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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대화’10주년 기념 개정판으로 나온 책. 정지아작가는 몇년전 빨치산의 딸로 처음 만났었다.그때 한국전쟁 관련 책과 사회주의 관련 책을 마구 찾아 읽었던 때였다. 나의 뇌리에 깊게 박혔던 책이라 두세번은 더 읽었다. 그 후로 나온 ‘아버지의 해방일지’ 또 개정판인 ‘나의 아름다운 날들’까지, 끝도없이 떨어지는 삶의 추락에도 주눅들지 않고,그럼에도 희망은 있다고, 때론 웃음으로,때론 눈물과 감동으로 들려주는 정지아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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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아 작가의 책으로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읽은 이후 이번 소설집이 두 번째 읽게 되는 작가의 작품이다. 이 책에 수록된 단편 중, "숲의 대화"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소설의 시대적 배경이 "아버지의 해방일지"와 유사하여 낯익기도 했고, 무엇보다 등장인물들의 절절한 사랑 이야기가 가슴에 와닿았기 때문인 것 같다. 이전에 읽은 작품에서도 느꼈듯이 다시는 이 땅에 이념에 의한 대립과 비극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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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읽고 나서 작가의 다른 책들도 궁금해서 ‘빨치산의 딸’을 제치고 최근에 출간한 이 책을 선택했다. 11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처음에 놓인 ‘숲의 대화’만 빼면 술술 읽을 만하다. ‘아버지의 해방일지’처럼 <숲의 대화>, <혜화동 로터리>에서 빨치산 관련 이야기와 <천국의 열쇠>, <핏줄>처럼 외국 이주 여성과의 이야기도 있다(왜 항상 남편한테 맞는 인간으로 나오는 건가). 역시 비호감이고 폭력적인 빌런은 항상 등장한다는 거. <즐거운 나의 집>에서도 등장한다. 정말 싫어!!!! 여기 폭력 빌런 말고도 자식 빌런(빌런이라는 말이 심했나??)도 있다. <브라보, 럭키 라이프>, <인생 한 줌>은 부모가 언제까지 자식을 먹이고 살려야 할지 왜 자신의 앞길을 부모의 돈으로 처발라서 살아가려는지 내 입장에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세상은 그런 것이지, 이해 못 할 일들이 많다는 거. 실제 이런 자식들이 많다는 게 안타깝긴 하다. <즐거운 나의 집>에서의 폭력적인 이웃 빌런. 전원주택을 지어서 시골살이 좀 할라 했드만, 심한 욕도 모자란 이웃의 등장은 공감할 만하다. 헉소리 나는 불륜에 입다무는 주민들, 괜한 트집을 잡아 이웃 괴롭히는 진상 이웃. 쟤 불쌍하니 어쩌겠어, 니가 좀 봐줘라. 웩. 나 지금 자식 잃고 부모 잃어서 불행하다면서 이웃에게 해 끼치는 거 말도 안 된다. 정말 싫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핏줄>하고 <혜화동 로터리>이다. <핏줄>은 곧 태어나는 손자가 외국인 며느리의 검은 얼굴만은 닮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는 시아버지 이야기인데 그 핏줄이 어디 가겠냐. 똑 닮은 손자 탄생. 유감스럽지만 말 그대로 살짝 허허허 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여기 책의 중심인물들이 중년과 노년의 이야기이다. 내가 나중에 더더 나이 들어서 이 책을 꺼내어 다시 읽었을 때 어떤 기분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혜화동 로터리>에서 그랬다. 주 된 얘기가 늙음에 관한 것이 아닌데, 식사하러 가는 길에 몸도 성치 않은 노인들이 길 나서는 거 보면서 어째 아직 내가 그 나이가 아님에도 벌써부터 공감과 안타까움을 드러내고 있으니 점점 나는 젊음보다는 늙음에 가까워짐을 느끼고 있다. 솔직히 이거 읽고 다음으로 ‘빨치산의 딸’을 구입해서 읽을까 생각했으나 보류했다. 뭔가 비슷한 이야기로 이어질 거 같아서다. 안타깝지만 작가의 책은 이걸로 끝. 나중에 변심하면 또 모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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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날들[지은이 정지아, 펴낸 곳 은행나무, 356쪽]을 읽고
