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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아주 오래 전 유럽의 고성에 대해 쓴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제목도 모르겠고. 그때는 해외에 나가 본 적이 없었기에 막연하게 그리워하는 마음이기만 했던 때였다. 언겐가 기회가 와 준다면, 내가 유럽 여행을 할 수 있게 된다면, 이런 고성들을 찾아가 보았으면 하고 살짝 기대해 보던 때. 이 책을 읽으면서 그때가 먼저 떠올랐고, 이어 지금 같이 읽고 있는 다른 책들의 내용이 덩달아 살아났다. 제일 먼저 콜린 매컬로의 카이사르가 건재하던 시절의 성과 싸움 이야기가 생각났다. 카이사르 책 마저 읽어야 하는데, 이 책에서 설명해 주고 있는 이런 성들에서 그 시절에는 그런 싸움들을 했단 말이지? 앞으로 로마 이야기를 읽게 되면 전보다 훨씬 생동감을 느낄 수 있을 것만 같다. 전보다 성의 모습이 더 구체적으로 떠오를 테니 말이다. 삼국지도 생각났다. 물론 중국이 배경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성을 갖추고 그 성을 지키는 게 싸움의 공통점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성을 빼앗고 지키는 과정에서 죽고 사는 사람들, 상상만 해도 지긋지긋하고 끔찍하다 싶기는 하지만 지금 우리 삶이라고 그때와 뭐 그리 다를까 싶기도 하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대망도 떠올랐다. 일본도 성을 중심으로 역사를 이어 온 나라로 볼 수 있다. 작가가 일본인이라 유럽의 성들과 일본의 성을 비교 분석해서 말해 주고 있기도 하다. 이들 문화에 대해 더 깊이 있게 읽고자 하는 의지가 없는 탓에 대충 보고 넘기기는 했지만 관련된 공부를 하는 사람에게는 이 책이 더 흥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에게도 성이 있기는 한데, 나도 어려서는 성이 있는 소도시에서 살았는데, 유럽의 성들은 우리네 성과는 좀 많이 차이가 나는 걸로 보인다. 종교로 인해 대성당이 성채 안에 세워진 점이라든가 성으로 불리는 건축물들의 경우 우리의 사정과는 다를 테니까. 이제 이런 고성을 보겠다고 유럽 여행을 해야지 하는 마음은 없다. 뭘 꼭 가서 봐야겠는가 말이다. 영화로도 드라마로도 다큐멘터리나 하다 못해 여행프로그램만으로도 충분할 듯 싶다. 어쩐지 유럽 고성들은 을씨년스럽고 축축하고 컴컴한 분위기가 연상이 되어 더 이상 매력을 못 느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