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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발표된 소설들을 읽다 보면 예전과 달리 종종 낯선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소설을 비롯한 문학작품들이 시대상을 반영한다고 했을 때 나는 그만큼 시대의 흐름에 무감각하다는 말이지 싶다. 문학상 작품집을 통해 주제의 경향이라든지 혹은 작가들의 최근 관심사가 무엇인지를 안다면 그러한 ‘낯섬’을 이해하기 수월하리란 생각이 든다. 이상문학상 작품집은 가능하면 매년 읽으려고 하는 편이다. 예전에는 관심 있는 작가의 작품이 수상작일 경우 읽었으나 몇 년 전부터는 꾸준하게 읽고 있다. 그렇게 읽다 보면 알지 못했던 작가의 소설을 읽으면서도 낯선 감정이 아니라 서사가 주는 온전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다. 올해 이상문학상 작품집에는 대상 수상작인 최진영의 <홈 스위트 홈>과 우수작 5편이 실려있다. 6명의 수상자 중 알고 있는 작가는 최진영뿐이다. 최진영은 아주 오래전에 발표된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이라는 작품을 통해 만났다.
대상 수상작인 최진영의 <홈 스위트 홈>은 기억 속에 있는 오래된 미래에 대한 이야기이다. 소설의 주인공 ‘나’는 과거와 현재, 미래가 시간의 흐름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파편적으로 흩어져 공존하지만, 미처 우리가 알지 못한다고 믿는다. 화자는 엄마가 신혼 때 살던 집, 자신이 어렸을 때 살던 집들을 기억하지만, 엄마는 말도 안 된다고 한다. 그러나 화자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고, 그 까닭은 기억이 자신을 선택했기 때문이라고 느낀다. 연인인 어진과 함께 동거하며 살던 중 바쁜 일상에 지쳐갈 무렵 새로운 환경으로 이사해 삶의 활기를 되찾지만 화자는 암 진단을 받는다. 수술과 항암 치료를 끝냈지만 일 년도 안 되어 재발한다. 암이 또다시 재발할 수 있다는 고통 속에서 화자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살아본 적은 없으나 자신이 기억하는 집을 짓기로 한다. 폐가를 구해 자신의 미래를 기억하면서 엄마와 함께 자신이 기억하는 집으로 개조한다. 그리고 눈앞에 나타난 자신의 기억하는 미래, 스위트 홈을 보면서 이제 미래를 기억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미래의 희망은 화자에겐 자신이 죽어가는 구체적인 슬픔이다. 작가는 오랫동안 꿈꾸면 기억이 되고, 기억이 된 미래는 마침내 나타난다고 수상소감에서 말한다. 작품은 안식처로서의 ‘집’, 그리고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라고 하는 것 같다.
우수작으로는 케이팝 그룹의 콘서트장에서 일어난 참사와 자신이 전해준 말로 인해 사망자 명단에 포함된 한 아이와의 관계를 다룬 김기태의 <세상 모든 바다>, 불안하고 초조해질 때 자신이 분열되어 복수의 일인칭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 박서련의 <나, 나, 마들렌>, 딸이 집필 중인 희곡의 내용을 살펴보다 자신의 마음 깊이 자리한 진실과 마주하면서 상처를 치유 받고 일상으로 돌아오는 이야기인 서성란의 <내가 아직 조금 남아 있을 때>, 격투기의 라이벌처럼 사회에서 적이자 동료로 마주했던 윗집 남자와의 관계를 통해 사회라는 옥타곤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이장욱의 <크로캅>,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대피소에 모여있는 사람들의 의식을 그린 최은미의 <그곳>까지 모두 5편이 실려있다.
작품을 통해 이미 알고 있는 작가와 그렇지 못한 작가의 차이는 크다. 알고 있는 작가의 작품이라면 부담없이 읽게 되지만, 아니라면 멈칫거리는 경우가 많다. 작품을 읽고 이해하기가 난해하다면 괜히 감정을 소모한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우수작 중에도 그런 작품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주제가 특별히 낯설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렇게 하나하나 읽어감으로써 한 사람의 작가를 새로이 알게 된다는 것, 바로 문학상 작품집을 읽는 또 다른 이유이지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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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사랑하는 마음과 아이를 미워하는 마음을 같이 가질 수 있다는 것이 부끄럽습니다. 아이라고 다를 바 없습니다. 아버지를 사랑하고픈 마음과 한 없이 미운 아버지가 한 마음속에 존재하는 두 마음입니다. 가시고기 같은 아버지는 한 번도 아이를 미워하지 않았을까요? 생각하기만 해도 그리워지는 어머니는 자녀를 한 번도 미워하지 않았을까요? 양가감정이 일상화된 세상에서 살면서 익숙해진 그 감정에 스스로 놀라는 모습을 박서련의 ‘나, 나, 마들렌’에서도 봅니다. 소설 속의 '나'는 젊은 아이 같은데, 소설을 읽는 '나'는 60이 넘었는데도 그렇습니다. 내 속을 들킨 듯하여 불편합니다.
