의 결의에 감복하였다.
소설은 … 반영과 환상으로 분열되는 이중의 레이어를 갖게 된다. 반영은 그것의 불가능성을 통해 과거의 상실을, 환상은 그것의 불가능성을 통해 미래의 상실을 드러낸다. 반영은 실패할 것이며 환상은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환영은 반영과 환상이 중첩된 채로 뒤섞이는 맞물리는 틈새에서 탄생한다. (「말과 꿈」에 관한 소설, 235)
결말과 목적지가 중요한 게 아닌 찰나를, 과거와 미래의 틈새를 투영하는 색다른 소설집이다. 고심 가득한 우직한 친절로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노력하는 양선형의 소설 쓰기는 읽고 또 읽기를, 필사하고 또 필사하기를 유도한다. 이제 봄기운이 느껴지는 날씨이다. 지인에게 움츠렸던 몸의 기지개를 재촉하듯 선물하기 좋은 책이다. 필사하기 좋은 책이라 서로 필사한 대목을 공유하며 따뜻한 봄볕을 쐬기에도 딱일 듯하다. 선형적인 글은 어두운 곳보다는 밝은 곳에서 더 또렷해질 것만 같아서.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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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하는 모든 것이 소설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책이다. ??너구리 외교관 피를 흘리는 한 그가 산장을 발견한다. 문을 열어달라고 두드려보지만 조용한 산장. 이대로 죽겠구나 싶을 때 나타난 너구리. 너구리는 이 산속에서 사랑받는 유일무이한 존재였다. 산장 주인 또한 이 너구리(전령)의 요구에 문을 열어주게 되는데... ▶p16 그가 죽어도 괜찮아. 통증으로 쓰러져 사경을 헤매고 숨이 끊어져도 나는 몰라. 하지만 너구리야, 네 애교를 뿌리치는 일은 너무 힘들구나. ??말과 꿈 종마가 공항에서 탈출을 했다는 기사를 보고 그는 녀석(말)을 만나기 위해 공항으로 출발한다. 그가 녀석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는 것이 사실, 그러나 그는 녀석이 낯설지가 않았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는 과거에 백일몽을 꾸었고 그 때 녀석의 환영을 본 것 같았다. 뉴스를 통해서 본 종마가 녀석임을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녀석을 꼭 만나야겠다는 마음으로 도착한 공항. 녀석을 만나기까지는 순조롭지 않을 것 같았는데... ▶p35 그는 까막잡기를 하듯 양손을 더듬거린다. 그가 포옹하면 녀석은 생겨난다. 그런데 어디 있어. 너 어디 있어. 그는 자꾸만 녀석을 찾고 있다. ??'퇴거'와 나중에 함께 묶인 다른 산문들 그의 공간을 마음대로 어지럽히며 지내는 친구. 친구에 대한 애정이 깊은 그는 먹여주고 재워주고 살게 했다. 친구에 대한 마음은 깊으나 자신의 삶을 엉망으로 만드는 친구가 퇴거하길 바라게 된다. ▶p195 나는 내 집을 내 집이 아니라 내 친구가 실종된 장소로 인식하겠다는 퇴거 명령에 사인하고, 내 집을 점유한 친구의 환영에게 주거할 권리를 보장하는 등기 서류를 제작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자음과 모음 트리플 시리즈 중 열여섯 번째 작품이다. 세 가지의 이야기를 담은 구성으로 작가만의 색채가 짙은 이야기들을 담아낸다. <말과 꿈>은 양선형 작가의 세 번째 소설이고 스스로를 '불친절한 작가'라 할 만큼 자신만의 글에 고집을 담았다. 세 가지 이야기의 전체적인 소재는 현재의 삶이었다. 다친 사람이 지금 당장 죽게 되도 문을 열어주는 행동이 지금 산장 주인의 할 일이었던 것처럼. 뉴스에서 종마를 발견하고 꼭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공항으로 달려가는 그처럼. 친구가 너무 좋고 그의 집을 어지럽히는 것이 괜찮아도 지금 당장 내 집에서 나가줬으면 하는 현재의 감정처럼. 미래를 위한 설계, 과거에 대한 후회같은 것은 이 책에서 중요하지 않았다. 한 번 읽고 두 번 읽고 세 번 읽어야 전체적인 이야기의 틀이 잡히는 소설이었다. 