숲의 대화. 2008년부터 2011년까지 발표한 11편의 단편소설을 담아놓은 소설집 중 첫 번째 작품이다. 호르르. 바람이 세월을 밀어내고 시간은 바람 속에 흩어져 흘러간다. 풍경은 사뭇 다르지만 숲에 가면 가지 사이로 햇살이 어룽거린다. 아내가 묻힌 자리를 찾아가는 사내, 지나간 시간이, 지나간 기억이 어른거릴 테다. 사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러고 있으니 좋은가? 멀거니 바라보다, 무심히 돌아보니 아내의 말이 걸어나온다. ’한재 잣나무숲에 가면 열십자 모냥의 바우가 한나 있을 것이요, 그 근방 암 디나 뿌려주씨요.“ 85년 세월 중 백운산에서의 1년이, 아내가 돌아갈 곳이었다. 노여움, 슬픔, 질투인지 따져볼 새도 없이 유언대로 잣나무숲에 묻어주었다. 그리고 그는 매일 산에 오른다. 이러고 있으니 좋은가? 하며. ‘이리로 가라고 합디다. 이리로 가면 나도 살고 애도 살거라 합디다.’ 그렇게 그 썩을 놈이, 60년 전 죽은 동갑내기 도련님이, 자신의 아이를 가진 아내를 보냈다. 운학, 그가 여자를 마음에 품은 줄, 여자는 모르고 그 썩을 놈은 알았다. 그 썩을 놈이 미웁고 고맙고 그는 어찌할 바를 몰랐지만, 여자를 아내로 받아들였고 평생 짝사랑하며 살아왔다. 그 썩을 놈, 도련님은 ‘니는 프롤레타리아, 새로운 세계의 주인이다.’라며 내 등짝을 후려쳤는디... 죽어서도 세상으로 돌아오지 못한 썩을 놈은 죽어 아내의 마음속에 둥지를 틀었고 아내의 마음은 찬바람만 불면 그 둥지를 품었다. ‘이상하지라. 바람이 불면 시상이 한숨 같은 것으로나 꽉 찬 것맹키 아득하고 서글프고 그래라.’ 얼마만큼을 좋아하면, 어찌 사랑하면, 받아주고 안아줄 수 있는지 통 가늠이 안 되는 마음들이 차오른다. 한 장 한 장 넘기며 숲이 두런거리는 얘기를 찾아보지만 잘 모르겠고, 바람이 불든가 말든가. 따끈따끈한 바위에 앉아 시간은 조는지 가는지, 어리둥절한 젊은이의 시선이 제 허벅지를 더듬는다. 말도 더듬는다. 여그 총을 맞고 물푸레나무 지팡이 삼아 여그꺼정 왔는지... 그러고는 깜빡 잠이 들었는디... 죽었어 내가? 니겉이 살았으면 좋았을랑가. 마누라랑 알콩달콩, 자식 손주 재롱 봄시로 고로크롬 살았으면 시상이야 어찌 됐든 한시상, 꿈결인 듯 지났을랑가. 봄날 오후, 과부 셋. “너는 대체 무슨 맛으로 살았니?” 돈도 없고 남편도 보잘것없고 직업도 없고 있는 거라곤 딸랑 아들 하나뿐인 사다꼬가 평생 누구에게도 기죽지 않고 당당한 이유를 그녀는 좀처럼 이해 할 수 없었다. “에이꼬야 자식 때문에 살았을 거고, 하루꼬는 남편 때문에 살았을 거고, 글쎄, 나는 뭣 땜에 살았나…….” 그녀의 이름은 영자지만 친구들에게 그녀는 되바라진 에이꼬다. 누군가 그녀의 세월 밖에서 그녀의 한 삶을 지켜보고 있다가 빨래를 걷듯 목숨줄을 휙 걷어버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삶이란 것은. 그러고 보니 하루꼬가 오지 않았다. 급한 걸음으로 성당 앞을 지나는데 저만치 하루꼬가 목을 축 늘어뜨린 채 흐느적흐느적 걸어오고 있다. 아무래도 하루꼬가 이상하다.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 하루꼬의 영감은 2년 전 이맘때 세상을 떴다. 사다꼬, 하루꼬, 에이꼬, 셋은, 세 과부는 성격은 서로 다르지만 친자매나 다름없이 서로 의지하며 지내왔다. 팔십이 넘은 지금도 열네 살 시절과 똑같다. 질투와 사랑도 소녀 적이랑 똑같다. 그녀는 그새 하루꼬 정신 들어온 반가움을 잊고 아이처럼 불퉁거린다. “너한테 콩물은커녕 따뜻한 숭늉 한 그릇 못 얻어먹었다.” 쯧쯧, 하루꼬가 혀를 찬다. “아이구, 네가 내 고추장 맛있대서 고추장, 된장, 간장, 너희 애들 셋이 다 커서 시집장가갈 때까지 내가 다 댔다.” 하루꼬 말이 사실은 사실이었다. “그 욕심으로 이만큼 산 거지, 뭐.” 사다꼬가 또 잘난 척을 하고 나섰다. “나 없을 때 또 비밀 이야기하면 죽어!” 아직도 털어놓지 못한 수많은 비밀들이 인생의 황혼을 바라보는 그녀들을 신비롭고 매혹적인 존재로 만들어 준다. 세월은 정작 둥글려야 할 것은 그냥 놔주고 육신만 갉아먹은 모양이다. 내일을 장담할 수 없는 나이이긴 하지만 그녀는 살아 있는 한 재미있게 살 작정이다.