고아를 수출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애완동물이 아니니 수출에 품위가 있었을 것 같다고 착각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팔고 살 수 있는 물건이 아닌 사람을 사고파는 일이니 그곳엔 어떤 품위도 없습니다. 거래의 속을 알수록 끔찍한 일들의 연속일 뿐입니다. 부모가 아이의 이름과 생년월일 등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정보를 남기는 것이 후환으로 남을 수도 있다는 걱정으로 그냥 버리는 것이 태반이었을 것입니다. 아이를 보내면서 행정적인 수요를 줄여줄 수 있는 최소한의 처분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 곳에 어떤 모양의 애정이 숨겨져 있을까 의심됩니다. 입양된 아이들의 유기된 신원은 뿌리를 찾고, 버린 사람은 숨어서 아파합니다. 서성란이 아는 ‘내가 아직 조금 남아 있을 때’의 주인공의 이야기가 완성되길 기다립니다.
예나 지금이나(1980년대 직장을 살았던 ‘예’와 2022년을 사는 ‘지금’을 말합니다) 같습니다. 단지 무대가 사각의 링에서 팔각형의 옥타곤으로 바뀐 것뿐입니다. 크로캅은 2007년의 패배 후, 2015년 재경기를 합니다. 2007년 이미 기억이 되고, 기록이 되었으며, 역사가 된 경기에서 당신은 패배했습니다. 하지만 2015년 40이 넘어 다시 선 옥타곤에서 당신은 재경기를 치릅니다. 이 시대를 사는 크로캅 여러분들의 승리를 기원합니다. 이장욱이 ‘크로캅’의 기억과 기록 그리고 역사를 소환한 이유도 저의 기도와 같은 마음으로 보였습니다.
강한 바람이 부는 곳, 강릉의 산불로 피해를 입은 분들이 대피한 곳이 강릉 아레나경기장입니다. 뜨거운 불을 피해 간 곳이 아이스링크로 사용하는 곳이라니 온탕과 냉탕을 왕복하는 피해주민들은 아이러니를 느낄 것 같습니다. 가평의 계곡 어디를 가나 시원한 물이 넘칩니다. 여름 한철이면 어느 계곡이나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그들이 타고 와 주차한 차량들 사이에 경고문이 제자리를 지킵니다. 비가 올 경우 대피를 하라는 내용입니다. 잠깐의 비에도 깊은 산 계곡에서 모인 물은 금방 넘치기 때문입니다. 위험과 오락이 상존하는 ‘그곳’을 최은미가 잊지 않도록 알려줍니다. 주관식이라면 답을 하기 어렵지만, 이런 객관식 문항에 모두가 아는 듯 정답을 떠들어대지만,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은 또 다른 일입니다. 갑자기 씨랜드가 기억나고, 세월호가 떠오르고, 이태원 거리, ‘그곳’이 떠오릅니다. 작가는 글을 쓰면서 더 힘들었을 겁니다.
문학의 창을 통한 세상 보기가 문명비판이나 문화비판까지 끌고 갈 능력과 시간이 애초에 없습니다. 단지 민감한 안테나를 장착한 작가들의 시선을 통하여 2022년을 잠깐 둘러보았습니다. 저는 소설을 그렇게 읽습니다. 내년 작품집을 기다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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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제46회 이상문학상 작품집이 나왔습니다. 문학이라는 좁은 창을 통하여 세상을 보고 싶은 마음에 매년 빠지지 않고 작품집을 읽습니다. 호구지책을 큰 어려움 없이도 해내는 능력을 가지신 분이 없지는 않겠지만, 매일의 삶을 큰 무리 없이 살아내려면 제갈량의 책략이라도 빌려야 하는 보통의 사람은 자신의 환경 밖을 보는 일이 그리 쉽지는 않습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일상의 업무라는 것이 서류를 보고 정리하고 집계하여 전체의 모습을 쉽게 보이게 하는 일이지만 정리를 한다고 해도 전체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문제를 선명하게 노출시키고, 효과적인 대책을 쌈빡하게 표현하려는 기호와 단어의 선택이 모호하기만 합니다. 능력을 탓하고 오지 않을 행운을 기대하지만, 제갈량을 찾을 기업이 없는 월급쟁이로서는 지치기만 합니다. 한 해 동안 지쳐 늘어질 때, 마치 지친 일상을 피해 운동을 하듯, 늘 쓰던 방식이 아니라 반대로 근육을 쓰는 것이 운동이듯, 선정된 작가들의 시선을 따라 세상을 읽어보는 것입니다. 어떨 땐 위로를 받고, 어떤 경우에는 읽기에 힘이 들어 책에서 시선을 떼고 싶기도 하지만 운동이란 것이 그렇듯 삶의 근육을 단단히 해주기도 하니 큰 비용 드는 것도 아니고 책을 폅니다.