과거와 현재를 구분하지 않고 쓰여있어서 읽다가 '아하, 과거 회상 씬이구나.' 하며 이야기를 구분하며 이해해야 했다. 의식의 흐름대로 -화자가 생각나는대로- 순간순간을 기록한 글들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현재의 기분을 이야기하다가 그 순간과 맞물리는 과거의 한 부분을 떠올리곤 하는 이야기들이다. 또 하나의 특징은 문장들이 하나같이 에둘러 표현한 듯해서 그 뜻을 이해하기 위해 앞 뒤 내용과 함께 묶어서 생각해야 할 부분들이 많았다. 이야기 전체가 하나의 긴 시와 같다면 이해가 빠를 것 같다. 환상과 현재, 두 시점의 이야기들이 기묘하게 어울어져 있는 이야기들. 그래서 생각해야 했고, 삼독하고 보니 마음에 남는 문장들이 생겨 지나치지 못하고 필사까지 하게 됐다. 그래서 이 책은 한마디로, 어른들을 위한 동화. 필사하기 좋은 책이라고 소개하고 싶다. 또한 같은 감정을 공유하고 싶은 지인에게 조심스레 선물하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곱씹어가며 공들여 읽게 되는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해봅니다. #말과꿈 #양선형 #자음과모음 #트리플시리즈_16번째 #필사하기좋은책 #선물하기좋은책 #어른을위한동화 #도서협찬 #서평후기 #완독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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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말과 꿈 [말과 꿈]은 너구리외교관, 말과꿈, 「퇴거」와 나중에 함께 묶인 다른 산문들,3개의 다른 이야기가 들어있는 양선형작가의 소설이다.
출판사에서는 본 도서를 필사하기 좋은 책, 선물하기 좋은 책,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소개를 한다. 나는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소개에 가볍고, 밝고, 쉬울 거라는 생각으로 책을 읽어나갔으나 천천히 읽어가야 할 만큼 소설에 담긴 이야기들이 가볍지 않다. 3편에 담긴 각각의 소설의 내용도 심오하고 소설에 담긴 이야기 하나하나가 다시 한번 읽게 만드는 힘이 있다. 동화는 본래 동심을 건드리는 이야기라고 알고 있다. 그러나 본 소설은 동화라고 하기에는 무겁다. 삶과 죽음이라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하기에.
소설 [말과 꿈]은 동화같은 너구리 외교관, 신비함을 담은 말과 꿈, 독특한 형식의 「퇴거」와 나중에 함께 묶인 다른 산문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각의 이야기들이 가진 독특함이 있다. 말과 꿈에 등장하는 말에 대한 지식들은 인간이 아닌 다른 종을 바라보는 인간의 시선을 마주치게 한다.
본 소설을 읽으면선 작가 양선형의 세계관이 궁금해졌다. 작가가 도서에 그려낸 이야기들은 천천히 읽어가야 한다. 필사를 시도하는 사람들에게는 글에서 마음에 전하는 이야기들의 깊이가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줄거리 일부>
<너구리 외교관> 평화로운 야산 산장앞에 상처를 입은 그가 도착한다. 그러나 촛불관리인인 산장의 주인은 낯선이를 환영하지 않고, 너구리들이 그의 주변으로 몰려든다. 온 야산의 사랑을 받는 존재인 너구리 한 마리가 촛불관리인을 설득하게 되고.
<말과 꿈> 과거 교통사고로 입원했을 당시 자신에게 다가온 어린 말한마리. 그 말이 유명한 경주마가 되어 있는 모습을 텔레비전을 통해 발견한다. 그런데 그 말이 실종되었다는 것이다. 주인공은 그 말을 찾아 길을 나섰다. 그 말이 자신의 과거 실제인지 꿈인지 모르지만 자신은 자신의 과거의 말과 같은 존재라는 것을 생각하며, 말을 찾아 나선다. 말이 사라진 활주로로 가기 위해 택시를 타고 출발하게 되는데.
<「퇴거」와 나중에 함께 묶인 다른 산문들」> 나는 친구가 자신의 집을 함부로 쓴다고 생각하지만 친구를 자신의 집에 머물게 한다. 그러나 자신의 삶을 흐트러트리는 친구가 퇴거하기를 원하게 되고.