혜화동 로터리. 내일을 기약하기 힘든 세 노인의 반세기 우정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최가 옆에 세워둔 지팡이를 짚으며 몸을 일으킨다. 몇 해 전 중풍을 앓은 데다 얼마 전 낙상까지 한 후유증이다. 뼈도 내장도 유통기한이 낼모레다. 구시렁대면서도 박 역시 지팡이를 찾아든다. “왜 이래? 토벌대 벌벌 떨던 남도부 부대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몸이야.” “흥, 그러니 삼류지. 오죽 못났으면 살아남았겠니? 좌나 우나 잘난 놈들은 다 먼저 갔어. 몰라 물어?” “그러는 너는 잘나 살아남았니?” “누가 뭐래니? 나도 삼류지. 같은 삼류니까 평생 어울려 놀았지.” 삼류(?) 빨치산이 된 최는 만석꾼 자식이고, 박은 영어 좀 안다는 죄로 선배 따라 켈로 부대원이 되었다. 그들의 온갖 넋두리와 회한을 받아주며 사는, 아직 사지육신 멀쩡한 김이 켈로와 빨치산을 연결시킨 장본인이다. 박은 전쟁 전 김의 입주 가정교사였다. 전쟁이 끝난 후 허무를 술로 달래던 최와 박은 서로의 바닥을 순식간에 꿰뚫어보았고, 이후 절친이 되어 김은 뒷전이요, 둘이 어울려 다녔다. 반세기 전의 어느 날이 어제인 듯 선연하다. 이래도 저래도 젊은 그때가 좋았다. 아니 좋았던 건 그때가 아니라 젊음 이다. 허무의 바닥에서 나뒹구는 청춘일지라도 청춘은 청춘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리저리 사람을 피하느라 걸음이 더 느려진다. 노인네들과 맞닥뜨릴 때마다 젊은이들이 짜증을 내며 피해 간다. 저희도 머지않아 닥칠 미래임을 젊은것들은 상상조차 하지 않는다. 최는 울면을, 박은 자장면을, 김은 잡탕밥을 주문한다. 인생 대부분을 가까이 지냈으나 식성은 여전히 제각각이다. 따가운 햇살이 혜화동 로터리를 점령하고 있다. 입동이 낼모레다. 계절이 미쳐 날뛰거나 말거나 늙고 지친 몸뚱이는 따뜻한 햇볕이 반갑다. 지나온 모든 세월의 뜨거운 증명이다.