암치료는 아직도 어려운가 봅니다. 암의 완치라는 말이 생존기간 5년을 목표로 설정된 개념이라는 것을 오래전 들었습니다. 암이 완치된다고 하더라도 건강할 때의 생존방식을 회복하는 것도 아닌 모양입니다. 계속되는 치료과정에 지친 환자들이 고민하는 것이 연명치료에 대한 걱정입니다. 마음이야 육체와 정신을 남에게 의존하여 생존하기 싫지만, 누구도 미래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걱정을 떨쳐낼 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병원 침상에서 고민하는 것보다 꿈꿔왔던 삶을 현실화하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닌가 봅니다. 대상작 최진영의 ‘홈 스위트 홈’의 주인공을 응원하였습니다.
한때 티아라를 좋아했습니다. 요즘은 유튜브가 있고, 티아라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히트곡을 모아 쉽게 들을 수 있지만, 과거의 흥과는 달리 심드렁합니다. 대중의 인기를 통해 돈을 버는 세상에는 팬들도 있지만, 안티도 많습니다. 티아라가 깨진 것은 팀원들 간의 불화였습니다. 누군가는 왕따를 당했고 패거리를 지어 공격했다는 말들이 모여 무대에서 사라져 갔습니다. 팬들 때문에 흥했으니, 팬들이 망하게 할 수도 있다는 말이 칼처럼 화살처럼 날아다녔습니다. 이제 대중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음악 그룹이 ‘세상 모든 바다’로 연결되어 선한 세상을 만들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가지게 하는 세상이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미’가 표방하는 것도 그런 것 같았지요. 그럼에도 세상 모든 것들이 피할 수 없는 것처럼 실망도 느끼게 될 것 같습니다. 김기태의 ‘세상 모든 바다’가 공연을 이어갈 수 있길 기대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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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월의 첫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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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아주 오래전 한구구소설계를 대표할 만한 문학상으로 출발해... 그 면면을 이어오고 있다고 믿고 있었고, 그래서 그 문학상을 수여한 작품집이 나오면 으례히 구매하곤 했던 책이다. 친구 코멘트! 농부보다 미곡상이 돈 더 버는 꼴이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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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상이라는 단어를 보면 마치 수험생이 보는 딱딱한 수학 문제 풀이집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정된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해마다 다른 작가들이 등장하지만, 기본적으로 흐름이 있기에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취향보다는 대중적이고 공정한 심사 기준을 제시해야 하기에 이런 형태가 되었다고 이해는 하지만 문학이라는 자유로운 창작 세계에서 아이러니한 모습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에 읽은 홈 스위트 홈 2023 제46회 이상문학상 작품집의 경우도 특별한 기대감 없이 읽은 한 권이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최근 소설들을 보면 다소 편향된 모습들이 보여서 새로움을 갈망하던 차이기에 딱딱함으로 인식된 문학상 수상작품집이 기대감을 채우기란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막상 읽다 보니 홈 스위트 홈 2023 제46회 이상문학상 작품집은 매우 특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감성적인 느낌을 주는 수상작이라는 점에서는 기존 수상작에서 느낄 수 있는 감동이었지만 이번 수상작은 일반적인 감동이 아니라 특유의 색감이 느껴지는 감동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개성적인 작품이 무난하게 받아들여진다는 것이 매우 충격적이었고 신기한 느낌이었으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상문학상이라는 커다란 문학상이 변화하는 가운데 이런 작품을 읽을 수 있어 너무 좋았고 다음은 어떤 모습을 보일지 기대가 되는 홈 스위트 홈 2023 제46회 이상문학상 작품집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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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스위트 홈은 당신 인생의 이야기가 생각나는 소설이었다. 