<도서내용 중>
p67. 생명이 죽음과 대결하는 것, 피를 흩뿌리며 고통의 한가운데를 꿰뚫고 나아가는 목숨을 건 도약 같은 것, 죽음과의 정직하고 결사적인 관계 속에서 생명이 표출하는 긍지를 포기 하지 않을 때 생명이 그것을 산화하는 죽음과 어우러지며 찬란하게 불타오른다는 것, 천정부지로 치솟는 몸값이란 녀석으로 말미암아 개시되는 탐미적인 스펙터클을 향해 바쳐지는 헌금이기도 했다.
p77. 나는 딸의 실종을 망명이라고 부르기로 했소.
p112. 그는 꿈을 꿨다. 그가 다른 나라의 지상에 안착할 때까지 지속될 꿈이었다. 풀이 죽은 그의 육체가 녀석의 잔등에 업혀 있었다. 활주로를 달리는 동안 녀석이 물었다. 죽어 있다는 건 어떤 느낌이에요? 죽어서 싱그러운 바람을 느낄 수 있다는 건 어떤 기분이고요? 그는 매번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뭔가를 끝낼 수가 없었다.
p126. 마음을 잘 간수해야 돼. 결국 자신을 아낄 사람은 자신밖에 없어지잖아.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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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트리플 시리즈16번이다. 트리플 시리즌는 세 편의 소설이 한 권에 모인 책이다. 작가와 작품, 독자를 한데 묶기 위한 자음과모음의 시리즈 책이다. 이 책에는 <너구리 외교관>, <말과 꿈>, <「퇴거」와 나중에 함께 묶인 다른 산문들>이 실려있다. 트리플 시리즈는 참 새로웠다. 보통 책을 읽다보면 그 작가를 더 알고자 다른 작품들로 쏠리기도 하는데, 작가마다 하나의 생각이 모아지기도 하지만, 마치 다른 사람이 쓴 것처럼 한 작가에 많은 분신이 달린 것처럼 느껴지는 작가들도 있다. 그래서 어찌 보면 한 권에 여러 이야기를 맛보는 것도, 독자에겐 편리한 점이란 특징을 가진 책이다. 처음 읽었을 땐 무슨 이야기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야기 흐름 또한 쉽게 그려지지 않는다. <너구리 외교관>에는 한 부상당한 남자가 겨우 어느 오두막 앞까지 가지만 그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없다. 오로지 너구리만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다. 뒤의 내용이 무척 궁금하게 만들었다. <말의 꿈>속의 이야기 진행을 보면, 처음 공항으로 가는 이야기, 경주마에 대한 디테일한 정보, 다시 말을 찾는 생각, 택시 기사의 이야기 등이 올록 볼록하게 나왔다 들어갔다 한다. 어찌 보면 산만한 듯한 이야기의 흐름들 속에서 무엇이 현실이고 어디까지 상상인지 뒤죽박죽 되기도 한다. 그러나 두 번째 읽기에서 좀더 천천히 필사하듯 문장들을 발췌해 타이핑하면서 보았더니, 고심끝에 나온 문장들이 상당히 많다. 문장들을 천천히 음미하고 생각하고, 굳이 환상인지 현실인지를 구분하기 보다 좀 떨어진 상황에서 전체적인 느낌에 몰두하면서 읽다보니, 감정에 대해 하나의 줄기로 모아지기도 한다. 또, 한번도 만나지 못한 말에 대한 환상을 그려내는 전문가적인 디테일한 정보는 매우 흥미롭다. 작가의 생각과 나의 결론이 얼마나 부합하는지는 자신이 없지만, 그래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질문해보고, 그러다 보면, 독자의 경험 조각들이 여기저기에 들어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만큼 그 조각을 기준으로 이해의 폭이 넓어지면 될 것 같았다. 마지막에 <에세이 「말과 꿈」에 관한 소설>이 실려있다. 작가가 어떤 이미지로 이 글에 대해 생각하고 썼고, 에세이 형식의 글로 소설과 다시 연계시키면서 한편으론 작가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다. 이 부분이 참 좋았다.
세 번째 이야기 <「퇴거」와 나중에 함께 묶인 다른 산문들>에서는 친구의 이야기가 나온다. 주인공은 끊임없이 친구에 대한 심리를 표출하는데 단순한 일인칭 시점에서 심정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게 한다. 그래서 어떤 부분은 격하게 공감하기도 하고 주인공에게 질책을 하고 싶기도 하다.
세 이야기는 각자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다. 늘 그렇듯, 작가들의 상상력에 대해서는 참으로 놀라울 따름이다. 책을 차근차근 읽기를 좋아하시거나, 생각하기를 좋아하시거나, 시시한 흘러가는 책보다 이야기 나누고 들춰내기를 좋아하시는 호기심 왕성한 분들에게도 좋을 것 같다. 수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이러한 시점에서 그저 흘려보내는 것보다 의문을 가지고 스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책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