나의 아름다운 날들. 반짝, 김 여사는 눈을 뜬다. 인생이란 얼마나 경이로운가. 매일 잠을 통해 인간은 죽음과 탄생을 반복한다. 몸을 뒤척이자 팔베개를 하고 있던 남편이 김 여사를 제 쪽으로 가만 끌어 당긴다. 그저 잠결에도 기척을 느끼고 본능적으로 끌어안는 것이다. 타고나길 다정한 사람이다. 행여 남편이 깰까 김 여사는 살풋 발뒤꿈치를 들고 조심조심 방을 나간다. 아침 준비로 부산해야 할 부엌은 인기척 없이 불마저 꺼져 있다. 겨우 찾은 평정이 흐트러진다. 세상에, 남의 집 일하면서 늦잠이라니. 김 여사로서는 꿈도 못 꿀 일이다. 문을 서너 차례 두드려도 기척이 없다. 여직 늦잠을 자나, 얄미운 마음에 문을 확 열어젖히고 전등 스위치를 올린다. 바닥에 이불이 깔린 채 사람 빠져나간 자리만 볼록하다. 장에라도 갔나? 그럴 리는 없다. 가족들 먹을거리 장 보는 것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김 여사 몫이다. “말도 없이 어디로 간 거야!” 냉장고 앞에 포스트잇이 붙어 있다. “사모님, 큰애가 갑자기 쓰러졌대서 병원 갑니다.” 급하긴 급했는지 글씨체가 숨 덜 죽은 배추처럼 훨훨 살아 날아갈 듯하다. ‘일자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세상이라 먹여주고 재워주고 월급도 만만치 않은 가정부 일은 왜 이리 할 사람이 없는지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그나저나 별일 없어야 할 텐데... 신호가 일곱 번 울린 뒤에야 수화기 너머로 쉰 목소리가 들린다. 아들 붙잡고 꺽꺽 목 놓아 울었음에 틀림없다. 어차피 자식에게 주고 갈 것이지만 지금은 모았다가 나중에 자식이 정신 차리면 그때 도와주라고, 보다 못해 몇 번 충고를 한 적이 있다. “사모님같이 복 많으신 분은 모르세요. 어미라고 뭐 해 준 게 있어야죠. 이렇게라도 해야 덜 미안해서, 그래서 그럽니다. 빚쟁이가 집까지 쫓아오고 산다 못 산다 하는데 해준 것 없는 어미지만 그 꼴을 어찌 두고 볼 수 있겠어요?” 아주머니는 딱 잘라 말하고는 쌩하니 찬바람을 일으키며 부엌으로 가버렸다. 그 뒤로 김 여사는 아주머니 자식 일이라면 일절 간섭하지 않는다. 맞다, 나라도 그리하겠다. 어차피 남의 인생, 신경 끊으면 나는 속 편할 터. 더군다나 김 여사 남편은 장관까지 지냈는데, 첫째는 사시에 합격했고, 둘째는 삼성병원에 근무하고 있는데, 김 여사가 뭐가 아쉬워서. 그러니 심간 편하게 사는 게 좋은 거다, 자존심 세울 일도 없다, 그리 충고하고 싶다. 내 말을 알아들었는지, 김 여사는 상냥하다. “여기는 걱정하지 말고 퇴원할 때까지 있다 오세요.” “아유,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해요, 사모님.” “감사하기는 뭘. 서로 사정 봐주며 살아야지요. 그리고 병원비는 걱정마세요. 장관님께서 얼마가 됐든 치료비는 우리가 책임지자고 하시네요.” 무슨 일이든 남편의 공으로 돌리는 것은 친정어머니에게 보고 배운 바다. 오늘따라 시집을 갈 때 아버지가 하신 말씀도 떠오른다. “가난은 사람을 그악스럽고 간사하게 만드는 법이란다. 그저 그런 사람들은 적당히, 저만치, 두고 봐야 한다. 흐트러진 모습도 절대 보여서는 안 된다.” 그때는 어린 마음에 아버지가 너무 냉정하다 싶기도 했지만 살아보니 아버지 말씀이 구구절절 옳았다.
[뒷이야기] 정지아는 누구인가? <아버지의 해방일지>로 독자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는 인물이 되었다. 1965년 전남 구례에서 태어나 중앙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장편소설 <빨치산의 딸>을 펴내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9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고욤나무>가 당선되었다. 소설집 행복, 봄빛, 숲의 대화, 자본주의의 적 등이 있다. |
| 주변의 추천으로 알게 된 책을 드디어 접했다 숲의 대화 봄날 오후 과부 넷 천국의 열쇠 목욕가는 날 브라보 럭키 라이프등 각각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담은 11개의 단편으로 이우어진 작품으로 먹먹한 감성으로 진한 여운을 남기는 작품을 발견하게 되어 무척 기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