투병과 생존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럭저럭 마음에 들었다. 김기태 작품은 얄팍했다. 서성란은 아직도 이런 소재를? 진부하단 느낌 최은미 그곳은 소설이 시대를 반영한단 느낌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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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접하게 됐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본다.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을 추동시켜준다고 생각했던 사회과학 서적, 철학 서적 중심의 독서 편력에서 그 당시 개인적 시련으로 머리를 식히고자, 그리고 왠지 모르게 윤대녕 작가에 이끌려 처음 접하게 됐던 이상문학상 작품집. 마음의 상태가 그러해서 였는지 단편 소설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됐고, 그 뒤로 냉담 중이다 다시 손에 쥐고서는 매해 빼놓지 않고 읽게 되는 것 같다. 그때 나를 이끌었던 윤대녕 작가는 이제 중견을 넘어 심사위원으로서의 입지를 지니고 있다는 것도 신기할 따름이다. 최진영 작가는 여러 번 읽었던 것 같고 익숙한 듯 했지만 최은영 작가, 최은미 작가와 헷갈렸음을 알게 됐다. 분명히 일어나지 않은 일을 기억하고, 당시 있었던 일이라고 생각하는 도입부로 인해 망자가 된 유령이 머지 않은 미래를 보는 내용일 것이라 여겼지만 말기 암 환자인 주인공이 스스로 기억하는 (기억하고 싶은, 기억으로 만들고 싶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기억을 토대로 삶의 희망(까지는 아닐지라도)이나 삶의 이유를 만들어 가는 내용임을 깨닫고 다소 먹먹해 왔다. 그리고 절망적인 상황에서 어떠한 위로나 공감보다도 ‘내일 뭐 하자’, ‘다음에는 가보자’ 라는 투의 무심한 듯한 화법이 때로는 당사자가 내가 그날까지 버텨야 하는 조금씩 조금씩 쌓여가는 이유이자 투병의 힘이 되리라 생각을 바꿔본다. 나의 입장에서 재단하고 판단하는 것이 아닌 그 사람의 입장에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또한 움직여 질 수 있는 행동과 대화를 위해서 내가 가져가야 하는 삶의 스탠스가 어떠해야 하는지도 다시 한번 깨달아 본다. 소설 보다 시리즈에서 처음 접했던 김기태 작가의 ‘세상 모든 바다’는 마치 지난해 이태원 참사를 연상시키듯 BTS 급의 아이돌 콘서트 장에서 일어난 불시의 참사를 소재로 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참사로 인한 희생자에 대한 기억과 안전에 대한 계몽성의 글이 아니라 재일교포 3세로서 한국인도 그렇다고 일본인은 더더욱 아닌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물음을 끊임없이 스스로에서 던지는 자의식에 관한 글임을 깨닫고 아마도 김기태 작가의 글을 꽤나 오랫동안 주목해서 읽게 되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다. 약간 판타지 느낌을 주기도 하고, 기괴한 느낌을 던져 주었던 박서련 작가의 ‘나, 나 , 마들렌’은 소설이 가져다 줄 수 있는 상상력을 무한히 자극시켜주고, 단순히 상상만 하며 유쾌하고 흥겨운 것이 아니라 실제 정신적인 부분에서는 가능할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으로 그저 웃을 수만은 없었다. 다양한 상황에서의 타인의 만족을 충족시키기 위해 나와 또 다른 나가 각자 공간에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가장 가까운 사람의 절실한 부탁 앞에서 결국에는 거절하며 (그 자신이 가해자를 마음에 두고 있어서일 수도) 가장 가까웠던 관계의 파국이 예고되는 그 순간, 나는 계속된 분열로 다른 모든 시선을 충족시키기 보다는 내 손으로 직접 또 다른 나를 살인하는 (자살하는) 결단을 내리게 된다. 비록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상황이겠지만, 가정과 학교, 회사, 그리고 다른 환경에서 숱하게 겪었고, 또한 접하고 있고 접해야 하는 갈등과 고민의 순간일 것이다. 내 몸을 분열시켜 가면서까지 모든 상황을 잘 대처하고 싶은 지금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맞닥뜨리고 있는 상황일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나’이고, 어디에도 휩쓸리지 않고 나의 본질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리라. 누가 봐도 평화롭고 화목하고 애정 넘치는 가족 안에서 딸이 준비 중인 작품을 통해 애써 감추어뒀던 아픈 기억을 끄집어 내고 그로 인한 내적인 갈등과 변화를 보여주고 있는 서성란 작가의 ‘내가 아직 조금 남아 있을 때’ 또한 깊은 마음의 울림을 주었다. 지금의 삶을 깨뜨릴 지도, 또한 마음이 깊이 다칠 수 있음에도 꼭꼭 숨겨두었던 진실을 마주하기 위해 용기를 내고, 또한 그러한 진실을 마주하면서 다시 내면의 치유를 이뤄가는 과정이 가슴 시리면서도 내가 할 수 없는 어떤 것에 대한 경외감마저 들게 했다. 나 또한 한 때 너무나도 열렬한 팬이었던 UFC 격투기 선수 ‘크로캅’의 마지막 리턴 매치에 대한 소재를 시작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고 있는 이장욱 작가의 ‘크로캅’. 이장욱 작가의 작품은 계속 찾게 될 것 같은데, 다양한 소재를 통해 글을 이끌어 가는 솜씨도 뛰어나지만 계속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드는 이끌림도 있는 것 같다. 한때 서로 의지했던 중년의 남성들이 어떠한 계기로 서로의 신뢰관계가 깨지고 결국에는 서로의 목숨을 노리게(?) 될 정도의 사이가 돼 버린 그 서사를 너무나도 공감되고 이끌어 가고 있고, 또한 극적인 반전으로 잠시 멍하게 만들며 앞장을 계속 뒤적이게 만들었다. 한때 열렬한 동지였던 관계가 원수가 되고 그에 대한 통쾌한 복수를 꿈꾸는 듯 하지만, 결국에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관계를 회복하는 (그 방식이 너무 놀랍기는 했지만) 전개가 너무도 숨막히면서 긴 여운을 갖게 한다. 크나 큰 재난상황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음에도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그렇게 보이는) 주인공이 폭염과 곰 탈주라는 상황에 자기만의 공간을 재난대피소라는 공공의 공간으로 공유하며 사람의 관계와 의식의 변화들을 보여주고 있는 최은미 작가의 ‘그곳’. 쉽게 맞닥뜨릴 수 있는 상황이지만, 상황 자체의 내용 보다는 그러한 상황에서의 다양한 사람들의 의식과 남들과 무관하게 개인주의적으로 살아가는 듯 보이지만 결국에는 타인의 행동과 말들을 모두 인지하고 영향을 미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지금을 보는 것 같다. 가장 위험한 상황에서 내가 의지하고 믿을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인가, 내가 생각하는 것은 정말 올바른 판단인 것인 것. 어딘가에 고립되는 느낌을 상상해보면 쉽지 않을 것 같다. 생각이 생각을 낳고, 고민이 더 큰 고민을 안겨다 주는 고립된 상황에서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을 것인지, 정말 누군가와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누군가와 무언가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임을 다시 한번 느껴본다. 여타의 상황들과 환경들로 온전히 책에 집중하지 못하는 요즘. 다시 한번 책과의 대화를 통해 나의 생각과 말과 행동들을 점검해 본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너무 신경쓸 필요도 없지만, 그렇다고 아예 무시할 수는 더더욱 할 수 없는 상황임을 인지하고, 적절한 (가장 어려운) 관계들을 꾸려 나가보도록 노력해 보자. 너무 깊이 몰입하면 상처가 되는 것처럼, 상처받지 않고 나의 중심과 나의 생각과 나의 자존감을 지켜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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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 대상 수상작 ‘홈 스위트 홈’을 필두로 총 6편의 단편소설(대상 수상작가의 자선 대표작 포함)이 수록되어 있다. 나아가 본 책은 대상 수상작가의 수상 소감, 작품 평론, 수상 선정 경위 및 평론가 심사평 등을 적재적소에 실어낸다.
매력: 다양하다. 다양한 개성과 소재, 다양한 문체와 화법, 다양한 주제와 형식으로 묶여 있는, 아니 어쩌면 묶여 있을 수밖에 없는 한 권의 책이다. 이상문학상 수상작(대상 수상작 및 우수상 수상작)이란 단 한 가지 접점만을 공유한 채 묶인 단편소설들이기에 그야말로 자유분방한 다채로움이 지면 곳곳에 가득한 한 권의 책이다. 매년 이상문학상 작품집 출간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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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글들이 강렬하고 생각과 감정을 관통하는 짜릿함을 선사해야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읽어본 단편소설중에서도 짧은 편에 속하고 큰 사건이나 감정적인 동요가 크지 않게 담담하게 나열된 긴 일기같은 글은 요즘 내가 했던 생각들과 비슷한 결이 있어서 편안하게 읽었다. 물론 글 자체도 심도있는 고뇌나 고찰이 주가 아니라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사람에 따라서는 호불호가 갈릴것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